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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 술친구와 조서 사건- 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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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놀란 운전사는 급정거를 했는데 길가 낭떠러지에 앞바퀴가 간신히 걸렸다. 길 아래는 강이 흐른다. 조금만 더 꺾었으면 강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운전사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시동을 끄고 운전대에 머리를 묻었다. "야! 빨리 차 돌려, 아니면 내려, 내가 운전 할거야, 나도 면허증 있다구."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선배는 오로지 내 생각만 하고 주머니에서 잉크물도 마르지 않은 면허증을 내 밀었다. 그 당시엔 면허증이 귀해서 자랑할 만도 하였다. 뒤에 앉았던 여인들이 동시에 욕을 퍼 붙고 선배는 여인들과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운전사는 택시를 경찰지서로 몰았다. 경찰지서로 간 운전사는 이러쿵저러쿵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변상 할 일이 있습니까?" "아뇨, 다친 사람은 없고 차도 괜찮아요." "그럼 어떡하란 말이요?" "이 사람을 태우고 갈 수가 없으니 여기 두고 가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여보시오, 이리 들어와요." 선배는 지서 안으로 끌려가서 긴 나무의자에 앉혀졌다. 마침, 그 날 그 지서의 관내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동네 사람들이 다투다가 잘못하여 사람이 죽은 것이다. 시골지서에서 살인사건이 났으니 야단이 났다. 조서를 써야 하는데, 그것이 그리 간단치가 않다. 지서장이하 4명의 경찰관과 2명의 방범대원이 하루종일 이리저리 서식을 찾아보고, 전화를 하여서 물어보고, 피의자는 물론 마을사람들의 증언을 듣고, 한 사람은 펜으로 쓰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독수리 타법으로 타이핑을 하고 하루종일 정신이 없다. 그런 난리 중에 주정뱅이 하나가 왔으니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긴 의자에 앉혀 놓으니 이내 술이 취해 잠들어 버린다. 2시간이 흐른 후 이제 완성된 조서를 가지고 7명이 난로가에 앉아 최종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다.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면서 고칠 곳을 체크를 하는 중이다. 긴 나무의자에 졸고 있던 선배는 추워서 잠을 깼다. 둘러보니 태극기가 보이고 대통령 사진도 보이고 난로가에는 경찰관이 앉아 있어 직감적으로 자기가 사고를 치고 경찰서로 온 것을 알았다. 슬그머니 난로가로 가서 경찰관들이 읽고 있는 것을 보았다. '피의자 신문조서' 선배는 가슴이 덜컥했다. 그래서, 단숨에 그들이 읽고 있는 조서를 빼앗아, "이놈들아! 조서는 아무 때나 쓰는게 아니야." 하고는 활활타고 있는 난로 속으로 던지고 말았다. 10년 공부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았다. 화가 난 경찰관들이 한방씩 때리고 발길로 차 버린 것이다. 들어보니 사정이 딱하게 생겼다. 시간은 급한데 또다시 독수리 타법으로 기나긴 조서를 다시 써야 하는 것이다. 무려 30여 쪽의 조서를 다시 쓰려면 몇 시간이 걸리는데 본서에서는 빨리 가져오라고 독촉이 불같다. 이야기를 듣던 당직기자는 허허! 웃고 말았다. 다행히 선배의 상처가 심하지 않아 서로가 아무 일 없었던 것으로 하고 우리가 도리어 경찰관에게 사과를 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선배는 당직기자 선배에게 호되게 꾸중을 들었다. 선배는 다시는 술을 먹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건만 그래도 술을 마시게 되었고, 그 후로 간경화로 명예퇴직을 하고 지금은 병을 치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술 선배의 빠른 쾌유를 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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