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의 열기로 가득한 탐라의 분재원에서, 이슬을 받아 먹으며 인고의 세월을 견디는 분재 작품을 분갈이할 때 잘라 버리는 뿌리와 그 작품의 생장관계를 안내원이 설명을 하다가 관객에게
"사람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무엇을 잘라야 하느냐?"
는 질문을 했고, 경청하던 사람의 대답은 대동소이하게 '욕심'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요구하는 답은 '고정관념'이었습니다.
사실 개개인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의 파기와 사람의 욕심을 자른다는 게 저 같은 평범한 범인의 입장에서는 어렵다 는걸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각설하고.
평소 인터넷에 이 좋은 공간이 있다는 것과 운영을 위해 수고하시는 운영자 님의 노고에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지금부터 몇 차례 올릴 글들이 특정 계층에서 이용하는 상업적 지면이 아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인터넷 공간에서 너무 직설적인 묘사로 인해 선정적이고 타인에게 혐오감과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되시면 바로 메일로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글이 현재 모 낚시 잡지에 게재되고 있는 글이기 때문에 과월호로 게재됨을 조사님 들께서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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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언덕 위 한편에 텐트를 치고 붕어를 벗삼아 보낸 지 한 달이 넘었다.
뜨거운 낮 시간에는 면도를 안 해서 길어진 수염의 끝자락에서 바람이 뒹굴며 그네를 타고, 이름 모를 산새와 소쩍새 소리를 들으며 나무 그늘에서 낮잠을 즐겼다.
어둠이 내리면 별빛 아래 환희의 입질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이 오면 저수지 수면에 물안개가 스멀거리며 피어오르고 그 황홀하면서 환상적인 분위기에 그림같이 들어오는 입질과 챔질은 내 일상의 핵심적인 일과로 곁에 머물고 있었다.
밤낮을 바꾸어 살며 이익을 쫓는 뭇 사람들 속에서 동화하지 못해 일탈한 나와 대화하는 풀벌레와 잡초들.
그게 내게는 편한 친구이며 이웃 같았다.
온종일 내가 기다리는 것은 입질뿐이었고, 배가 고프면 먹고 잠이 오면 그냥 누워 자고, 해가 저물기 전에 미끼 준비와 붕순이를 위한 밑밥질이 하루의 일상 생활이었다.
소나기와 새벽 이슬을 맞으며 기약 없는 시간 속에 깊게 침몰되어 있었다.
텐트를 걷어 차에 실을 때는, 지난 시간 몸부림치던 일상에서의 탈출과 방황에 종지부를 찍으며, 다시금 내 인생에 타다만 솔가지를 점화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다시 현실화된다는 게 지금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내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어제 오후 아내는 부식과 밑반찬, 음료, 주류를 내려 텐트에 넣고 캔이나 병은 저수지 물 유입구에 담가주고 간단한 집안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이야기만 전해주고 훌쩍 떠나 버렸다.
캔 맥주 한 모금을 마시며, 아내가 고갯길을 내려가며 밟는 브레이크등만 쳐다보았다.
그냥 단순한 생각만 하면서, 동물적 본능으로 허기가 다가오면 먹고 다시 낚싯대를 드리우는 일상이 편안하고 달콤하고 여유로운 시간들이었다. 가끔 시간의 수렁 속에 더 깊이 빠져드는 것 같은 생각을 할 때는 가슴이 답답해지고 모든 걸 잊기 위해 떠나왔지만 인간의 고뇌를 벗어나기 힘들 때도 있었다.
소나무 가지 사이에 줄을 쳐서 만든 간이건조대에 새벽에 입고 앉았던 옷가지와 수건을 펴서 널었다.
밑밥질을 하기 위해 수면 위에 부챗살 모양으로 펴둔 낚싯대 위에 삶은 겉보리를 투척하고 있었다.
낙하하는 알맹이가 떨어지는 수면 위에는 무수히 많은 작은 원들이 붕어 비늘처럼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작은 인생사의 굴절된 사연이 뭇별처럼 수면 아래로 녹아들고 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수면은 청동거울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무더운 오후 날씨에 한줄기의 바람이 미간을 훑어 목덜미를 휘감고 나무 숲 사이로 줄달음 치는걸 느낄 때, 자동차가 진행하는 덜컹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저수지 무너미 쪽에 하얀 승용차가 멈추고, 여자가 먼저 내리더니 이어서 잠바차림의 남자도 같이 내렸다.
두 남녀가 걸어서 이쪽 물 유입구 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밑밥질을 했고 이젠 오늘밤의 짜릿하고 감미로운 향연을 위해 낚싯대 정리를 해야 한다.
새벽에 잉어란 놈이 분탕질한 낚싯대를 걷어 다시 줄을 풀기 위해 매듭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너무 많이 꼬인 부분은 풀어내려니 귀찮아서 니퍼로 잘랐다.
다시 원줄을 묶고 있는데, 남녀는 저수지 수면 위의 언덕 소나무 아래에 앉아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매어둔 목줄을 달고 낮 시간에는 미끼를 달지 않은 빈 바늘로 제 위치에 모두 투척을 했다.
장비를 제자리에 앉힌 후 새우 채집망을 꺼냈다.
채집망 작은 구멍을 메우던 물방울이 깨지면서 생존의 본능적인 새우의 동작에 간지러움을 느꼈다. 굵은 놈만 골라서 톱밥이 들어 있는 미끼 통에 담고, 불어터진 오징어 조각을 꺼냈다.
마른 오징어 대가리와 꼬리 부분을 잘라 넣은 후, 채집망을 빙빙 돌려 원심력을 이용해서 수초 속으로 투척을 했다. 여름날 어둠이 내리려면 몇 시간이 더 있어야 한다.
준비는 모두 끝났다.
오늘 저녁은 해질 무렵 라면으로 때우자.
캔 커피를 물에서 건져 뚜껑을 따고 파라솔 아래 낚시 의자에 앉아 한 모금을 마셨다.
시원한 느낌이 목젖을 통과한다. 더운 낮에는 시원한 것을 찾지만, 어둠이 오고 이슬이 내릴 때 차가운 한기 속에 끓여 마시는 뜨거운 커피는 심신의 묶인 매듭을 풀고, 나를 자유롭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도란거리는 남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다가 문득 K를 생각했다.
형형색색의 배낭을 메고 새마을 문양이 그려진 초록 모자를 쓰고 동대구 역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있었다.
서클에서 경북 동해안의 ○○면 소재지에 농촌 봉사 활동을 가서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회귀하는 미늘 (복숭아 향 여인과의 만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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