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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가 남긴 마지막 선물

    아부지와함께 / 2012-07-09 08:46 / Hit : 3643 본문+댓글추천 : 0

    추억의 조행기 "친구와 함께"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입영열차를 타는 친구를 마중하기 위해서 역으로 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별을 아쉬워 하며 다시 만날 그 날을 기약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앞에서 만삭이 된 앳된 아줌마(?)가 훌쩍훌쩍 울고 있었고
    그 옆에는 시어머니처럼 보이는 중년의 여인네가 있었죠.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기, 가시나는 건드리가꼬..
    저리 가뿌믄 우얄라 카노……"
    그렇게 친구와 애 아버지와 젊은이들은 조국의 부름을 받고 입영열차를 탔습니다.

    몇 달 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예방주사 접종 후 부작용으로 인하여 국군통합병원에서 더 이상 치료가 안된다는
    진단과 함께 의병제대를 통보 받게 된 것 입니다. 별다른 보상도 없이……
    정말 말도 안되는 기가 막힌 일이었습니다.

    제대 후 바로 일반 병원에 입원하고 정밀검사를 받았습니다.
    결과가 그리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친한 친구를 잃는다고 생각하니 두려움 마져 들었죠.

    그때, 신에게 기도 드렸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리 될 수만 있다면,
    저의 남은 삶의 반을 친구를 위해 나눌 수 있다고……

    그리고 얼마 후 기적 같은 일이 일어 났습니다.
    친구는 병상에서 훌훌 털고 꿋꿋이 일어 났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건강하게 활동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의병제대라는 기록은 친구 東이의 사회생활에 크나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취업 시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졌습니다.
    집안 내력으로 원래 깡마른 체격이었는데다,
    군경력의 의병제대가 결정적인 탈락 요인으로 작용했었습니다.
    그 후 친구는 자영업으로 인생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죠.
    .
    .
    30년이란 시간이 한 줌 바람처럼 훌쩍 지나가 버립니다.

    친구는 몫돈이 필요해 아내가 가입한 보험을 해약하기로 하였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종합검진을 받게 됩니다.
    ………………………………………… '대장암'
    초기이고, 다행히 일찍 발견되어 수술하면 치유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수술은 성공리에 끝났고 다시 건강을 찾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대장암은 재발 되었고
    설상가상 다른 장기까지 암세포가 전이 되었습니다.

    절망적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신에게 기도드릴 수 없었습니다.
    저의 남은 삶의 반을 친구를 위해 나눌 수 있다는……
    머뭇거림 없이 그리 못한다 되내였습니다.
    아직 제대로 호강 한 번 못 시켜 준 아내와 어린 자식들이 있는데……
    젊었을 때 순수했던 마음은
    家長이라는 얄팍한 책임감으로 현실이라는 굴레에 동화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친구…
    東이는 결국 한 줌 재로 떠나 갔습니다.


    친구가 암수술을 받을 때 부터
    아침에 눈을 뜨면 조용히 기도 드렸습니다.
    어머님의 건강,
    친구의 쾌유를 빌고
    오늘 하루를
    저에게 부여해 주심을 감사 드렸습니다.

    친구 東이는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하루의 소중함'을 선물하였습니다.

    다시마7 12-07-09 09:00
    안타까운 사연이군요........

    친구의 그리움과, 하루의 소중함...
    저 역시 다시금 반성하게 만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월척노숙자 12-07-09 09:11
    하루의 소중함!.....가슴에 세기고 갑니다.
    붕어와춤을 12-07-09 09:20
    소중한 하루 오늘도 소중하게 보내겠습니다.
    율포리 12-07-09 09:39
    ㅉㅉ,,,
    까까요 12-07-09 10:16
    '하루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되세겨봅니다....


    잘읽었습니다...
    파트린느 12-07-09 11:33
    내가 오늘 덪없이 보내는 하루가
    누군가가 그토록 살고 싶어었던 내일 임을 아는 순간
    입니다.
    권형 12-07-09 12:00
    그렇게 건강하던 지인.

    젊은 시절 헬스로 다져진 몸매.

    헌데 몇해전 "위암"판정 받고

    2개월여의 투병끝에 이맘때 즈음

    푸른하늘로 떠났습니다.


    아부지와함께님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친구분의 ▶◀명복을 빕니다
    노벰버레인 12-07-09 12:19
    두분의우정

    감동입니다

    잘읽고갑니다
    째즈 12-07-09 15:03
    휴~~~

    남 얘기가 아닌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합니다..ㅠㅠ
    simeon80 12-07-12 00:52
    그런 친구를 가지셨고 또 그런 친구가 되셨으니 복 받으실 겁니다.
    아부지와함께 12-07-14 10:58
    다시마7님
    월척노숙자님
    붕어와춤을님
    율포리님
    까까요님
    파트린느님
    권형님
    노벰버레인님
    째즈님
    simeon80님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녀가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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