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이 있다며 오랜만에 일찍 들어온 아내는
삼겹살을 구워 저녁상을 차려줍니다.
좋은 안주에 소주 한 잔 곁들이면 금상첨화지요.
냉장고 문을 열어 남은 소주를 보니 겨우 한 잔 반 정도의 분량,
아내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넵니다.
함께 : 당신이 소주 한 병 사오머 안되나?
내사랑 : 저녁까지 차려줬으머 됐지!
함께 : 내는 옷 갈아입었자나?
내사랑 : 고마 됐거든!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였습니다.
더는 말도 못 붙이고 옷을 주섬주섬 입고는 마트로 갈 수밖에...
반감된 소주의 맛은 쌉싸리하게 혀끝을 '톡' 쏘았습니다.
모임에 간다며 집을 나서는 아내는
갑자기 두 손을 모으더니 싹싹 빌면서
"자~기~ 미~안!~" 하며 하지 않던 애교까지 부립니다.
마지막 술 한잔은 달달하게 느껴졌습니다.
다음날 의기양양해진 저는 아내에게 씩씩하게 말했지요.
함께 : 소라과자 먹고 싶은데 좀 사다 줄래?
내사랑 : 피곤하거든…
함께 : 하늘 같은 서방님이 묵고 싶다는데 좀 사주머 안돼나?
내사랑 : 고마 됐거든!
혹시나 싶었는데 또 역시나였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퇴근하니
방안에 소라과자 한 봉지가 있었습니다.
한마디 하려다, 본전도 못 찾지 싶어 그만두었지요.
때 늦은 아내의 반응에 웃음은 짓고 있었지만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무언가 아쉬운 마음이 고개를 슬쩍 내밀 때,
지나는 바람이 내 뒤통수를 때리며 하는 말...
"니는 지때지때 마누라 부탁을 들어준나?"
너는 그리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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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랑 폐경이나 되버려라....!!
죄송함다~ㅠㅠ
저도 그래 해봤음...
해보고 싶어도 몬합니다.ㅠㅠ
소파에 앉아
마눌의 동선을 살펴 봅니다 .
엄청난 양의 동동거림에
제 눈까리에 근육통이 올 정도더군요.
혹 다음 생에 다시 부부로 만난다면
그땐 제가 마눌을 하겠노라고
흰소리를 해 봅니다.
큰일 납니다.
소풍님, 머리 큰 마눌은 시러라 할 낀데...ㅋㅋ
한번도 받은적이 없습니다
주로 명령을 받죠
까라 ~
왜?
퍽 ~!!
켁~!!
까라면 까지 말이 많아
총각인 저로써는 결혼에 대해 심히 고민을 해봐야 겠네요
에혀~~~!
아부지~~~!
점 점...아이가 되어간다는 느낌 일거에요
어떡게 아냐구요 ..저두 그렇거던요
가끔은 삐치기도 하구 내말이나 행동에
눈치를 살살 보면서 엥기기도 하고 뎀비고 그랍니다
지는 에ㅡ혀.ㅠ
마누라와 함께는 너무 피곤해요.
소박사님은 언제 해방될꼬~^^ 로또 당첨되는 날이 와야하는데...
4짜잡네님, 소풍님처럼 실수만 안하면 됩니다.ㅎㅎ
에~공 산골붕어님께 들켜 뿌맀네요.
그림자님, 조지따! 앞으로 우얄라꼬…^^
맨날 애보고시키는데
아직 어려 별로 시킬끼 읍네요
섭섭해 하지도 마시고
앞으로는
제때 제때 들어주세요^^~
마눌부탁은 거의다 들어주는 편인데두요
이것은 뭔가잘못됀게 확실합니더......하이고~^^
마누라와 춤을 출 때는...음...쿨~럭~~⌒ ⌒
안계대물꾼님, 참 착하신 남편입니다.ㅎ
남생이님, 쪼매 더 크면 안갈라 칼낍니더.^^
근데 제때 제때 못 들어줘요.ㅜㅜ 무거버요.ㅋㅋ
검단꽁지님, 아부지는 '법'이었는데…이젠 밥이 되었으니…에~효~
달랑무님, 오묘한 말쌈 같은데…달랑무 닌 여자에 빠져!^^
예전 한 버럭! 하셨던 아버지께서는 어머니께 15만 2천 7백 29전, 15만 2천 7백 승이시고, 최근 몇년 새 굵직한 전쟁에서 연짱 29패를 하고 계십니다.
붕차까님, 울 마눌 18번이 됐꺼등~입니다.ㅎ
이박사님, 가정의 평화를 위한 아버님의 사랑이시겠지요.
앞르오도 쭈욱 그럴라고요 켁
전 아무래도 힘들지 싶습니다.^^
문득 서정윤의 '홀로서기'가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