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더위에 주변에서 감기가 기승이더니 마침내 제게도 왔습니다
미열이있는지 눈두덩이 무겁고 속이 울렁거려서 먹으나 마나일걸알면서도
감기약을 지어먹었지만 역시나 금새 좋아질 감기가 아닙니다
월요일 바쁜일과를 마치고 오후 조금늦게 퇴근하여 병원에 들렀습니다
응급실 ..
정상업무시간이 끝난 병원엔 원무과앞에 방문객을 첵크하는 당직자가
의자에 앉아 졸고있고 응급실엔 앳된당직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환자 몇이있습니다
환자중엔 침대에누워 링거를 맞고있는 오십대후반의 남자와 지친듯한 그의아내
그리고 역시 오십대로보이는 마른체격의 한남자가 당직의사에게 고통을 호소하고있습니다
마른체격의 남자는 높은곳에서 떨어졌는데 옆구리에서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노라며
엑스레이를 찍어봐달라고 젊은의사에게 채근을 하는데 젊은 당직의는 아무렇지도 않다며 그의
간절함을 외면합니다
그옆엔 링거를 맞고있는 오십대후반의남자와 무표정한 그의 아내가 낮게 다투는중입니다
남자는 혼잣말로 다필요없어
나혼자 죽고말지 ... 휴대폰가져왔어 ..혼잣말햇다가 아내에게 두번세번 같은말을 물었다가합니다
그런남편의 채근에 도대체 몇번을 묻는거냐며 아내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고개조차돌리지않는데
얼굴엔 피곤이 가득합니다
술에취한듯도하고 당뇨가있는 환자인것같기도합니다
웃는 표정한번 보여주지않는 간호사가 팔에 링거를 꽂아주자
집사람의 차 조수석에앉아 썬루프를 열고는 한팔로 링거병을 지지한채 집으로 돌아옵니다
소파에누워 가물치대에 링거를 지지해두고는 오른팔주사덕분에 집사람이 먹여주는대로 밥을 받아먹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학원으로 아이를 데리러 집사람이 가고나자
혼자 TV를 켜보지만 병원에서의 풍경이 갑자기 머릿속에 차옵니다
침대에 누워있던 오십대후반의남자와 그의 피곤해보이던 그의아내 ...
남잔 아마도 열심히 젊은날을 보냈을겁니다
자식들과 아이들
가난한 살림을 일으키려 뭍남자들처럼 그도 아마 그랬을겁니다
열심히살다보니 중년이 넘어가며 제집도 마련하고 아이들 대학도 보냈을겁니다
그의 아내역시 미용실한번제대로 가보지못하고
늘 손으로 묶은 머리에 맨얼굴로 가장과 아이들 뒷바라지를 했을거구요
남편이나 아내나 그저 부부의 연으로 과정을 묵묵히 해왔겠지요
남들도 다그런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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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과정끝.,... 웬지 이평범한 그림에서 남편은 아내에게 짐으로 보입니다
왜일까요 ...
그남잔 성실한남자였을겁니다
부모에게 받은것없이 맨몸으로 가정꾸려 살다보니 성실하지않고선
살아가기 힘들었을겁니다
그시대 사람들 대부분이 그랫듯 그도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적당한 고집도
아집도 있는 평범한 가장이었을겁니다
아이들 공부시키고 결혼시키고 남은자식 아직 더해줄것도 남았지만
그리 과정을 겪고나니 빈껍데기나다름없는 살림에 남은건 서서히 다가오는
노쇠함과 당뇨같은병이었을겁니다
그아내역시 남편따라 열심히 살았지만 뜬금없이 이쯤 아내에게 남편의 존재감을 묻고싶어집니다
남편에게 아내는 무엇일까요
그들은 서로 사랑하냐고 물어본적이없을겁니다
그럴틈이 없었겠지요
아마 그정도의 호사도 배부른소리쯤으로 치부했어야 했을겁니다
남편은 껍데기만남아있고 아내에겐 차가움만 남았습니다
남편은 제삶의 의미를 이제 막묻기시작했고 아내는 이미 오래전 바쁘기만한 남편의
표정에 앙탈이라도 부려서 확인해야했던 여자로서의 존재감을 이미 오래전 묻어버렸습니다
애비가아픈데 자식들이 와보지않는다며 남편은 아내에게 화풀이를 하지만
아내에겐 제몸도 홀로 가누지못하는 징징대고 구차한 그리고 짠한것하나남은 묵은짐입니다
너무 삭막한 짐작이지만 많이 틀리진 않을것같습니다
그나마 그시대를 산 세대들에겐 그것마저도 당연지사겠지만 말입니다
젊은 후배님들 ...
지금은 배고픈 세상은 아닙니다
방금보여준 풍경속 오십대부부처럼 그리 억세게 살지않아도 훨신더 풍족한 세상입니다
제경운 그 오십대와30대의 중간쯤이지만 전 후배님들보다는 풍경속 부부처럼
아니 더 억척스럽게 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과 틀린게있다면 밝은세상덕분에 조금이라도 더빨리 깨우쳤다는것정도가 다를겁니다
아이들이 중학교를 들어간후에 빠져있던 낚시를 그만두니 아내가 아쉬워하더군요
아이들이 좀더 어릴때 옆에있어주지그랬냐고 ....
낚시는 당신 나이들어 해도 됐을텐데...
젊은시절 가끔 아내의 투정은 제게이해할수없는 불가사의중 하나였습니다
도대체...왜...
어쩌다 한번 토라진얼굴이라도 보게되면 삐칠틈도없다 ..
벌써 투정부릴만큼 배부르냐 ... 윽박만 질러댔던 ..
제겐 이유가 분명했죠
먹고살아야했으니까 ..
남보다 더 빨리 일어서고싶었으니까 ....
누가봐도 합당하고 타당한 이유였습니다
아내의 투정을 받아주지않고 마음의 빈틈을 허용치않을 ....
덕분에 나름 만족하게 이제 삽니다
그런데 내년이면 마흔이 될 제아내에게 불현듯 묻고싶습니다
대게 이때쯤이면 남자는 아내를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왜 ... 열심히 함께 고생해왔고 그동안 호강시켜주지못해 미안하고
결과적으로 어리게만 느낀 아내가 격어보니 늘현명했고 ...등등의이유로 ...
그리고 가만더 생각해보면 이제 날봐줄이는 아내뿐이란걸 알게되서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과연 아내는 저를 사랑하는걸까요 ?
성실하고 열심인남편 ....
그러나 그런남편과 살아온아내는 날사랑하느냔 투정어린 애교한번 부려보질못했습니다
그렇게 오랜세월 닥아지고 단련된아내에게 이제 남편이 퇴물이되갈 몸뚱이를 걱정하며
아내에게 사랑을 묻습니다
당신 나 사랑해?
과연 어떤답이 나올까요
젊은날은 그렇다치더라도 중년이되어 여유가 좀생기자 자기인생도 살아야한다며
커가는자식들에게 서운해하며
낚시터로 골프장으로 혼자서 도망가버렸던남편에게 아내는 어떤답을 할까요 .....
마흔셋에 현재도 열심히 일하고있고
가정과 아내에게 성실하며
아직 경제적능력도 비교적 좋은(?) 저같은 사람임에도 ..
비교적 여러모로 좋은조건임에도 아내에게 묻는게 두려워집니다
늙고나면 낚시도못한다
이정도면 이제 내인생도 즐기고싶다..타당한 이유였지만
아내를 혼자두고 저수지에서 혼자 힘든 스트레스를 벗어놓는동안 당신의 아직 젊은아내는
묵묵히 방걸레질을 하며 .아이들 뒷치닥거리를하며 그때 마지막으로 당신께 묻고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아직 날 사랑해 ? 라고
가족과 함께 하십시요
그리고 닳도록 보아온 그래서 전혀 신선할것도 없는 아내일지라도
그녀가 훗날 기억할만한 추억거리를 만들어주십시요
양말좀 한쪽에다 벗을수없어 ... 귀챦은듯 찡그리는 당신의 아내일지라도
당신처럼 한밤 스트레스를 저수지에 두고올곳없는 아내의 탄식인지도 모르니 어깨를 빌려주십시요
모처럼 꽃사들고 들어가니 돈쓸곳많은데 꽃사왔다며 타박할때
열번 더 사가십시요
그리고 진심으로 아내에게 고맙고 사랑합니다 ...하십시요
사람의 삶이 100년이라도 제몸스스로 건사하여 움직일수있는건
40이후 10년 .20년 .. 많아야 살아온날보다 적습니다 분명히 ...
아내의나이 40에게 사랑을 묻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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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척을 매개로 마음을 주고받아왔던 많은 양띠동지들에게도 ...
이제 지치는대신 더 힘을내시라고 응원을 보냅니다
삽시다 . 삶은 살아지는게아니라 살아가는겁니다
강한 의지로 다시한번 파이팅 ... 은둔자 드림
자주 놀러도 안 오시고..^^*
살아지는게 아니라 살아가는것이란 말에 느껴지는것이 있네요.
변함없이 월척을 사랑해 주세요~
내내 건강 유의 하시길 바라오며.(_._)
나의인생을 다시한번 뒤돌아보게 하시는군요
너무도 오랫만에 들리신듯합니다
좋은글 잘 보았읍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자주들리시어 좋은글 많이 남겨주세요
낚단현상은 어떻게 잘 이겨내고 계신가요....??
빠른쾌유을 빕니다.
구구절절이 맞는말씀 잠자는시간을빼면 과연 얼마동안 부인과대화를할수있는지
흐르는세월에 현실에주어진삶은 야속하기만하고
세월을 한 5년정도만뒤로돌릴수는없는지 그시절에는 출근할수있는 직장을다시구해서 정말좋았는데
그때를회상하니 씁쓸한 미소가번지네요
은둔자님 항상 건강챙기시고 시간나실때마다 글좀보여주십시요
가족모두 행복하시고 사랑가득하십시요
일전에 주신 쪽지는 끝내 시스템에러인지 도착을 못했습니다
그러게요..결국에는 아쉬움만 남는건 아닌지..
애들이 자꾸 자라서 예전 그 귀여운 모습을 이젠 사진과 기억속에서 밖에 찾을수 없는건가..
하는 상실감만 가졌지 아내가 나이를 먹고 무얼 잃어가고 단념해 가는지는
생각을 못해보네요.
조금더 많이 대화를 나눠야 겠습니다
언제부터 집사람에게서 전우애도 느껴집니다....같이 있어 든든한..ㅠ.ㅠ
하루빨리 완쾌 하시기 바랍니다
빠른 쾌유 기원합니다.
저는 마눌님에 이야기 에는 아무 할말이 없고예...요즘은 그져 그 예쁘던 마눌에 목과 얼굴이 주름살이 너무나 많이
늘었다는것 가만이 마눌에 얼굴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짠하고 눈물이 핑 돌때도 있습니다.
은둔자님 10년만 더있으면 마눌님이 자꾸 불쌍해 질것입니다...
부부가 애틋한 사랑과 끈끈한 정이 없다면 부부가 아니겠죠...많이 표출을 안할 뿐이겠지요...
저도 마눌도 가끔 말을 합니다...서로가 소중하고 사랑한다고 은둔자님에게도 그림자기 서서히 다가옵니다.
자식이 부모를 떠나가는 그림자가...품안에 자식 분명이 맞습니다...저는 자식도 중요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남편과 마누라가
옆에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님에 부인은 님을 자식보다도 더 소중하고 사랑할지도 모릅니다...
가족에 행복을 기원합니다.
큰놈 시험기간이라 집사람이 며칠 고생을 좀 하였고 매년 봄이면
알러지가 재발해서 고생을 하는데, 올해는 입하지나서 집사람의 고생이 시작됩니다.
코가 막혀서 입으로 숨쉰다고 소파에 앉아서 멍하니 TV 보고있는 집사람을 보고있는데
갑자기 나이도 들어보이고 초췌해진 모습에 저도 모르게 울컥 해지더군요.
주말이면 낚시간다고 과부 만들고 매일 회사일에 늦게 들어가서 밥상 또 차리게 만들고
아이들과의 대화도 집사람과의 대화도 뒷전이고...
요즘 제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중에 나이 들고 힘 없을때 잘해주는 것도 힘이 들터이고
지금부터 조금씩만 더 제 마음과 시간의 한켠씩을 가족들에게 양보해야 하겠습니다.
지난번에는 '어린대물꾼'님, 그리고 이번에는 '은둔자'님이 고민을 안겨 주시네요.
물론, 좋은 고민이지만요 ㅎ ㅎ 은둔자님! 늘 건강하시고 사모님과 더 사랑하며 사시길 응원합니다.
삶은 살아지는 것인가요
파이팅 하입시더
님의 글을 읽어면서....
제 지난날을 뒤돌아봅니다..
제 나이 45에 철이 좀 들어다고 봅니다 아직도 멀어지만.ㅋㅋㅋ
월척에 오시는 젊으신분들 물가에도 좋치만....
가족과함께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 가십시요.^^*
낚시는 늙어서도 할수있습니다.
기온차가 많이나는 계절이라서 그런지 주위에 감기 환자가 많네요..
빠른 쾌유를 빕니다.
모두들 힘내시고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