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부랴부랴 장비를 챙기고 어떻게 저수지를 빠져
나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방향감각을 완전히 상실한 거였다
아침햇살이 상한 내 얼굴을 어루만져 다독이기 전에는 말이다.
그렇게 해가 떠고 산을 내려와 마을 입구의
구판장 앞에 차를 멈추고서야 길고 긴 안도감에
겨우 안정을 취했다.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다.
구판장 출입구 쪽에 걸린 거울을 통해 내 몸이
성한 곳 없이 긁히고 여기저기 상처투성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얼굴과 팔을 훑어 보는데 안에서
나즉한 음성이 들려왔다.
" 이보시오 거기 밖에 누구요?
카랑카랑한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의 주인공이
미닫이 문을 열었다.
"식전 아침부터 여긴 무슨 일로 와소".
약간의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노인은 내 얼굴은 보지 않은 채 말을 이었는데 외지 사람에 대한 특유의 경계라고 하기엔 가게 안의 평상에 누워 바깥 쪽으로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이불을 덮어쓰고 있는 노인의 모습은 그 자체로 조금 이상했다.
" 어르신. 물 한병과 맨솔 한 갑 주십시오".
노인의 불친절에 그냥 갈까 생각했지만 내 입술이 먼저 주문하고 있었다.
" 거기 바깥 냉장고에 얼음물 있지. 그리고 내
머리맡 서랍을 열면 담배가 있으니까 알아서
찾고 돈은 평상 위에 놓고 가요...."
"네 알겠습니다 어르신, 그런데 혹시 마을
위 저수지에 대해 뭔가 알고 계신 것이 있는지요? 제가 지금 거기서 내려 오는 길입니다."
그때서야 노인은 덮은 이불을 걷고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 보았다.
"거긴 왜....... 낚시꾼 안 온지도 꽤 된 곳이고
찾기도 힘든 곳인데 젊은이가 그걸 어찌 아는가!! 몇 년 전부터 흉흉한 소문이 돌아서
마을 이장이 우리도 못 가게 막는 곳인데
자네가 어찌 알고 거길 갔지?
나를 노려보는 노인의 얼굴은 적게 보아도 연세가 구십은 넘은 것 같았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볼 것 같은 싸늘하고 날카로운 눈빛이 검버섯이 군데군데 피고 주름이 가득한 얼굴에서 이상야릇하게 빛나고 있었다.
" 뭔가 사연이 있나 봅니다".
차마 나는 이상한 생명체를 지난 밤에
보았고 놀라서 부리나게 도망 온것이라고는
노인에게 말하지 못했다.
" 그냥 그곳엔 앞으로 다시는 가지 마시게....
외지 사람이 들어가서도 안되는 곳이고....
몸 성하려면 그 근처에 얼씬도 말아.....
매년 사람이 빠져 죽는 곳이야 .
볼 일 다 봤으면 얼른 가게.........'
노인은 귀찮다는 듯이 다시 이불을 덮고 누웠고 말이 없었다.
궁금증과 호기심이 밀려왔지만 더 이상 대답을
들을 수 없을 것 같아 입구 쪽에 앉아 나는
담배를 태우며 지난 밤의 설명할 수 없는 괴물과 소스라치게 놀란 경험을 내게 전한 숲 속 저수지 쪽으로 눈을 돌렸다.
아침 하늘은 지난 밤에 벌어진 사건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 산등성이를 해가 맑갛게
떠올랐다.
그때 먼 발치서 산길을 따라 누군가 비틀거리며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노파였다. 멀리서 봐도 걸음걸이가 이상했다.
노파는 한 손에 보자기를 들고 있었는데 산나물을 캐고 산을 내려오던 중 산짐승을 만났거나 넘어졌거나, 지팡이에 의지하여 겨우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피던 담배를 비벼 끄고 한달음에 달려가 노파를 부축했다.
노파는 등이 굽어 허리가 땅에 닿일 것 같이 삐쩍 마른 몸으로 발을 질질 끌며 기지맥진해 있었다.
" 할머니 도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댁은 또 어디시구요".
할머니의 다리는 매우 심각했다
천으로 감싼 다리에서는 발목을 타고 피가 흘러 시멘트 바닥을 적셨다.
" 구판장, 구판장이 내 집이야 ....어여 가서 영감 좀 불러줘........"
"영감님! 영감님"
나의 다급한 목소리와
바깥의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었는지
노인이 미닫이 문을 거칠게 열고 밖으로 나왔다. 노인 역시 오른쪽 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나는 뒤늦게 그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 할멈 이게 아침부터 무슨 변괴야 도대체 으잉, 산에 나물 뜯으러 가지 말라고 내 그렇게 말렸건만 대체 이게 뭔 꼴이야 에이 ...젠장"
노인은 그렇게 역정을 냈다.
" 안되겠습니다. 이대론, 제 차에 타고
어서 읍내 병원이라도 갑시다".
거기까지 태워죽겠노라는 내 말에도
할머니는 죽어라 싫다곤 손사래를 치는 거였다.
노인도 이상했지만 할머니 또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 피가 자꾸 나는데 응급처치라도 해야 합니다.
제 차에 구급상자가 있으니까 소독약이라도
바르세요 할머니......'
그래도 할머니는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 뿐
'괜찮아 괜찮아' '금방 나아져'
오히려 나를 위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 총각 아침밥 안 먹었지 밥이나 한 술하고 가 내 금방 나물 씻어 상차릴 테니까,
영감 뭐 하오 수돗가에서 나물 좀 씻어줘......'
" 그러지 뭐.... 이보게 아침이나 먹고 가지....."
그때 무언가 석연찮은 불안함이 뇌리 속을
감돌았지만 그것을 나는 내색할 수 없었다.
지난 밤에 내게 일어난 일과 지금 이 순간
노부부의 황당한 모습이 혼란스러워
나는 빨리 이 곳을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본능적으로 닥친 위험에 대해 내 영혼이 경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저.....저....아닙니다. 어르신!! 두 분다 몸도 불편 하시고
할머닌 빨리 병원에 가 보셔야 할텐데
저는 그만 가는게 좋겠습니다."
그렇게 짧은 순간이었다.
부엌 사립문을 비틀거리며 지팡이를 짚고
들어가던 할머니의 눈동자가 험악해지고
동시에 노인의 낌새도 달라 졌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지체없이 차에 올랐고 재빠르게 키를 꽂고 시동을 걸었다.
가급적 뒤를 돌아보고 싶지 않았지만
백미러를 통해 한 손에 식칼과 다른 손에 낫을 들고 달리는 내 차를 쫓고 있는 구판장 노인과 할머니가 보였다.
붕대를 감고 다친 다리와 몸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무서운 속도였다.
" 야이 놈아 이 망할 놈아! 어여 거기 안서
... 이 놈아 내 다리, 내 발가락 내놓고
가거라 이 죽일 놈아!
그렇게 그들의 시야에서 차는 멀어지고 있었지만 노인과 할머니의 비명과 같은 울부짖음이 귓전에 끝까지 따라와 고막을 때리고 있었다.
" 이 찢어 죽일 놈아! 내 다리 내 놔라.
내 다리 내 놔라..................,
내 다리, 내 발가락 내 놔라 이 놈아.......,
' 어디 두고보자 이 놈, 꼭 물가에서 보자 이 놈아...............
오컬트(Occult)
또는 비학(祕學)은 물질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적 · 초자연적 현상, 또는 그에 대한 지식을 뜻한다.
오컬트(Occult) 또는 오컬티즘(Occultism)은 라틴어 "오쿨투스(Occultus: 숨겨진 것, 비밀)"에서 유래하였다.
*참조- 위키백과사전
납량특집-오컬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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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은 월님들이 열대야를 잘 이겨내고 건강한
여름을 보내시면 좋겠네요.
아마 밤낚시는 못 갈 거예요 ㅋㅋ
."내 다리 내놔~~~"생각 나요
늦은밤 누워서 읽었는데 더위가 싹 가시네요~
7짜토종붕어님 그래도 7짜 붕어를 생각하심 고고씽 하세요^^
구판장..노인
그리고..할머니..
야기까지 읽으면서...
물속 괴물체가 할머니란..반전
오랜만에
좋은글..감사합니다
추천..꾹^^~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추억의조행기방에
새로운 hero분께서!!!!!^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