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살다살다 이런날도있네요.

살다 살다 저에게도 이런일이 올줄 몰랐습니다. 어제 오후에 볼 일이 있어 시청에 갔다가 배가 살살 아파서 화장실에 들렀습니다. 근데 문을 닫고 일을 보려던 찰나 휴지걸이 위에 고가의 장지갑이 하나 놓여있는걸 발견했죠. 깜짝 놀라서 내용물을 확인해 보니 왠 조폭처럼 머리가 짧고 무섭게 생긴 분의 주민등록증과 다양한 카드들, 그리고 10만원권 수표 20장과 5만원권 20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참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약 10분 정도를 기다려도 주인은 오지 않고 밖으로 나왔는데 정말 엄청나게 갈등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요즘 10만원짜리도 현찰취급 받는 마당에..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잃어버린 사람이 받을 고통을 생각하고 동네 파출소로 향했습니다. 가서 습득 과정 설명하고 연락처 적고 돌아가려는데 옆에서 통화하시던 경찰분께서 잠깐만 기다리라고.. 지금 지갑 분실자가 오고 있다고 보상하고 싶다고 기다려 달라고 하더군요. 괜찮다고 했는데 꼭 좀 보고 싶다고 해서 한 20분 정도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덩치 좋으신 스님이 (깍두기 분이 아니신..) 오시더군요 정말 감사하다고 사례하겠다고. 오늘 이 돈은 오늘 꼭 써야 되는 돈이라 힘들고 계좌 번호 알려주면 이따 가서 꼭 이체해 주시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반 분도 아니고 스님인데 좋은일에 쓰시라고 하고 나가려는데 급구 붙잡고 자기 마음이 불편해서 그러니 조금이라도 사례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해서 결국 계좌번호 알려주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오늘까지 별 연락이 없어서 잊고 있던 도중에 문자 하나가 왔더군요. 제 계좌에 150만원이 입금 되었다는 문자가 ;;; 많이 놀랐습니다. 아무리 좋은일을 했다지만 액수가 너무 커서 솔직히 부담되기도 했고, 이건 좀 과하다 싶어서 방금 파출소에 다녀왔습니다. 파출소에서는 그 스님이 절대 연락처를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고 곤란해 하고, 저는 무조건 돌려줄 거라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절 이름을 알려주시더군요. . . . 그 절 이름은 만우절 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