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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

시기: 90년대 초, 어느 늦여름. 등장인물: 나, 40대 초중반 경찰 아저씨(계급 경사). 사건의 계기: 경찰아저씨가 릴대에 릴은 없이 그냥 원줄을 연결한 상태로 불가사의한 낚시를 하는 것을 지나다 우연찮게 발견함. 낮에 지렁이로 보 아래서 경찰아저씨께서 피라미 잡는다고 혼자 웃기고(?) 계시길래, 제가 경찰아저씨께 저녁 드시고 이 자리로 나오시라고, 제가 굵직한 돌붕어 많이 잡게 해드리겠노라고 큰소리를 쳤겠지요. 순사아저씨는 꼭 오마 약속하고 다시 경찰서로 가셨고, 저는 집에 가서 들깻묵과 소를 먹이는 쌀겨를 황토와 섞어 미리 포인트에 야구공 크기로 서너덩이 던져두고는 혼자 실실 웃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오후 7시가 넘어 그 경찰 아저씨가 도착했고, 그분이 낚시대가 없는 관계로 제 낚시대 2.5칸을 한대 빌려드리고는 미리 밑밥을 던져둔 곳에 채비를 넣으시라 했겠죠. 채비를 넣자마자 8치~준척급 돌붕어가 줄줄이 물어대는데, 낚시대에서 쓩쓩~ 소리가 나고 돌붕어들이 어찌나 힘을 써대며 양 옆으로 째던지 그 경찰아저씨는 혼쭐이 나고 있었습니다. 붕어를 따내고 다시 채비를 던지면 동자개, 돌고기, 메기, 갈겨니, 피라미가 채비가 바닥에 닿기만 해도 물어댄 탓에 둬시간 만에 붕어 20여 수, 메기 너댓 수, 갈겨니 30여 수 등 바케스가 그들먹하게 낚아냈습니다. 해가 저물고 케미를 꺾고는 입질이 뜸해지자, 그 경찰아저씨가 저에게 묻더군요. "어떻게 이렇게 많이 낚을 수 있냐, 낚시 배운지 3년만에 이렇게 고기를 많이 잡은 날은 오늘이 처음이다." 역시나 초보 중에 왕초보였습니다. 잠시 거들먹거리며 제가 그랬죠. "시기에 맞게 포인트를 잡 잡을 줄 아는 게 낚시에 있어 최고봉 기술입니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 경찰 아저씨께 자수합니다. 사실 그 때는 제가 미리 밑밥을 쳤습니다. 그 당시 지금 보다야 고기가 훨씬 많기도 했지만 그리 밑밥을 쳐뒀으니 그곳으로 인근의 고기가 모두 모여 많이 낚인 겁니다. 사실 별 기술은 없었습니다. 하나 더, 낚아내시는 사이사이 "정말 낚시 잘하십니다." 했던 제 추임새는 순전히 다 뻥이었습니다. 그냥 얼굴에 근심이 있어뵈서 기분 좋으시라고 했던 것 뿐입니다. 20년 지난 세월이지만 이렇게 자수를 하오니 용서 바랍니다. 그 이후로 몇번 더 낚시를 재밌게 했었는데, 갑자기 어디 다른 곳으로 전근을 가시는 바람에 다시는 뵐 수 없었는데, 어디서건 건강하게 잘 계시지요? 연이 된다면 꼭 한번 뵙고 싶습니다.
자수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ㅎㅎ
그날이 재수가 좋은 날이었겠쥬
안나올때는 밑밥을 가마니로 퍼부어도
안나옵니다^^
별이아빠님 찌가 더 귀염둥임미다. ^.^*
(혼자 뭔 소릴 하는지 원... ^..^;)
소박사님/
맞는 말씀입니다.
한 車 부어도 안 나올 때는 안나오니까요. ^&^
여런~~숭악범죄는 공소시효를 읍쎄야 함다~!!!
달랑무님/
쉿!!!
저 이번에 들어가면 못 나옵니다. ^.^;
횡토를 던지는 엉터리님은 고수 맞습니다^^
누런 콧물을 소매에 쓰윽~ 문지를 때부터 동네 어르신께 낚시를 배웠던 터라, 기본기는 탄탄한데 마땅히 내놓을 건 없는 그냥저냥 현지꾼입니다.
대나무님과 짬뽕 한그릇 할 날 꼭 오겠죠? ^^*
깻묵 가루 포대에 담아 물속에 파 묻고선
며칠 뒤 친구들과 내기 낚시를 했던 저도

이제 자수합니다.
이런 글은 추억의 조행기로 옮겨 놓으셔도 좋을 듯 합니다....

웃긴 이야기는 아닌듯한데 저는 한참 웃었습니다...ㅎㅎㅎ
늦게나마 자수하시어 광명찾으셨네요...ㅎㅎ,,
슈나우져 완전 바닥으로 눈을 깔았네요... ㅋㅋ
이정도라면 용서가 될듯 합니다. ^^
소풍님/
자수하셨으니 면책입니다.
어차피 공소시효도 충분히 지났으니깐요. ^^


바른생각님/
글 솜씨가 없어 추억의 조행기는 다음을 기약합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림자님/
이리 자수하고 나니까 홀가분하고 정말 좋습니다.
그림자님도 자수하세요.
다 알아요 뭐. ㅋ



카스트로폴리스님/
어휴!
난 또 저 잡으러 오신줄 알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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