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었던 대를 펴니 월척이...
11월초 600고지 전투를 끝으로 대를 접었다.
15대나 되는 대를 방안에서 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파트 마당에 펴면 남들이 처다 볼 것이고, 하는 수 없이 가까운 지수지로 갔다. 받침대를 있는 대로 높이 걸고 10대는 지렁이 한 마리씩 달아 던져 놓고 나머지는 서리가 내린 제방에 펴서 말렸다. 그렇게 말린 대에다가 콜드크림을 바르지 않고 아직 차에 싣고 다닌다는 것은 언제나 때가 되면 재범을 저지르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있었다.
토요일 밤하늘을 바라보니 달이 구름 속에서 예쁜 얼굴을 내미는데 바람도 없고 날씨가 푸근하다. 지금 같으면 밤낚시도 되겠다는 생각이 나를 몸살나게 한다.
산책을 간다고 나와 낚시점에 들러 지렁이를 사면서 물으니 풍산에 있는 여자지에서 잔 씨알이 나온다는 것이다.
일요일 아침, 잠자는 마누라 몰래 빠져 나와 해장국 한 그릇 뚝딱하고 저수지로 향했다. 이미 몇 사람의 골수꾼들이 대를 펴고 앉아 있다. 여름 가뭄때 물이 빠지고 그 자리에 갈대가 무성하게 자랐다가 다시 물이 차면서 갈대가 싹아 이리저리 헝클어져 있었다. 한 바퀴 들러 보다가 겨울낚시는 수초 구멍이 좋다는 생각을 하고 수초가 가장 많은 곳에다 대를 편다.
입질이 예민하다는 생각에 짧은 표준 찌로 조정을 하니 채비가 들어가지를 않는다. 어렵게 15호에서 32호까지 5대를 펴서 지렁이를 말아 끼워 던져 놓고, 21호 한 대를 쌍바늘 채비를 해서 긴 찌로 떡밥을 달아서 시험하기로 하였다.
9시 경, 아침해가 떠올랐으나 날씨가 흐리고 바람도 안개도 없다. 옆에 꾼은 빨간 떡밥으로 잔챙이를 잘도 올리는데, 드디어 나에게도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지렁이를 물고 살금살금 올리다가 끌고 가는 놈들은 6치에서 7치들이다. 간혹 8치가 수초속에서 앙탈을 부리다가 나오는데 가을만큼 힘이 세지는 않다. 더구나 수초 속이니 들어서 올려야 하니 손맛은 없으나, 그렇게 2시까지 30여수를 했다.
겨울치고는 좋은 성과이고 점심으로 라면을 끓이려다가 입질도 뜸하고 바람이 가볍게 일어나 철수키로 작정하고, 떡밥을 달았던 21호에다가 지렁이를 한 마리씩 달아 던져 놓고 담배를 피워 물고 의자에 편하게 앉았다.
이미 지렁이도 바닥이 나서 작은 놈으로 달아 놓고 담배를 피우는데 24호 대의 찌가 물 속에 있다가 무겁게 한 마디를 올리다가 정지하는 것이다. 뜸해진 입질, 가볍게 부는 바람, 무겁게 올라오다가 정지하는 찌... 대물이 왔다는 직감을 하고 낚시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찌를 노려보는데, 갑자기 왼 쪽의 21호대 낀 찌가 점잖게 올라오는 것이다.
신나게 챔 질!
그 순간,
핑 하는 피아노 줄 소리,
놈은 한번 점프를 하더니 갈대 속으로 파고들었다.
분명히 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월드 프렉스 경질대 21호, 대는 270도로 휘어지고, 수초 속에서 생사의 탈출을 시도하는 놈과 놓치지 않으려는 꾼과의 대결이 3분 정도 계속된다. 원줄은 3호, 목줄은 케브라 2호, 그런데 바늘이 붕어 7호 그것도 쌍바늘 채비, 내가 불리한 입장이다.
왼쪽으로 파고드는 놈을 오른쪽으로 당기니 이번에는 또 점프를 하더니 우측 24호대를 뛰어 넘어 갈대 속으로 파고든다. 1분 정도 씨름을 하더니 놈도 지쳤는지 당겨져 나오는데, 그만 바늘 하나가 갈대 줄기에 걸리고 말았다.
연줄기 만큼이나 강한 갈대줄기, 이미 줄을 2번이나 터트린 경험이 있어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만의 월인데 아쉬운 생각이 든다. 놈은 수초 위에 허연 배를 들어내고 있지만 갈대를 걸었으니....
하는 수 없이 대를 접으면서 줄을 잡고 슬그머니 당기니 다행히 갈대줄기가 부러지면서 끌려나오는 것이다. 놈도 지쳤는지 도살장의 황소 마냥 저항도 없이 수초 위로 미끄러져 나왔다.
손으로 계측을 하니 작은 뼘으로 두 뼘, 32cm는 되는 것 같다. 망태를 펴지 않고 쓰레기 봉투 속에다 고기를 담았기에 함께 넣었더니 계속 푸덕거린다. 월은 쌍으로 온다는 생각을 하고 다시 채비를 넣었다. 얼마 후 32호 긴 공작 찌가 끝까지 올라오더니 바람에 흔들거린다.
챔 질을 하고 개 끌 듯 강제 집행.
우당탕, 철퍼덕거리며 올라온 놈을 번쩍 들어 올리니 아쉽게도 29cm 정도다.
이제는 지렁이가 없어 못한다. 배도 고프다. 4시경 철수를 했다.
3월부터 11월까지 주 3회 정도 출조를 했으나 월 2마리로 마감을 하려 했는데 또 한 마리가 잊지 않고 물어주니 고마운 생각이 든다. 접었던 대를 펴고 월을 했으니 행운인가 보다. 아직 얼음이 얼기까지는 시간이 있고, 또 얼음 구멍치기도 남았다.
붕어 9호 외바늘 채비를 해야겠다. 영점 찌도 맞추고.....아직 한 달이 남았다.
11월초 600고지 전투를 끝으로 대를 접었다.
15대나 되는 대를 방안에서 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파트 마당에 펴면 남들이 처다 볼 것이고, 하는 수 없이 가까운 지수지로 갔다. 받침대를 있는 대로 높이 걸고 10대는 지렁이 한 마리씩 달아 던져 놓고 나머지는 서리가 내린 제방에 펴서 말렸다. 그렇게 말린 대에다가 콜드크림을 바르지 않고 아직 차에 싣고 다닌다는 것은 언제나 때가 되면 재범을 저지르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있었다.
토요일 밤하늘을 바라보니 달이 구름 속에서 예쁜 얼굴을 내미는데 바람도 없고 날씨가 푸근하다. 지금 같으면 밤낚시도 되겠다는 생각이 나를 몸살나게 한다.
산책을 간다고 나와 낚시점에 들러 지렁이를 사면서 물으니 풍산에 있는 여자지에서 잔 씨알이 나온다는 것이다.
일요일 아침, 잠자는 마누라 몰래 빠져 나와 해장국 한 그릇 뚝딱하고 저수지로 향했다. 이미 몇 사람의 골수꾼들이 대를 펴고 앉아 있다. 여름 가뭄때 물이 빠지고 그 자리에 갈대가 무성하게 자랐다가 다시 물이 차면서 갈대가 싹아 이리저리 헝클어져 있었다. 한 바퀴 들러 보다가 겨울낚시는 수초 구멍이 좋다는 생각을 하고 수초가 가장 많은 곳에다 대를 편다.
입질이 예민하다는 생각에 짧은 표준 찌로 조정을 하니 채비가 들어가지를 않는다. 어렵게 15호에서 32호까지 5대를 펴서 지렁이를 말아 끼워 던져 놓고, 21호 한 대를 쌍바늘 채비를 해서 긴 찌로 떡밥을 달아서 시험하기로 하였다.
9시 경, 아침해가 떠올랐으나 날씨가 흐리고 바람도 안개도 없다. 옆에 꾼은 빨간 떡밥으로 잔챙이를 잘도 올리는데, 드디어 나에게도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지렁이를 물고 살금살금 올리다가 끌고 가는 놈들은 6치에서 7치들이다. 간혹 8치가 수초속에서 앙탈을 부리다가 나오는데 가을만큼 힘이 세지는 않다. 더구나 수초 속이니 들어서 올려야 하니 손맛은 없으나, 그렇게 2시까지 30여수를 했다.
겨울치고는 좋은 성과이고 점심으로 라면을 끓이려다가 입질도 뜸하고 바람이 가볍게 일어나 철수키로 작정하고, 떡밥을 달았던 21호에다가 지렁이를 한 마리씩 달아 던져 놓고 담배를 피워 물고 의자에 편하게 앉았다.
이미 지렁이도 바닥이 나서 작은 놈으로 달아 놓고 담배를 피우는데 24호 대의 찌가 물 속에 있다가 무겁게 한 마디를 올리다가 정지하는 것이다. 뜸해진 입질, 가볍게 부는 바람, 무겁게 올라오다가 정지하는 찌... 대물이 왔다는 직감을 하고 낚시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찌를 노려보는데, 갑자기 왼 쪽의 21호대 낀 찌가 점잖게 올라오는 것이다.
신나게 챔 질!
그 순간,
핑 하는 피아노 줄 소리,
놈은 한번 점프를 하더니 갈대 속으로 파고들었다.
분명히 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월드 프렉스 경질대 21호, 대는 270도로 휘어지고, 수초 속에서 생사의 탈출을 시도하는 놈과 놓치지 않으려는 꾼과의 대결이 3분 정도 계속된다. 원줄은 3호, 목줄은 케브라 2호, 그런데 바늘이 붕어 7호 그것도 쌍바늘 채비, 내가 불리한 입장이다.
왼쪽으로 파고드는 놈을 오른쪽으로 당기니 이번에는 또 점프를 하더니 우측 24호대를 뛰어 넘어 갈대 속으로 파고든다. 1분 정도 씨름을 하더니 놈도 지쳤는지 당겨져 나오는데, 그만 바늘 하나가 갈대 줄기에 걸리고 말았다.
연줄기 만큼이나 강한 갈대줄기, 이미 줄을 2번이나 터트린 경험이 있어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만의 월인데 아쉬운 생각이 든다. 놈은 수초 위에 허연 배를 들어내고 있지만 갈대를 걸었으니....
하는 수 없이 대를 접으면서 줄을 잡고 슬그머니 당기니 다행히 갈대줄기가 부러지면서 끌려나오는 것이다. 놈도 지쳤는지 도살장의 황소 마냥 저항도 없이 수초 위로 미끄러져 나왔다.
손으로 계측을 하니 작은 뼘으로 두 뼘, 32cm는 되는 것 같다. 망태를 펴지 않고 쓰레기 봉투 속에다 고기를 담았기에 함께 넣었더니 계속 푸덕거린다. 월은 쌍으로 온다는 생각을 하고 다시 채비를 넣었다. 얼마 후 32호 긴 공작 찌가 끝까지 올라오더니 바람에 흔들거린다.
챔 질을 하고 개 끌 듯 강제 집행.
우당탕, 철퍼덕거리며 올라온 놈을 번쩍 들어 올리니 아쉽게도 29cm 정도다.
이제는 지렁이가 없어 못한다. 배도 고프다. 4시경 철수를 했다.
3월부터 11월까지 주 3회 정도 출조를 했으나 월 2마리로 마감을 하려 했는데 또 한 마리가 잊지 않고 물어주니 고마운 생각이 든다. 접었던 대를 펴고 월을 했으니 행운인가 보다. 아직 얼음이 얼기까지는 시간이 있고, 또 얼음 구멍치기도 남았다.
붕어 9호 외바늘 채비를 해야겠다. 영점 찌도 맞추고.....아직 한 달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