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을 넘어신 지금,
삼십여년전 제 아버지께서 지금의 제 나이쯤 되셨을때.
전 먼지나는 흙길을 털털거리는 아버지 짐자전거 뒷자리에 메달려
오늘 제가 앉아있는 물가에 그때에도 앉아 있었습니다.
대나무작대기(제 눈엔 낚시대가 아니라 분명 작대기로 보였습니다. 그때는) 몇개 이어서
물위에 드리우고 제겐 눈길 한번 주시지 않고 찌를 더 오래 바라보는 당신이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아부지 오줌 마려워요."
"저 뒤에 가서 누거라."
그래도 쳐다보지 않는 아버지가 이젠 미웠습니다.
그러다가 낡은 망태기에서 애써 잡은 고기를 꺼내 신기한듯 만져보다 그만 놓쳐 버렸을때
전 두려움으로 다리사이에 얼굴을 묻고 숨소리 마져 죽인채 가는 어깨를 떨고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거칠고 투박스런 손으로 제 머릴 마구 문지르며
"허허 개안타.(괜찮다) 또 잡으마 안되나.
인자 아까 보다 더 큰 거 잡아주꾸마"
순간 어린 저는 울음을 터뜨렸고 뿌연 시야엔 누런 아버지의 이빨만 얼핏 보였을뿐입니다.
돌아오는 길, 한사코 망태기를 제가 안고 가겠다고 고집부렸습니다.
다리사이에 흘러내려 바지를 젓게하는 비릿한 물내음이 더 이상 싫지가 않고
오히려 사랑스러웠습니다.(그때부터 서서히 환자가 될 조짐이 보이는거 같죠? ㅎㅎㅎ)
이제는 굽어버린 허리가 세월을 대신하고 기력이 약해지신 아버지가 못내 아쉽지만
지금은 아파트로 자리매김한 그때 그 물가에 단 한번이라도 같이 앉아 보고 싶습니다.
월척가족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이 문득 그옛날의 어린 제 모습을 그립게 만들어
또 이렇게 두서없이 몇자 긁적거려봤습니다.
사랑이 만들어준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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