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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하룻밤

낚시 잡설 : 그녀와의 하룻밤 1 작년 이맘 때 쯤 이다. 고향 후배인 똘배와 주말을 이용해 충주호 2박 3일 출조를 계획하고 있었다. 장마철 오름 수위에 월척은 기본이고 사짜를 무 뽑듯 낚아낼 수 있다는 똘배의 말에 고무되어 나는 월요일 월차까지 내고 주말을 초조히 기다렸다. 따스한 커피를 홀짝이며 안온히 밀려오는 새벽의 피곤과 한기를 쫒고 있다. 물안개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수면에선 지루했던 기다림의 정적을 깨고 시나브로 슬금슬금 치솟던 찌불이 움찔 움찔 옆으로 게걸음을 치기 시작한다. 나는 그 순간 방아쇠를 당길 것인지 좀 더 기다릴 것인지를 고민하다 옆으로 움직이던 찌불이 다시 솟구치는 순간 힘차게 챔질을 한다. "부장~ 니~임! 큰 붕어를 얼마나 낚으시려는지 이번 주 내내 볼펜을 들었다 놓았다 하시는걸 보니 주말에 또 낚시가시나 보다. 주말에 낚시만 가지 마시고 저 외로운 김대리도 좀 챙겨 주셨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요. 호호호." 난 출조의 설레임과 흥분으로 대물을 낚는 상상을 하며 허공에 헛손질까지 해대었고 급기야 노처녀 김대리에게 조롱까지 당하고 있었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다니긴 했지만 똘배를 사부삼아 본격적으로 낚시를 다니기 시작한 것은 불과 삼년 전 부터다. 똘배와의 첫 출조에서 월척을 낚아낸 흥분과 설레었던 기억이 뇌리에 박혀 나도 여느 꾼들처럼 붕어의 노예가 되어 주말 만 손꼽아 기다리는 처지가 된 것이다. 주 중에는 여러 낚시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여러 열혈 꾼들이 올리는 조행기를 탐독하며 수전증을 달래었고 퇴근하면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찌맞춤 통 옆에만 붙어서 나름 채비 연구에 골몰했는데 뒤늦게 시작한 나의 낚시공부에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은 우리 집 강아지뿐이었다. 수요일 쯤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장마에 낚시 사이트에서는 오름 특수로 톡톡히 재미를 본 꾼들의 사짜 사진으로 도배가 되다시피 하고 있었다. 나는 연일 똘배와 낚시 사이트에서 얻은 충주호 관련 정보를 가지고 서로 수없이 전화질을 해대며 입낚시를 즐기느라 일주일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몰랐다. 드디어 금요일 비는 주 중 계속 내려 오름 수위 출조의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퇴근 후 허둥지둥 차를 몰아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담배 한대를 피워 물자마자 똘배로 부터 전화가 왔다. "형! 나 못가. 시골서 빙모님이 올라오셨다고 우리집서 처가집 식구덜 모여서 밥먹기루 했디야. 여펀네가 비 구질구질 오는 디 낚시갈거냐고 근 며칠 잔소리 해쌓더니... 아마두 이 웬수가 나 낚시 못가게 작전허느라구 일부러 빙모님 불른거 가터. 대신 내 낚시 친구놈덜이 마침 충주호 간다니께 따라갈라먼 가던지. 친구놈 전번 문자해줄테니께 전화허먼 애덜이 형님으로 모실겨" 절정에 달했던 흥분이 풍선 터지듯 순식간에 사라지자 맥이 풀리며 현기증과 함께 갑자기 피곤과 짜증이 몰려왔다. 똘배와의 통화 후 근 한 시간이나 차 안에 쭈그리고 앉아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담배만 연신 피워대고 있었다. 평소 허풍스럽고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똘배의 성격 때문에 종종 크고 작은 곤란을 겪어 왔지만 이번엔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럼에도 그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은 그는 나이는 나보다 세 살 어린 후배였을 뿐 망정 엄연히 나의 낚시 스승일 뿐만 아니라 한때 서울의 한 지역을 휘어잡았던 깍두기들의 큰형님 노릇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가 나를 형 대접하며 낚시를 데리고 다니 것만 해도 감지덕지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야 월차까지 낸 낚시를 포기하기도 좀 그렇다는 결론을 내렸다. 좀 구차스럽지만 똘배가 알려준 망치라는 사람에게 묻어가기로 마음을 굳히고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고심 끝에 침침한 눈을 비벼가며 자초지종을 구구절절 써서 문자를 보냈더니 한참 만에 문자가 왔다. "오늘낙 시안 감니다." 젠장 긴 글에 대한 답 문자치고는 대답이 간결하다. 하지만 띄어쓰기와 맞춤법 때문에 해석이 어렵다. 잘 보니 오늘 낚시를 못 간다는 내용이다. '죽일 놈 똘배'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져 버렸다. 나 같은 초짜에게 경험 많은 동행이 없다면 장마철 충주호는 셀파 없이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그냥 다 포기하고 짐에 갈까? 집에 갈 생각을 하니 일주일일간 기대에 부풀어 달뜬 희망의 뭉게구름 속에서 살다가 절망의 먹구름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 죽기보다 싫었으며 집사람의 잔소리와 빈정거림이 벌써 귓전에 맴돈다. "에구 인간아! 부부동반 여고동창 모임도 낚시간다 산통 깨 놓더니 왜 낚시는 안가고..." 그동안 똘배만 쫒아 다니느라 다른 낚시 친구를 사귀지 못한 것이 이 순간 한탄스러울 따름이었다. ‘김 대리에게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할까?’ 하지만 김 대리는 포기한 낚시 대신 선택한 차선치고는 내가 잃을게 너무 많다. 착각일줄 모르지만 평소 김 대리가 나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술 마시고 사고를 칠게 뻔하다. 사내불륜 이라니... 난 조만간 가을 정기 인사에서 유력한 진급 대상자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몸이다. 그때 낚시 사이트에서 동행 출조 할 꾼들을 구한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났다. 안경을 치켜 올리고 침침한 눈을 연신 비벼가며 낚시 사이트에 검색어로 ‘충주호 동행출조’ 라고 써보았더니 마침 글이 하나 올라 있다. 이 번 주말 충주호 동출 할 분 연락 주세요. 010 ○○○ ○○○○ 글 작성자; 로테 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걸었더니 왠 여자가 받는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다급히 통화 종료키를 눌러버렸다. 번호를 잘못 보았나 생각하며 아까 낚시 사이트에서 캡쳐 해두었던 로테라는 사람의 글과 전번을 다시 확인해 보았지만 번호는 정확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로테라는 닉네임의 주인공은 여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자가 충주호 동행 출조자를 찾는 글을 올리다니 웬만한 강심장을 소유한 여자 아니고서는 보통의 상식으로는 납득이 가질 않는다. 이제 더 이상 다른 대안도 없다. 다시 걸었다. 아까 그 여자다. 충주호 동행 출조 글을 올린 분이냐 물었더니 자신이란다. 전화가 몇 통 왔었지만 자기가 여자임을 확인 하자마자 모두 일언반구 없이 전화를 끊었다며 깔깔 웃는 목소리가 유쾌하다. 자신은 이미 출조 중이며 낚시를 하고 있지만 사정상 충주호는 아니고 천안 인근의 산속 소류지에서 독조 중인데 '원하시면 주소를 불러드릴까요?' 한다. 천안이라면 나도 충청도가 고향인데다 십년 전 장모님이 작고하시기 전 까지 자주 드나들던 처갓집이 있던 곳이라 전혀 낮선 데는 아니다. 그런데 여자라니... 상황이 좀 맹랑하고 당혹스러우며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지만 색다른 매력이 있다. 어차피 똘배의 전화를 받은 후부터 정상적인 출조는 힘들어 탓에 이젠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낚시를 끝낸 후 장모님의 산소에 다녀와도 괜찮을 듯 싶다는 생각을 하며 네비에 여자가 알려준 소류지 주소를 입력하고 출발한 시간이 8시를 넘었고 비 내리는 고속도로는 정체까지 겹쳐 11시가 가까워서야 목천 톨게이트를 통과했다. 고물 네비는 수원을 지날 무렵부터 화면이 흐려졌다 밝아졌다를 반복하더니 어느 마을 입구 교회로 보이는 건물 앞에 이르자 저수지까지 마지막 1키로 남았다는 화면을 끝으로 정지된 채 먹통이 되고 말았다. 그녀에게 위치를 확인 하려고 전화를 여러 번 걸었지만 받지를 않는다. 마을에서도 1키로 더 진입해야 한다면 경험 상 상당히 외진 저수지임을 직감한다.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켜고 마을 인근 소류지를 찾아보았더니 산속에 작은 점으로 표시되는 소류지가 보인다. 빗줄기는 거세어 졌고 바람까지 세차게 불기 시작하자 또 마음이 혼란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이런 날씨에 일면식도 없는 여자와 붕어를 잡겠다고 나선 꼴 차체가 참으로 한심하고 우스운 꼴이다. 아까 똘배가 못 간다고 전화 왔을 때 그냥 집에 들어가서 마누라 잔소리야 어쨌든 맥주나 마시면서 전쟁영화나 한 편 다운 받아보는 것이 훨씬 나은 판단이었으리라. 하지만 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길을 왔다. 고작 1키로 남았으니 그녀의 얼굴만이라도 보고가자. 그것이 통화한 사람에게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하며 스마트폰에 나온 지도에 의지해 간신히 소류지에 도착했다. 제방 밑에 주차를 한 후 트렁크에서 장박 낚시를 위해 준비해 두었던 먹을거리 중 일부를 그녀에게 주려고 봉지에 주섬주섬 담기 시작할 무렵부터 거짓말처럼 비바람이 그치더니 하늘에는 별까지 총총 보이기 시작했다. 모자를 쓰고 플래시를 켜니 잠깐 반짝거리더니 아예 켜지질 않는다. 젠장 일이 계속 묘하게 꼬인다.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고 제방을 넘어서자 아담한 소류지 상류 방향 어둠속에서 희미하게 파란 점들이 여러 개 보인다. 여자조사 치고는 내공이 있는 듯 보여 일단 안심이 되었고 어찌됐듯 상대가 여자라는 점에서 색다른 설레임 마저 일고 있었다. 아까 통화했던 사람인지 소리쳐 확인 하려다가 낚시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레 저수지 연안 옆 질척이는 숲길을 따라 더듬 더듬 케미가 보이는 곳으로 다가갔다. 희미한 어둠 속 파라솔 밑에 누군가가 앉아있다. 나는 몇 걸음 더 가다가 헛기침을 한 번 한 후 ‘로테님이세요?’ 하고 물었다.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던 그녀가 화들짝 일어서더니 ‘안녕하세요’ 하고 명랑하게 인사를 한다. 나는 로테님인지 다시 물었고 그녀는 잠깐 졸고 있었노라 말했다. 그녀가 갑자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엉겁결에 잡은 그녀의 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운데다 바르르 떨고 있어 흠칫 놀랬다. 비바람 속에서 낚시를 했으니 추운 것도 당연하리라. 비닐봉지에서 캔맥주를 하나 꺼내 주었더니 술은 못 마신다며 사양을 한다. 원래는 충주호를 정말 가고 싶었으나 자신도 낚시 배운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혼자 출조는 엄두가 나질 않아 낚시 사이트에 동출자를 찾는 글까지 올렸으나 아무도 희망하는 이가 없어 어릴 적 외갓집 근처의 소류지가 생각나 이곳에 왔다 한다. 아까 지나쳤던 마을에 있는 조그만 교회가 자기 외갓집이라며 와주셔서 외롭지 않겠노라 감사하다며 정중히 고개를 숙인다. 조과는 있었느냐 물었더니 비바람 속에 물결이 일렁여 낚시를 포기하려 했는데 마침 내 전화를 받고 기다리고 있었노라 했다. 순간 마을 입구에서 포기하고 돌아갈 생각을 했던 내가 부끄러워 며 그 비바람 속에서 떨면서 언제 올지도 모를 나를 기다린 여자를 생각하니 미안하고 애처롭고 숙연한 기분마저 들었다. 어둠 속인데다 모자를 쓰고 있어 얼굴은 자세히 확인하긴 어려우나 모델 같은 늘씬 한 키에 말투에서는 김 대리와는 차원이 다른 예의바른 교양마저 묻어 나오고 있었다. 어떤 사연이 있어 묘령의 처자가 산속 소류지에서 낚시를 하며 나 같은 사람과 인연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대물을 바라는 꾼의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전해지는 듯 하다. 이왕 왔으니 대나 펴보자. 그녀에게서 30미터 쯤 떨어진 저수지 중간, 장마로 인해 숲에서 부터 새물이 꿀렁거리며 흐르는 옆에 자리를 잡았다. 비는 이제 완전히 그쳐 공기는 서늘하다 못해 한기가 느껴졌고 숲에서는 장마철 특유의 싫지만은 않은 나무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고 있었으며 어디서 나타났는지 어느새 반딧불이도 간간히 날아다녀 낚시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일단 반응이나 보자는 심산으로 별 기대 없이 두 대만 펴고 옥수수를 달아 넣자마자 찌가 꿈틀 거리며 찌가 끝 모르게 솟아오다 옆으로 질질 끌린다. 언젠가 이 상황을 이미 경험한 듯 순간 데쟈뷰를 느끼며 자꾸 방아쇠를 당기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다 셋을 천천히 센 후 힘차게 챔질을 하자 씨~익하는 소리를 내며 대가 물속으로 쳐 박히기 시작했다. 2편에서 계속...

인재들이 많아 좋은데요
잼있게 보고있지요
2편도 기대만땅입니다 ^-^*
우와,,,,
낚시터에서 읽으니 더욱 재미납니다
필력이 장난 아니세요
2편 올리는데 오래걸리면 미워할겁니다
뻔한거면 추억의게시판으로 가실 각오하시고~~

2편 오늘중으로 올려주세요~^^

어설픈 입질 와서 챔질 할까 말까한 기분입니다!!!
재밌네요,!!! 하지만
늘씬하고 교양있는 처자는 낚시자체를 싫어하고
안한다는게 함정 ㅋㅋ
머 귀신이나 허깨비였니 마누라여니 이따구 이바구는사양 합니다~~~~~~~ㅎㅎ
ㅉㅉㅉㅉ

목 빠짐 치료비 청구할뀨~~^^
아~~또 기다려야만하는 숙련적인 운명이여!!!
헉~!
똘베가 지난번에 이어 또 파토를 내는군요~^^


처자 전번 공유하면 안될까요? ㅎ

2편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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