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서넛남짓
갓입사한 회사의 오너차량이 사각진 검은색 각그렌져였습니다
직원들이 도열해 머리숙인 가운데 유난히 거드름을 피우며
차문을 열어주길기다려 눈인사한번없이 사장실로 들어가던 ...
장인잘둔덕에 일개약사에서 건설회사사장이되어 콘크리트강도따위의 전문지식은
전무하던 그가
할수있는일이라곤 직원들앞에서 폼잡는것과 화분하나에
신입사원 년봉에 해당하는 한국란을 수집하는것이였습니다
사장의 아들은 신입사원인 저보다 두세살 아래였지만
모회사부터 자회사까지 씨족이운영하는 회사이다보니 하는일없이 오가며
참견을 해대거나 제아비를 하는짓그대로 오십된 전무가 차문을 열어주지않으면
차에서 내리질않으려하니 안하무인이 따로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그시절
야간 산행을 하여 정상에서 산아래 시가지를 내려다보며 늘 하던생각이있었습니다
불빛아래 부산히 움직이는사람들 .건물들 .자동차들 .사람들의표정들
난 저중에 어느정도를 갖을수있을까
저기서부터 이쪽끝까지 늘어선 건물중 내것은 어느정도이며
저많은차들중 어느차에 타고있을것이며
저 많은 사람들의 표정과 그들이 갖고있는지위.여유.지혜.행복은 내게 어느정도 몫이있을까
패기와 열정 그리고 설익은 나름의 가치관 ..
몇몇 친구들이 모여 빈약한 안주에 병소주를마시며
미리본 좌절과 사랑과 우정을 얘기합니다
그자리에서 강한어조로 말했었습니다
서른다섯이될때까지 살아봐 재미없으면 안살란다 ...
서른다섯이 될동안 삯월세살며 타는 좋은차말고
가진돈의 십분의일로 그렌져를 못타면 안살란다 .....
치기일수도있었겠지만 내심 결의에찬 의중의 속얘기였고
스스로 다짐하는 말이기도했었습니다
그리고 결심에찬 다짐을하던녀석은 서른다섯에 그렌져를탓고
다른하나는 공무원이됐고
또다른친구는 자동차회사의 과장이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녀석은 국민의식과는 별개로 늘 파업을 벌여 자기밥그릇만 챙긴다며
미움을 받는 자동차회사의 생산직 직원이 되었습니다
적당히 불은체중에 이마엔 어느새 머리숱이 적어지고
윗옷단추중 가운데쯤은 부른배에 실밥이 풀려있습니다
얼굴에도 각기 살아온대로 초조하거나 침착하거나 아직 단단하거나
각이 잡혀갑니다
그런 친구들이 초등학교 동창회인터넷카페에서 서로 안부를 묻습니다
강남쪽에 쓸만한 아파트를 장만해두고 강원도쪽에 전원주택겸 투자처로
집한채를 물색중이라는 녀석
혹 저축많이하면 가게운영자금을 우체국에 넣어달라는 녀석
여론과는상관없이 늘 파업을한다 질타받지만
사실 야근수당없으면 애들 학원비내기도 빠듯하다는녀석
무섭게 노력해 결국 상당한 자산을 모은 또다른녀석
몇달간 서로 안부를 전하고 막걸리집에 앉아 모처럼 희미해져버린 우정도 또올려봅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오랜 우정도 금새 서먹해져버립니다
있는녀석이 술값이며 밥값을 내지만 아무렇지않게 내는녀석과는달리
없는녀석이 ...있는놈이 좀 내줘라 말은하지만 뒷표정은 씁쓸해보입니다
친구야 ..난 네가 그리될줄알았다
넌 좀 달랐쟎어
저녀석은 좋은대학나와 대기업간부가됐지만
넌 없는부모에 순 너혼자 생으로 된놈이니 네가 더 잘난놈이다
야 근데 난뭐냐 ..
한놈은 부모잘만나 대기업간부돼서 강남아파트에.전원주택에
한놈은 나랑똑같이 없는부모에 못배웠어도 부모잘만난놈보다 더잘벌고
한놈은 그나마 공무원이니 나이먹어 연금이라도 탈거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난 뭐냐 ..참
있는녀석이 동창카페에 글을 씁니다
이번회사에서 간부들이 가족동반해서 외국여행갔다왔노라
아무렇지않게 사진도 올리고 여행기도 씁니다
경험하지못한 친구들에게 즐거웠던시간을 .풍경과 사연을 보여줍니다
그의 의도는 그뿐이지만 다른녀석은 그녀석의글에 댓글을 달지않았습니다
그리곤 술한잔하잔 있는녀석의 전화에 야근을 핑게삼아 거절하고맙니다
40넘어 다시만난 친구들사이에 미묘한 어색함이존재하고
그어색함의 정체를 아무리 서로 감추려애를써도 한쪽을 누르면 다른쪽에서 튀어나오는 풍선처럼
절대 감춰지지가 않습니다
어느날문득
있는녀석이 카페에 글을 올리다 멈칫합니다
여자동창들이며 친하지않았던 남자동창들까지 모두 두녀석의 성공을 부러워하지만
친했던 공무원이된친구와 자동차생산직인 친구가 갑자기 마음에 걸려옵니다
솔직하게 아무렇지않게 써온글들이지만 난 녀석들에게 벽을 만들고있었구나 ...
카페를 탈퇴합니다
그리고 여자동창이 무슨일있냐며 물어오자 그냥 바빠서 라고만 합니다 ...
자영해서 자산을 모은친구와 대기업간부인녀석이 만난자리에서
새로바꿀 자동차 얘길합니다
보증기간길고 기능좋은 외제차를 사길 한친구가 권합니다
야 연봉이 몇억대면 외제차타도 돼
그리고 국산 고급차정도가격이면 외제차탄다
그리고 뽀대가 다르쟎아 ...
대기업간부인 친구가 자기일처럼 흐뭇해하며 외제차를 권합니다
난 회사생활이라 그리못하지만 넌 눈치볼사람 없쟎아 ..
야 넌 회사사람눈치만 보지만 난 장사하는곳이 소읍이라 모든사람눈치가 다보인다
내딴에는 실용위주로 외제차를 선택하지만 어디 사람눈이 그러냐
충분히 탈수있지만 한번 만나기 힘든 친구녀석이 너차뭐타냐 물으면 국산차라도
고급차라할까봐 말못하겠더라
괜히 죄진것같고 ..
어른들이 그러시쟎아 사람은 덕으로 사는거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남에게 보이지않아도 내가 스스로 경계하고 조심하면 그게 덕이라고
서른다섯에 그렌져는 내로망이어서탓지만 이제 망가진차가 오히려 편하다고 ..
탈수없는게아니라 안타는거여서 아쉬움없다고 ...
자영하는친구와 헤어져 돌아오는길
엘리트코스를 밟아 젊은나이에 대기업간부가 된 자신과 달리
급이다르다며 넌즈시 내려보았던 그친구가 왜 자산가가되었는지 그는 비로소 깨닫는다
덕 ..
약삭바른 요즘세태의 지혜도
투자도 좋은위치도아닌 ..덕
그녀석에겐 마흔나이로 다져온 덕의 크기가 남달랏구나 ...
그리곤 자동차생산직인 친구에게 밤늦게 전화를 합니다
야 친구야 나 오늘 소주값도없는데 어떡할래
나 네집에가면 찬밥에 소주한잔 사주냐 ...
수화기너머에서 주간근무를 마치고 새벽근무를위해 일직잠들었던 친구가
피곤한중에도 반갑게 받아줍니다
오니라 친구야 .. 친구 술사줄돈은 있다 ..
친구... 그리고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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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은 물질앞에 맥을 못추고~~~~~~~~~~~~~~~~~
친구!
내꺼 다주어도 안아까운 친구!
진정한 사랑이 그립습니다.
긴글 올리신다 고생하셨습니다.
저같은 독수리 상상도 못합니다. 은둔자님
친구 술 사줄돈은 있다두요.
친구.
다시금 되새겨 봅니다.
건강하시길...^*^
좋은 글에 감사 드리오며..(_._)
물가에서 조우하면 소주 한잔은 아니래도 커피 한잔은 따뜻하게 권해 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