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치,6치,8치, 월척. 그리고 4짜 붕어



폭염뒤 또 다시 폭우가 잡혀있다는 일기예보.

다행히 제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는

큰 비가 아니어서 출조를 해보았습니다.

 

비 예보가 있으면 어김없이 저수율이 빠졌던

저수지들을 체크해서 수위의 오름을 확인하는데

아직까지는 수위변동이 크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고르고 고르다 찾아간 저수지.

산세좋고 공기 좋은 저수지는

약간의 오름수위를 보이고 있었죠.

 

아직은 저수율이 좋지 않아서

제방에 앉을지 중류권에 앉을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중류권 마름이 열린곳에 자리를 잡아보려합니다.

 

육안으로는 수심이 낮아 보이나

한발자국씩만 앞으로만 나가면

뚝뚝 떨어지는 수심.

간단히 자립발판으로 밤을 세볼랬는데,

작은 좌대를 펴야될거 같더군요.

혹시 모를 수위 변동에 좌대 발을 길게 빼고

세팅을 하는데 먹구름과 바람이 불어 오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순식간에 저수지는 어두워지고

급작스럽게 내리는 많은 비로

농로에서 흙탕물이 내려오고

수위가 오르는게 느껴집니다.

잠시 비를 피해 시간을 두고

수위를 지켜봐야될거 같은 상황.

 

처음에는 비가 퍼붇다 멈췄다를 반복하더니

이제는 멈출생각을 안합니다.

안전을 위해 낚시를 해얄지 말아얄지...

차안으로 피신한지 벌써 두시간째.

그안에 간단히 저녁을 먹고 휴식도 취했습니다.

 

밤 9시가 되어가는 시각.

일기예보에 비소식은 없지만

비는 더 거세집니다.

' 아~~이대로 철수를 해야하나... '

여러가지 생각으로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 한시간만 더 지켜보자. '

 

꾼의 바램과 기다림에 반응이라도 하듯.

거칠게 내리던 빗줄기는 서서히 힘을 잃고

밤 10시가 되어서 세팅을 할수 있게 되었죠.

 

바닥을 찍어보니 오른쪽은 육초대에 잠긴것 같고

왼쪽으로 갈수록 바닥이 깨끗해지면서 깊어집니다.

0.8미터에서 1.6미터를 보이는 수심.

밤낚시를 즐기기엔 알맞은 수심으로 보여집니다.

그에 맞게 대편성도 짥은대 위주로 폈습니다.

짧게는 20대부터 길게는 28대까지.

바닥이 깨끗해지는 부분이 시작되는 곳에

떨어뜨린 찌들은 채비를 거둬들일때는

잘 올라 오는가 싶다가도 육초대의 언저리에서

턱하니 걸리면서 잡풀들을 걸고 올라옵니다.

한번씩 걸려 올라오는 수중의 풀들의 냄새를

맡아보는데 아직은 썩은내가 안나는것이

한번쯤은 육초대로 녀석들이 붙을거 같은

예감이 듭니다.

 

그리고 그 예감은 맞아 떨어지는듯

대편성이 끝나고 한시간쯤 지났을까요~

정면의 20대의 찌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오르기 시작합니다.

쉼없이 오르는 찌오름이 이렇게나 높았나 싶을 정도로

오랜만에 높은 찌오름에 8치급의 붕어가 나와줍니다.

 

그리고 기념촬영을 남겨주는 사이

옆에 22대와 오른쪽의 26대가

동시에 올라와 있는게 보이더군요.

 

순간 멍하다가 챔질을 했더니

5치, 6치 붕어가 옥수수를 물고 있습니다.

' ㅋㅋㅋ 너네 뭐냐~~ '

 

한 두달간 이 저수지를 지켜봤는데

낚시인이 한명도 않보였거든요!

낚시인들이 먹이를 안줘서 배고팠던건지 아님

순진한건지, 작은 붕어들의 식탐이 대단합니다.^^

 

저수지는 다시금 폭풍속으로 빨려 들어가려는듯

저멀리 높은 산자락에서부터 내려오는 먹구름이

저수지를 조금씩 먹어 들어갑니다.

 

금방이라도 또다시 퍼부을 공격을 준비하는 구름떼.

그러나 다행히도 한번씩 불어오는 돌풍만 일뿐.

가랑비만 오락가락합니다.

 

자정이 넘어가면서 잠잠했던 찌불들에 반응이 찾아오고

맨 우측 수심 낮은 0.8미터권에서

점잖은 오름이 보입니다.

정점에 오른 찌불을 챔질했을땐

26대의 짧은대가 활처럼 휘고

혹시나 터져서 머리위 나뭇가지에

채비가 걸릴까 조마조마 했지만,

짱짱한 텐션을 유지한 끝에는

멋진 월척붕어가 올라와 줍니다.

 

5치부터 월척까지.

참 재밌는 저수지인거 같습니다.

 

저수지의 수위는 아주 조금씩, 조금씩 오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간혹가다가 맑은 밤하늘도 보여주고있죠.

월척 이후로 너무나 조용한 저수지.

새로운 옥수수미끼로 교체를 해주고

기지개를 펴며 새벽녘을 맞아봅니다.

 

새벽4시가 넘어가면서 주위의 사물들도

서서히 자신들의 모습을 들어내려는 시각.

저는 이시간의 찌불이 제일 밝게 느껴집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정면 26대에서 찾아온 입질입니다.

역시나 육초대 바로 앞으로 던져 높은 찌불은

두어번 꿈벅 거리더니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찌올림을 보여줍니다.

그리고는 육초대 앞으로 기어 들어오는 찌불!

챔질과 함께 짥은 낚시대를 연신 울려대는 녀석은

이전의 그것과는 비교가 될만한 손맛을 보입니다.

뜰채에 담겨서도 가만 않있는 녀석.

 

' 아따~ 쫌 가만히 있어봐라~

금방 놔줄께~~ '

상당히 무겁게 느껴지는 뜰채안의 녀석은.

' 우와~~

이거 4짜 되겠는데요! '

한손으로 집어 드는게 여간 어려운 체고.

역시 오짜한지찌의 찌르가즘은

언제나 흥분되게 하는군요.

날이 지날수록 점점 라떼가 되어가는 물속으로

다시 놔주기는 싫지만

그래도 오늘밤의 저수지 물은 시원합니다.

' 어서 가그라~~ '

' 숑! '

녀석을 보내고는 날은 빠르게 밝아옵니다.

그리고는 다시금 뿌려지는 빗방울

잠시 비가 멈추면 나가야지 하는 맘으로

흐릿해지는 찌불을 지켜보지만

이곳의 아침장은 없는듯,

붕어인지 잡어인지 모를 작은 녀석들의

찌 건드림만 보여질뿐입니다.

 

아침장이 지나가면서 비는 개이고

이제 철수길에 오를수 있을거 같네요.

오늘도 아니온듯 뒷정리후

저수지를 나갑니다.

시원하게 내려주었던 비와함께

적지만 미세한 오름을 보여준 저수지에서의

하룻밤낚시

 

운좋게도 기대했던 짧은대의 세팅에서

작은 붕어부터 4짜급의 대어를 만날수 있었던

기분좋은 하룻밤 낚시였습니다.

 

불과 작년 여름만해도 이런일은 없었던거 같은데

폭염도 일찍 왔지만 폭염뒤에 폭우가

정말로 무섭게 걱정됩니다.

 

입추와 함께 찾아온 비로

다소 시원하게 느껴지는 지금이지만

다시금 폭염이 떨어질거라고 합니다.

늦게까지 이어질거 같은 폭염과 열대야에

건강 잘 챙기시면서 출조 하시구요,

저는 다음주에도 기회가 된다면

그늘이 있는 곳을 찾아

하룻밤 낚시를 즐겨보도록 하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