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를 읽다가 다섯여섯살때의 추억이 생각나 글 올립니다
괴산댐은 남한강 유일의 수력발전소였습니다
육사출신이신 아버님은 516때 옷을 벗으시고 소령으로 예편하셨습니다
그리고 한국전력에 입사했는데 박정희 대통령과의 악연으로 한전에서 악역을 맡으셨다는...
혁명후에 기존에 해먹은 사람들을 골라 내야하는 역활을 박통이 시킨 모양인데
아버님은 그걸 거부하셨던 모양입니다
625이후 아이를 많이 낳으라 권장했던 시절에 태어난 사람들...을 모두 가족으로 (물론 저희 4형제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아이들이 대여섯이 보통인 사람들을 한순간에 옷을 벗기는 역활이니
마음약한 아버님이 거부하셨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덕분에 우리가족은 졸지에 이산가족이 되었고 이후로 12년간 아버님은 충청북도에서 전근하시며 근무해야하셨고
어머니는 두집살림에 힘드셨지만 어린 시절을 괴산에서 보내게 되었지요
마침 공무과장님 따님이 유치원 선생님을 하시면서
그곳에 유치원이 생겨 저도 그 덕을 입게 되어 학력에 유치원을 더하는 낙을 누리게 되기도 했습니다
괴산댐....외사리에 하루에 2번 들어오는 버스
언젠가 버스한대가 가득 낚시꾼을 풀어 놓으면 졸졸 따라가서 뭘잡나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축축 휘어지는 낚시대 끝에 솥뚜껑만한 자라가 올라오기도 하고.....
언젠가는 댐의 왼쪽으로 올라가던 외진 곳에서 낚시꾼이 호랑이 습격을 받아
옷쪼가리만 남았더라는 소문이 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낚시대는 꿈도 못꾸던 시절
댐의 발전기 쪽에서 나오는 퇴수로에서 시간이 지나가는줄도 모르고 피라미와 놀았고요
비오는 날이면 댐을 넘어 내려오는 물 아래로 우글우글 ....멀리서 보면 실지렁이같이 엉겨있던 장어들...
그걸 훌치기로 잡아내던 낚시꾼들....
하루는 댐 위애서 아랫쪽을 내려다 보다 쿤 물고기 사체....냐려가보니 엄청 큰 물고기의 반토막
지금 생각해보니 초어같았는데 형님이 질질 끌어다가 공무과장님이 키우던 돼지밥으로 주니
우걱우걱 잘도 씹어먹던 기억....
겨울이되면 두께가 30센티 이상 얼어 댐위의 얼음을 부수던 광경...
아버님이 나무꾼을 유독 감시하셔서 나무를 총모양으로 만들어 "직인다" 하시며 총을 겨누는 모양을 취하시면
산등성이에 있던 나무꾼은 줄행랑을 치고...
나무꾼이 버리고간 얼은썰매에 사형제와 같이 산맥이로 마을어른 할아버님 만나러 가서
벌꿀 한모금 얻어먹고 벌침이 혀를 찔러 혀가 뻣뻣했던 기억....
썰매를 만들어 깡통 두개를 앞에 거치하면 한통엔 숱을 넣고 하나엔 썩박디를 넣고 불쬐면서 ㅆㅓㄹ매타다
심심하면 썩박지 한입묵고....
여름엔 외사리 다리에서 다이빙놀이.....똥바위까지 수영해서 가면 한가닥 하는것으로 쳤었던 기억
홍수나면 너무나 멋지게 생긴 나무뿌리들이 넘쳐나고...대신에 외사리엔 버스가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다리가 잠수교였거든요...
국민학교 들어가면서 저는 괴산과는 멀어졌습니다
공무과장님 딸인 옥경이와도 그때 헤어졌습니다
결혼하고, 떠난지 25년만에 그곳을 아내와 맏이와 함께 가본 적이 있습니다
밤엔 귀신이 나온다던 그 먼 매점가는 길은 불과 120여미터였고
우리집(사택)과 옆집 공무과장님 사택은 자그마한 주택이었습니다
아버님이 절 속여 먹게했던 개고기를 주시던 영감님도
이젠 길이뚫려 더이상 오지가 아닌 산맥이의 할아버지는 안계셨습니다
마치 지금 나의 눈엔 그 곳들이 미니어쳐 같은 추억들이 되었지만
때뭍지 않았던 인심과 넘치던 물고기...그것은 지금도 아름다운 현실로 기억됩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서로 싸우고 치고받아도 경찰이 필요없었던 시절 말입니다
괴산댐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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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슴니다.
좌안 골골이 맑은물과 수려한 풍광....
보트꾼들이 잡아온 사짜 무더기를 부럽게 바라본 노지꾼이었네요
얼음두껜 삼십이 아니라 오십이랍니다 ㅎㅎ
덕분에 잠못드는 밤에 추억여행 고맙습니다
저 또한 어린시절로 돌아 가는것 같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그런데오 궁금한데 썩박지가 뭐지요?
저두 궁금해서 찾아봤네여 잡고싶다님 ^^
무김치 종류 입니다.주재료:무우,절임재료:굵은소금,사이다,육수재료:다시마,북어머리,물,양념:고추가루,새우젓,간마늘,양파,까나리액젓,갈은생강,미원,고은소금
글을 읽으면서, 괴산댐 상류에 있는 갈은구곡 생각이 납니다. 갈은동구곡을 갈론계곡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다랭이 논이 남아있고 아직도 청정계곡이 있는 곳인데
괴산댐 뚝 높이기를 하면 그 계곡이 물에 잠긴다 하여 걱정하는 분들도 늘어갑니다.
이제는 유람선 비슷한게 떠자니고 있죠^^
그리고 넘처나는 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