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이번엔 어디로 갈래?"
"동해요!"
머뭇거림 없이 아들넘은 쉽게 답을 줍니다.
아들과 둘이 떠난 지난 두 번의 동해 쪽 나들이,
한 번은 비가 오고 한 번은 태풍이 불어 고생만 했던 추억이었을 텐데
애비가 바다를 그리워하고 바다낚시를 하고픈 마음을 알았나 봅니다.
실상은 꼭히 만나뵈야 할 분이 있었기에 포항 쪽으로 일정을 미리 계획하고 있었지요.
다른 곳을 가자 했으면 집요한 꼬드김이 있었을 것인데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작년부터 시간이라는 제약 때문에 미루어왔던 소중한 만남,
이제야 겨우 약속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혹여 폐를 끼칠까 돌아오는 길에 뵈려고 했는데 극구 출발 전에 전화하라고 하시곤
길을 찾지 못할까 봐 마중까지 나오시고 맛난 헛개갈전탕을 대접해 주시더니
가고자 했던 포인트 상황을 전날 답사까지 하면서 아들과 즐길 수 있는 장소를
군데군데 친절하게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리곤 오후 시간 일부러 시간을 내셔서 함께 낚시하려고
바다장비를 챙기시고 저녁으로 삼겹살까지 준비하셨습니다.
그런데 출발 전부터 몸 상태가 개운치 않아 걱정하였는데
밤이 오자 어둠처럼 다가와 정수리를 무겁게 눌러버립니다.
배는 고픈데, 술잔을 기울이며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데…
기껏 소주 한잔과 삼겹살 몇 점, 밥도 세 숟가락밖에 먹을 수 없었습니다.
남겨진 음식이 버려질 때,
따뜻한 정이 무참히 버려지는 것 같아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함께 밤을 새우고자 텐트까지 준비하셨는데…
억지로 보내드려야만 했습니다.
밤바다를 바라봅니다.
바다는 말이 없는데,
나는 자꾸 말을 걸고 있다.
바다는 숱한 말을 품고 있는데
그저 침묵할 뿐이다.
말이 없던 바다는
밤이 깊을수록 담았던 숱한 언어를
파도에 실어 나를 깨운다.
아침처럼 일깨운다.
일어나니 한결 몸이 가벼워짐을 느껴
서둘러 요기를 하고 전날 일러주신 포인트로 이동하였습니다.
씨알 잔 보리멸, 양태를 잡으며 父子는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회를 썰어 아들 한 점, 나 한 점,
비록 쬐그만 회였지만 맛있는 추억이 입안 가득하게 배어납니다.
귀한 시간 내어주시고 많은 것을 베풀어주신
산골붕어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송구한 마음입니다.
고맙고 송구한 마음을 전하며…
-
- Hit : 1807
- 본문+댓글추천 : 0
- 댓글 18
재미난 여행다녀오셨네요
ㅎㅎ 저도 며칠전에 동해에서 보리멸하고 양태밖에 못 잡았습니다
그놈의 복어들은 어찌나 많은지..ㅎㅎ
예감도 좋질 않아 계속 걱정 했었는데
무탈하게 귀가 하셨다니 다행입니다.
부자지간의 다정한 여행의 장면들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작년 여름 저도 아들놈과 포항에 가서
산골선배님께 신세를 졌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산골붕어 선배님과의 첫 만남이었고요,,,
좋은 생각을님도 그때 뵈었습니다.
가슴에 담아 오신 여행의 잔잔한 여운으로
편안한 여름 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늘 건강 챙기시기 바랍니다. ^^
산골붕어님 만나뵈었군요.
선배님도 오랫만이구요.
잘 보내셨습니다.
미리 잡혀있던 유격훈련으로 뵙지를 못했습니다.
좋은날 또 뵐수있기를 ......
건강 하십시요.
울산 가까이 오셨으면서...
소중한 가족 여행 부러울따름입니다
늘 강건하시길 바랍니다.
잔잔한 이야기가 그려 집니다.
산골붕어님하고 친해져야 한다는 사명감이`~ 갑자기`~!!
울아부지께서는 어제 오마님이 힘든 노동을 하시고서는 다리에 쥐가 나서 아프다고 고래고래 소릴 지르시는데, 옆에서 웃고 계셨답니다.
울아부지는 도데체 왜 그르시는 걸까요? ^^;
안녕하신지요~~?
크~~~~~~아부지~~~~^^
좋으신분과의 조우...
오래도록 인연을 이어가십시요^^
예전에는 노래미도 잘 나왔었는데…
그래도 고기 구경은 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소풍님, 걱정스러운 안부 전화에 고마운 마음이었습니다.
문득 김춘수 님의 '꽃'이 생각났습니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붕어와춤을님, 입맛 다시는 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회가 땡깁니다.ㅋ
너무 적게 잡아 점심을 횟밥으로 대신했습니다.
언제 한 번 선상낚시 같이 했으면 참 좋은데, 자유스럽지 못해 안타깝네요.
좋은 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한 번 만들어 볼께요.
피러! (근데 전 이렇게 부르는 게 훨씬 정감있는 것 같아서…ㅋ)
조금만 더 움직이면 될 것을…
그리하지 못함은 좀 더 여유로운 시간을 갖기 위해서라고 굳이 변명해 봅니다.
漁水仙님, 일 년에 겨우 한 번 갈 수 있는 시간입니다.
전 오히려 漁水仙님이 부러울 뿐입니다.⌒⌒
님께서도 늘 강건하시길 바랍니다.
친해져야 한다는 사명감, 가지셔도 됩니다.^^
그려유~산골붕어님 참 좋은 분이어유~
소박사님도 참 좋은 분이시쥬^^
에~공~ 이박사님,
저는 잘해 준 것 없는 못난 애비라 일 년에 한 번 시간을 내어준 것밖에 없심더.
크~~~~~~아부지~~~~^^
로데옹님,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립니다.⌒ ⌒
그림자님, 1박 2일의 짧은 휴가였습니다.
그림자님을 포함한 좋은 분들과의 인연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아님,초고수의 척~하는 개그잉교?
추억을 한 장 더 만드셨군요.
저는 발 달린거만 좋아해서
회는 그닥....ㅎㅎ
호호백발 될 때까지 돈다발이 백화만발처럼 피어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