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 수원에 내려와서 어느 해 5월 5일 어린이날
지금은 광교신도시가 들어와서 공원이 되어 버린 원천 윗방죽이라고 하는 신대지로 낚시를 갔습니다.
공휴일이라서 그러는지 꽤나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 낚시를 갔는데도 왠만한 자리는 낚시인들로 이미 자리가 차 있었습니다.
아침과 점심이 지나고 오후 시간에 이르러 어른 한 분이 저에게 다가와 붕어 몇마리만 줄수 있냐고 하십니다.
오랫만에 가족들과 나들이를 나왔다가 좋아하는 매운탕이 먹고 싶어서 낚시하는 사람들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붕어를 얻어 보려고 했지만 번번이 거절을 당하여 저한테 붕어를 구하려고 오게 되었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었습니다.
다행히도 몇마리 잡아 놓은 것이 있어서 드렸는데 얼마나 좋아하시고 고마워하시는지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얼마나 붕어 매운탕이 드시고 싶으셨으면 일면일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붕어를 구하러 다니시는 것일까?'
'나이 많으신 어른이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그렇게도 사정하시는 것 몇마리만 드리면 될 것을'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아까 붕어를 구해가신 그 어른이 매운탕을 끓여서 소주 두서너병을 가지고서는 저에게 다시 오셨습니다.
저는 드린 붕어 가지고 가족들과 댁으로 가신 줄로 알았는데 저에게는 별것 아니었지만 조금전에 있었던 일에 고마움을 느끼신 나머지 저수지 근처 식당에 이야기를 하여 매운탕을 끓여 가지고 소주 한잔 하시려고 다시 오셨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술을 전혀 하지 않지만 그 어른과 저수지에서 그렇게 소중한 인연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전혀 생각하지도 않은 일로 말미암아 저수지에서 참으로 훈훈한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낚시라는 것이 자연을 벗삼고, 물고기도 잡고, 또한편으로는 힐링을 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인연을 이어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낚시에 대해서(96) - 낚시의 추억(15)
-
- Hit : 2527
- 본문+댓글추천 : 0
- 댓글 7
어느 낚시 선배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90년 초에 산남지에서
혼자 낚시를 하고 아침이 밝았는데,
승용차가 한데 들어오더니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은 낚시꾼이 아닌
50중반의 아주머니 한분입니다
길을 물으려나 했는데,
밤낚시 했습니까? 수고 많으십니다
부산에서 왔는데,
약용으로 쓰기위해 자연산 붕어를 구하러
왔다면서 몇개월 째 되었답니다
아들이 선생인데 암수술 후 회복기에 있다고
좋다는 붕어를 고아서 약한다며
잡았으면 좀 파시면 안되겠냐고 하십니다
구포장에 가면 많은데 믿을 수 없어서
낚시에서 낚은 붕어를 구하러 다니신답니다
아들의 약을 구하러 새벽길에 낚시터를 다니시는
모정이 인지상정 그 이상으로 다가왔기에
살림망의 9치 이상의 붕어 20여수를
가져오신 바케스에 부어드렸습니다
그냥 가져가서 약해서 아들의 빠른회복을
바란다며 어서 가시라고 했더니
약은 공짜로 얻어가면 안된다시며 기어코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돈을 내밉니다
한사코 거절하고 다음에 다 나으면
아들이 운전하는 차 타고
이쪽으로 바람쇠러 오시면
다시 만나게 될겁니다고 보내드렸던 기억이~
낚시하며 수많은 아연들이 많지만,
그 때가 보람있었던 기억 중에 하나입니다
약한다고~
매운탕이 먹고싶다~는
분들께는 언제든 내어드릴 수 있는것이
우리들 꾼들의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봄비속에 추억의 글 잘 읽었습니다
쏠쏠히 많이 잡혔지요 물돼지가...그 시절 물돼지는 잡은후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기억이납니다
그나눔이 그 시절에는 정이었는데....^^ 지금은 물돼지가 사라져 구경을 못하네요.
80~90년대 초중반 까지는 소양강댐, 충주댐, 안동대 등에서
향어가두리 양식장 주변에서 낚시많이들 하셨죠. ..
특히 장마철 큰물이 넘치면 가두리가 가끔 터져서
번개출조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ㅎㅎㅎ
수질오염 주범이라 계약기간이 끝나면서 사라진 추억입니다.
특히 소양호 향어낚시 터지면 대박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