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랫동안 뵙지 못했는데, 단번에 알아봐 주셔서 드릴 말씀이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지난 4월 사고 크게 당하셨다 하는 소식 들었으면서도 적당한 핑계거리를 찾아 단숨에 달려오지 못했습니다.
올 여름 꼭 하겠다 계획한 일중에 하나가 신부님을 뵙는 일었습니다. 이제야 시간이 나 잠깐 곁에 있게 되었습니다. 이 토건의 현장에서 붉다 못해 검은 얼굴로 버티고 서계신 모습을 보며, 차마 드릴 말씀은 못되지만 그만 하셔서 참 다행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안보는 통치가 만들어 낸 질서라 인간의 것이라면 생명과 평화는 신의 일이 될 것입니다. 사람세상의 일은 좀처럼 신의 가치를 허용하지 않았고 근본가치가 극렬히 대립 되는 이 혼돈 속에 신부님은 손쉽게 “지금 여기”를 선택하셨을 겁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수퍼는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서로 단골손님들을 주고 받으며 격한 감정을 쌓아갑니다. 누가 있어 저 깊은 골을 메워 줄 수 있겠는지요, 신부님께 그말을 묻고 싶었지만 물을 수도 없었습니다.
저는 그 점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생명과 평화, 그리고 극복이라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 있음을 깨어있는 누군가는 외쳐야 한다고 생각 하면서도, 우리 사회가 똘똘 뭉쳐 이 일에 침묵하면서 늙은 은퇴한 신부 한사람에게 온통 그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세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꼭 노력한 만큼, 그만큼만 달라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직도 싸울 일이 저리 많은데 저는 벌써 싸움에 지쳐갑니다.
저는 또다시 신부님께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내일 이 눈부시도록 선한 여기 섬나라를 떠나 제 삶터가 있는 육지로 돌아갑니다.
그곳에 신부님을 남겨 놓습니다. 신부님, 건강하십시오.
신부님, 건강 하십시요.
-
- Hit : 1859
- 본문+댓글추천 : 0
- 댓글 6
무슨 신부라 캤는데...
그사람 맞지요?
떨어져 다쳤다더만
병원에서 퇴원했나요?
안부 전해 드릴께요
그림 몇장 더 보고싶습니다 ^^
종교가 "정치적"으로 사용되어서도 아니되며
공권력 또한 "정치이익적"으로 사용되어서도 안됩니다.
차마 부끄러워 이제사 댓글 올립니다.
너무 많이 외면하고 살아온 삶..
끝임없이 내 합리화만 하고 보낸것 같습니다.
뭔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예전과 같이 가식적이거나 들뜸이 없이
가장 밑에서 부터 한걸음 한걸음 갈 수 있는 길을
찾아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