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쟁이 난봉꾼은 다리에 힘이 빠지면 그만 둔다.
노름쟁이 도박꾼은 돈이 없으면 그만 둔다. (간혼 마누라를 팔기도 하지만)
붕어잡이 낚시꾼은 끝나는 날이 없다. (죽어서야 낫는 병이다.)
그래서 주말과부, 낚시과부라는 말이 생겨난 거다.
나의 경우는 주중에는 떨어져 있는 주중과부에, 주말이면 낚시 때문에 주말과부를 만들고 있으니, 그 동안 아내는 얼마나 많은 날들은 눈물로 지새웠을까?
오랜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이제는 체념을 하듯 아무 말 않고 할 일이 있으면 주중에 부탁을 하고, 주말이나 휴가 때가 되면 낚시를 가는 것이 당연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당신은 적당히 자상하기도 하고, 한번 빠지면 심취하는 버릇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으로서 합격점을 주고 있습니다. 다만 낚시와 담배만 끊는다면 100점을 줄 수가 있는데..."
"100점을 주지 않아도 되니까 나는 낚시를 그만 둘 수는 없소."
"남들은 조금 하다가 싫증도 내던데, 당신은 어찌하여 50년이 넘도록 고치지 못하니 뭐가 그리 좋은가요?"
"못 잡으면 오기로 또 가고, 잡으면 기분 좋아 또 가고. 아니야 그냥 물가로 가면 마음이 편해져..."
"무슨 병이 그런 병도 있나요?"
"낚시병, 죽어서야 낫는 병이지."
토요일. 산란철의 특수는 잠깐 뿐 그 시기를 놓일 수 없는데, 아들놈에게 차를 한 대를 사 쥐야 하니까 계약을 하고 보니 4시가 되어서 끝이 났다.
서둘러 집에 도착을 하니 6시가 되었는데, 7시30분에 친구들 계모임인데 우리가 주최를 해야한단다, 왠만하면 아내 혼자 보내면 되지만 내가 주인공인데 거부 할 수가 없다.
남은 시간은 1시간 30분. 서둘러 차를 몰고 나간다.
병을 치료하자면 어느 병원이 문을 여는지, 또 손님이 붐비지 않는지, 어느 시간 때가 좋은지 알아야 한다. 그냥 물이라도 보고와야 마음이 풀린다.
냉장고에서 겉보리를 꺼내고 아파트 마루 밑에서 황토를 꺼내 차에 싣고 풍산으로 달린다.
지금쯤 산란을 위해 마지막 먹이를 먹는 대물을 잔인하게 ,노려야 한다.
그러자면 미리 터를 잡아야 하고 밑밥이나 좀 뿌려야 하지 않을까.
해가 기우는 저수지에는 산란을 시작한 붕어들이 수초를 흔들고 피라미들이 물 위를 뛰고 있었다. 이미 산란을 시작했으면 좀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달리 방법이 없는 터라 적당히 포인터를 정하고 황토와 겉보리를 혼합해 물 속에 던져놓고 집으로 돌아온다.
친구들 계모임은 저녁만 먹고 헤어졌다. 평소는 2차로 고스톱 대회로 이어지는 것이 상례지만, 아들놈 차의 고사를 지내야 하므로 9시에 차를 가지고 안동댐으로 가서 바람을 맞으며 무사고운행을 비는 고사를 천지신명께 지냈다.
그리고 내일의 출전의 위해 12시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새벽 4시, 자명종이나 휴대폰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마음먹은 시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는 나 자신을 보고 놀란다.
아내는 낚시꾼을 위하여 도시락을 식탁 위에 놓아두었다.
잠자는 아내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마음속으로 하고 낚시터로 달린다.
어둠 속의 낚시터는 조용하다.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는 것이 또 불안하다.
황금같은 산란철 주말에 극성스런 꾼들이 몇 사람 있을 법도 하련만 오죽 낚시가 안되면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일까?
상관 할 바가 아니다. 그냥 대를 펴고 어제 밤 밑밥을 뿌린 자리에 25/ 29/ 2대를 펴고 지렁이와 떡밥으로 놈들을 불러 본다.
저수지 가운데 수초 속에서 산란을 하는 몸부림 소리만 들릴 뿐, 가장자리는 피라미의 회유만 느껴지고 간혹 찌를 올리는 놈은 피라미뿐이다.
4시간의 전투 끝에 피라미 몇 마리를 올리고 이미 이라크처럼 전쟁이 끝났다는 것이 직감적으로 느껴진다. 도시락이 2개나 있는데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럼 어디로 가야 내 병을 고칠 수 있을까?
가까운 지보면의 고등학교 뒤에 이맘때 쯤 대박이 터진 것을 기억해 내고는 차를 몰고 저수지를 빠져나간다. 헌데, 가스가 없다는 경고등이 들어온다.
아뿔싸! 아침에 충전하는 것을 잊어 버렸다. 지도를 보니 예천까지 가야만 충전이 가능하다.
대충 거리는 20km, 가스차를 구입한 나를 원망하며 예천으로 차를 몰고 가 충전을 하고 다시 20km를 뒤돌아와서 저수지를 찾아가니, 저수지에는 물이 하나도 없다.
나의 미련함이여!
왜 마을 앞을 지날 때 물어보지를 않았을까.....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하나?
하는 수 없이 나의 비터로 달린다.
언제나 나를 반기는 곳, 대물은 없어도 7치가 간혹 찌를 올리는 곳.
물론 아무도 없다. 산에는 진달래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산자락에 의자를 펴고 앉으니 온통 진달래 꽃밭이다. 바람이 간혹 불어도 내가 앉은자리는 바람도 없이 아늑하다. 다만 햇빛이 없어 얼굴을 거을지 않지만 봄바람이 차갑게 느껴졌다.
이내 찌가 올라오고 6치, 7치가 앙탈을 부린다.
그래, 이맛이야. 대물을 꿈꾸는 내가 너무 욕심이 많았던 거지.
이렇게 아늑한 진달래 동산에서 작은 붕어지만 손맛을 보면서 봄날의 하루를 보내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늦은 점심을 먹고 망태를 털고 일어선다.
식구들 데리고 온천이나 가야지.
그래야 다음에 도시락 반찬이 좋아질 테니까... (fin)
마음을 비운 하루
-
- Hit : 5197
- 본문+댓글추천 : 0
- 댓글 9
나서면 최하 서너곳은 가 봐야 직성이 풀리고.. 못둑만 보면 궁금하고.. 전에 가 봤던곳 근처 가면 단골집 미스리가 궁금한듯 얼굴 도장이라도 찍죠..ㅋ~~
그래도 늘 글마다 사모님외 가족 얘기가 빠지지 않으시니 점수를 많이 따시나 봅니다.
이런 모습을 우린 반성하고 배웁니다..
난 몇점이나 될려나 채점표 보기가 겁나네...
언제나 빈손님... 아뒤 좀 바꾸시요..죽겠어요..맨날 꽝입니다.
이달 마지막 주말에 5짜 이하 여러님들의 모임을 가질려고 합니다..
어뱅이님을 뵙고 싶어 장소를 천지대부께서 영천 화산 근처 경치 좋은 곳으로 추천 할 예정입니다..
꼭 참석 하셔서 물가서 또 구수한 얘기 많이 들려 주세요...
입질님! 남의 글들을 잘 읽고 있습니다.
빈손님! 등록을 하셨군요. 이름이 좋으시네요. 내가 이름을 지어 드릴려고 했었는데....
용하님! 슬금슬금 다니시는 거
글로 보고 있습니다. 경산으로 함 가야 되는 디....
아뒤를 내가 지어 드릴까요?
"물바라기"
해는 바라는 해바라기
물을 바라는 물바라기
아님
월을 바라는
"월바라기"
골라 잡으시고, 작명비나 내십시오.
다워리님!
화북에 기림같은 저수지가 있어요.
함 모딥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