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조우들끼리 오랜만에 출조계획을 했는데
날씨가 어지러울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그만 포기를 했습니다. 늦가을밤에 비오고 천둥치면
안봐도 꽝에 고생까지 겹치지요.
할수없이 토요일 낮에 혼자서 슬슬 집근처 작은 웅덩이
낚시터로 가봅니다. 농장안에 만들어놓은
오백여평남짓되는 정말 웅덩이인데 저도 최근에야
입소문 들어 안 곳입니다.
주위에 시멘트 벽이 침식된걸로 봐서는 꽤 오래된 웅덩이 같은데
길에서 한참을 들어가 도저히 이런 낚시터가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없는 곳에 있어서 사람들이 거의 없지요.
꽤 연세드신 할아버지 한 분이
양지목에 졸다깨다 지키고 계시는데 평일에는
저같이 놓아주는 꾼에게는 만원 주말에는 만오천원을 받습니다.
할아버지 용돈이다 생각하고 한번씩 가지요.
그래도 이곳에 가면 주위에 나무들이 빙둘러있어 완전
산림욕하는 기분도 나고, 사람들도 많이 없으니
한적하니 낚시에 집중도 할 수 있고 좋은 점이 많습니다.
아주 짧은 낚싯대를 하나 떡하니 펴고 앉으니
쥔 할아버지 좀 긴대로 해라고 권하시는데
예...잘 안나오면 긴대로 바꿀께요.
사실 낚시꾼들은 일단 대가 길어야 좀 안심이 됩니다.
하지만 또 대가 길다고 꼭 많이 잡거나 큰놈을 잡는 것은
아니라도 사실도 잘 압니다. 모순입니다.
그래도 꼭 어느 정도 긴대를 펴야 마음이 편해지니
고치기 힘든 병입니다. 낚시도 그렇지만...ㅎㅎ
나름대로 나도 계산이 있습니다.
이렇게 작은 웅덩이에 사람도 많지 않으니 물고기들은
물가쪽으로 나와야 싱싱한 먹이를 취할 수 있음을 알거니...
역시 어제는 긴대 두 대씩 편 다른 분들보다
훨씬 많은 붕어를 낚을 수 있었습니다.
파격이 성공하면 만족감도 더 큰 법인가?
아..얘기가 다른쪽으로 많이 가버렸네요.
잠자리...빨간고추잠자리들이
꽤 날아다닙니다. 찬바람불면
저놈들은 어디로 갈까? 이런저런 생각하고 있는데
한마리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립니다.
아마 곧 잉어먹이가 될 지경입니다.
이런 재수가 없는 놈이구나 그런데 이 놈이 우째우째하다가
제가 물에 세워놓은 찌끝에 올라갑니다.
허허...한참 입질이 와서 오르락내리락하던 찌도
잠자리 젖은 날개무개로 물에 딱 붙어 옴짝달싹도 못합니다.
난감하네.
이 상태로는 붕어를 잡을 수 없는 것은 물론
낚시도 스톱입니다. 한참을 기다려봤지만
엄마품에 안긴 새끼모양으로 미동도 없습니다.
줄을 당기면 찌가 물에 잠기고 잠자리는 다시
허우적거리며 목숨이 경각에 달할 것이고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더 기다리다 할 수 없이 낚싯대를 살살 세우니 다행히
찌가 가라앉지않고 물위로 떠 오릅니다.
그때서야 이 놈도 상황을 알았는지
힘차게 날개짓을 합니다.
그래그래 햇살이 파문을 일으키며 반짝반짝 부서집니다.
신나게 한참을 날개짓을 하더니
비로소 날개의 물기가 다 말랐는지
붕하고 비상을 합니다.
살았습니다. 나도 살았습니다.
물은 그대로 입니다.
붕어들도 그대로 입니다.
내 맘속에 몇가지 생각이 '착'하고 내려앉습니다.
잠자리는 힘차게 날아갔습니다.
붕어들은 다시
더 힘찬 입질을 해줬습니다.
뉘엇뉘엇 해가 지고,
챙겨서 돌아오는 길도 더 가뿐했습니다.
낚시터와 고추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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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마음님의 곱디고운 아름다움을 엿볼수있어 좋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글을 즐감하고 제마음도 왠지 가볍습니다.
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즐거움만 가득하세요 !
물마음 고기를 바늘에달아주는건 붕어마음이 아니고
붕어노는 물의 마음 일까요
님의 맑은 마음에 물마음이 감동을 받아 이븐 고기를 달아주었는가 보네요
잠자리도 어짜피 자연속으로 사라지겠지요
더 자세히 말할수 있고 더 감동을 주는것 같습니다.
낚시를 모르는 분들이 낚시를 격하 시킬때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생명" 입니다.
그러나 낚시를 사랑하는 모든이들은 생명을 존중합니다.
"물마음"님 처럼.....^^
아름다운 상상을 하는글 잘 보았습니다.
건강하세요.
자연으로 되돌려주는 이치를
새삼 깨닫게됩니다 .
글을 읽다보니 머릿속에 상황들이 영화관 필름돌아가듯이 주르륵 스쳐갑니다..
좋은글 올려주셔서 모처럼 머리회전좀 시켜봤습니다..
운좋게 글이 뽑혀 아주 예쁜 찌까지 선물받고 나니 또다른 즐거움에 들뜹니다.
낚시가 하수니 뜨문뜨문 벽에 적어놓았던 글들이나 찾아 올려볼랍니다.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늘 감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