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동에서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조옷 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튼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 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워메 지 랄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조옷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삽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가 흰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만한 떡시루들 뒤 엎은 듯
축사가 지붕도 폭삭 무너져 내렸다
조옷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은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의 미아가 된 듯 울부짖었다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조옷돼버렸쇼잉!
--오탁번의 (폭설)
그냥읽어보시길
붕어나라헛돈 / / Hit : 2509 본문+댓글추천 : 0
아침에 눈을 뜨니 정말 조옷 됐던적이 있습니다..
눈이 밤사이에 80센티가 왔더군요....
태백입니다.
고향 생각이 나는 데여
겨울에 눈 놓을라 없어요
소천도 아시쥬
조옷나게 어렵게지유 ㅜㅜ??
충청도 제천분 이시라는 사실입니더.
허버웃기는일 아입니꺼. 뭐 잘못쳐문것도 아니낀데
충청도 제천분이 와 구수한 남도 사투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