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날씨에 여기저기 가려워져 긁다보니 생채기가 생길판이다
퇴근하자마자 욕실에들어가 샤워를하고는
이리저리 둘러보니 온갖 이름모를 세제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는데
어떤게 머리감는거고 어떤게 행구는건지 당췌알길이없다
워낙이 건성건성하고 대충하는 체질이다보니
린스로감고 샴푸로 린스하는 뒤바뀐 절차를 즐겨하는편이라
아내도 샴푸통에 유성매직으로 샴푸..하고 다시 써놓을지경이다
생김새는 아비와 판이하게다른 아들
촌스런 애비와는달리 오리에서 백조가 나온격으로 고급스럽게보이긴하는데
이녀석역시 씨도둑은 못한다던 옛어른말씀그대로 하는짓은 한치도 아비와 다르지않다
팔괴고누워서는 리모컨을들고 스포츠채널과 게임채널을 3초간격으로 뒤집는다
아비가 리모컨을잡으면 1번부터 100번까지 3초간격으로 돌려된다
자면서 이리딩굴 저리딍굴 온침대를 휘젖고다니는것도
군대훈련병시절 입소첫날 식사그만 불호령떨어지기전 유일하게 밥다먹어버려
교관을 놀라게한 아비의 전통그대로
녀석또한 밥먹는데 채 5분도 안걸린다
세수하는데 30분걸리는 딸과 마눌
세수하는데 3초도 안걸리는 아비와아들 ...
판이하게 다른 남과여의조합인 우리집엔 이래저래 에피소드도 많다
겨울내내 정성껏 피부가 건조하지않도록 로션을 정성스레 발랐다
아들녀석도 질세라 아비따라 부지런히 발랐다
둘다 잘시간이되면 아빠 나 피부좋아졌지 ..응 ..
야 아빠 등도봐라 ..윤기가 잘잘 흐르지않냐 ...
우린 엄마와 여동생의 피부가 거칠어졌다며 늘 핀잔을 준다
로션좀 바르고 자라고 ...
그런데 오늘아침 세제들을 보충하던 울마눌이 유리창 깨지는소릴낸다
누가 클린징 크림을 바닥낸겨 ..누여
아 그리고 어째 샴푸는 바닥나고 린스는 넘치는겨
마주보는 아들과나 ..
클린징크림은 로션인줄알고 내가 몸에잔뜩바른거고
샴푸는 아들넘이 세수할대마다 잘씻긴다고 비누대용으로 쓴모양 ..
여기 큰글씨 안보여
내가 유성매직으로 다써놨쟎아
눈나쁜 남정네들보라고 ..잉 ..
주눅드는 두남정네
.........
아글세 눈감고 손뻗어 잡을라치면 온세제통들이 서로 즈그 먼저 써달라는통에
언놈이 언놈인줄 당췌알깅이 읎는데 어떡혀 ..
글고 클린징인가 뭔가하는넘은 조금 덜어써도 질퍽하니 많이발라져 좋드만 ..
내가 못살어
클린징크림이 훨씬 비싸단말여 .글구 닦는용품을 몸에바르면 어떡혀 ..
두남정네가 벌써부터 치매여 .. 못살어 내가 ...
내귓가에대고 울아들넘 소곤거린다
아빠 난 샴푸통이 물비누인줄알았어
냄새도좋고 뽀드득거리고 좋던디 ...
......
아이구 이눔아 너까정 대충거리면 어떡허냐
공부하는놈이 ..아빤 나이탓이라도 하지만 널 무슨탓을할껴
......
아빠탓을하지 .아빠닮았쟎여 ..
뭐시여 요놈이 ...
하이고 둘 똑같소 뭘 탓혀
낼부턴 노란색은 샴푸 .파란색은 린스 .발간색은 비누여
알았제 글구 그외 알록달록한건 손대지마 .여자들쓸건게 .. 알았지요 두 건들님들 ..
담날아침 ...
다급히 부르는 울아들 ..
욕실에 비누거품을 몸땅 머리에 덮어쓰고 눈이 쓰라리는지 연신 윙크를 해대며 추파(?)를 던지는데
요놈이 아침부터 쉰밥을 먹었나 왜그랴?
울아들 하는말 ... 아빠 엄마가 노란색이 뭐라고했지
햇갈려서 아무거나 썻더니 눈쓰라려 죽겠네 ..얼른 물좀 뿌려줘
그런데 혀를차는아비도 마눌이 눈에 쌍불을켜고 설명했던 노란 ... 생각이 안난다
왜 유성매직으로 안써논겨
느검마도 치맨가보다 ㅋㅋㅋㅋ
대충과 가까운 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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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 슴다 !!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