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주체 하지 못할 그리움을 안고서 길을 떠나 봅니다.
실로 오래 간만에 나 혼자 만의 시간을 가지려 가슴 부푼 마음으로 달려 갑니다.
어디로 떠난다는건 희망 이지요.
그 희망과 설레임이 있는곳으로 가려면 이 길을 지나 쳐야 합니다.
이 가을이 다 가기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그곳..,
25년 전,
한창 등산을 다닐때
가을이 되면 꼭 한번 열병처럼 가고 싶은곳이 있어서
어느날 홀연히
80리터 배낭을 짊어지고 며칠씩 혼자서 떠나곤 했던 그곳,
월출산,
그리고 올라오며
지리산.
거기
가뿐 숨에 심장이 터질듯 헐떡이며 오르 내리던 어느 능선,
그곳에서
나는 살아있음을 느꼈고
나는
또 다른 나를 느낄수 있었습니다.
정신적인 나 와
육체적인 나.
그 정신과 육체의 싸움을 지켜보는 또 다른 나...,
어느덧 나는 셋이 되어있음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나는 누구이며 진짜 나는 어디에 있는것 인지요?
길가,
코스모스꽃 들은
모두 시들었지만
아직도
은행잎들 은
서러운듯
그나마 마지막 남은 푸르름을 움켜잡고 있습니다.
뚝방길...,
이 길을 따라 2Km 남짓 더 가야 됩니다.
40년 전,
고무신이 닳을까 아까워서 허리춤에 벗어 꿰차고 달리던 흙길...,
이젠 아련한 기억 너머의 추억이 되어 버리고,
지금은 이렇게 마음먹고 나와야 겨우 볼수있는 정겨운 길이 되어 버렸습니다.
차에서 내려
그때의 추억을 조금이나마 되살려 맨발로 걸어 보고 싶지만
자꾸만 짧아져 가는 가을 햇살과 스멀스멀 밀려오는 어둠에
어쩔수없는 낚싯꾼의 조바심은
어서 가자고 재촉 합니다.
여기가,
오늘밤을 잠시 머물며 인생 추억의 한자락을 수놓을 자리입니다.
언제봐도 내 마음을 끌리게 하는 이곳..,
추수가 거의 끝나가는 황량한 가을 들판은 스산함과 쓸쓸함을 느끼게 합니다.
번잡하지 않은 고즈넉함..
그래서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봅니다.
내가 자리잡은 우측의 전경입니다.
작년 이맘때,
낚귀, 로빈, 키싱님과 좋은 밤을 보냈던곳이기도 하지요.
그게 벌써 1년전..,
세월이 유수라는말을 불혹의 끝자락을 잡고서야 절실하게 실감하게 됩니다.
오늘밤.
전투낚시에서 내가 펼칠 전법은 나의 필살기인 "외대신공" 으로 정하고 진을 펼쳤습니다.
"精神一到何事不成"
붕어와 공정하게 겨룸을 위해 일대일로 오로지 한대만을 가지고 온정신을 집중하여 쪼아 보겠습니다.
친구가 낚싯꾼인 나에게 준 최고의 선물 "무한" 36 입니다.
나 에게는 친구가 둘 있습니다.
친구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기조차 어려운 친구,
언제든 내가 힘들거나 어려울때 달려와주는 친구,
식구들과 밥을 먹다가도 내가 배고프다면 달려와서 삼겹살에 소주한잔 사주는 친구,
막걸리 2만 5천원 값에 취하고 만족해 하는 친구,
막걸리에 취하여 밤길 전봇대 아래 셋이 둘러서서 오줌을 갈겨대는 친구,
술에 취해 집에 오며 걸어서 서로 집앞까지 바래다 주겠다며 우겨대는친구,
아버지 돌아가셨을때 정신을 놓은 나를 대신해서 아버지를 거두어 주었던 친구...,
나는 이런친구가 있는게 행복 합니다.
여러분에겐 어떤 친구가 있는가요?
한대 라서 조금 외롭나요?
허구 많은 편한 자리를 놔두고 하필 이런 곳에 자리를 잡았을까요?
이 자리는 바로 작년에 여기서 만났던 "은파도사" 께서 점지해준 자리 입니다.
이 근처 다안나와도 이곳만은 나온다는 바로 이자리...,
그러나 대를 운용하기가 참으로 고약 합니다.
보시다 시피 앞쪽에 있는 흉물스런 철재 구조물과 자리의 협소함,
그래서 다른곳은 반질반질하게 자리가 닦여 있는데 이곳만은 아직도 생자리 이더군요.
그밤.
나는 "은파도사" 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조과로서 분명히 증명하였고,
낚싯꾼이라면 한번쯤은 들어 보았을 아니 그래서 그냥 흘려 듣고 말았을 "골 을 버리고 덕 을 공략하라"
라는 말을 마음으로 느껴야 했습니다.
세상에는 사실과 진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눈으로 보며 변할수 있는것 이지만
진실은 불변이며 마음으로 보아야 하는 것 입니다.
내 앞으로 4칸대를 마주던지면 맞닿을 자리에 5, 6명의 낚싯꾼이 있었지만
그들은 밤새 내 36대 에서 올리는 찌불을 구경만 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더군다나 찌를 올리면 파란 불빛이 휘황찬란한 붉은빛으로 바꾸는 전자찌의 찬란한 올림을...,
토종 붕어의 그 중후한 찌 올림,
아! 그 가슴이 터질듯 심장이 마구 뛰고 숨이 턱턱 막히는 황홀한 오르가즘..,
그밤 나는 열번도 넘게 혼자서만 그 낚시의 극치를 맛보며 몸을 떨어야 했습니다.
미안 하더군요.
건너편 그들에게...,
여러분도 눈을감고 그 모습을 가만히 상상해 보세요.
새벽 03시 쯤,
올리지 못하고 깔작대는 입질에 피곤과 잠이 밀려 올 즈음..,
한, 두마디 살짝 올리는 입질을 놓치지않고 떡밥이 얼 정도의 추위에 양털 시트를 깔고 의자에 깊숙히
파묻혀 있던 몸을 번개같이 움직여 챔질을 한 순간 대의 가벼움에 "틀렸구나" 하고 느끼기도 전에
옆 으로 이리 저리 째는 강한 저항에 깜짝놀라며 대를 세우려고 안간힘을 써야 했습니다.
째는 모양이 잉어는 아닌것 같고 오랫만에 이렇게 강한 저항은 처음 이었습니다.
* 채비
- 36 "무한" 대.
- 2.5호 시가 포스 카본원줄.
- 원줄 봉돌 연결 16호 핀도래(채비 교체시 너무 편함).
- 7호 묶음 참바늘.
여태 줄만 매고 있었는데 오늘 제대로 당겨보고 장비와 채비에 믿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친구 같은 믿음을...,
자리는 좁지, 바닥은 질퍽거려 미끄럽지, 캄캄하기는 하고 뜰채에는 안들어가지..,
어느것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5분 넘게 실랑이 하다 겨우 뜰채에 담아 올려보니 수염이 없는것은
분명한데 아무리 봐도 토종이 아님에 서운 했습니다.
팔자 소관으로 더이상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이 얼치기 낚싯꾼에게 생포된 녀석들의 일부 입니다.
토종은 8~9 치 급 이지요.
그렇게 아침이 되었습니다.
자리를 정리하고 거기 없었던듯 와야할 시간 이지요.
새벽에 안개가 너무 끼어서 철수가 늦었습니다.
멀리서 간밤을 지샜던곳을 아쉬운듯 다시한번 바라 봅니다.
저기 우측 첫번째 파라솔 있는자리를...,
어서 가자.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있듯이
여기 이 다리가
일상과 일탈의 경계 입니다.
다시 이 다리를 건너서 오리라 기약없는 기약을 해봅니다.
나를 태우고 다니느라 고생하는 내 애마..,
전에 시간이 있을때는 쓸고, 닦고, 조이고 해줬는데..,
이젠 그때가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 합니다.
어제,
가슴이 부풀어 달려오던 이 길을
이제 다시 뒤 돌아서 가야 합니다.
우리 인생도
이렇게 뒤돌아 갈수 있을까요?
저기 멀리,
한때 그 유명했던 장항제련소 굴뚝이 보이는 금강 하구뚝 연안 도로를 따라 일상으로 돌아 옵니다.
먼지 나는 사바 세계로...,
가을 戀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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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뒤돌릴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되돌릴수 없다면, 오늘이 마지막인것처럼 살아볼수 밖에요.
항상 건강하시고, 어복 충만하십시요.
건강 하시고 언제나 행복 가득 하시길......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얼굴 뵙기 힘들군요
물나온사진 두번째 큰나무밑에 앉아서 재미본자리인데...
사진을 보니 새롭습니다
건강하세요
님의 글을 읽으니 "멋"이란 단어가 생각이 나네요.
감사합니다.
멋진글 잘읽엇습니다,,,
외대신공,,,
천하에 적수를 찾기 힘들다는 그 신공을 면도날님이 十 成 으로 익혔으니,,,
강호에서 면도날님의 명성이 하늘을 찌를것입니다 ~~~~~~~~~~~~^^&
출발할때는 여유롭게 즐겨보자가
도착하면 조기도 요기도 자꾸 눈에 들어오고..ㅠㅠ
결국 손맛 못보는건 똑 같은데 그래도 마음은 대를 널어놔야 편하고..
잘보고 갑니다..
부드럽고 서정적인 글이네요
비포장 신작로 ..
어릴적 깜장고무신 미끌려 벗어지는걸 양손에 들고
공무니에 허연 먼지를 달고다니던 버스를 타고
동전한푼없이 집을 나갔었죠
초등5학년때 ..
여동생이 울며 따라오던 ,,
그렇게 집나가 일년넘게 서울살다 왔었습니다
조력이 모자라...
실력이 부족해...
아직 쌍포네요...^^
여유와 자연을 함께 즐기는 면도날님께 한표 던집니다....
과욕때문에 저는 8대로 ~
멋지고
아름다운 글속에 감동먹고. 머물다 갑니다
잘보고 갑니다~~^^
부러움과 함께....재미나게 잘 보았습니다...
던질만한곳이 없어서 포인트만 확인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면도날님의 조행기를보니까 어서빨리 봄이오고 가뭄이 해결되서
수로붕어의 손맛을 보고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추운날씨에 건강 조심하십시요 ^*^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떽~ 왜? 어째서? 갑자기 이추운날 옛날애기를 꺼내 텁텁한 막걸리에 순두부 생각나게 하남?ㅋ
오앤만에 입장해서 눈팅하다 보니 여기에서 면도하고 있었군??ㅋㅋ
1월2일 부사방조제 출조하고 오는길에 문득 전화할려다....쩝~
시간내어 한잔하셈~
건강하고 즐~
매력있는 분이시네요..
글도 맛깔나게 잘쓰시고요..
부럽다는 말이 절로 나오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안출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