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豫知)에 관한 잡설
-예지(豫知)는 이론적으로는 내다볼 수 없다고 생각되는 앞날의 일을 미리 지각하는 초감각적인 지각을 가리킨다.
예견(豫見)이라고도 하며 이에 대한 능력을 예지력(豫知力)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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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원인모를 고열에 시달리며 삼일 간을 혼수상태로 지내다 깨어난 적이 있다.
부모님들은 어린 것이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혼수상태에서 간헐적으로 내뱉는 소리를 처음엔 헛소리로만 치부하다가
나중엔 내가 태어나기도 전 에미 애비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사건들을 계속해서 정확히 상황을 묘사하는지라
섬뜩한 기분이 들기 시작하자 이틀 째 되던 날 부모님이 다니던 성당의 신부님께 상황을 고하고 집으로 모셨는데
신부님은 주위의 사람을 방밖으로 모두 나가게 한 후 성수를 뿌리며
방 밖까지 들리는 알지 못할 기도를 하루 넘게 하셨다 한다.
줄 곳 기도를 하다가도 어느 때는 어린 것과 대화를 나누었으며
어느 때는 호통을 치기도 했는데
두 분은 힘들게 얻은 늦둥이 삼대독자를 잃을까봐 신부님의 기도가 끝날 때 까지 밖에서 노심초사 하염없이 우셨다고 한다.
그 사건 이후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보통 아이들처럼 별 탈 없이 자랐다.
다만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부모님들의 바람과 간절한 기대와는 달리 나는 성당에 나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는데 성당근처에만 가도 숨이 가빠지고 현기증 같은 어지러움 증세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시절 천둥번개 치던 장마철 어느 날
나는 무당집 앞을 지나다가 성당 근처만 가면 생겨나던 어지럼증을 느끼며 쓰러졌는데
정신을 차리고 나니 50대 쯤 되어 보이는 중년 여자가 혀를 끌끌 차며 하는 말이
‘어린 것이 이제 앞을 보겠구나 좋은 일에만 쓰거라’ 하더라.
이후 간혹 환청처럼 또는 환상처럼 뜻 모를 상황들이 떠오를 때마다 그 상황을 노트에 끄적여 두곤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사건이 현실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내 자신도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여 고민과 번민의 시간으로 점철된 청년기를 보냈다.
가까이는 가족과 친구들 지인들에 관련된 사건에서 부터 크게는
온 나라를 떠 들썩 하게 만들었던
사건에 이르기 까지...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나와 관련된 사건이나 일에 대해서만큼은 예지의 능력이 한 번도 발휘된 적이 없어 오히려 잘 됐다 라고 늘 생각을 해왔다.
앞으로 시간 될 때 마다 그동안 나의 예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몇 차례 나누어 써볼까 한다.
그렇다고 나를 노스트라다무스 나
에드가케이시 처럼 대 예언가 정도로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들에게서도 황당한 예언이 많았듯이 나또한
자만에 빠져 확신했던 상황들이 정반대로 나타났던 경우가 허다했음을 미리 고백해 둔다.
다음의 이야기들은 나의 황당하게 빗나갔던 예지와 섬뜩할 정도로 정확했던 예지 중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 몇 개이며 첫 번째 이야기는 나 자신의 실제 경험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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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그녀의 정체-
직업상 이사가 잦은 편 이었다.
새로이 근무하게 될 도시의 직장 근처에 집을 구하려 했지만 수중에 들고 있는 자금으로는 택도 없을 만큼 아파트 전세가 비싼 바람에
주 중 내가 근무 때문에 직장에서 자리를 비우지 못하는 사이 아내 혼자 발품을 팔며 인근 부동산을 뒤지고 다니고 있었다.
출근 날자는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었고 이전에 근무하던 시골의 전셋집은 이미 새로운 세입자가 구해져서 이사 날 자 까지 정해지는 바람에 새집을 구하지 못하면 당분간 여관 신세를 지던지 아니면 거리로 나 앉을 판이었다.
하루는 부동산에서 맞춤한 전세가에 비어있는 단독주택이 하나 나왔는데 한 번 구경해 볼 의사가 있느냐며 아내에게 전화가 왔는데 아내는 다급한 마음에 집 구경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나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집주인에게 계약금부터 송금해버리고 말았다.
이사 전날에서야 중개인과 함께 이사할 집을 구경하게 되었는데 조그만 단독 주택이 아니라 넓은 정원까지 갖추고 있는 별장 형태의 저택이라
우리 부부는 집의 규모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내와 아이들은 마당에서 벌써 제 집 인양 뛰어놀며 행복해하는 사이 나는 가슴이 뛰며 알지못할 불길한 기운이 머리 끝 에서부터 스멀스멀 느껴지기 시작하자 집 계약을 후회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에 잔금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말았다.
이후 이사와 아이들 전학과 새로이 근무하게 될 직장의 회식과
친구들 지인들의 환영 술자리가 거의 끝나갈 무렵인
마지막 주 토요일이 되어서야 오랜만에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며 아내와 거실에서 tv를 보며 낄낄거리고 있었다.
8월 말 이기는 했지만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덥기는 한여름이나 마찬가지여서 선풍기를 틀어놓고도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는 정도였는데
갑자기 서늘한 바람이 훅 느껴지더니 거실과 마주보는 서재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그때 tv를 보고 있던 아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서더니 이놈의 문이 고장났나봐 하며 문을 다시 닫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이후 문은 몇 차례 삐걱 거리며 저절로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지만 그러려니 하면서 나는 한동안 아무생각 없이 tv에만 정신이 팔려있었는데 불현듯 문 열린 방에서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고개를 돌리고는 갑작스런 공포와 충격에 휩싸여 감전된 듯 순간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방 안에서는 여고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방바닥에 앉아서 나를 처연하게 쳐다보며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빗어 내리는 동작을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아내가 방에서 나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아이가 앉아 있던 방문을 닫고는 내 옆에
앉았는데 나는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고 아내에게 방금 그 아이를 봤느냐고 물어보았다.
아내는 또 아무렇지도 않게
"누가 있었어요? 우리 아이들 물놀이가서 들어오려면 한참 더 있어야 하는데"
하며 물 한잔을 가져다 주었다.
이후로도 나는 가끔씩 피가 낭자한 다리를 질질 끌며 정원을 이리저리 맴도는 찢어지고 빛바랜 군복차림의 곱슬머리 백인청년을 보았고
포탄 파편에 피격 당한 듯 너덜너덜해진
팔을 이리저리 흔들며 울고 다니는 아들 또래의 남자아이를 보았으며
화장실에서는 선반에 목을 매고 검붉은 혀를 턱밑까지 내민 채
나를 쳐다보고 있는 대머리 할아버지를 목격하기도 했다.
계속...
written by 천안 외대조사
예지(豫知)에 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잡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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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밤잠안자고 기다려 봅니다!!
지금 이 말씀들이~ 외대조사님의 실제 경험담이다는 말씀이신거지요~
흥미롭군요~
실제 경험이시라면~ "흥미롭다"는 제 표현이~ 감각에 치우친, 단순반응의 표현인 듯하여~
실례일 수도 있겠구나~ 싶기는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같은 사람은~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라 할 수 있기에~
좀 더 감각적이지 않은 표현으로, 외대조사님께 공감의 예의를 표할 수 있는~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하였습니다~
외대조사님 처럼~ 특별한 감성을 가진 분을~ 직접 접하는 것은 처음이라...
실례가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 흥미롭다 "는 감성에서 쉽게 벗어나질 못하겠네요.
놀라움의 표현일 뿐~ 가볍게 생각한다는 표현이 아니니~ 오해없으셨으면 합니다.
계속해서 이어주시지요~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저두 2편 기다려볼께요~
조사님들 간담이 서늘해 낚시 못할듯 ^-^
옴마야~~~~~~~~~~~~~
정신 바짝 차리고 기다려 봅니다
설마 개인이 직접 겪으신 일은 아니신거죠? .... 글 솜씨가 워낙 좋으신거 같애서...ㅠ
낚시터에서는 없으셨나요? ㅋ
이 아닐까요ㅡㅡ..
저도 어렸을때는 자주 가위에 눌렸는데 군 제대 후 운동에 습관이 든 후로는 한 번도 이상한 경험이 없었네요^^
동심을 잃은건지.... ㅎㅎ
기다림에지쳐가는1인
농이 아닙니다
요즘 경제적으로 많이 후달리네요
로또 번호
쪽지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