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보내면 어둠속에서 별처럼 반짝이는 은백색의 ‘반사테이프’가 있었습니다.
낚시점에서는, 꾼들끼리는 그 의미가 다르지만 흔히들 ‘야광테이프’로도 통했었습니다.
1960년대에 카바이드 간드레가 등장했고, 꾼들은 찌톱에 그 테이프를 일정한 간격으로
드문드문 둘러서 밤중에 그것의 반짝임 개수를 찌의 변화로 읽는 밤낚시를 즐겼습니다.
어두운 수면에서 점차로 늘어나는 별들의 개수가 곧 황홀한 찌의 솟음이었던 셈입니다.
그 시절을 살았던 저의 이야기는 그것에 깃든 애틋한 소감이자 소중한 추억일 뿐이지,
‘삼천리 방방곡곡에 불을 밝히자!’라는 캠페인이 결코 아님을 우선 말씀드립니다.^^
카바이드가 물과 반응해서 생성된 아스틸렌 가스를 연소시키면, 강렬한 밝은 빛을 얻는다는
원리를 이해하고 그 사용법을 숙지하고 있다면 하등의 어려움이 없었을 간드레는 그렇지 않는,
즉 관리에 소홀했거나 눈썰미가 그다지 없는 꾼들에게는 다방면으로 골칫거리였을 것입니다.
공급되는 물의 양만 과해도 부글거리며 분출되는 가스의 압력이 거세져서 점화에 애를 먹이고,
급작스러운 반응으로 인해 덩어리에서 튀기는 미세한 티끌에도 걸핏하면 노즐은 막혔습니다.
저도 초보꾼들이 간드레의 관리나 사용법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꽤나 신경이 쓰였습니다.
밤에 그것을 제대로 켜지 못한다면 낚시를 할 수가 없었으니까 중요한 일일 수밖에요...ㅎ
무슨 대단한 기술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통에 집어넣을 카바이드의 적당한 양을 알려주고,
삐삐선 몇 가닥을 모자에 꽂고 다니기만 하면, 밤새 고맙다는 인사는 수시로 받았습니다.^^
간드레를 최상의 상태로 조작하는 능력만으로도 꾼의 조력을 넌지시 엿볼 수 있었던 시절에
낚시터는 간드레 빛의 따사함으로 인해서 요즈음보다 훨씬 더 포근하고 평화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그 빛들은 멀리 떨어진 꾼들끼리 서로의 존재를 알려주는 반가운 등불이기도 했습니다.
‘저 외진 곳에도 나처럼 외로운 꾼이 있구나!’ 그것은 실로 커다란 위안이 되기도 했습니다.
살짝 꺾어 내장된 미세한 튜브를 터뜨리면 두 성분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서서히 빛을 발하고,
밤중에 살랑대는 잔물결이나 농무(濃霧)의 틈새로 가물거리면, 그 초록빛의 부단한 깜빡거림이
마치 한여름 밤 우연히 잡아본 연약한 개똥벌레의 가쁜 숨을 내쉬는 아랫배 같다고 연상했던
케미컬 라이트(케미)가 등장하자마자, 밤낚시의 세계는 실로 대단한 변화를 겪게 되었습니다.
대다수의 꾼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달가워하면서 기꺼이 그것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우선 급하다보니까 시판되던 기존의 찌톱 최상단에 케미를 넣을 수 있게끔 개폐가 되는 캡슐형태의
적당한 투명 튜브가 달린 찌가 먼저 선보이더니, 케미 꽂이가 곧 이어 등장했습니다.
튜브든 꽂이든 간에, 제 입장으로는 무게나 부피가 작을수록 이상적이라고 확신하던 찌톱의
상단에 실로 어마어마한(ㅋ) 부하(負荷)가 걸리는 그 결과가 못마땅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한때 갓 입문한 초보나 얼치기 꾼들이 멋모르고 즐겨했던 오봉낚시(일명 멍텅구리낚시)의
경우, 탱자만한 먹이 주변에서 서성거리며 맛 좀 보려던 붕어가 운 사납게 제 발로 걸려서
물고 늘어질 때, 한참 졸다가도 그냥 낚싯대만 들면 큰 붕어라도 속절없이 끌려 나왔습니다.
바람직한 낚시형태는 물론 아니고, 그래서는 소위 꾼이 바라는 ‘손맛’을 볼 수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정확한 맞춤이 필요 없었고, 그저 뜰 낚시만 아니면 되니까 핫도그만한 케미를
쓰더라도 별 문제가 없지만, 애써 찌맞춤을 하고 그 황홀한 찌 솟음을 기대하려는 꾼들에겐
적잖은 고민거리와 숙제를 떠안기며 케미는 삽시간에 전국의 밤 수면을 녹색으로 물들였는데,
아무리 예민한 찌로 그럴듯한 찌맞춤을 했더라도 케미가 방해물임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찌를 맞출 때 케미와 꽂이를 수면에 노출시키느냐, 잠기게 하느냐 또는 반만 노출시키느냐
등등... 찌몸통이 갖는 부력에 따른 적절한 맞춤방법의 판단도 번거롭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수면을 벗어나면 케미라는 무거운 ‘철모’를 쓰고, 또 솟을수록 위치에너지가 증가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케미가 없는 경우보다 찌의 리드미컬한 상승(上昇)이 둔해짐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톱의 경우 4mm 폭의 반사테이프 띠 하나의 증감으로도 찌맞춤의 균형이 달라지는 판인데...
따뜻한 빛으로 꾼의 주변도 적당하게 밝혀주며 찌톱에 두른 반사테이프를 반짝이게 하던
간드레가 사라지자, 꾼들이 어둠 속에서 보다 불편한 낚시를 하게 된 것까지는 괜찮습니다.
밀폐된 협소한 공간 등이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는 사람들은 조용해지기 마련입니다.
여자는 물론이고 남자들도 어떠한 분위기에 휩싸여 무르녹아드는 속성은 마찬가지입니다.
불 꺼진 고장 난 엘리베이터 속에서 태연스럽게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갈 수 있을까요...
캄캄한 물가에 너도나도 습관적으로 앉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모두들 바위가 돼버리고,
그것이 결국 ‘불을 켜면 안 된다’ ‘소리를 내서도 안 된다’ 로 이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한밤중에 전 수면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서 보면 온통 케미 뿐, 낚시꾼은 보이지 않습니다.
초보시절엔 우선 붕어 잡겠다고 나섰겠지만, 꾼이 되고 나면 사느라고 짊어졌던 멍에들을
벗어버리고 싶은 까닭에서도 물가를 찾아오는데, 낚시터에서도 숨을 죽여서야 되겠습니까...
아이를 안고서 ‘동구 밖 과수원 길’을 노래하던 고은 엄마의 모습을 이제는 볼 수가 없습니다.
간드레를 뒤돌려 놓고서 둘러 앉아 뜨거운 라면을 나눠먹던 그리운 정경도 온데간데없습니다.
아빠가 케미 불빛마저 밝다고 걱정하는 판에는... 아이와 아내는 낚시터에 올 수가 없습니다.
이제 그만 궁상(ㅋ, 죄송)들 떠시고, 낚시터가 좀 더 환해졌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컴컴한 밤길을 가다가 가로등을 만나면 저는 두렵기는커녕 그 빛이 고맙고 반가웠습니다.
어느 꾼이 간드레를 켠다면 ‘어느 별에서 오신 분일까?’ 야릇한 시선으로 보시지 말고,
그 분도 지구에서 태어나 여태껏 지구에서 살아오신 착한 분이라 여기시고 눈여겨보십시오.
그래서... 그 분이 얼마나 편하고 느긋하게 붕어와 만나고 있는지를 꼭 아시길 바랍니다.^^*
간드레--(1)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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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글도 맛깔스럽게 쓰시고요...
찌톱에 케미넣을수 있는 찌.....기념으로 한개 보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쓰던 야광테이프를 보관중인데 글을 보니 지난날 생각이나서 반갑습니다..
건강하시기를.......
너무 오랜만에 오셨네요^^*
그동안 안보이셔서 궁금했습니다.^^*
어릴적 아버지를 따라 낚시다니던 추억의 간드레글
철붕님의 특유의 문체로 올려주셨네요. 좋은글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자주 뵐수있기를 바랍니다.^^*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소주마시던 운치도 요즘은 그립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A자텐트
O형야광반사찌톱
튜브형 찌
멍텅구리
닭사료
젊은날의 추억덩어리......
창고 정리하다가 예전 로얄낚시대,튜브찌가 있네요♥♥
어디가셨다가 이제 오셨습니까
눈 빠지게 기다렸는데요
기달ㄴ 보람이 있었네요.
칸델라 낚시는 안해 봐서요.
인사만 드립니다. 우랫만에 오신 기념으로 추천 한방 놓고 갑니다.
불빛 방향을 바꾸라며 소리 지르다 쌈박질 까지 했던 시절!
그때 쓰던 자바라로 된 스텐 쌍 간델라를 지금도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땐 찌 톱에 원자가 내장된 공작찌가 좀 비쌌던 시절이라....
그 다음이 케미가 아닌가? 생각되고요.
그 다음이 전자찌(이원주씨가 개발한 월척도사 센스 전자찌를 최초로 개발 인기 좋았었죠)
지금 전자 광케미 .... 아마 이렇게 변천이 되었던 거 같은데.....
실로 추억이 새롭게 닥아옴을 느끼는 한편의 드라마 같은 추억의 조행기 입니다.
그동안 무탈하셧는지요 ^^
연세도 지긋하셔서 혹시라도 건강에 이상이 있으신가 걱정을 했엇습니다
글을쓰고보니 좀이상하네요 제 어머님보다 한살밑인분께 지긋하다고하니...
아무쪼록 건강유의하시고 좋으신글 많이부탁드립니다 선배님 꾸~벅
혼자서야 무서버서도 환하게 불켜놓고 밤낚하지마은....
여러사람있으면 불 켜놓아다가는 난리 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