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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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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머리속에 시간과 지리 및 공간의 인지 개념이 잠을 자는 무의식 속에도 작동을 하는가 보다. 출근시간은 출발점에서 승차하기 때문에 차가 밀리거나 한 시간을 밀폐된 공간에 있다는 지루함에 아침 식사 후에도 곧잘 버스 속에서 낮잠을 즐기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눈이 떨어지니까 스스로 놀랄 때도 있다. 습관 때문인지 일요일 아침 식사 후 커피 잔을 들고 하품을 하면 아내는 곁에서 핀잔을 준다. "어젯밤에 그렇게 자고도 또 잠이 와요?" 명확한 대답을 할 수가 없어서 통상적으로 하는 변명은 항상 정해져 있다. "한 주일을 긴장하며 시간에 묶여 있다는 게 가만 놔두어도 피곤하다." 억지의 소리일 수도 있다. 그렇게 정확하다고 믿고 있던 내 잠재의식 속의 시계는 오늘 퇴근시간에는 고장이 나버렸다. 게슴츠레 눈을 뜨고 습관처럼 차창 밖을 보니 낯선 풍경이었다. 아직 덜 온 것인지 지나온 것인지를 인식하는 시간은 잠깐이었다. 한 코스를 지나고 있었다. 내릴 준비를 하는 사람 꽁무니에 얼른 붙어서니 의자에 앉은 동료가 잠자다가 내릴 위치를 지나왔다는 걸 감지하듯이 쳐다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낚싯방에 들러 소품을 구입한 후 여유 있게 걸어서 귀가를 했다. 아내는 옷을 갈아입고 외출할 준비를 마친 후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아들은 런닝셔츠 차림으로 컴퓨터에서 무엇을 하고 있다가 인사를 했다. "시간이 좀 늦었네요?" "응, 오다가 낚싯방 들렀다가 오는 중이지. 그런데 어디 나갈 모양이지?" "동창생 ○○가 오늘 음식점 개업하는데 저녁에 친구 몇이 들여다보려고 약속을 해서 지금 나가려고......" "응, 알았어. 다녀와."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아들에게 저녁밥은 솥에 준비되어 있고, 반찬은 냉장고에 어쩌고 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녀석은 건성으로 대답을 하고 있었다. "통닭 오면 돈을 주고 밥상은 아빠 대신 네가 좀 차려라. 누나도 오늘 늦는다고 했다." 아내는 일찍 갔다 온다는 말을 남긴 후 외출을 했다. 돌아가는 분위기를 짐작하건대 저녁 밥상차림은 대답만 시원스럽게 아들이 했지 결국은 내 차례라는 걸 짐작은 하고 있었다. 샤워를 하고 있는데 벨소리가 울렸다. 통닭이 배달되어 온 모양이다. "아빠! 준비 다 되었어요. 빨리 나오세요." "응, 알았다." 타월을 목에 감고 나오니 식탁에 비닐봉지를 풀어놓고 수저와 젓가락을 놓고 양푼에 밥주걱을 걸친 채 밥을 퍼오고 있었다. "야! 양푼에 놓고 같이 먹자고?" "아니오. 자기 먹을 만큼 덜어먹으면 돼요." 케첩을 접시에 짜 놓은 걸 보고 "○○아! 김치는 없더냐?" "통닭집 깍두기 여기 있잖아요?" "응, 알았어." 부자지간에 식탁에 앉아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할 상황이었다. 냉장고 문을 열어 배추김치와 가죽순, 제피잎 장아찌를 찾았다. "아빠는 냄새나는 것이 좋아요?" "그래." 녀석이 닭다리를 쥐고는 나를 쳐다보며 "아빠도 닭다리 먼저 쥐세요." "아무거나 먹으면 되지 왜?" "그래야 공평하잖아요." "야, 임마! 아무거나 먹으면 되지 먹는데 공평하고 불공평한 게 있냐?" "허, 참! 아빠, 엄마 없을 때 누나하고 둘이 통닭 시켜 먹으면 어떻게 먹는 줄 알아요?" "어떻게 먹는데?" "맨 처음에 닭다리 같이 쥐고 먹고, 날개 쥐고 먹고, 다음에는요 누나가 한 조각 쥐고 뭐라고 하느냐하면요.'야! 나는 골랐다. 너도 하나 골라라.' 이런다니까요." "그래. 닭다리와 날개가 두 개라서 다행이네. 그럼 먹는 속도도 같아야 되는 것 아니가?" "그렇지요. 보조를 맞추어 먹어야지요." "야! 너희들 둘이 진짜 웃기네. 매일 굶고 사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니?" "누나가 아빠 엄마 있을 때는 억수로 점잖은 채 하지만 둘이 있을 때 자기 마음대로 한다니까요." "그럴 리야 있겠느냐? 그런데, 아빠가 보는 견지에서는 네가 항상 누나에게 안 지려고 달려들고 하는 것 같던데." "아니라니까요. 절대로." 부자지간에 남자끼리 어설프게 차린 밥상에서 저녁 식사는 이렇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ㅎㅎㅎ
아드님은 아빠와 함께하는 식사시간에도
공평함을 주장하는 것을 보니 아드님 말이
맞을듯 함니다 그려...
저는 아들이 위에라 딸은 감히 못 캅니더
항상 손해 보고 사는 딸이 더 귀엽슴니다.
언제나 화목한 가정이 되시길...
어릴적 아버지가 숟갈 들기전에는 밥 못먹고.... 고기가 와도 아버지 젓갈이
다녀가지 않으면 군침만 삼키고 있었는데...............
지금이야 거의 친구처럼 서스럼없이 지내지만요^^
집에 가고 싶네요.....
박중사님! 자식을 키우다보면, 아이들 때문에 웃을 때도 많이 있습니다.
어떤 적엔 부부간에 꼭 좋지 않은 것은 절대 자기 닮지 않고 상대를 닮았다고 떠밀기를 합니다.
한번은 어머니께서 오셨는데 아내가 아이들이 다툰다고 이야기를 드렸더니,
어머니께서는 아들의 사정도 모르신 채
"○○아바이 키울 때도 누나와 다툼이 있었다."
고 말씀을 하신 후부터 완전 코너에 밀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자란다. 그리고 싸우는 게 자기의 주장과 개성이 있어서 그렇다."
제 아내에게 요즘은 이렇게 강조를 합니다.
머슴님 말씀이 맞습니다.
숟갈을 아버지께서 들기전에 못 들고, 아버지 밥상에 간고등어 한 조각이 있어도 침을 흘리며 보기만 보았지요.
요즘은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자기 주장을 합니다.
그리고, 간섭도 하려합니다.
지 엄마 편을 들어서
"아빠! 담배 좀 끊어보세요."
이 이야기를 할 때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가끔 아내하고도 이야기를 합니다.
부모에게 효도하려고 노력하고 훗날 자식에게 대접을 못 받는 세대가 우리 세대라고........
평평함 일상을 재미있게 쓰셨군요.
언제나 앞상 앞에서 가족의 정이 묻어나지요.
지난 날,
하루 3끼의 식사가 부담이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식사를 했다는 거짓말을 듣고
비어져 버린 밥그릇이 민망할 때가 있었지요.

입질님 글은 빼지않고 읽고 있습니다.
저의 부모님세대 및 어뱅이 선배 분들 세대에서는 보리고개등을 직접 겪어 배고픔의 아픔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저 세대만 하더라도 그렇게 심하게 격어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직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짧은 토막의 기억은 어릴 때 친구 집에서 놀다가
끼니때가 되면 집으로 돌아오는데 친구의 형수님이 끓이시던 그 칡죽이 그렇게 먹고 싶었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당시에 곡식이 없어 산에 칡을 캐러가신 어른들을 지금 생각하면,
숙연해 집니다.

입질!기다림님의 글은
肉香님 글처럼 어렵지도 않고
한 번만 읽어도 사는 모습의 작은 즐거움들이
가슴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모든이들이 사는 모습이지만
일상을 너무 맛 스럽게 풀어내는 글쓰심이 부럽습니다.

(설마 肉香님이 보시지는 않을 거야)
아리수님!
초면에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제 기억에 남아 있는 글 중에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님의 글을 인용하신 부분이 좋아서 프린트 해놓고 본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사용하시는 ID가 모연예인을 연상한적이 있었습니다.(죄송합니다.)
과찬을 해주셔서 부끄럽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편안하신 나날이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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