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붕순이는 밑밥의 구수한 냄새를 음미하며 나와의 오늘 밤 게임을 위해 모여들고 있으리라.
차 단속을 했다.
텐트 속에 들어가 고체 모기향과 바르는 모기 약을 챙기고 난 뒤 모기장 단속을 하고 내려갔다.
의자에 씌워 둔 비닐을 벗기니 벌써 습기가 촉촉하다.
돌아앉아 파카 속에서 라이터를 켜고 모기향에 점화를 했다.
연기는 어둠 속에서 진한 줄이 원을 그리며 오르다가 앉은키만큼 상승한 후에는 서서히 분말처럼 퍼져 오른다.
굵은 새우를 끼운 후 장전된 소총을 모두 원위치 했다.
표적이 솟아오르고 방아쇠에 힘을 가하면 사격이 당장 가능해진다.
사수는 돌발적인 표적 변동이 있더라도 충분히 명중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스스로 자부를 한다.
오른쪽 표적에 조짐이 오는 것 같다.
파란 표적이 한마디 살짝 올라온다.
다시 내려가는 것 같더니만 잠깐 움찔하더니 또 약간의 상승을 하고 있다.
이제 어둠을 뚫고 서서히 올라오겠지.
침을 꿀꺽 삼키고 손잡이에 손이 가 있었다.
파란 찌가 옆으로 서서히 이동하는 순간 뇌에서 바로 챔질의 신호가 떨어졌다.
챔질!!
대를 빼앗기면 안 된다. 본능적으로 세워야 한다.
4.7m의 대가 활처럼 휘어지고 원줄의 소리가 어둠 속에 흐느끼고 있었다.
이놈이 저항을 하며 좌측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낚싯대 방향을 같이 움직이며 무조건 수면 위에 띄워야 승부가 결정된다는 생각을 했다.
낚싯대를 기마자세에서 사타구니에 박아두고 왼손으로 좌측 두 대를 한손에 쥐고 당겨 옆으로 옮겼다.
다시 오른쪽 수초 방향으로 전진을 하고 있다.
먼저 대를 세웠기 때문에 이미 승부는 결정이 난 것 같았다.
수면 위에 서너 번 띄우면서 공기 흡입을 했기 때문에 뒤로 한 발짝 물러날 때마다 내 앞으로 대형 잠수함은 서서히 당겨 오고 있었다.
왼손으로 뜰채를 들고 마지막 저항에 쐬기를 박았다.
오늘 저녁은 뭔가 대물과의 격렬한 전쟁이 벌어질 조짐이 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건으로 감은 엄청 빵이 괜찮은 놈을 나무막대기로 만든 자작 자 옆에 뉘여 보았다.
굵고 진한 선의 40㎝ 눈금을 넘어 5㎝를 표시한 짧은 선도 훌쩍 넘어 보였다.
한바탕의 전쟁이 지나서인지 잠시의 소강상태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동시에 입질이 들어오거나 아니면 한 마리와의 게임 뒤에는 30분이나 1시간이 경과된 후 다시 입질이 붙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돌아앉아 엎드린 자세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손바닥을 오므려 담배를 피우는데 이 야밤에 인적이 끊긴 소류지 건너편 무너미 쪽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오면서 승용차가 진입을 하고 있었다.
웬 사람일까? 낚시꾼?
차 문을 닫는 둔탁한 소리가 나자마자 다시 잠금장치를 가동하는 짧은 전자음이 어둠 속에 울렸다.
랜턴을 든 사람이 길을 걸어오는 게 나뭇잎 사이로 언뜻언뜻 보였다.
다시 중간에 펴둔 2.7m 대가 끔뻑거리며 어둠 속에서 윙크를 하고 있었다.
다시 나의 날카로운 신경의 끈은 탱탱해져 오고 있었다.
파란 형광불빛이 까닥거리더니 다시 한마디를 밀어올린다.
담배꽁초를 빈 깡통 속에 넣고 난 뒤 자세를 낮추고 챔질의 순간을 노리고 있었다.
대뇌의 챔질 명령만 하달되면 오른손은 바로 집행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두 마디가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다.
'한 마디만 더'를 마음속으로 주문하면서 카운터에 들어갔다.
다섯, 넷, 셋, 둘, 하나, 챔질!!
회귀하는 미늘(지금 이 저수지에 홀로 있는 이유)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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