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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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회룡지....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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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 올라서니 예상대로 차들이 많지는 않다. 여유로운 출발은 아니지만 중간에 한번쯤 쉬고 가도 어둡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두어 시간 운전 후 적당한 휴게소를 찾아 자판기 커피 한 잔 마시는 그 짧은 시간 동안의 여유로움이란 장거리 출조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한 가지가 아닐 수 없다. 이화령 터널 조금 못미쳐 있는 이화령휴게소는 여느 휴게소와는 달리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아니, 황량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작년 겨울엔 특히 더 그랬다. 문경이라는 도시에 들어서면 웬지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고향 역시 탄광촌인 까닭이다. 무궁화호 밤열차를 타고 사북, 고한, 태백 등의 폐광지역을 지나노라면 나도 모르게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온다. 이따금씩 열차가 정차하면 물끄러미 창 밖을 바라보며 깊은 상념에 빠져들기도 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것은 온통 검은색 일색의 풍경이지만 그 모든 것이 내 눈에는 너무나도 선명하고 뚜렷한 영상으로 다가온다. 탄광촌 사람들의 질곡의 삶과 애환이 이 곳 어딘가에 서려 있을 것만 같아 나는 이곳을 그냥 지나치지를 못한다. 어느새 회룡지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아직 철수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러 있다. 어디로 자릴 잡을까 고민하고 말 것도 없이 곧장 관리소 좌측 상류로 차를 몰았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 지 물이 많이 빠져 있다. 약 1m 정도는 빠진 듯 하다. 인근에 경천호가 있어서 물을 많이 빼지는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보다. 작년의 멋진 회룡지를 상상하며 그 먼길을 한 걸음에 달려왔는데 장마가 휩쓸고 간 것 처럼 볼상 사납게 변해버린 회룡지를 보니 적잖이 아쉬움이 남는다. 하는 수 없다. 잠시 대나 담궈보고 가야지. 관리소 우측 연안쪽에 자릴 잡고 3.2칸과 2.5칸 두 대를 폈다. 곧 철수해야하기 때문에 떡밥은 조금만 갰다. 떡밥을 밤톨만하게 몇번 달아던져야 하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제대로 투척이 될 지 모르겠다. 밤에는 거짓말 처럼 바람이 자던데 오늘은 9시가 다 되도록 바람이 잘 줄을 모른다. 애써 달은 밤톨만한 떡밥이 엉뚱한 데에 풍덩 떨어진다. 에거거 아까운 것..... 몇번 품질하고 나니 이젠 제법 바람이 잔다. 금새 일렁이던 물결도 잠잠해지고 저 멀리 케미 불빛 두 개가 환한 빛을 내고 반짝인다. 이상하다. 금방이라도 찌가 불쑥 올라올 것만 같은데 아직 찌는 미동도 않는다. 이젠 떡밥을 콩알만하게 해서 달아던진다. 저 멀리 왼쪽편에 앉아 있는 분들은 아직 철수할 생각이 없나보다. 다행이다. 저 오른쪽 직벽 부근 산 아래에 딱 버티고 있는 하얀색 변소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한참 찌를 쳐다보가다고 나도 모르게 고개가 스으윽 돌아간다. 만약 오늘 나 혼자만 이 저수지에 남았더라면 아마도 머리칼이 쭈뼛쭈뼛 섰을거다. 문득 시계를 보니 어느새 10시가 넘었다. 새우를 달아놓은 것도 아닌데 깔짝대는 입질도 한 번 없으니 이것 참 답답한 노릇이다. 시조회 때 넙죽 절하면서 사구칠 한 마리 점지해 주십사 빌었는데 아무래도 정성이 부족했나보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찌를 바라보고 있는데 순간 2.5칸 대의 찌가 깜빡하는게 보인다. 오 저것이 입질이더냐? to be continued.....

절묘하다 절묘해.
이화령휴게소 뭐 별난거 있다꼬 그거 다 챙기고
탄광촌으로 끌고 갔다가
하얀색 변소....

'오늘만 읽고 다음편은 안본다.
붕어도 엄는 조행기일텐데 어차피..'

뚝새님 내 생각을 읽었는가?
찌가 깜빡인단다.
찌가 깜빡인다는데 다음편 안볼 장사 엄따, 낚시꾼이라면...

정말 절묘하다, 절묘해!!
1편을 본지 한달은 된거같습니다.
역시나 붕어는 안보이고....
3편을 기다려야하니.... 으으..

뚝새님 안녕하세요?
회룡지 건너편 쪼아볼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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