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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닦는 어르신

구두 닦는 어르신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구두 닦는 어르신 옷깃을 단단히 여미게 만드는 싸늘한 바람을 맞으며 한산한 길을 걷고 또 걸었다. 발걸음이 멈춰선 곳은 버스 정류장 근처의 점포였는데 그 곳은 손님의 구두를 닦아주기도 하고 고쳐주기도 하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고 허름한 곳이었다. 구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구두에 길을 들일 요량으로 그 곳에 발을 들여놓았는데 곧 나는 슬리퍼를 신고 적게 잡아도 예순 중반의 나이로 보이는 어르신께 내 구두를 맡겼다. 슥.슥.슥.슥... 어르신은 약간의 천조각을 손에 둘둘 말고 이내 구두를 정성스레 닦기 시작하였다. 난로에서 올라오는 훈훈한 열기와 규칙적인 구두 닦는 소리는 매서운 바람과 차가운 기온에 저항하느라 얼어버린 내 몸을 기분좋게 풀어주었고 금새 한결 부드러워진 마음가짐으로 난 어르신을 살폈다. 슥.슥.슥.슥.... 어찌나 수월해 보이는지 그 어떠한 무리도 찾아볼 수 없었다. 구두약을 묻히고 정성스레 천조각으로 닦고 그러하기를 여러차례... 맞은편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는 마치 구두와 어르신이 하나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대체 얼마나 이 일을 하신 것일까. 일견하기에 불규칙해 보이는 손놀림이었는데도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별반 힘을 들이지 않는 것 같은데도 구두는 어느새 광이 나고 있었다 우격다짐이 아닌 힘을 집중시켜야 할 때 적절하게 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구두를 닦는 순간만큼은 티끌 만큼의 잡념도 떠올리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차분히 보고 있자니 문득 부끄러움이 떠올랐다. 이렇게 단순해 보이는 일에도 무아지경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사람일진데 나는 어찌 매사에 무엇을 얻고자 그리고 결과를 내고자 집착을 가지는 것일까. 결국 내 마음은 이루고자 하는 탐심으로 가득찬 "욕심항아리"에 불과한 것인가. 어떤 일에 대해 조금의 정도라도 잘 할 수 있게 되면 마치 그것에 통달하기라도 한 양 생각하는 내 심성의 경박함과 내 눈의 교만함 주위의 칭찬에 금새 우쭐하는 내 입술의 천박함. 어르신의 모습에 비견되는 내 모습은 이랬다. 어르신은 다 닦여진 구두를 한 번 천천히 살피고는 만족스러운 웃음과 함께 내게 구두를 내미셨다. 나는 구두를 신고 셈을 치르고 나오면서 몸을 돌려세웠다. 그리고 어르신을 바라보며 머리를 깊게 숙였다. 비단 구두를 닦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뿐만은 아니었던 것을 어르신은 알고 계실까... 다시금 싸늘한 바람을 맞으며 한산한 길을 걷고 또 걸었다. 하지만 옷깃을 여미지는 않았다. 더 이상 춥지 않았기 때문이다. p.s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아~!! 요건 예전에 천호동 모 거리를 걷다가 들른 구두방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이 일도 한 10년쯤 지난 일인것 같네요. (최근 습작조행기에서 이 글을 인용해서 쓴 바 있네요 ^^;;) 눈오고 날도 춥습니다. 선배님들,후배님들 모두 길 조심하십시옹~

네 ^^*

좋은글이네요

잘보고 갑니다 ㅎㅎ












지 인 짜루~~~~~/
캬~~~~~~~~~
왠지 뭉클해지고 가슴여미네요
한치앞도모르는게 우리네 인생일진데
무엇에 그리도 집착하고 욕심과 탐욕에 눈이멀어
한치앞도모르는길을 이리도 싸늘하게 내딛었는지
자연스레 고개숙여집니다
좋은글 잘읽고갑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달에 좋은 마음 잠시나마 가져봅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좋은한해로 잘마무리들하시길바라며
연말연시 음주 건강에 빨간불 입질올터 조심들하시고
다가올 새해에도 좋은 인연들 만드시며 언제나 아름다운 월척인이되시길바랍니다
"넌 내 인생에서 어떤 여자친구보다도 더 여자친구스러운 사람이었어" 
곽양이 그랬다지요.

"정말 신기해. 여성의 언어를 사용하는 남자가 있다니."
또 다른 곽양이 그랬었지요.

섬세하고 착한 시선이 좋습니다.
내 나이가 돼도 변치 마세요. 꼭.
그천조각이 융이라고 하는건데ᆢ

군대시절 쫄병때 밤잠 못자고 빨고 빨아ᆢ

구두약 다 빼내서 물어 담구엇다 고참들 군화 딲는데 썻엇네요~^^#
마음까지 닦으셨네요.^^



덕분에

제 마음도 닦아봅니다.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님의 시선에

저까지 훈훈합니다.

내일 넘치도록 한 잔 따라 드리겠습니다.
차분하게 따목 따목 쓰신 글이

가슴을 덮혀 줍니다ᆞ

경박,교만,천박이란 말씀에

찔립니다ᆞ

좋은 밤 되시길ᆢ
새벽출조님// 어르신!! 내일 왜 못오시는 건가요 ㅠㅠ

일출월장님// 넵. 글만 바르게 쓰는 게 아닌 행동도 바른 이가 되도록 애쓰겠습니다.
좋은 말씀 좋은 덧글 감사하게 잘 받았습니다. 꾸벅~

피터™님// 큰형님 내일 수원 안오셔서 전 변해버릴 겁니다.

매화골붕어님// 넵 융이라고 쓸까하다가 그냥 천조각이라고 썼어요.
어릴때 아부지가 매번 구두에 광을 내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

아부지와함께님// 저는 한참 멀었습니다. 아직 까마득한 어린애에요. 헤헤~

효천님// 헉... 저 소주 두병이 주량이라 많이 주시면 취합니다 ㅜㅜ

소풍님// 에이~ 월척 자유게시판 선배님들 멋진 분들인 거 제가 다 들어서 압니다용!!
박라울님// 제가 감사드립니다~~~~~~~~~~~^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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