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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하는 미늘(복숭아 향 여인과의 만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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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를 연상할 만큼의 호남형 얼굴에, 180㎝의 거구에 선배를 대하는 깍듯한 예절과 상대를 편하게 하는 멋진 매너와 유머감각이 무척 빼어났다. 남녀 선후배를 포함한 모두에게 호감을 느끼게 했다. 무더운 여름날 땀을 흘리며 잡초를 뽑고, 궂은 일은 항상 먼저 나서고, 남보다 조금 더 하려는 마음가짐에 후배이지만 선배로서 쉽게 마음을 줄 수가 있었다. 그의 봉사와 희생정신, 세련된 언어구사……. 남학생의 질투와 여학생들은 그냥 애써 감추며 던지는 한마디 농담 속에서도 은근한 유혹의 눈길이 항상 그의 둘레에 거미줄처럼 끈적끈적 엉겨 있는 것을 보곤 했다. 그날 종일 땡볕에 나와 한 조가 되어 벼논에 농약통을 교대로 메고 약을 뿌렸다. 다른 조는 동네 하수도 정비작업, 우물소독, 여학생들은 마을아이들 교육 등등. 미리 짜여진 일과대로 하루의 업무가 빡빡하게 진행되었다. 저녁식사 후, 둘은 마을 교회 앞으로 흐르는 냇가의 소로 형성된 그곳에서 동심으로 돌아가 벌거벗은 채로 서로의 등을 밀어주고 목욕을 했다. 개울을 걸어 내려오는데, 어둠 속에서 도란거리는 소리를 청춘 남녀의 데이트하는 소리라고 연상을 했다. 한편으로는 봉사활동을 온 동료일 거라는 생각에 더 짓궂어진 마음이 발동했는지도 모른다. K가 아주 천천히 감옥의 감시초소에서 훑고 지나가는 서치라이트처럼 플래시로 주위를 훑어 지나갔다. "플래시 돌려요."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첨벙거리는 물소리가 같이 들렸다. 남몰래 즐기는 데이트가 아니라 무더위를 못 견딘 일행 중의 여대생 M, Y였다. 엉겁결에 어둠 속에 비쳐진 두 처녀의 나신은 찰나적인 불빛이 흘러가도 총각 가슴에 그냥 깊숙이 각인이 되어 버렸다. 그후 강원도 전방에서 군대생활을 할 때, 총각의 춘정을 삭이는 수음의 배경화면과 상상은 항상 단편적인 그 화면에 나의 상상력이 첨가되곤 했었다. 마시다 만 캔 커피를 들고 엉뚱한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때 언덕 위의 남녀가 내 텐트 앞을 지나 낚싯대가 펴진 곳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깡통을 만지작거리며 수면 위 낚싯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자는 검은 색의 찰싹 붙어 몸매가 드러나는 스판 바지와 검은 티셔츠를 받쳐입고, 염색된 긴 머리를 질끈 묶은 도시에서 온 30대 중반의 잡티가 없는 미인형이었다. 남자는 검은 바지와 흰색 잠바 속에 연두색의 빨간 두 줄이 쳐진 셔츠를 입고, 세파 속에서 걱정이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중년의 여유 있는 남자로 보였다. 이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고, 서울 말씨를 구사하고 세련된 여자의 분위기는 잘 익은 복숭아 냄새 같은 진한 향이 후각을 자극하는 것 같았다. "낚시 잘 됩니까?" 남자가 수인사를 겸해 말을 붙여오자 여자는 고개를 숙이며 목례를 했다. "예, 그냥 앉아 있습니다." 남자는 펼쳐진 낚싯대 앞에 서서 주위를 살펴보고 여자는 물에 담가놓은 술병과 캔 음료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름에 저렇게 찬물에 담가서 먹는 게 냉장고 보다 훨씬 더 나은데......." 그리고 시골에서 저녁에 모깃불을 피워놓고 우물에 담가 두었던 시원한 수박을 먹던 이야기를 했다. 여자의 이야기에 남자는 하얀 치아를 내놓고 동감을 표시하며 웃었다. 웃고 있는 입 속에 송곳니 부분의 금이빨이 반짝거리다가 사라졌다. 의자에서 일어나 캔 커피 2개를 건져 남자에게 내밀었다. 몇 번을 사양하다가 받아서 뚜껑을 열고는 한 통을 여자에게 건넨다. 여자도 커피를 받아들고는 "여기서는 귀한 것인데 고맙습니다."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고개를 까닥 했다.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는데 여자가 쳐다보며 "고기 많이 잡으셨어요?" "아니요. 못 잡아도 그냥 이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연기를 내뱉으며 대답을 했다. 여자가 살림망에 관심을 표시하자 남자가 커피 깡통을 쥔 채 "구경 좀 해도 되겠습니까?" 양해를 구해 왔다. "예, 구경하십시오." 대답을 한 후 담뱃재를 털고 다시 필터를 입에 갖다 대었다. 남자가 살림망을 들어올리자 48㎝와 46㎝의 월척 두 마리가 퍼덕거리며 물방울을 튀기자, 여자는 깜짝 놀라며 뒤로 움찔 물러났다. 뒤에서 바라보는 여자의 몸매는 무척 육감적이었고 갑자기 야밤에 훔쳐본 처녀의 나신을 생각하게 했다. "전부 잉어입니까? 아주 큰 건 없네요." 여자의 질문에 붕어라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나는 그냥 멋쩍게 웃어 보였다.

3부는 언제 올라옵니까?
입질을 할까?
기다릴까?

딸기향 여인도 붕어가 좋아할 긴데...

퍼떡 3부를 올리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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