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 소류지/문경 유곡지
가재 노는 깨끗한 물의 탐스런 미스 붕어들
경북 내륙의 겨울 저수지들은 휴일에도 사람이 그립다. 온 동네 저수지들을 돌아다녀 봐도 그 흔한 얼음 낚시꾼 한 명 만나기 쉽지 않다.
얼음구멍을 뚫고라도 붕어를 잡아낸다는 것이 악착같이 느껴져서 일까. 겨울에는 대를 접고 어서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옛 낚시꾼의 정서가 아직도 남아있는 곳이 바로 이 경북지방이다.
25cm 짜리도 월척급 찌올림
지난 1월 19일, 문경 지역의 저수지를 사랑하는 모임인 '꽝칠이 동호회'와 함께 문경의 소류지를 찾아 나섰다.
꽝칠이 동호회는 새우낚시를 위주로 하는 이 지역 낚시 동호인들의 소모임으로, 생미끼 낚시에 수시로 '꽝'을 치기 때문에 '꽝칠이'라 이름을 붙였다 한다.
이번에 이들 꽝칠이 회원들과 함께 찾아 들어간 곳은 문경 시내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산 중턱의 무명 소류지.
해발 780m 작약산 자락 아랫녘의 깊은 산골 소류지였다. 역시~ 지대가 높아서인지 얼음 두께가 상당하다. 웃통을 벗어 젖히고 두께 20cm의 얼음을 깬 후, 수심 3m 바닥에 채비를 내리니, 벌서 두 뼘이나 자란 파릇파릇한 말풀이 걸려 나온다.
여름에 새우낚시를 하다보면 가재 몇 마리를 꼭 낚게 된다는 설명이 아니더라도 손으로 퍼 마셔도 좋을 만큼 깨끗한 물이었다.
깊은 산 옹달샘 촌붕어 답게 25cm급만 걸어도 월척을 걸은 것 마냥 신나는 하루였다.
첫 물낚시 가능성도 확인
문경은 1995년 점촌시와 문경군이 통합하여 문경시로 승격된다.
태백산맥에서 서남쪽으로 뻗어 나온 소백산맥의 중앙부에 속하는 험준한 지형으로, 크고 작은 산의 능선으로 아치형의 분수령을 이루고 있다. 이들 능선의 안쪽으로는 문경분지의 비옥한 평지가 펼쳐지고, 능선 바깥쪽으로는 석화암 암반이 형성되어 지하로 하천이 흐르는 카스트로 지형이 발달돼 있다. 따라서 무연탄, 석회석, 철 등 광물의 매장량이 엄청나다.
필자의 기억으로도, 문경으로 낚시 가는 3번 국도를 따라 나란히 흐르는 영강 강물이 시커멓게 흘러내리던 게 불과 십여 년 전의 일이었다. 이제는 석탄 산업의 사양화로 영강의 강물에 꺼먼 석탄 물은 전혀 볼 수 없고, 섬섬옥수로 흘러내린다. 문경의 유명 낚시터로는 경천호, 우본지, 경들못, 세발지 회룡지 등이 있다.
쉽게 가는 길 : 유곡지 가는 길에 '헤브론수양관'이 있어 '헤브론 못'으로도 불린다. 괴산 또는 수안보를 거쳐 이화령터널을 지나 문경(점촌)가는 길을 통해서 들어간다. 문경 시내 8km 전방의 대성주유소 삼거리에서 헤브론수양관 표지판을 따라 마을을 관통하는 시멘트 길을 통과해 계속 간다. 마을을 지나 언덕을 넘으면 공사중인 도로가 보이는데, 도로 밑의 굴다리를 지나 2분 쯤 더 가면 길 우측으로 소류지가 바로 보인다.<관련기사-골수꾼 조행기>
취재 협조 : 꽝칠이 동호회(새우수초대물낚시 www.budle.co.kr)
사진설명
1. 전형적인 미답 소류지 붕어답게 깨끗한 몸매를 자랑한다.
2. 오후로 접어들면서 3.5m 수심대의 제방권에서 입질이 집중된다.
3. 노성목씨가 굵은 붕어를 뽑아내고 있다.
4. 오전 햇살이 퍼지면서 첫 입질을 받아낸 김정수씨.
5. 받침틀을 이용한 필자의 대편성.
6. 한눈에 쏙 들어올 정도로 규모가 작은 유곡지.
7. 첨촌에서 온 황병선씨는 마릿수 재미를 봤다.
8. 입질이 뜸해지자 자리를 옮기고.
9. 막 걸어낸 굵은 붕어의 씨알을 뼘을 대중해 보고 있다.
10. 봉돌에 떡밥을 뭉쳐 달아 집어효과를 노린 문경꾼 김병철씨의 경상도식 가지바늘 채비.
11. 일단 얼음구멍 주변부터 깨끗이.
12. 이날 낚인 붕어의 평균 마릿수와 씨알.
13. 점촌꾼 손두황씨가 걸어낸 붕어를 얼음 그릇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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