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비 시공업에 종사하고 있는 황금빛잉어 입니다.
강원도 모 지역의 아파트 세대 내 이중관 배관 시공을 올 가을에 계약 했었고
이미 지금은 다 공사완료가 되고 대금 지급까지 마무리가 된 일이지만
참 좋은 추억이 있었어요.
당시 난관은 예상했지만 지방이다보니 함께 하려는 작업자들 구하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본래 제가 자주 맡는 일도 위생설비, 소방설비 등의 배관쪽이고
관공서나 군부대 등의 건물 하나를 전부 맡아서 설비 시공을 전체 진행하는 쪽이었는데
어찌하다보니 아파트 세대 관련 계약이 진행이 되어서 맡았다가
지방이기도 하고 아파트 작업을 싫어하는 작업자들이 많아서
기존의 직원들 이외에는 추가로 작업자를 구하는 게 참 쉽지가 않았습니다.
두개팀만 일단 꾸려 놓고 작업자가 모자라 구인광고를 냈어요.
자세하고 정확하게 일하는 내용과 임금, 일하는 시각, 휴식시간
그 밖에 휴무나 갑자기 쉬고 싶을 때 어찌 해야되는가 등등 자세하게 광고에 적었고
지원해준 분들과 통화를 해보고 느낌이 온다 싶은 분들과 작업 투입 전날 미리 만나보았습니다.
한 분, 한 분 따로 만나서 직접 얼굴을 보고 맥주 가볍게 대접하면서
소소한 이야기와 하는 일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를 주었고요
그렇게 두 친구가 식구가 되었습니다.
사실 건설현장 아르바이트라고 하면 시간 때우고 일당 받는 개념이고 심부름이나 하는 수준이며
급한 용돈이 필요한 학생들이 종종 찾곤 하기에 대부분 단기로 하루 이틀만 하려는 분이 많죠.
하지만 이 일은 용역업체를 통한 일도 아니고, 단순히 물건만 나르라고 시키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책임감 있게 또는 부지런히 일해줄 친구들이 필요했고
저도 편견이나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 사람이라
에이.. 요새 젊은 알바생들...이렇게 미심쩍어하며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어쩐답니까.
세상에 이런 친구들 또 못볼 것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성실합니다. 영리합니다. 예의 바릅니다.
하나를 말하면 둘을 알아듣고, 조금 귀찮은 일 시키더라도 군소리 없이 다녀옵니다.
기존 작업자분들에게 예의 바르고 일 하나를 시켜놓으면 메모해가며 꼼꼼하게 합니다.
둘만 작업시켜놓아도 가끔 실수하는 것 빼고는 대체로 정확하게 일하고
형님형님 해가며 제가 현장에 들어갈 때 좌우로 붙어서 보고도 하고
사석에서도 무척 잘 따라주니 제 스스로도 참 이 친구들이 대견하고
술도 마시고 싶다는 친구에 한해서 아낌없이 사주었고요
귀가하는 길엔 늘 두 녀석 택시비와 담배 2갑은 주머니에 넣어 보냈었지요.
설비 현장엔 간식이란 게 없는데요... 저는 그래도 꼬박꼬박 하루 두 번은
길다란 캔커피를 작업 세대로 올려보내거나
흡족한 날엔 귀찮지만 차를 끌고 나가 스타벅스 커피라도 올려보내곤 했었습니다.
배고프다며 땡깡 겸 귀여움을 떨면 과자나 빵도 급히 사다가 주곤 했네요.
그 중 한 친구가 말하더군요
정확한 구인광고 내용이 믿음이 갔고, 통화할 때와 맥주마시며 면접볼 때
최악이라고 가정한 상황을 설명하며 가장 힘들 때의 일이 이 정도고
보통때는 이렇다는 식으로 정확하게 말씀해주신 게 일에 대한 두려움을 잊을 수 있게 했고
급여방식과 날짜에 대한 정확한 이야기를 해준 게 신뢰가 갔다더라고요
조금 젊은 친구들에 대한 의심도 있고 구인광고 내면서 고심을 했지만
이런 괜찮은 친구들이 나타나줘서 당시에 참 기뻤습니다.
이런 친구들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어
이번 아르바이트 기간이 끝나고 후에 할 일이 마땅치 않아
앞으로 건축설비쪽에 일을 하고 싶다면
저에게 오라고 누차 말해두었었습니다.
술자리에서 제 말을 농담으로 들었을런지는 몰라도
그 친구들은 저에게 참 소중한 인식을 심어준 청년들이고
제가 어려울 때 힘이 되어준 친구들이라
무척 고맙고 감사합니다.
단지 월급 이외에 돈 몇 푼 더 넣어준 것으로 제 고마움의 표시는 끝났지만
제 마음 속에는 오래도록 한 귀퉁이를 자리잡을 친구들이었어요.
다음에 이 친구들과 함께 하지 못할 경우에도
이제는 좀 더 믿고 구인광고를 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정확하게 설명하고 가장 힘들때와 쉬울때의 일 차이도 설명하고
위험요소나 주의사항 잘 설명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일이 바빠도 탄력있게 쉬고 싶다면 쉬게도 해주고 자잘한 실수는 꾸지람 않고
아침에 차가 밀려 지각하는 것 정도는 쿨하게 넘어가주면
미안해서 더 열심히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어쨌거나 그 공사가 마무리 된 이후에도
저는 강원도에 내려가 두 동생들과 종종 소주잔을 기울이곤 합니다.
제게는 참 소중한 인연이고 신뢰가 오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 사람들이라
오가는 차비와 시간이 아깝지 않고, 얇아지는 지갑 역시 신경쓰이지 않습니다.
오늘도 전화가 왔네요.
형님 무탈하게 연말 잘 보내시라고
형님 어깨 자꾸 아프시면 이제 돈 못버니까 자기들이 술 사겠다고요.
세상은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저는 제 깜냥에 비해 복이 많은 사람 같기도 하고요.
좋은 인연 잃지 않도록 항상 힘써야겠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모든 월척 선후배님들께 따뜻한 크리스마스 이브이기를 기원합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건축 현장 아르바이트 학생들.
-
- Hit : 3898
- 본문+댓글추천 : 0
- 댓글 31
알바생들도 멋 있구요
앞으로도 그렇게 멋스럽게 살아가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쭈~~~~욱!
요약을 좀 해야하는데 실력 부족입니다.
하하하 그래도 다 읽어주세요 헤헤~
로데오님// 멋있는 사람은 전혀 아니고요
복은 많으니까 복덩어리 선후배분들 잃지 않게 노력할께요
덕담 감사합니다!!
바 탄거만 빼고ᆢ굴뚝없어 산타 할수도 없고ᆢㅎㅎ
행복한 성탄 되세요~♥
^_________^ 약주는 쬐금만 드시고 같이 케이크 놓고 캐롤도 부르시고요~
착한(척?) 아우님 복인 것 같아요. ^^"
저의 어린 시절을 보는 듯 합니다.
날개는 괜찮쥬?
몸관리 잘하셔서 후닥 나으시고요.
내년에 서울과 대전 중간인 봉재에 출조한번 하시죠. .
크리스마스 즐겁게 보내시고 행복한
연말 보내세여. .
딸아이가 방학 때면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사회 경험도 쌓으면 도움이 될 같았고 스스로 하겠다기에 말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번 돈은 학비에 보탠다기에 대견스러워했었지요.
그렇지만 냉엄한 사회는 딸아이에게 상처도 주었지요.
그 또한 생생한 경험으로 험난한 세상 헤쳐나가는데 새겨야 할 공부였을지 모릅니다만,
황금빛잉어님처럼 따뜻하게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보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글을 읽으며 입가에 미소와 함께 님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옵니다.
훈훈한 인연 오래도록 이어나가시고
언제나 '참 좋은 사장님' 으로 남으시길 바랍니다.
쉽지만은..않은거 같습니다...
좋은 인연도..그자신의 그릇됨에 나타나지는거 같습니다..
요몇일..황금빛잉어님의 글을 볼때마다..
참 좋으신 분이라는걸 느끼고 합니다..
축하드립니다..좋은인연 만나셔서..^
앞으로도 행복만이 가득하세요~~^^
오는 마음도 고운..
새해에도 즐거운 일들만이 가득하세요... ㅎㅎ
다 내 하기 나름이죠. 그쵸?
속으신 겁니다. ^^"
두 녀석 모두 참 괜찮은 사람들이었어요.
아주 바르고 교육 잘 받았다는 느낌을 함께 일하던 내내 받았습니다.
피터™님// 오오!! 저의 착한(척)을 알아보시다니!!!
선배님 다른 분들께는 비밀입니다 하하
소풍님// 선배님이 소주 한 잔 사주시면 다 나을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 안주는 새우깡 한봉지 놓고 편의점 앞에서 홀짝~
미끼머쓰꼬님// 맞아요. 참 멋진 친구들이었어요.
그래서 고맙고 기분도 좋고 그래요.
영준아빠님// 넵 안그래도 내년에 물낚시 시작되면
봉재지 내려갈테니 영준아빠님 물가에서 꼭 뵙도록 해요~~^^
아부지와함께님// 선배님 따님 이야기는 읽다보니 참 쓴웃음이 납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다면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경험으로 남았을텐데...
해주신 말씀처럼 앞으로도 직원이나 혹여 아르바이트 하는 청년들에게
늘 따뜻하게 보듬을 수 있게 마음 넉넉하게 먹겠습니다.
낮낚시조사님// 피터 선배님 말씀처럼 저한테 속고 계신겁니다.
하하하 저는 좋은 사람도 아니고 따뜻한 사람도 아닙니다.
오직 피터형님을 삥뜯기 위해서 작업 중입니다 헤헤~
톡™님// 헤헤 이제 내일은 크리스마스고 곧 연말입니다.
항상 조심조심 다니셔서 다치지 않게 주의하시고요
감기도 조심하시고 늘 건강하셔요!!
효천님// 선배님 얼음낚시 갈 때
아우 챙겨줄 장비 한 무더기 가져오실것이라 짐작해봅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우하하하하하
이제 제가 삥을 얼마나 뜯을지도 짐작하고 계시죵? 하하
가볍게 봉돌 20개만 받겠습니다.
나보다 못생긴 골든 잉어님~~^^
즐겁게보내세요~~
황금빛잉어님 마음이 더 좋아 보입니다
저도 예전에 정말 열심히하고 성실했는데 말이죠
저한테는 좋은분들이 비껴가시네요 ㅜ
저도 실내건축을 전공했습니다..
차석졸업에 경북도지사 님에게 상까지
받으며 열심히엇지만 지금은
전공을 살리지못하여 전혀다른 업에
종사하고잇습니다..
생각해보면.. 제게 확신을 세워준
멘토같은분이없었기에 그저 주어진
신분에 충실햇을뿐 꿈을 꾸지못한거
같습니다. 조금 후회도 됩니다.
잉어선배님같은 인연이 잇엇더라면
제게도 꿈을 심어줄 멘토가잇엇더라면
생각에 잠겨봅니다.^^...
그럼요~
요즘 젊은이들 똑똑하고 신뢰할수있는 사람 생각외로 아주 많습니다.
새해에도 사업번창 기원합니다.
요새 젊은 학생이나 20대 청년분들 중에 정말 성실하고 열정적인 분들 많더라고요
제가 만나본 두 친구의 경우에도 참 내 동생 삼고싶은 녀석들이라
오래오래 연락하고 지내야겠어요. (참고로 전 황금빛 잉어입니다 하하하 붕어 아닙니당~)
덕산토종붕어님//앗 건축 전공이시군요. 괜히 더 반갑고 그렇습니다. ^^
연이 잘 닿아서 계속 그쪽에 계셨으면 건축대전 같은데서 상도 받고
유명한 설계자가 되셨을텐데.... 안타깝네요.
저는 연출전공하고 광고회사 한 군데에서 12년을 보냈었는데요
지금은 전혀 뜬금없게 아버지가 하시던 건축 설비 시공업을 하고 있어요.
ㅠ____ㅠ 저나 덕산토종붕어님이나 같은 입장이네요.
크리스마스 넉넉한 마음으로 땃땃하게 보내셔요!! 화이팅!!!!!!!!
소요님// 아녀요~ 좋은 친구들이 찾아든 게 행운이었고요
저야 뭐 운이 좋아서 좋은 인연이 된 거예용.
저는 그런 사람들이 곁에 머물러 줄 때 꽉 잡아야겠어요 헤헤~
이것도 기술이라면 기술이겠죠?
그림자™님// 그림자님 늘 글에 친절히 댓글 주셔서 감사해요.
크리스마스 뜨끈하게 보내시고요,
남은 연말에도 음주도 신나게 하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시고
든든하게 보내셔요~~~ :)
소박사님// 저보다 쪼~~~~~금 잘생기신 소박사님
약주 과음하지 마시고 화장실을 꼭 잘 찾으셔서
뚜껑도 꼭 열고 볼 일 보세용~~
징글벨 되시길 바랍니다
잉어선배님^^
감기도 조심하시고요.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래요 ^^
덕산토종붕어님// 옙. 완전 예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기분좋게 행복하게 따뜻하게요~~~!!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시고요~!!
고용주가 너무 돈가지고 장난치는게 싫어서
그만 둔 경운데
황금빛 잉어같은분 밑에서 일했다면
지금도 도비를 하고 있겠죠!!!
덕분에 짠~한 기분였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메리 크리스 마스
글 읽으면서 제가 다 흐믓한 감정을 느낀 글 이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한해 더 좋은 일만 생기시길...
신뢰...끝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