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사는 그여자는
오늘도 돌아오지 않는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남몰래 슬픔을 되새김하고 있을것이다
언제였을까 그때가...
낚시 준비에 분주함은 조사들만이 가질수있는 소인삼락중의 하나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이 장비의 점검이요
두번째가 의,식,주를 해결할려는 인간본연의 감정에 충실하는것이다
먹는다는것은 자손을 번창시키려는 성욕보다 우선하는것이고 보니
이것저것 그야말로 주섬주섬 챙기는 소인배의 경망 스러움이라 할수있겠다
나도 그범주에 속하는 소인이고 보니 특히 먹는것에 대한 관심은
누구 못지않게 애착이 강한가보다
냉장고를 뒤지고 안주 거리가 없는가하고 부인 눈치를 슬쩍 슬쩍 보면서
여기 저기를 기웃거리는 꼴이란 과히 가가대소할 일이다
그러나 어이하랴
먹어야 사는것이고 살아야 소인삼락에도 참여할수있는게 아니든가...
대충 짐을 챙기고 마지막 점검에 들어간 나는
수년째 묵혀 두었던 구형 낚시가방을 버릴려고 다용도실에서 끄집어 냈다
10 여년을 같이한 정들었던 가방이다
이 낡은 낚시가방이야 말로 가장 험난한 여행을 많이 했을거다
긁히고 찢기고 온갖 풍상을 다 격은 이가방은 낚시 박물관이 있다면
충분히 보존할 가치가 있을것이다
멀리 평화의 댐부터 땅 끝 해남의 어느 무명 소류지까지
구경 안해본 저수지가 없고 심지어는 차바퀴에 깔려 수명을 다할뻔했던
나에게는 오랜 벗이나 다름없는 가방이다
이제는 고물이되어 누가봐도 폐기처분해야할만큼 구식이 된것이다
"그래 아깝지만?.. 이제 편히 쉬게 해주자"
약간은 서운한 마음에 쓰레기 봉지속으로 넣을려는 순간
무엇인가 가방의 찢어진 부분에서 "툭"하고 떨어진다
그리고 난 한참이나 우두커니 그것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오리지날 목포 출신인 절친한 조우 이사장과 3박4일의 일정으로 이 계곡지를 찾아왔다
타는듯한 더위속에서도 땀을 뻘뻘흘리면서 낚시터 자리를 다듬는것은
뭔가 기다려 지는 설래임! 조사들 만이 아는 즐거움 일것이다
한참이나 분주히 자리를 만들고 낚시대를 펴고 하는사이
어느듯 해는 서산으로 기울고 붉게 물던 저녁노을이 환상적인 무렵이였다
산속 계곡지의 특성상 해만 넘어가면 골따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기위해
고개를 돌리는순간, 멈칫 놀라고 말았다
그리 멀지않은곳에서 연한 보라색 개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이
잔잔한 바람에 생머리를 날리면서 내 쪽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는 것이였다
베사베 무쵸를 흥을거리며 낚시자리를 다듬던 내 모습이 좀은 민망스럽기도 했지만
모른체 하고 낚시대를 던져 수심을 마추려 찌를 올렸다 내렸다 했다
등 뒤쪽에있는 그녀의 행동이 엄청 궁금하였지만
그렇다고 뒤를 돌아볼만큼 숫기가 있는 성격이 못되는 나는 이사장쪽을 힐껏 쳐다보면서
"어둡기전에 저녁이나 먹지"하고 괜히 큰소리를 질러됬다
그리고는 4~50미터 떨어져있는 이사장쪽으로 멋졌게 걸어갔다
저녁밥은 간단하게 집에서 준비해온 김밥과 반주 한두잔으로 해결하면 되는데
아무도 없다 생각하고 목소리를 돋아가며 불러됬던 베사베무쵸가
나를 그자리에서 빨리 벗어나게 하였던 이유였다
솔직히 내 성격이 조금 소심하고 부끄러움을 잘타는 지라
얼굴이 화끈 거려서 얼른 그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이사장과 김밥을 먹으면서 그녀가 서있던 쪽을 안보는척 돌아보았다
그런데 조금전까지 서있던 그녀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아마도 내가 이쪽으로 오는동안, 아니 내가 그녀를보고 고개를 돌렸던 그순간
그녀도 자기가 갈곳으로 사라져 간 것인지도 모른다
괜히 혼자서 민망해하고 아닌척하고 ... 혼자 쑈를했었다
" 하여간 난 역시 좀 모자라는 녀석이야 " 하며 혼자말을 하는 나를
이사장이 멍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소리여"
이사장이 눈을 껌뻑이며 나를보고 의아해 하면서 물어보았다
"아니, 그게 아니고.."
"아니긴 뭐가 아니여..이사람이..."
이사장의 눈초리가 점점 더 이상하다는듯 나를 빤히 쳐다본다
"어, 그게 좀전에 저 바위위에 어떤 여자가 서 있었는데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네.."
나의 대답에 이사장은 마치 그녀를 잘아는사람인듯
"아! 그여자" 하고는 대수롭지 않은듯 말을했다
"요 위에 별장에 사는 여자겠지 뭐 , 들리는 소문에 청상과부라고 하더군"
신랑이 외국 출장길에 사고를 당해서 죽었다나 뭐라나" 하면서
대수럽지 않게 대답하고는 종이컵속의 막걸리를 쭉 들이키는것이였다
"그런데 왜 별장에서 살지?" 난 바보 같은 질문을 하고
이사장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사장의 입속에있는 김밥이 왜 그렇게 커 보였을까
나는 조급한 마음으로 제차 물었다
"아니 그렇다고 젊은 여자가 이 산속 별장에서 혼자 산단 말이야"
"꿀꺽" 하고 밥을 삼킨 이사장이 " 그러게 무슨 사연이 있겠지"
하고는 마지막 남은 막걸리를 물 대신에 들이키고 있었다
하늘의 별이 온통 호수로 떨어졌는지
물속 하늘에는 구름 틈 사이사이로 반짝이는 별들이 영롱 하기만하다
이럴때는 곧잘 감성으로 빠져 습작이라도 한수씩 꺼적여 보는게
태공의 또 다른 즐거움이고 보니
이따끔 본인도 삼류 시인의 행세를 하곤한다
시간이 갈수록 적막은 깊어가고 적막이 깊을수록
산짐승의 울음소리도 애절해지는시간이 멈춘듯한 고요함속에서
산등선을사이에 두고 암노루와 숫노루의 울음소리가 애간장을 끓는듯하다
평생을 일부일처로 살아간다는 노루들이라 그 정도 두터울것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부모형제의 사랑을 받다가 때가 되면 천생베필을 만나
서로가 사랑하며 한평생을 같이가는 평범함이 보통이들의 일상생활일것이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반쪽이 다시는 돌아올수없는
죽음이라는 경계를 건너 영원히 가까이할수없는 먼곳으로 떠났다고 생각하면
그것만큼 큰 슬픔이 어디에 또 있을까
나는 문득 연보라 한복의 그 여인네가 측은한 생각이들었다
얼마나 고독하고 외로울까
한참 사랑하고 행복해야할 나이인것 같았는데
갑잡스럽게 당한 영원한 이별이라 그 고통이 얼마나 가슴 아렸을까
세칸 반대의 케미불빛이 하늘을 향해 용솟음치고 있다
찌솟음의 길이는 붕어의 호흡만큼 길어지고
그 호흡의 길이 만큼 내 긴장도 길어진다
더구나 수심 재서 찌 맞추고 달디단 담배 한 모금과 함께 받은 첫 입질은
모든 꾼 들에게 순간 세상의 갖은 시름을 잊게 만든다
오직 솟는 찌끝에 모아지는 기대와 설레임만 파문처럼 퍼져 나갈 뿐...
긴 시간을 두고 답습해왔던 찌의 부상에 감응하는 챔 질은
녹녹치 않은 붕어의 저항을 줄과 대를 통해 이야기 듣게 해줄때
줄의 직선과 대의 곡선이 만들어 내는 탄력을 흔히 손맛이라 하는것이다
이따끔 찾아오는 입질에 피곤함도 잊은듯 피아노소리에 감동하며
첫날의 낚시는 올나이터로 시작되었다
새벽의 호수가를 본적이 있는가?
물안개 피어오르는 산중 호수가에서의 새벽을 맞이해 본적이있는가?
인간사 시름이 그 순간 만큼은 지상의 낙원으로 변모할것이다
흔한 봉지커피의 맛도 색다르고 항홀할것이다..
이사장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는 새벽
피곤한 육체에 기를 불어넣어려고 두손을 높이들고 기지개를 펴는데
언뜻 그 여인이 서있던 자리에 사람의 그림자가 보인다
분명히 어제 그여인이 분명했다
언제부터 저자리에 있었을까
먼곳을 주시하며 언제까지 움직이지 못하는 석고상 처럼
그녀는 한곳을 뚤어져라 쳐다보며 미동도없이 서있다
얼굴의 윤각만 보였지만 분명히 그녀는 울고있었다
가느다란 흐느낌은 고요한 새벽공기의 파장을 배가시켜
간간히 내 귓전까지 전해주고있었다
그녀의 슬픔이 나의 감성까지 전해지고 숙연해지는 나는 어쩔줄 몰라
헛기침만 연신했다 아주 조용하게...
해가 떠오르고 이사장이 내곁으로 어설렁거리며 다가왔다
"김형 ! 밤세 입질좀 받는같두만 좀 잡았어" 한다
"응 씨알 좋은놈으로 여나무마리했지"
반가운 미소를 보네며 이사장이 나의 살림망을 들어본다
"역시 김형은 프로급이야. 대단하구만 헛헛헛"
이시장은 나의조과를 들여다보고 부러운듯 큰소리로 웃어 제켯다
"가만있자, 아침은 어떻게 먹을까 꽁치 통조림에 김치넣고 끓여먹을까"
이사장은 시장기가 돈다며 식사준비를 서두런다
"그러지뭐 찌게 끓이고 김하고 마늘짱아찌면 충분해" 하고 나도 맞짱구를 쳤다
"쌀은 내가 씻을께"하고는
코펠에 쌀을 세홉정도 손으로 들어내 호수 물로 씻으려 하는데
저기 별장에가면 화단에 물주려 만들어놓은 수도가 있으니
그곳에가서 쌀을 씻고 먹을물도 좀 떠오라고 한다
이시간 쯤이면 별장을 관리하는 노인이 정원에 물을주고 있으니
가면 친절히 해줄거라며 나를 제촉했다
물통 한개와 쌀을 담은 코펠을 양손에들고 쭈빗쭈삣 별장을향해 걸어갔다
고전적 이테리식의 별장은 내가 보기에도 꽤나 화려하고 멋이 있었다
큰 대문도 없이 영화에서나볼수있는 얕은 담장에 하얀색으로 께끗하게 칠해진
작은 간이 대문 같은곳에서 노인이 긴 호스로 잘 가꾸어진 수목들을 향해
물을 뿌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요밑에 낚시하러왔는데 물좀 얻어려고 왔습니다" 하고 인사를하자
노인네는 수도 꼭지를 잠시 잠그고 나를 향해 웃으며
"처음 보는분인것 같습니다 언제 오셨어요" 하고 친절하게 대해준다
노인네도 그냥 시골노인이 아니였다
평범한 옷차림이였지만 얼굴에 나타난 너그로움이
그의 인품을 말해주는것 같았다
"네 어제 오후 늦게 왔습니다, 저는 처음 왔고 제 친구는 여러번 왔었습니다"
"아! 그 이씨" 하고 친구를 잘 아는듯 대답을 했다
이씨 왔으면 매운탕을 한번 먹겠구먼 하고 껄껄껄 웃는모습에
나도 조금 긴장이 풀려서
"그 친구 매운탕 끓이는 솜씨는 우리 낚시회에서 알아줍니다"하고 맞짱구를 쳤다
"그래 요번에는 몇일이나하고 갈려나 저번에는 바쁜일이있다고 하루만에가서
매운탕 구경도 못했었지"하고 껄껄껄 웃으신다
"예 한 이틀정도 더하고 갈려합니다, 어제밤에 잡은 고기만해도
큰 냄비로 하나가득 될겁니다"하고 나도 웃으며 대답했다
쌀을 깨끗이 씻고 물통에 물을 반쯤 체우고 돌아서려는데
"아저씨" 하며 부드러우면서도 낭낭한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무심코 소리나는쪽으로 돌아보는 나는 온몸이 얼어붙는듯한 전율을 느꼈다
"아! 그여자구나"
긴 생머리에 하얀 롱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여자는 분명히 그 여인이다
옅은 화장에 길고 흰 목덜미,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같은 갸냘픈 몸매
먼발치에서 밨지만 그녀의모습은 상당한 미녀였다
노인 곁으로 가까이온 그녀는 나를 알아보곤 가볍게 목례를 했다
나도 응겹결에 인사를하고 얼릉 돌아서 바쁜걸음으로 낚시터를향해 걸어갔다
자꾸만 뒤통수가 간지럽다고 느끼며
어저께 베사메무쵸노래가 나의 정신을 혼미하게 흔들고 있었다
고요한 그날밤 리라곷 피던밤에~~~리라꽃 향기를 나에게 전해다오~~
제법 잘익은 밥과 솜씨있는 이사장의 꽁치 김치찌게 그리고
늘 친숙한 이슬이를 함께하는 아침 식사는 나름대로의 운치도있다
아침을 먹고 대충 치운 다음 다시 낚시의자에 앉는다
이게 조사들의 장박낚시 일과다 밥먹고 돌아앉아 낚시하고 또 밥먹고 ..
아마도 누가 일당준다하고 시키면 이노릇 지겨워 못할것이다
누군가 이렇게 표현했다
낚시는 마약중독과 같아서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가 힘들다고...
햇볕이 따가워질 무렵부터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산속 그늘로 피해갔다
소주한병과 훈제 오징어 한마리를 들고 숲속 옹달물이 있는곳에서
인생의 고뇌에 대한 토론이 시작 되었다
하고 또해도 끝이없는 이사장과 나와의 낚시이야기에 시간 가는줄 모르다가 문득
그 노인분의 매운탕 말이 생각나서 이사장에게 말을했다
"어이.. 이사장 아까 그 노인분이 저녁에 매운텅 먹어로 온다 든데..."
내가 말을하자 이사장은 빙그레 웃으며
" 그래 그러면 준비를 해야겠네" 하면서 물가쪽으로가서 새우망을 들어 본다
살이 통통 찐 새우들이 제법 잡혔나보다
새우 보관망에 쏟아붙곤 떡밥을 한아큼 집어 새우망에 넣고 물속으로 던져넣었다
뜨거운 열기도 차츰 식어갈 무렵이였다
그 노인네의 모습이 별장쪽에서 붉게물던 저녁노을을 손으로 가리키며
"노을이 많이 붉은걸보니 밤에 소낙비라도 한차례 하겠는데"하시며 나타났다
"입질은 자주 오는가 ,붕어란놈들이 비가오는걸 기가막히게 알지
비가 올라치면 붕어란 놈들이 물 가장자리쪽으로 몰려 들거던 아마 낚시가 잘되거야"
낚시상식에도 꽤나 조애가 있는듯한 말씀을 하시며
우리 곁으로 다가온 노인은 "이따가 비가 많이 오면 우리집으로 피하게나"하신다
그러면서 식사할때 앉는 간이 의자에 앉으셔서 살림망쪽을 힐껏본다
이사장이 " 아저씨 오늘 매운탕꺼리 많이 있습니다"고 자랑을 한다
"아이구 오랜만에 안주거리가 생겼구만, 비올때는 그져 소주에다 매운탕이 최고야"
이따가 비가 오면 붕어들고 별장으로 오게" 하면서 일어섰다
아저씨가 돌아가시고 혹시 비가올지 몰라 낚시가방과 취사도구등을
차로 옮기고 텐트를 준비 할려고하니 이사장이 한마디한다
"비오면 저노인 거쳐하는곳으로 가면돼"...
이 낚시터에는 처음 온 나는 어리둥절할 뿐이였다
"아.. 그 노인이 거쳐하는 작은집이 있어 그기 가면돼
비가 올때면 그기서 잔적도 있어, 괜찮아" 하면서 나를 안심시켰다
"그래도 젊은여자가 있는데...어떻게" 하는 나를보고 너틀웃음을 웃는 이사장이
"원.. 그사람, 저렇게 숫기가 없어가지고..."하며 핀잔을 준다
노인네의 말은 예언처럼 일치했고 어둠이 찾아올 무렵에는
비를 잔뜩먹은 습한 바람이 호수의 물결을 일렁이게 했다
처음 들어와보는 별장은 밖에서 보는것보다 더 아름다웠고 고급스러웠다
친절히 맞아주는 노인네가 안내하는집으로 들어갓다
별장을 관리하기위해 한쪽 곁에다 지어놓은 작은 집이였다
작은 마루에 방이두개 간단한 부얶살림이 딸린 투룸 같은 아담한 방이였다
노인은 벌써 매운탕꺼릴 잔뜩 준비해놓고는 큼지막한 냄비를 꺼낸다
"이씨가 한번 끊여보게, 지난번에 먹은 매운탕맛은 최고였어" 하고는
이사장을 싱크대 앞쪽으로 부른다
빙그래 웃는 이사장의 매운탕 끓이는솜씨는 앞에서도 말한바가있다
새우가 익어가면서 풍기는 매운탕의 시원한 내음은 가히 일품이리라
이 또한 소인들이 즐기는 삼락중의 하나가 아닌가한다
한순배 돌아간 이슬이 덕분에 처음보다 한층 여유로워진 나는 노인한테
궁금해하던 질문을 던졌다
"아저씨 이 큰집에 주인 여자하고 둘이있습니까?"
소주를 마시고 술잔을 놓던 노인은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며
일하는 여자가있고 간호원이 한사람있다고 했다
간호원이란말에 더 궁금하여 주인여자가 어디 아프냐고 물으니
특별히 병명은 안나오고 그냥 몸이 불편하다며 더는 말은 없었다
나도 더 묻기도 이상하고해서 그냥 고개만 끄득이고 알았다는 시늉을했다
술이 얼컨해지지 노인의 입에서는 주인집에 관해서 말을이어갔다
서울 강남에 알만한 큰 빌딩이 몇채있고 호텔이 있고..
엄청난 부잣집이라는거..자신은 주인집과 먼 친척뻘이라는거 등등
그러나 가장 궁금해 했던 주인여자에 대한 말은 없었다
물어볼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한줄기 소낙비가 지나간 하늘은 맑기가 그지 없었다
평소에 볼수없었던 수많은 별들이 면경같은 호수로 쏟아지고
알수없는 풀벌레 소리만 고요의 적막을 흔들고 있었다
이사장 옆에서 자고 가라는 노인네의 고마움을 뒤로하고
혼자서 낚시의자에 앉아 술기운에 오는 졸음을 쫒으며 찌불을 들여다보고있는데
등뒤에서 인기척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난 낚시할려고 뒤따라온 이사장인줄 알고 " 좀더 자지않고 벌써와" 하면서
뒤를 돌아보다가 심장이 멈는듯한 놀라움에 가만히 쳐다만 보고있었다
밤이였지만 물에 반사되는 빛 때문에 호수가 주위는그렇게 어둡지 않은것은
밤낚시를하는 조사라면 알수있을 것이다
그녀와의 만남은 분명 운명적 이라고 할수도 있었다.
까만 염주와의 만남은 잊혀졌던 망각의 시간을 섬광처럼 불러내고 한순간 전률은
내몸을 그대로 마비 시키는듯 꼼짝할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조심스럽게 그염주를 집어들고 명상 하듯이 선채로 눈을 감고
한동안 멍하니 서 있을수밖에없었다
염주에서 느껴지는 촉감은 시간을 잊은듯이 모든것을 단축시키고
여인의 슬픈듯한 미소가 금새라도 다가올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져들었다
아니 어쩌면 현실이었길 더 바랬는지도..
인간은 누구나 한조각 소중한 꿈의 기억이 있으리라.
그것이 후회와 아픔일지라도 추억하는 사람의 심정은 아름답기를 바라는 것일수도...
습지의 밤은 매우 끈적거리고 있었다.
금세라도 한바탕 퍼부울듯이 무겁게 내려 누르던 하늘이 기어이 굵은 장대비를 퍼붓기 시작했다
천둥번개를 수반한 폭풍에 사위를 구분 할수가 없었다
장비며 채비를 챙길겨룰 조차 없이 나는 그리 멀지않은 별장으로 달음박질을 하고 채면불구하고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잠시후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하더니 불빛이 새어 나오고 여인이 문을 연다.
"이 밤중에 어인일로"
"잠시 비좀 피하려고하는데요"
말이 채 끝나기전에 나는 집안으로 발을 디밀고 있었다.
새찬 비바람이 열린 문틈으로 나를 밀어 넣는 것같았다.
무슨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혹해 하는 여인의 눈빛 그리고 물에 빠진 생쥐꼴을 한 나.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나를 처다보던 그 여인
낚시터에서 나의 흘김하던 눈빛을 기억 하였는지
조금은 경계를 푸는듯 "이쪽으로 오세요"하며 거실 한쪽을 내주는 것이었다
엉거추춤 하던 나는 여인이 가르키는 곳으로 발을 옮기며
"죄송합니다 너무 다급하여 그만.."
말끝을 흐리고 여인은 그냥 조용히 웃고 있었다.
꾀 넓은 거실과 장식품 그리고 고급스러운 가구가 하나씩 눈에들어 오고.
잠시 숨을 고르며 무엇인가 어색한 이 분위기를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있었다
그때 "저 따듯한 커피라도 한잔 드릴까요 아니 옷이 흠벅 젖으셨네요"
"그 글세요"하고 말을 잇지못하는 나를 위로라듯 하며 여인은 손으로 화장실쪽 문을 가르킨다
무엇에 홀린듯한 나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서서도 그저 멍할 수 밖에 없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대 밖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며
문앞에 갈아 입을 까운을 가져다 놓았다고 한다.
오히려 당혹한 것은 나였다
"에 라" 이왕에 엎어진물 아니던가 하며 나는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고
문을 반쯤 열어 팔을 내밀어 까운을 걸쳐입고 거실로 나왔다
커피향과 여인의 체취.
창문을 후려치는 폭풍이 밤을 헤집고 있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나는 주도권을 상실한 아이처럼 그녀가 무슨 말이라도 해주길 바라며
애궂은 커피잔만 바라보고 있는데.
그여인 역시 낮선 남자와 같이 있다는것이 그리 편해 보이지를 않는 듯
말없이 어두운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 날씨가 빨리 개어야 할탠데"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여인은 침묵이 두려웠는지
"선생님은 이곳이 처음이신가보죠."
"아 네, 지난번에 친구들과 온적이 있었읍니다만."
이제는 말을 끊지말자 아무 말이라도 해서 답답한 이 긴침묵을 깨보자 하며 나는 짐짓
"잠깐 실례좀해도 되겠읍니까?"하고 묻자
"무슨일이신데요"
"다름이 아니고 담배 생각이나서 그러는데요." 나는 속으로 아까 젖은 옷에 담배가 있기는 해도
어디 온전 하겠나 하며 젖은 옷을 뒤척이자 "제 것이라도 피우실례요"하며 담배를건낸다.
담배를 피워물고 아무것도 모르는척 나의 능청은 다시 시작 된다.
"이 집에 다른 식구들은 어디 갔습니까?"여인은 잠시 머뭇 거리는 듯 하다
"네" 하는 짧은 대답만 할뿐..
"주인은 어디 출장가셨나보죠?"
"아뇨"
"그럼?"
순간 여인의 눈에는 이슬이 맺히는듯 했다.
아차 싶어"제가 무슨 실수라도 했나요"
이번에는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며 여인의 어깨가 가볍게 흔들린다.
작은 조명에 반사되는 여인의 눈물과 율동하듯 흔들리는 그녀의 흐느낌은
폭풍의 밤과 함께 그렇게 깊어갔다.
그날 까만 염주는 그렇게 내손에 들어오고..
나의 기억속에 묻혀졌던 추억이 저 낚시 가방에 파뭍혀 오랜 시간을 지내온것이다...
하늘에서 사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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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7
구구절절 애틋한 사연이~~~~~~~~~~
한편의 소설을 읽은둣 합니다.
솜씨가 보통은 아니십니다. 구신 예긴가 하고 시작 하였습니다만~~~~~
낚시인 만이 누릴수 있는 추억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송구스럽게도 추리 소설 처럼 도무지 이해 하기가 어렵습니다.
물가에서 미끼 달아 던져놓고 입질을 기다리는 단순한 낚시꾼의 머리로는...
소밤님처럼...
행복하고 건강한 출조 되십시요
추억의 조행기네요..
정성이 담기신글인데 제가 정독으로 다 읽진 못햇네요~!
무릉님이 잠시 여우에게 홀리신건 아니겟지요...ㅎㅎㅎ
아련한 추억이 담긴글 잘보고 갑니다..영화같은 이야기군요~!^^
가슴 한켠에 묻어두고싶은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지나간 아련한 추억이 한편의 소설처럼 다가오네요....^^*
낚시꾼이면 한번쯤 만나고싶은 일들이 아닐까요.?^^*
이곳 월척에서 한 십여분 다른생각 않고 이 글을 읽었습니다
중간중간 회상부분과 현실부분에서 빠진 글이 있나요?
애틋한 느낌의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