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밥낚시를 배우고 제일 자주 간 저수지가 영천 도남에 있는 청못과 구미 장천에 있는 오로못이다.
그중에서도 청못은 떡밥낚시 초보시절의 대부분을 할애하여 그 기량을 갈고 닦은 곳인데
대구 수성구 지산동에 살 때 10회 출조중 5,6회 정도는 거기로 가곤 했다.
원래 출조지를 여기저기 바꿔가며 다니는 편이 아니고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주야장천 한 곳만 집중하는 편이다.
"클릭-->청못<--은 신라 법흥왕23년(536) 축조된 유서깊은 저수지로 둑 아래 있는 청제비는 저수지를 축조하고 세운 비석으로 보물 517호로 지정되어 있다.
신라시대의 어느 화랑이 대를 드리웠음직하여 낚시하는 운치가 있기도 했고 거의 홀로 하는 떡밥낚시라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곳을 찾다보니 나하곤 잘 맞아떨어지는 저수지였다.
90년대 중반의 어느 여름날이다.
대충 장사가 끝난 것 같아 간판 불 내리고 부랴부랴 문 닫고(누가 또 올까봐ㅡ.ㅡ;;) 애마의 시동을 켠다.
새벽 두시...
이 시간 전에 마치는건 불가능하고 1년 365일 휴일없이 할 수 밖에 없던 업종이라 늦은 시간이지만 피곤함도 모르고
엑설레이터를 있는대로 밟아 영천나들목을 나와 도남공단으로 접어들어 어느 공장 뒤로 나있는 산길을 덜커덩덜커덩
차천장에 머리꼭대기 부딪혀가며 넘어 청못에 다다른다.
무너미 윗쪽에 주차하자니 근처에 낚시꾼들이 있는 것 같아 아예 못둑 아래로 주차를 하고 낚시짐 메고 살그머니
둑을 올라 우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밤길이라 우안쪽의 묘지들이 있는 산길로 가기가 꺼림칙하지만 무너미 근처와 못둑 가운데 이미 낚시꾼이 있어
할 수 없이 솔밭 아래 포인트로 가서 대를 펴고 떡밥을 갠다.
대를 펴고 십여분 지나 어김없이 5,6치 붕어들이 찌를 시원스레 들어준다.
떡밥낚시를 접한 후에 지렁이는 아예 거들떠 보기도 싫어졌고,
월척 잡으러 다니는 사람들은 새우를 미끼로 쓴다고 하던데
간간이 8,9치 붕어들이 올라올 참이면 월척에 대한 아쉬움이 없지도 않았지만
떡밥 물고 올라온 붕애들의 잔잔한 손맛에도 만족하고 있었다.
붕애들의 찌올림과 딸려나오면서 부리는 앙탈을 탐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다보니
어느덧 주위가 뿌옇게 밝아온다.
낚시터까지의 왕복시간만큼도 채 안되는 두 시간 정도를 즐기다 다시 돌아가야 한다.
한숨 자고 오후에 가게에 나가봐야 하기에...
낚시터 가면 항상 미련이 남아서 "한 마리만 더..." 혹은 "담배 한 대만 더 피고 가야지..."하며
밍기적거리는 습관은 아마 이때부터 생긴 것이려니 생각한다.
아쉽지만 미련접고 가야지 그만...
두 시간 남짓 그래도 붕애들하고 실컷 잘 놀았으니 됐지 뭐...
짐을 챙겨 둘러메고 둑위로 걸어오는데 둑가운데서 낚시하던 사람이 고개를 돌리며
"아저씨, 저(기) 함 가보이소." 한다. 20대 중반쯤 됐을까... 밤을 샌 것 같은데도 생생하다.
뭔 일있나 싶어 묻는다. "와예(왜요)?"
"저 무너미 낚시대 펴 놨지예, 거(기) 가서 망태기 함 들어보이소." 한다.
"나무(남의) 망태기는 머할라꼬예?" 심드렁하게 대꾸하니,
"저 붕어 40센티 넘는 것 들어있어예."한다.
"에이~ 붕어가 40 넘는 게 어데 있슴니꺼..."
그 때가지만 해도 난 붕어는 월척까지만 크고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붕어낚시에서 제일 값어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월척이었기에
월척은 이미 생초짜시절에 잡아서 먹칠도 해봤으니 크게 연연하지 않았는데
40 넘는 붕어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진작에 그쪽으로다가 초점을 맞추어서 잡아봤을낀데...^^;;
(아직 4짜 못 잡아봤심더....ㅜ.ㅜ)
그리고 저 무너미자리는 주차시켜 놓고 그냥 지나쳐오기만 하는 자리인데
시즌중에는 마름이며 말풀 등이 찌세울 틈도 없이 빼곡히 들어차있고
수심도 떡밥낚시 하기엔 낮은 편이기에 거기서 낚시한다는 생각은 꿈에서 조차 해보지 않았다.
놀랍고 궁금하기도 했지만 남의 살림망 허락도 없이 들춰보기도 뭣해서 어물쩡거리고 있는데
그 젊은 친구가 4짜를 잡은 경위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어제 오후에 일찌감치 와서 둑가운데 자리에 앉아서 낚시하고 있는데
여섯시쯤 갤로퍼 타고 두 사람이 와서 저수지를 보며 두런두런 이야기 하다가
그 중 한 사람이 무너미쪽으로 가선 낫들고 물에 들어가 수초 베어내는 작업을 한 시간 남짓 하더니
가지고 온 밑밥(겉보리와 황토 뭉친 것)을 수초구멍마다 풍덩풍덩 한 푸대 정도는 던져넣고
대를 8개 씩이나 펴고 채집한 새우와 참붕어를 엄청시리 큰 바늘에다가 통째로 끼우고 앉아 기다리기를 한 시간여...
여름해가 넘어가고 어스름이 시작될 무렵, 붕어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한 뼘 아래 붕어는 아예 구경도 할 수 없고 거의 월척급이라
그러다가 새벽 두 시쯤 되어 그 40센티 넘는 붕어 잡고는 차에 들어가 자는데 같이 온 사람은 낚시잡지 기자라고
하는 것 같더라나.
이런 이야기까지 듣고서야 낚시꾼이면 그 어느 뉘라서 궁금증을 참을 수 있겠는가?
4짜 붕어도 그렇지만 그보다 어떤 사람이 낚시대를 무지막지하게(?) 8대씩이나 펼칠 수 있단 말인가? 하고
가서 보니...
아!!! 이게 과연 사람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역사(役事)인가...하는 장관이 펼쳐져 있으니,
적재적소에 뚫어놓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수초구멍에 정확하게 떨어져 있는 찌하며 한 눈에 확 들어오는 낚시대의
부채살배열에(작금에 강호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갱모부채살조사란 고수도 어쩌면 그 때 본 타법의 아류가 아닐까 상상하게 만드는....)
허접꾼의 식견이 조금은 트이고 더 이상 보고 있자니 너무 눈이 부셔 고개를 돌려 못둑을 올려다 보는데
못둑위에는 갤로퍼를 등지고 때마침 울려퍼지는 여명을 받으며 한 눈에 봐도 초고수의 풍모를 가진 훤칠한 키에 강렬한 인상을 가진 분이 서서 떠오르는 햇살을 마주하고 있었다.
(혹시 곁눈으론 내가 4짜붕어 어떻게 할까봐 감시한 것은 아니겠지..ㅎㅎ)
그 장면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몇 년 후 대구 TBC 방송국에서 겨울특집으로 제작한
바다낚시에 관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을 보고 아!!그 때 그 사람...이라고 단번에 알아볼 정도로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되었었다.
그 분이 바로 새우낚시로 명실상부 일가를 이룬 명인이라는 것을 알게되었고,
이후 난 그 분의 영향(?)을 받아
낮과 초저녁에는 떡밥낚시를 하다가도 더 어두워지면 그 채비 그대로 현장조달한 새우를 끼우곤 해봤지만
여전히 월척과는 인연이 없는 허접조사일 뿐이었다.
다른 고수들과의 만남도 있는데 쓰고 보니 너무 평범하고 개인적인 경험인 것 같아
더 이야기하기가 좀 뭣합니다..^^;;
고수를 만나다 2--여명의 청못제방에 우뚝 서있던 새우낚시의 명인(名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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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에 아주 즐겁습니다
쓰시는 수고에 비해 쉽게 읽기 미안할 뿐이지요...
남매지 이야기가 첫번째로 쓴 글이라는 이야기를
믿지않는 다는 얘기를 하였죠....
이제 슬슬
물이 올라갑니다그려......
더 많이 올려주십시요..
드시고 힘내서 계속 쓰시라고...
고로 그때 그분은 저와는 많이 다른듯^^...........ㅎㅎ 글 쓰임새가 절대고수 이신데 뭣하다니요....
많은 글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글 쓰는게 쉬운것만은 아닌데....부탁드려서 죄송하네요.....
재미나게 잘 읽었슴다.
재주 많으신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윤똘님 파트린느님 봄봄님 비천검님 카리없수마님 부채살조사님 산적님 애무부장관(음...)님
행님 구경꾼님 죠니뎁님 이공공님 까망붕어님 감사드립니다.
혹시 키가 178정도에 몸무게 0.1톤정도 나가고 잘생긴사람 아니었씁니까..??
근데 청못이 어디에요..ㅎㅎ
서태안님 키하고 잘 생긴건 맞는데 몸무게가 좀....
다이어트 좀 하고 오시면 인정해 드릴게요.^^
월척지에 숨은 고수님 많지요
산으로간 해적인가 산적인가 하시는 님은 암벽에 스쿠버에 ...
술통 옆에차고 밤새 달리시고도 끄떡없더란 ...
많은거 같네요
잼나게 읽고 갑니다.
웃음이 계속 터지는 꽁트 같은 갱주부채살조사님 글과는 또다른 재미가 있는
수필같은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