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 기억력'이 3개월을 간다!!

깜빡깜빡 건망증이 있는 사람을 흔히들 '금붕어 기억력'이라고 놀리곤 하지요. 무엇에 근거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금붕어는 딱 3초 밖에 기억을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왔습니다. 먹이를 주고 나서 다시 어항을 돌아보면 입을 꿈뻑거리며 밥을 달라고 모여드는 금붕어들. '역시 3초 기억력이구나' 싶은 모습이 자주 눈에 띄는 건 사실이죠. 물고기의 대뇌피질 크기는 인간의 20만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뇌의 크기가 작을수록 지능이 떨어진다고 보면, 물고기의 기억력이 2~3초에 불과하다해도 이상하지 않지요. 그러나, 과학자들에 따르면 금붕어를 비롯한 물고기들의 기억력이 사실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최근 이스라엘의 테크니온 기술 연구소(Technion Institute of Technology) 연구팀은 "실험 결과, 통념과 달리 물고기의 기억력은 최대 5개월 정도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물고기에게 특정한 음악을 들려주고 이를 신호로 삼아 먹이를 나눠 주는 훈련을 약 한 달간 진행했습니다. 한동안 먹이주기를 중단하며 물고기들이 잊기를 기다렸다가, 5개월이 지난 뒤 다시 같은 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놀랍게도 물고기들은 음악을 기억하고 있었다는군요. 소리를 듣고 금방 먹이를 달라며 모여들었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물고기의 기억력은 머리보다 감각기관에 의지한다고 설명합니다. 후각이나 온도감지 등으로 위치와 방향을 기억하고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입니다. 또, 어류의 뇌가 원시적인 형태에 머물러 있긴 하지만, 학습 및 기억을 담당한 뇌 부위는 빨리 진화를 거쳤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4~5개월 정도는 특정 사물이나 습관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이지요. 연구팀은 "송사리나 큰가시고기, 구피 등은 생쥐와 비슷한 수준의 지적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집에서 기르는 금붕어도 3개월 이상의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기르는 금붕어의 기억력을 직접 테스트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항에 매번 작은 표지판을 설치하고 그 곳에서만 먹이를 주는 훈련을 하는 것이죠. 한두번 실시하고 나면, 금붕어들은 표지가 내려오자마자 5초 이내로 그곳에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일주일 정도 표지판 없이 먹이를 준 다음에도, 물고기는 여전히 표지판에 반응을 했다고 하는군요. 이쯤되면, 이제 '금붕어 기억력'이라고 놀리는 것도 좀 망설여지는군요. 어항 속 금붕어들이 멍청해보이는 건, 우리가 너무 좁은 공간 안에 가두어버린 탓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