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 균형있는 게시판 사용을 위해 1일 1회로 게시물 건수를 제한합니다.

내 제자 '뽕'선배

올 해, 직장을 그만두고 소위 사업이란 것을 시작하고보니, 직장인이었던 시절이 가끔은 너무나 그립습니다. 사회에서 만나서 그 중에 아직도 소중하게 기억되는 인연들... 그 하나의 단편을 해묵은 기억을 꺼내 먼지털어가며 적어 봅니다. (재미를 첨가하느라 내용전개상 비속어가 나오더라도...너그럽게 봐주시길.....) 이런 젠장.... 18년전. 드디어 신입사원 연수가 끝나고 자대배치(?)를 받는 날. 나를 인솔해주는 선배가 혀를 끌끌 찬다. 내용인즉슨....내가 가는 팀은 회사에서도 소문난 더러운 성격의 소유자가 둘이나 있는, 한마디로 아무도 가기 싫어하는 곳이란다. 도착해서 신고식을 하며 문제의 인물을 슬쩍 보니.... 한 명은 키가 185에 웬 단발머리 아저씨? 또 한명은 코옆에 커다란 점 하나가 우스꽝스럽게 박힌 깡다구있어뵈는 몸으로 거만스런 표정으로 반긴다. 그 날은 어찌어찌 선배들만 욕먹는 걸 보며 지나가고 다음날. 복장이 뭐냐며 단발머리에게 출근부터 한소릴 들었다. 닝기루.... 이런 젠장.... 매일 담배! 하며 손을 내밀면 달려가 바친게 1년이 다되어 간다. 그동안 밥한끼는 커녕 담배하나 못 얻어 폈다. 이 후배가 사준게 반트럭인데... 오늘도 꽃나게 깨지고 밤새한 시안은 이상한 트집으로 나가리다. 아마 저 인간....아침출근전에 마누라랑 음식타박에 한바탕했나보다. 애인과의 데이트 약속은 잡아봐야 소용이 없다. 차라리 군대가 좋았지... 옆팀의 지나가는 선배가 격려랍시고 말한다. 한 1,2년만 참아.... 보통 적어도 2년안에 한번씩 팀개편이 있단다. 그래....까짓거 쫌만 버티자. 이런 젠장.... *됐다. 뽕(코옆 점난 선배의 별명)선배가 휴가간 사이....사고쳤다. 나의 실수로 근 300만원의 인쇄비를 물어주게 생겼다. 내 월급 3달치가 넘어가는 돈이다. 미치겠네.... 하필이면 오늘은 뽕선배가 휴가갔다 기분 좋게 첫출근하는 날. 마침내 뽕선배. 이사실을 알아버렸다. 난 이제 관짜야 하나부다....ㅜ..ㅡ "아이고...제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전화기에 대고 열심히 사태수습하는 저 뽕선배. 30분만에 수화기를 놓는다. 이젠 내차례다. 살라면 빌어야지....ㅠ..ㅠ "저....죄송합니다." ".......아니다. 내가 잘못이다." 어라? 이건 아니다. 내가 아는 뽕선배는....최소한 의자는 집어던져야하는데...... 후배의 잘못을 떠 안는 저 대범함. 아, 저런 면이.....감동이다. ㅠ..ㅠ 이런 젠장.... 팀개편은 젠장......4년이 지났건만....물론 개편은 한두번 있었지만 운이 없는지 난 그자리 그대로다. 젠장....... 그리고 저 인간.......지난번 받은 감동은 내가 착각한 겨..... 여전히 후배한테 악랄하고 퇴근할 땐 숙제(?)까지 내준다. 참나....... 이 인간은 취미도 없나. 내일도 휴일인데 지금와서 출근하라니..... 나의 화려한 스케쥴은 다 어쩌란 말이냐.....닝기루........ 가만보니 정말 술도 안하지....당구, 볼링, 뭐 하나 노는 걸 못봤다. 이번주도 나의 낚시 스케쥴은 꽝됐다. 이거 이러고는 못산다. 암!!!!!! 이런 젠장.... 맘에도 없는 감언이설. 이거 힘들구만. 간신히 꼬셔서 낚시 함 같이 갔다왔다. 별로 같이 가고 싶진 않은 사람이지만 취미를 하나 만들어줘야지 안 그러면 내가 힘들다. 의외로 효과가 좋다. 당장 낚시 장비 사러 가잔다. 내 돈 3만원 투자해서 좋은의자 하나 서비스해주고 쐐기를 박자. 아깝다. 이런 젠장.... 3번만의 출조에 허벅지만한 잉어를 잡고 의기양양....큰소리다. 체면문제다. 낚시에서도 선배인줄 아는감? 이건 아니다. 가뜩이나 모셔오지...라면 끓이지....자리잡아주지...회사일 말고도 힘든데 슬슬 오기 발동....콧대를 꺽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앗싸! 오늘은 완전 대박이다. ㅋㅋㅋ....것두 나 혼자만....8치급이상으로만 쉴 새없이 잡았다. 뽕선배....어제 새로산 내것보다 비싸다는 장비들....개시도 못했다.ㅋㅋ 이런 젠장.... 이젠 마누라눈치가 보인다. 매주마다 낚시가자고 하니...상사말씀인데 안갈수도 없고....내가 너무 약을 탔나....1년 사이 중증이 되어버렸다. 이젠 한 술 더떠 나보고 회사에 낚시회를 만들란다. 얼떨결에 회장됐다. 의외로 낚시하는 사람 많네....20명이 넘어선다. 이젠....나도 모르겠다. 완전 폭주기관차처럼 출조에 또 출조닷! 이런 젠장.... 그놈의 IMF. 500이 넘던 인원이 350명선으로 줄었다. 회사가 이리도 잔인할 줄이야..... 저 뽕선배는 역쉬 질기다. 오히려 승진했다. 나역시....6년이 넘도록 이 인간과 한 솥밥이다. 나도 질기군. 선배와 동기들은 이젠 오히려 저 인간밑에서 6년이 넘도록 버티고 있는 내가 더 무섭단다. 거 참.....나도 이유를 모르것다. 이런 젠장.... 이 인간이 안어울리게 시를 읊는다. 가을 서리 내리는 원남지에서. 잠깐 일어서보니 별이 물속에도 있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인지 구분이 안되는 이순간에 자신은 우주에 있다나 뭐라나.......내참.... 그런데 왜 그말이 가슴속에 울리는 걸까....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젠장.... 그 낚시가 그 회사에서의 마지막일 줄이야. 갑작스런 스카웃제의에 난 마침내 지겹던 뽕선배와의 인연을 끝내고 다른 회사로 이적을 하였다. 야호~~ 그런데....가슴 한구석에 시린 이 아쉬움의 감정은 무어란 말인가. 젠장. 아마도 그것은 이별하기전 뽕선배가 해 준 이야기때문인가보다. "고생했다. 너의 재능을 보고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일부러 혹독하게 대했다. 이 분야는 도제와 같은 바닥이어서..... 팀개편이 수차례 있었지만 너가 옮기지 못한건, 사실은 나의 간곡한 요청때문이었다. 미안하다. 이제 너와 손발이 익었다 싶었더니 가는구나...." 이런 젠장.... 근 1년만에 예당지에서 다시 만나 낚시를 하니 왜이리 반가운거지? 내가 회사를 옮긴 이유중의 하나가 이 선배때문인데..... 오늘따라 간만에 보는 전 낚시회 선후배들의 웃음도 너무 좋다. 잠시 좌대안에서 쐬주 한잔 기울여 본다. 다시 오라는 저 뽕선배의 말. 아.....술기운에 속으면 안돼, 안돼...... 이런 젠장.... 스승의 날. 이때 뽕선배가 떠오른 건 실수였어, 실수...... 그러니 내가 여기서 저 선배의 눈가에 맺힌 이슬을 보게 되고 말았잖아.... 인연을 맺은지 꼭 10년. 왠지 술한잔하고 싶어 술도 못하는 저 선배를 인사동에 끌고 와서는 괜히 못 볼걸 보고 말았던 거야..... "고맙다...." 눈물을 닦으며 말하는 뽕선배. 강한 모습만 보이던 저 선배는 지금껏 사회생활을 하며 사람을 떠나보내기만 했지 찾아준 놈은 처음이란다. 그러게, 선배.....성질 좀 고치지 그랬어요..... 이런 젠장.... 십여년이 흘렀는데 이 뽕선배. 문자메세지를 보낸 모양 좀 보라지.... --------회의중인데 왜 메세지를 보내고 *랄이야!------------- 아직도 저 성질....못 고쳤네, 참나.... 간만에 이 낚시 사부가 제자에게 연락 한번 했더니 말이야. ㅋㅋㅋ 낚시 한번 같이 갈라고 했더니 이번에도 바쁜 모양이군.....쩝. (그나저나.....내일이 아이디어 회의 날인데.... 이 글 올리느라 시간 다 까먹었네.......이런 젠장......^^; )
내 제자 뽕선배 (커뮤니티 - 추억의조행기)

재미 있기도 하고 감동이 짠하고 밀려 오기도 합니다 ^^
역쉬 남자의 속마음....
표현하면 좋은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죠
그런 사람들이 속은 되게 깊은 사람이기도 합니다그려... ^^
오늘도 좋은하루 보내세요~~
잘보고 갑니다~~
재미있게 읽었읍니다.
근데 혹시 디자인쪽 일하시나요?
인쇄 이야기가 나와서.... 저는 인쇄업합니다.^^
남자들만의 이야기...잘 읽고 느낄수 있었습니다^^
댓글 주신 월님들, 감사합니다.^^
조명탄님, 저는 그당시 광고대행사에서 광고디자이너로 있었답니다.
첫 봉급이 89만원.ㅎㅎㅎ 당시 인쇄비 300만원은 저에게는 큰 돈이었습니다.
지금은 디자인과 판촉물관련 온라인 회사를 시작했습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재미나게 잘 보고 갑니다...
그거이 염병할 정이란겁니다
속에 감춘정
음.. 제 동기가 생각나는 글입니다.
6만명사원중 최고꼴통 3인방부장에게 발령난 친구였는데.. 그 친구도 한 6년동안 잘 붙어있더라구요..
뭐 주말마다 골프쳐서 많이 잃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ㅎㅎ
어쨋든 그 밑에서 엄청 강해진 것은 사실인것 같아요^^
죽이고 싶으면,경마를 가르쳐줬어야 하는데....ㅎㅎ
시련은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는데....
조금 강해졌을까?

얼음 얼면 빙판위에서 보세

새로시작한 사업 잘되길 바랄게....ㅎㅎ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글..
재밋습니다.^^



2024 Mobile Wolch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