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짜 붕어 소동
원고 마감을 준비하던 3월 말(27일)과 4월초(3일), 본지에 2건의 대어가 연속 제보됐다. 더구나 놀랍게도 2건의 고기는 모두 5짜 토종붕어라는 것. 1마리는 충북 청원 노현지에서 낚인 54.5cm였고 또 1마리는 경기 용인 요덕골지에서 낚인 51cm였다.
즉각 현장에 기자가 급파되었고, 다른 한편으로 본지 취재라인을 총동원하여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문제의 고기를 직접 확인할 수 없었다. 2마리 고기 모두 제3자를 통한 제보였기 때문. 실물 대신 자료 사진과 비늘, 다양한 관계자 증언 등을 확보한 본지는 분석작업에 들어가다가 예상치 못한 사실에 접하게 됐다. 즉 2마리 붕어 모두 토종이 아닌 교잡종 붕어였기 때문.
우선 지난 4월 3일 용인 요덕골낚시터에서 용인 용친회 김명수 회원이 낚은 51cm 붕어는 수입 교잡종인 향붕어로 드러났다. <사진>에서 보듯 가지런한 비늘 형태와 머리 모양이 한 눈에도 교잡종임을 알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문제는 지난 3월 27일 청주꾼 장원석씨가 청원 노현지에서 낚았다는 54.5cm 붕어였다. 사진만으로는 정확한 판단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고기 사진은 인터넷상으로 퍼져 5짜 붕어에 대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사진 속의 붕어를 감정한 본지 필진 차종환씨(붕어연구소 소장, 『실전 붕어대물낚시』저자)는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며 “토종 붕어가 아닌 향붕어로 판단되지만 이를 증명할 자료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토종 닮은 향붕어가 5짜 둔갑
교배종 전국 확산, 오인 소동 계속될 듯
이때 마침 문제의 고기에 대한 추가 자료와 제보가 접수됐다. 이 제보에 따르면 “54.5cm 붕어를 낚은 장본인인 장모씨가 청주 P낚시점에 감정을 의뢰했다. P낚시점 감정결과 ‘주둥이에 퇴화된 수염이 나있는 향붕어’로 판정이 났다. 당시 그 현장엔 제보자 외에도 10여 명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문제의 고기는 노현지가 아닌 인근 모 유료터에서 낚은 고기라는 것이다.
이때 청주를 직접 찾은 차종환씨가 마침 문제의 고기 비늘과 함께 선명한 추가 사진 자료를 다량 확보했다. 비늘은 붕어(물고기)의 ‘주민등록증’이라는 말처럼 비늘을 관찰, 분석하면 다양한 정보를 판독해 낼 수 있다. 비늘의 정밀 검식 결과, 문제의 54.5cm 붕어는 ①토종에 비해 비늘 두께가 얇고 ②좌우로 넓적한 토종과 달리 잉어과 물고기처럼 상하로 길쭉했다(사진). 향붕어임이 확실하게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표>참조).
한편의 에피소드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와 같은 일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최근 중부권 유료터를 중심으로 40~50cm급 잉붕어와 향붕어가 대량 퍼져나가 있는 상태여서 혹은 몰라서, 혹은 상업적인 불순한 목적에서 교잡종 붕어를 토종으로 오인하는 일들이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일부 수입업자 중엔 중국산 붕어를 도입, 방류하기 전에 잉붕어·향붕어의 수염을 일부러 자르는 경우조차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대로 가다간 그간 우려했던 수입 물고기의 국내 생태계 교란은 눈앞의 현실이 된 듯 보인다.
어쨌든 정부 당국에 의해 올해부터 향붕어 잉붕어의 수입이 금지됐다고는 하나 이미 기존에 도입돼 전국으로 퍼저 나간 자원량이 상당한 만큼 이번 기회에 낚시인들 스스로가 교잡종 붕어와 토종의 구분법을 제대로 익혀두자. 괜시리 우롱당하지 않는 똑똑한 꾼이 되자.
5짜 붕어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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