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4월 어느 토요일..
부모님과 함께가 아닌 친구들끼리만 여행을 다녀본적이 없던 나는 오늘의 설레임과
흥분을 감출수가 없다.
친구 태환이와 상엽이 말만 믿고 소사동에서 버스를 무작정 타고 어디론가 한참을 달렷다.
버스안은 시끌벅적 햇고 새우깡을 서로많이 먹겟다고 티격태격하며, 낄낄거리며...
우리 삼총사는 시간 가는줄 모르고 낄낄거리고 있엇다
나는 5학년때 충청도에서 전학을 왔다.
아버지가 도내에선 첫손가락에 꼽힐만큼 큰 양계장 사업을 하시다 닭값 파동으로 인해
빚만 떠안은채, 쫒기다시피 고향을 버리고 형이 고등학교 다니던 부천으로 이사를 온것이다.
지금이야 부천은 대도시로 변햇고 아파트와 빌딩숲으로 길게 이어져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조금만 발품을 팔면 냇가도 있었고 맘껏 뛰어놀 동산도 있었고 시골동네 같은 분위기를 내는
곳이 아직 남아 있을때 였다
5학년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직전에 전학을 와서 곧바로 6학년이 되었고 5학년때 같은반 이엇던
상엽이와 태환이는 그 인연으로 6학년 신학기가 된 한달동안 가장 친해진 친구들이고 ,그들과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붙어 다녔다
오늘도 학교수업 세시간을 마치자 마자 그들이 몇번 다녀봤다는 동네로 낚시를 가는 중이다..
한참을 덜컹거리며 달리던 버스가 멈추었다..종점이다..
"포리"라는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바다 갯내음이 진하게 풍겨왔으며 뚝방 수로옆으로 질척한
뻘이 길게 이어졌다
조그만 냇가만 있던 충청도 고향동네와 다르게 아주 넓은 벌판이 이어져 있엇고 둑을따라 길게
개천이 있는것이 신기하게만 보였다..
-조금 있다가 밀물이되면 물이 금방 들어오는데 그때 물고기도 같이 따라오는거야-
상엽이가 아는척을 햇다.
주변을 둘러보고 분위기를 파악하며 잠시 걸으니 각종 물품을 판매하는 구멍가게가 줄지어
늘어져 있다.
빨간 고무다라,바가지,족대,대나무 낙시대등등...
힘없이 먼지를 맞으며 걸쳐저 있는 길다랗게 세워진 대나무 낚시대를 500원에 샀다.
낚시줄이 대나무에 묶여잇고 바늘도 매어져 있었는데 바늘을 묶을줄 모르는 나는 한번 터지면
바로 낚시끝이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했고 처음 만져보는 갯지렁이도 다리가 많이 달려서 꿈틀 거리는
것이 영 징그러웠지만,내심 용감하다는듯 지렁이를 바늘에 궤어 물에 살짝 담그었다..
찌가 없엇지만 낭창한 대나무끝을 바라보며 대나무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는 행동을 하니
이내 툭툭 뭔가가 미끼를 채가는 느낌이듬과 동시에 반사적으로 대나무낚시대를 치켜올렸다.
약간의 설레임,흥분....고기가 잡혀올라왓다..생전 처음보는 물고기..민물고기만 보던 내게는
신기하게 생긴 못생긴 물고기를 바라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망둥이네...-
태환이가 옆에서 보다가 한마디 거든다...
얼핏보면 우리동네에서 "꾸구락지" 라고 불리는 물고기와 비슷하게 생겻다...
다시 대나무를 담그고 잠시 있으니 또 달라든다...ㅎ
이거 재미있네...사실 나는 낚시를 처음해봤다.
시골에 살면서 물고기 잡기는 많이 해 봤지만 느때는 따방(돌로내려쳐서 물고기를 기절시켜서
잡는방법)이라든가 족대,올래미등으로 물고기를 몰아가며 잡는것만 해봤지 이런 신식낚시(?)는
처음이다...
연신 올라오는 망둥이를 잡는 재미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열심히 낚시를 했다..
-철아 가자-
상엽이와 태환이가 가자고 성화다..
나는 연방 잡아내는데 그들은 둘이 합쳐봐야 너댓마리가 전부이니 진력이 날만도 햇다..
그들은 내가 잡아 담아놓은 깡통을 슬그머니 보며 부러운듯이 한마디한다..
-우와 니 잘하네? 전에 살던 동네에서 낚시 많이 해봤니?-
자아식들, 난 오늘 첨인데 그것도 모르고...ㅋㅋ
주변을 정리하고 망둥이를 깡통에 모아서 봉지에 담고 버스를 탔다.
조금은 피곤하기도 하고 졸음이 쏟아져서 잠시 깜빡 졸은것같다
아스팔트가 깔려있는 신작로 인데도 버스는 덜컹거렸고 구부정한 길을 왔다갔다하며 달리고
있엇다
-야 야, 일어나...니 애인집에 왔다-
나는 화들짝 놀라며 눈을 떴다
이녀석들이 내 애인이라 부르는 그아이...
그아이의 이름은 "이지정"
친구들이 지정된 장소에서 만나자..지정된 장소에 물건 갖다놔..하며 이름을 가지고 놀려대는
그아이...
지정이는 우리반에서 제일 예뻣다.
거의 대부분의 반남자 아이들이 그녀를 좋아하고 있엇지만 늘 퉁명스럽고 뾰로퉁한 그녀이니
아무도 말을 건네지 못했고 친해지지 못했다..
나역시 6학년 올라온지 한달이 넘었지만 아직 말 한마디 못건네봤다..
괜히 그아이만 보면 눈을 마주칠수가 없고 얼굴이 달아오르고,심장이 마구마구 뛴다...
며칠전에는 지정이의 집을 알아내려고 미행까지 했었다.
슬그머니 뒤를 따라가 언덕위에 있는 지정이의 집을 알아내어 수줍게 연필로 눌러쓴 편지를
그녀가 벗어놓은 신발 안에 살짝 넣어놓고 무슨 큰 죄를 지은놈 처럼 후다닥 도망치듯 뛰어
나왔었지..
- 지정아 , 나 철인데...너하구 친해지고 싶은데 말을걸 용기가 없어서 이렇게 몰래 왔다가
그냥간다...나중에 나 보면 아는척 해주고, 말 걸어주면 난 굉장히 기분이 좋을것 같아.혹시
친하게 지낼수 있니? -
대충 이런 내용 이었던것 같다...
그 뒤로는 학교에 가면 더욱더 지정이의 얼굴을 바라볼수 없었고 왠지 새침하게 무섭게 째려
보다가 휙 돌아가 버리는 지정이를 보면 서운하고 ,괜한짖을 했다는 자책감을 떨쳐 버릴수가 없다..
-나 먼저 내릴께-
후다닥 자리를 박차고 상엽이와 태환이를 남겨두고 버스에서 내렸다.
그녀석들은 어이 없다는듯이 둥그런 눈을 뜨고 아무말 없이 나를 쳐다보고.....
- 너 어디가려구? 걸어가려구?-
큰길로 쭉 가면 우리집 이지만 괜히 지정이네 집앞으로 지나 가보고 싶엇다.
운이 좋으면 지정이를 만날수도 있을테고, 어쩌면 아는척을 해줄지도 모르고...
이런 희망을 안고..조금 돌아가면 어때..
어차피 우리집 가는 방향인데 몇정거장 쯤이야 걸어가도 되지머..
날은 점점 어슴프레 해지고 곧 날이 저물텐데 걸어 가다가는 집에 늦게들어가 엄마에게
잔소리 들을것이 확실하지만 그래도 그냥 지나칠수 없게 만드는 무언가가 나를 이곳에 내리게 했고,
걸어가게 한것이다..
망둥이가 담겨져 있는 깡통을 들고 한손에는 갯버들 호디기(풀피리)를 만지작 거리며 천천히
지정이네 집 근처를 걸어갔다.
얕은 담 너머로 그녀의 집을 기웃거려본다..
갑자기 문을 벌컥열리며 누군가 나온다는 느낌을 받는순간..
난 갑자기 후다닥 걸음을 걸으며 뛰듯이 달아난다.
내가 왜 이리 도망치지? 도둑질을 들킨 사람처럼...
달아나면서도 뒤를 흘깃흘깃 쳐다본다.
누가 나왔나? 혹시 지정이가 나온건 아닐까?
그런데 여기서는 아무것도 않보이네...괜히 놀란가슴을 쓸어내리고..안도의 한숨을 쉬어본다.
엄마가 많이 기다리실텐데, 아버지는 벌써 오신거 아닐까?
아버지가 벌써 집에 오셨다면 분명 나를 찾을테고 아침에 학교간다고 나간 녀석이 저녁이 되어
서도 나타나질 않으니 호된 야단을 치실것이 분명하다.
어떻게든 아버지 오시기전에 집에 도착해서 아무렇지 않은듯 집을 지키고 잇어야 한다..
내 걸음은 점점 빨라지고 있었고 ,집에 도착해서 야단맞지 않으려면 그럴싸한 핑계거리를 만들
어야 하는데뭐라 핑계를 대지?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숨을 헐떡 거리며 걷고 있었다.
-어디 갔다오니?-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화들짝 놀라서 그쪽을 바라보니..헐...
지정이였다..
일부러 자전거를 세우고 기다리고 있엇다는듯, 지정이는 내게 말을 걸어왔다
어슴프레한 저녁무렵 인데도 산지 얼마되지 않은듯 반짝거리는 자전거를 옆에두고 그녀가
우리집 근처에 서있는 것이다.
나늘 걸음을 멈추고 붉어진 얼굴을 들어올렸다.
그아이의 달무리 같은 보조개 옆으로 엷은 미소가 퍼져 있엇다.
-물고기 잡으러......-
바보처럼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이 화창한 봄날에 물고기나 잡으러 다니는 열세살 남자아이를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까?
-먹으려고?-
- ,,,,,,,, -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물고기 살아있니?-
나는 깡통안을 슬그머니 들여다 보았다. 모두 죽은것 같았지만 그렇게 말할수는 없었다...
-아직 몇마리는 살아있어-
나는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지정이의 밝아지는 표정을 바라보면서 그녀를 실망시켜서는 않된다는 생각을 했다
-돌을 넣어줄거야, 집을 만들어 주는거지-
-돌멩이를 넣겠다고? 그러다 지느러미를 다치면 어쩌려고?-
그순간 나는 피식 웃음를 터트렸다.
나만 바보가 아니구나..돌멩이가 있으면 물고기들이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바람이 불면 들풀
들이 얼마나 튼튼하게 자라는지 모르는 바보가 여기 있구나..
수줍게 서있는 나를보며 지정이의 보조개가 다시한번 깊게 파였다
지난번 쪽지편지 신발속에 놓고간거..그이야기를 꺼낼까봐 덜컥 겁이 났다
아...화를내면 어쩌지...분명이 그 쪽지를 봤을텐데...
아무말 없이 잠시 머뭇거리며 서있엇다.
그녀는 내가 무슨 부탁을 하더라도 흔쾌히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챈것 같았다
-자전거 체인이 벗겨졌어-
창백한 검지 손가락이 자전거를 가리키고 있엇다.
톱니에서 흘러내린 체인은 따가운 햇볕에 녹아내린 엿가락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너 이거 끼워줄수 있니?-
나는 지정이의 손가락과 자전거 체인을 번갈아 보면서 잠시 망설였다.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그 아이의 하얀 손가락이 톱니 사이에 꼭 물려버릴 것만 같았다
그아이의 손가락에 기름때가 묻거나 손톱밑에 핏방울이 맺히는 모습을 떠올리다가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담벼락 밑에서 나뭇가지를 주워들고 헐렁해진 체인을 들어 올렸다
지정이가 허리를 굽힌채 기름때가 엉겨붙은 톱니를 내려다 보았다.
귓볼을 간질이는 그녀의 낮은 숨결소리가 내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그아이의 목덜미에 돋아난 노르스름한 솜털사이로 가로등 불빛이 드리워져 있엇다
코끝에 묻어나는 분꽃냄새 때문에 나는 제대로 숨을 쉴수가 없었다
패달을 뒤로돌려 체인의 구멍마다 톱니를 맟추고 나서야 나는 다리에 쥐가 오른것을 알았다.
찢어지는 듯한 종아리의 통증을 잊기위해 나는 몇번이나 이를 악물었다
-개울에 가재도 있니?-
-가재는 잡기 힘들어, 하지만 곧 다슬기는 많아질거야-
-언제 나도좀 데려다 줄수있어?-
-언제?-
- 여름방학 되기전에 말이야..-
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지정이는 자전거에 올라탓다
자전거는 내가 왔던길을 향해 멀어져 갔다
자전거 바퀴가 남기고간 여운이 사라질때까지 나는 길 한가운데 서 있엇다
2부로 이어가겠습니다..^^
대나무 낚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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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대로 가져다가 추억의 조행기에 올리시면
여기 올리신것보다 훨씬 많은분들이
장시간에 걸쳐 즐겁게보십니다
복사하셔서 추억의 조행기로 옮겨보십시요
자게판에서 오늘부로 사라지기는 쓴 정성이 아까운글입니다
뒷부분은 낚시이야기는 좀 줄어들어서 이게시판에 올렷는데...^^
추억조행기로 옮겨보겠습니다..
감사...^^
특히나 철모를 날의 풋풋한 사랑 야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한부분이랍니다
추방으로(추억의조행기방)마땅히 기꺼이 추방될 멋진 글이네요
일부를 추방으로 옮기시고 이부를 그곳에 올리시기 부탁드려 봅니다
(자방글은 삭제가 어려우니 그냥 두시구요 ^^) 존 휴일되세요^^
관심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조만간 수정해서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