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아래 책상위에 흩어져 있는 보완내역서를 물끄러니 응시하면서 벽시계를 본다 오후 3시
어서 정리하고 마무리를 깨끗이 해야할 터 올초봄 수주성수기같지않은 비성수기에 따논
건설공사인데 본전치기의 이번건이 끝나면 앞으로 무얼먹고 사나..
문득 세상사람들을 공포심으로 옥죄고 아프게하는 IMF를 생각하고는 머리를 흔든다
"미스김 약속이 있어서 먼저 나가마 사무실대충 정리하고 주말 잘 보내시게"
도망치듯 사무실을 나가면서 습관적으로 담배한개비를 입에 문다
1999년 여름이 얼마남지않은 오월하순 금요일 오후의 햇살은 약간은 따갑게 손등을 간지럽히고
차안은 어느새 후덥지근하며 문닫는 충격에 더운 먼지가 살짝 흩어진다
'사점삼칸을 부를까 어쩔까 에이 그냥가자' 홀로 툭하면 찾는 충주호 뭐가 그리 좋을까나
신들린 듣한 어코우스틱기타와 베이스리듬이 절묘한 호텔켈리포니어를 크게 들어본다
벙벙거리는 우퍼가 못마땅하여 카오디오를 교체해야하는데.. 그래도 그냥 듣고만다
어느새 금성에 도착하니 은근한 석양이 밀려오고 언제나 느끼지만 약간의 설레임과 함께 충만감에 젖어본다
119m수위라 홀로 많이 찾는 포인트로 가자 꾼들의 습성이 많이 잡은곳보다 큰대물을 놓친곳을
더 찾는다 하지 않켄는가 그 무지막한 당길힘에 허망함을 느껴본적이 많은곳 그래 가자
높은 언덕에 차를 세워놓고 저아래를 내려다보니 음.. 오늘도 30kg유격훈련을 해야 하겠지
겨우3-4대를 깔면서 이리도 짐이 많을꼬 수심2m미만권에 펴놓으니 건너편 멀리 잉어녀석들의
라이징으로 간간히 소란스럽다 거기는 수몰나무들과 돌이 많은곳.. 그래 저기로 옮기자
물가따라 빙돌아가니 숨이 턱에 차오고 등의 땀이 후줄근하다 벌써 어둑어둑 어둡기전에 밥해먹어야지
대깔고 밥먹고 정신없을때는 몰랐는데 등뒤 바위틈사이에 동굴이 하나있네 나야 별 무서움안타니까..
푸석푸석하니 품질을 한참하고 짝밥던진지 30여분 입질은 없고 사위는 조용하네 저멀리 소쩍새소리
처량한 밤휘파람새소리 두루미의 곽곽소리 잘어우러는 호숫가밤의 교향곡이 아니겠는가
소주를 한잔하자 이럴때 안마시면 아니된다
4칸대의 찌가 움직인다 오~그래 한번 겨뤄보자 감성돔4호+3호목줄+4호원줄 나름 강력한채비 믿는다
수심이 3m권이니 손맛이야 죽음이것지 찌가 반마디 움직이다말고 움직이다말고 긴장의 시간이 길어진다
달이 구름에 가리워 바로앞도 컴컴하고 사위가 갑자기 죽음과 같은 정적에 사로잡힌다
휴대폰을 여니 5분전12시 30대부터 미끼교체한다 40대에 이르러 지긋이 들려하는데 꿈적도 안한다
원래 바닥걸림우려가 많은곳은 지긋이들어야 안걸리는데 이곳은 돌이 많은곳 그래도 돌에 걸렸나보다
툭툭 쳐보고 양옆으로 째보고 지긋이 땡겨보고도 했지만 막무가네 허어 괜히 튼튼채비로 했을세그려
무지막지하게 땡기면 채비손상으로 끝날수도 있지만 낚시대 상할까봐 그럴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깊은
물속에 들어갈수도없고.. 하여 애라 그냥놔두고 다른낚시대나 쪼아보자 소란때문인지 꿈적도 안하는 찌들
그러기를 한시간여 짙은 밤구름을 올려다보며 시를 읍조려보다가 깜박 잠들었을까
어디선가 구르릉하는 굉음때문에 문득 잠에서 깨어나보니 아직도 사위는 죽음같은 적막이라
아니 어디서 굉음이 들렸을까 주변을 둘러보지만 변한것도 없는것 같은데.. 갑자기 건너편에서 번쩍
저게뭐지 눈을 부릅뜨고 보니 허연 기둥같은것이 보일락말락 뭘까 순간적으로 빛을 느낀것은 환상이
아닐까 밤중물가에서 희게 보이는것은 대부분 나무에걸린 비닐등일터 뭐 그런것이겠지.
으스스한 산골짜기바람에 파카의 옷깃을 여미고 시간을 보니 새벽2시 다시 찌를 쪼아본다
4칸대의찌불이 가물가물하다 이상하다? 아까는 밑걸림상태에서 한뼘이상 올라있었는데 물이 불었나
다른찌를 보니(케미만 수면올림)그대로인데 것참 알수없는 노릇일세 그랴 그런데
어어 찌불이 점점 내려가는듯하다 수면아래로 서서히 잠기는것이다 낚시대를 확 채보았다
역시 요지부동 아까는 대를 위로 세웠지만 지금은 반밖에 못세우겠네 난감도 보통 난감이 아니다
젠장맞을 정말 낚시대초릿대가 빠지거나 말거나 땡겨야지. 하며 용쓴다 하지만 끄떡도 안한다
대단한 수궁대라 싸구려대가 이리도 튼튼하네 채비도 안터지고 이해가 안간다
이제는 찌불이 아예 안보이고 초릿대는 물속에 쳐박혀 있다 이럴수가 있나 순간 공포가 엄습한다
낚시대손잡이를 뒷꽂이에 박아넣고 슬며시 의자뒤로 이동하였다 후래쉬를 앞에 비추면서...
후래쉬불빛에 어른거리는 물빛은 짙은 감빛으로 번득이는 악마의 혓바닥같다
깊은 심연의 블랙홀은 인간의 마음을 송두리째 무저갱에 빠뜨린다 오늘 내가 단단히 걸렸구나
감히 물가에 다가서질 못하고 자꾸 뒤로 물러선다 그러다 목덜미에 소름이 돗는걸 느끼고
뒤를 돌아다보니 바위틈 동굴이 바로앞에 출현하고 거기서 뭔가 알수없는 검은기운이 빠져나오는것이다
드디어 오늘 초자연적인 현상을 경험하는구나 대단한 흥분을 느끼기 이전에 아득한 공포로 치가 떨린다
온몸에 마비가 오면서 꿈쩍도 못하고 생각은 종말의 번갯불로 타버려 텅비어 버렸다
어찌해야 하나 도망도 못가고 눈도 못감고 있지만 시력을 잃은듯 하구나 시간의 흐름이 멈췄다
철썩 철썩하는 소리에 정신이 들어 눈을 떠보니 전방 30여m에서 그물질배가 접근한다
주위에는 동굴도 변함없이 그대로 4칸대 찌불도 변함없이 그대로 있네........
끝을 알수없는 심연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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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두 2탄 기대합니다
ㅎㄷㄷ......
개인적으로 깊은 물은 공포를 느끼는 지라..... ㅠ.ㅠ
살 떨려서 못 보겠당~~~~~~~
2부 기대하께요..
글솜씨 참 대단하신군요
그 동굴앞에 서있는듯한 느낌입니다.....
다음편 기대 됩니다.
글잘쓰시네요 ㅎㅎ
대단한 글솜씨입니다.
제발요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