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찌불 파티/합천 항곡지
밤새 물 빠진 후, 새벽에 역전 적시타
김동욱 기자
외지꾼들에게 아직은 미개척 소류지가 많은 곳 중 대표적인 지방이 경남 합천군이다. 합천호라는 대형 낚시터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꾼들은 합천호 출조 외에는 합천에서의 붕어낚시를 생각하지 않는다.
대구지방의 대형붕어 꾼들이 간혹 합천군의 알짜 소류지를 알음알음 찾아 드는데 지난 7월 29일, 역시 대구꾼 2명에 의해 모처럼 쓸만한 소류지 하나가 발굴됐다.
"낚시만 하고 가소~"
경남 합천군 율곡면 항곡리에 있는 소류지, 항곡지에서 하루 밤낚시에 월척급 2마리와 20~28cm급 5~6마리가 낚인 것.
그 동안 일부 대구꾼들이 쉬쉬하며 파먹었던 곳인 듯 마을 주민들이 신신당부를 한다.
항곡지의 정확한 위치를 알기 위해 동네 아주머니 한 사람에게 마을 이름을 물었는데, 되돌아오는 말이 아찔하다.
"제발 가실 때 쓰레기 좀 치우고 가소 이~. 자꾸 낚시질하고 쓰레기 버리니께 수시로 물을 뺀다 아잉교."
무넘기가 없는 저수지
이창수씨와 임준철씨가 항곡지에 도착한 후 겉보리 밑밥을 뿌리고 케미컬라이트를 꺾은 시각이 저녁 7시경. 약간 늦은 감이 없지 않았지만 이미 며칠 전 항곡지에서 월척 손맛을 봤던 임준철씨가 걱정일랑 붙들어 두란다.
"그때, 내가 월척 했을 때도 새벽시간이었어요. 뿌옇게 날이 밝아 올 때 입질이 들어왔는데, 훤할 때까지 계속됩디다. 아~, 물론 초저녁부터 잔챙이 찌올림은 계속 있었구요."
두 사람은 최상류 뗏장수초대를 배경으로 20m 정도 거리를 두고 앉았고, 각자 8대의 낚싯대를 폈다.
새벽에 쏟아진 입질
그리고는 이내 주위가 깜깜해졌는데, 열대야였던 듯 저수지 공기가 좀처럼 식지를 않았다.
비가 올 듯 하면서 후끈한 열기에, 모기까지 덤비자 찌 보기가 여간 곤욕스럽지 않았는데, 다행히 밤 11시경 가는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간밤에 비가 오지 않았으면 거의 입질을 못받았을 지 모릅니다. 너무 저기압인데다가 자정까지는 수온이 맞지 않았거든요."
새벽 시간에 대부분의 입질을 받았다는 이창수씨의 말이다.
이창수씨와 임준철씨는 새우와 옥수수를 미끼로 사용했는데, 두 사람 모두 옥수수 미끼에 활발한 찌올림을 즐겼다. 각자의 조과는 턱걸이 월척 한 마리와 20~27cm 정도 씨알의 낱마리 조과였지만 밤새 계속 배수가 진행되고 있었고, 열대야의 악조건이었다는 걸 감암하면 성공적인 출조인 셈이다.
문의: 대구 일요낚시(053-751-2274)
항곡지는 어떤 곳?
메주콩·옥수수 미끼면 100% 월척
경남 합천군 율곡면 항곡리 2구에 있는 소류지다. 수면적은 3,000평 정도. 황강과 인접해 있어 연중 수량은 일정한 편이며, 아직까지 많은 꾼들이 찾지 않았기 때문에 생자리 개척의 여지가 많은 곳이다.
원래 만들었던 무넘기가 유실되었는지, 아니면 애초에 무넘기를 만들지 않은 것인지 연안을 한바퀴 돌아봐도 무넘기가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인지 일정 수위 이상 물이 차 오르면 제방 중앙의 배수관을 통해 물을 뽑아낸다.
따라서 장마철에는 항상 배수가 진행되는 저수지인데, 항곡지 붕어는 이미 수시 배수에 적응을 한 듯 배수에 따른 입질 빈도의 변화는 거의 없는 편이다.
전역에 마름과 수련이 깔려 있으며, 드문드문 뗏장수초가 보인다. 거의 만수위에 육박하면 최상류 수심은 1m 선이며, 물이 빠질 때는 3칸대 찌가 겨우 설 정도로 수심이 얕아지기도 한다.
최상류에 보이는 작은 나무 주변이 항곡지 씨알 조과를 위한 최고의 포인트이다. 평균 수심은 0.8~1m 정도며, 채비의 바닥 안착을 위해서는 반드시 수초제거를 해야할 정도로 수초가 빽빽하다.
유입되는 물은 상류 논을 통해 한번 걸러 들어오기 때문에 장마철에도 흙탕물 유입이 적은 것이 항곡지의 장점이다.
잘 듣는 미끼는 옥수수, 메주콩, 새우 순이며, 될 수 있으면 긴 낚싯대로 수련과 뗏장의 경계선을 따라 대편성을 하는 것이 씨알 조과에 유리하다.
쉽게 가는 길 : 88올림픽고속도로 고령나들목을 나와서 좌회전, 합천 방면 33번 국도를 따라 10km 정도 가면 지릿재를 넘게 된다. 지릿재를 오르는 길 정상 부근에 보이는 간이매점 맞은편의 작은 시멘트 길을 따라 좌회전한 길로 7km 정도 산을 넘은 후 마을을 지나면 우측에 항곡지 제방이 보인다. 33번 국도상의 지릿재를 넘어 와리를 지나 율진리 입구의 율곡초등학교(폐교) 앞으로 좌회전해서 진입하는 길도 있다.
사진설명
1. 완전히 어둠이 깔린 저녁 8시경에도 더운 공기가 식지 않는다.
2. 옥수수를 미끼로 월척을 걸어낸 이창수씨.
3. 새벽 6시. 이창수, 임준철씨(오른쪽)가 밤낚시 조과를 펼쳐 보인다.
4. 막 어둠이 깔릴 무렵 준척급 붕어 입질을 받았다.
5. 이날 사용한 새우와 옥수수 미끼. 대부분 옥수수 미끼에 반응을 보였다.
6. 드문드문 보이는 마름과 뗏장 사이에 편성한 8대의 낚싯대.
7. 하루 밤낚시 조과. 20cm급부터 월척까지 다양한 씨알이다.
* 대박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0-31 23:04)
열대야 찌불 파티/합천 항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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