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겨울 바람이 거세지더니 전출 명령이 떨어졌다.
뱃전을 때리던 파도는 물보라로 변하여 잘 다려입은 군복과 떠블백을 적시기 시작했다
떠나가는 섬에 대한 회상과 만나야하는 섬에대한 낯설음이 교차되어
담배한개피 물고는 물끄러미 시야에 들어오는 섬의모습을 담아본다
그 섬에 제일 먼저 도착 했을때 나를 반겨준 사람은 강노인 이었다...
"어디서 왔소?"
"예"..인천에서 왔습니다"
"어딜 가시요?......
"예?...지금 막 왔는데요?
선박을 운항하던 선원 한사람이 내게 소릴지른다
"어이~~ 전경! 그냥반 신경쓰지말고 언능 들어가시오"
그렇게 만난 강노인은 내가 그섬에 있는 일년동안 매일 안부인사(?)
를 드려야 할만큼의 비중있는 노인네 였고 하루 일과중 상당한 부분을
강노인과 연결되야 하는 인연이 되었다......
후임지로 간곳은 고작해야 열가구를 넘지않는 완도권에서도 가장 외진곳
모든 전경대원들에게는 가장 열악한 환경으로 가기싫은곳중에 하나였다
마을 인구라야 다합쳐서 50여명 남짓...
전기가 들어올리는 만무하고 문명의 혜택이라고는 발전기를 통해서 볼수있는 티비 몇대가 고작인 섬
그러나 사람사는세상 어디 재미없는곳 있을까
이곳에 와서 우리가 할수 있는일이라고는, 무전기 수신대기 ,선박 임검.
대민봉사.그리고 본업인(?) 낚시
선박이래야 바람 안불면 이틀에 한번 오는 새마을호 한척
이상한것은 그배가 오는날이면 강노인은 어김없이 선착장에서 배를기다린다
어디 가시려구요?......늘 한결같은 반팔차림에 바지는 바람잘통하는 나이롱 여름바지
퀭한눈에 알아듣기 힘든 대답.....
".옹" 나" 가야지"
잠시후 강노인뒤를 빗자루 들고 뛰어오는 아주머니 한분.. 노인의 부인이었다
어딜 또 가시오!! 호통치듯 내려칠듯한 빗자루몽둥이에, 강노인은 쩔쩔맸고,
그 광경이 배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벌어지곤 했다.
유수경님! 저노인네들 왜 저래요?
어" 신경쓰지 말어 좀 안좋으신 분들이야...
뭐가요?....
어"상태가 좀 그래"
자세히 말씀해주시죠?
강노인과 그의 부인은 약간 정신적인 장애가 있으신 분들이었다.
다른 읍내에 살다가 완도군에서 강제로 그섬으로 이주 시켰다는 말도 있고,
국가에서 주는 구호 양식을 받으며 생활하시는 분들이라는 답을 듣고말았다.
그런데 왜 배만 오면 저러셔요?
어" 저노인네 아무 배만 오면 타고가.....잘 봐야돼"
한번은 부인 몰래 배타고 없어졌다가 열흘만에 경찰에게 인도되어 돌아와서는
그의 부인에게 엄청 맞았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중 여섯가구는 혈연이었기에 촌수를 따지기에 헷갈린분들이 더러 있었고
형제처럼 늘 다정한 모습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은 정겹기만 했다
하루는 강노인이 와서는 내게 수초더미를 건네며 뭐라하신다
어이" 이몰 고꾸가 몰려무그란 말이시"......?????
예? 뭐라하셧어요??
이몰 고꾸가 몰려무그란 말이시".......??????
어쩔수 없이 받아들긴 했지만 뭘 어쩌라는건지
잠시후 들어온 고참에게 묻고 나서야 알아들을수 있었다
지금이야 말풀을 알지만 당시만 해도 생소했었다
바닷가에 나는 참말을 캐오셔서 우리보고 잘 말려서 먹으라는 말씀이었다.
이 말 가지고 가서 말려 먹으란 말이다...해석하면 그렇다
우리를 불쌍히 여기던 그노인도 많은 에피소드를 보여주는데
그마을에 또하나의 걸작이 있었으니,,,
,바로 이장의 막내아들 이다
그당시 여섯살이었고 우리가 부르는 별명이 있었으니 타 잔 이었다
타잔의 등장은 내게 그곳에서 많은 할일들을 하게해준 주인공이었다
우리는 타잔이 옷을 입은걸 본적이 없었다 추운 한겨울에도 살을 에는듯한 추위에도
옷입는 법이 없었다 여섯살짜리 치고는 말을 잘 못하는 편이었지만
갯바위에 앉아 낚시라도 하고 있노라면 타잔은 내옆에 팔짱끼고 앉아서
꼬기" 꼬기" 잡아놓은 전리품들을 조물락 거린다
앉은 가랑이 사이로 삐쭉
타잔의 고추가 보이면 어김없이 내손으로 잡아댕겨 본다.....요놈"
워어어" 타잔의 입에서는 비명이 나오고 저도 재미 있는지 피죽 웃고는 다시 쪼그려 앉는다
강노인의 집을 방문한것은 말 풀을 받은 며칠후였다....계십니까?
잡아온 감성돔 한마리 갖다드릴 생각에 방문을 열어본 나는 얼른 문을 닫고 말았다
강노인과 그의 부인이.........
나이에 걸맞지 않는 정열적인....
운우의 정을 나누고 있었다.....
화들짝 놀란 가슴 쓸어 내리며 고참에게 말하자....
"야" 가서 빨리 떼어놔"......
????????????
왜요? 노인네두분이 재밌게 노는걸 왜 방해 합니까?
이마을에서 특히나 강노인네 부부의 낮거리는 (?)마을 법으로 금지 되어 있단다
에이~~ 그런 법이 어디 있어요?
야" 저노인네 애들이 몇명인줄알어?
그때 강노인네는 졸망졸망한 애들이 대여섯명 있던걸로 보았다...
자그마치 열셋이야 열셋"
강노인 나이 육십육 부인이 쉰다섯......
그분들은 고령에 비하면 너무나 어린 애들을 키우고 있었다 .막내 다섯살....
게다가 자식들을 낳고는 양육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갖지 못하는 실정
그섬에 있는 큰딸이 십오육세 정도였고, 그동안 사산 한 횟수만도 몇번 되었단다.
큰딸은 중학교도 못가고 집에서 빈둥 빈둥 밥이나 하면서 놀고 있었다
나머지 애들은 어디있어요?
강노인 댁에서 키우기 힘이들어 옆섬에 있는 동생네집에 셋이 가있었고
큰아들은 인천에서 배를 타는데 떠난후론 한번도 그섬을찾은적이 없었다
부모의 영향탓인지 아이들 전부가 부실해보였고 식사때도 보리를많이 섞은 밥에
간장과 김치가 늘 주된 반찬이었다....씻기지 못해 때로 꼬질꼬질 한모습은
연민의정을 느끼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선착장에 제일먼저 나오는 강노인과 타잔 ....
그들의 공통점은 한결같은 옷차림이었다.....언제나 반팔과 홀랑 벗은 타잔
행여나 강노인이 안보이면 집으로 쳐들어가본다 어김없이 뒹굴고있는 두노인네
강씨 아저씨!!! 떨어지시오!! 시방 뭣허요? (내 사투리도 제법늘었다)
"심심헝께"
"나오시오!!
나의 중요한 일과는 두노인네 떼어놓는일이었다 매일 아침과 낮에 수시로.....
가까운 포인트에서 용치놀래기와 잡고기 몇마리 잡을라치면 강노인과 타잔은 늘 옆에서
조우가 되었다 그때마다 잡아당기는 타잔의 고추는 나의 놀이였고 그걸 몇번 목격한 강노인
어느날 낚시하던 내옆으로 다가와 불쑥 노인네의 고추를 내민다" 뭐예요?
"심심헝께"
노인네의 굴곡진 주름살 사이로 스며든 햇살은 강노인의 지나온
괄시와 멸시의 세월을 읽을수 있었다....( 노인네 그런다고 고추를 내밀어....)
강노인은 보기보다 의리가 좋은 분이었다 잡은고기 몇마리라도 갖다 드리면
저녁 무렵 꼭 소주를 한병 들고 오신다.......
돈없는 분이 뭐하러 가지고 오냐고 내치면,
풀죽은 모습이 안스럽기만 했다 . 행여나 상처받지 않을까하여
강노인이 주는 소주를 받아본적도 있었고 ,한잔 따라 드리면 ,언제나 가져온 소주 보다
더 드시고 가는날이 많았다..
추운 겨울....우리에게 고통스러운 한가지 가 있었는데 그것은 덮고 자는 이불이다
워낙에 오래된 솜 이불인지라 이불 홑청과 솜이 따로 놀고있었다
자기전에 손으로 솜을 틀고 자다보면 새벽에는 어김없이 또르륵 말려 버리고
결국은 홑청만 덮고 자는 모습이었다 .....
"유수경님!! 이불좀 사요"
"돈없어!!
"그동안 모아둔 돈 없어요?
"술먹었지!!
돈이될만한 일이라고는 없는 형편 우리봉급모아서 살려면 밥굶고 두어달 모아야 될까?
그때 유수경이 말한다
" 야" ....여기 구렁이가 가끔 있는데 그거 잡으면 옆섬에 최씨가
십만원 준댔어" 그거 잡아와라"
아무리 남쪽이래도 한겨울에 왠 구렁이???.
자그마한 분교에 방학이 끝나고 이십여명 모인 자리에서 아이들을 모아놓고는 말했다
"아그들아" 구렁이 보면 이 아저씨 헌티 말해야 한다'' 잉~~ 알것제?
당시 우리들 말은 분교 선생님 보다, 부모 말씀보다 ,더 무섭게 받아들인터..
따스한 봄볕에 봄 감생이가 한두마리 올라올때쯤...
갑자기 타잔이 내게 뛰어 와서는
아찌'" 구엉이!! 구엉이!!
타잔이 지목한 장소로 그야말로 날아갔더니......허거걱!!!!!
죽일놈!!! 지가 싸놓은 X에 회충 한마리가 있는걸 날보고 잡아 가랜다.....
구렁이 구경을 못한 타잔 눈에는 그게 구렁인줄 알았는지.....
머리통 몇대를 쥐어박고는
"새끼야" "그게 구렁이면, 니아부지 잡는 장어는 용이다, 용"
며칠후 읍내로 보급품을 수령하러가 전 대원들에게 나눠준 구충제를 모아 왔다
분교장님께 허락을 받고 강제로 먹였고 담날 많은 충을 확인할수 있었고
개별적으로 먹인 타잔에게 물었다...타잔" 너" 구렁이 몇마리 나왔어?
두손을 다 펴보인다.
"새끼" 많이도 길렀네....
겨우내내 강노인네 아이들을 틈틈히 씻기고 가르치고 했더니 제법 윤기가 돈다
헌데 강노인의 부인의 배가 점점 불러 오는것이다...
이윽고 동네 주민들의 핀잔과 멸시가 쏟아졌다
"뭣헐라고 애를 또 가졌소!! "으찌 해야 쓰까 잉" ....
점점불러온 배는 사산의 고통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강노인의 초절정 정력은 가히
놀랍고 경이로운 신화였다 과연 내가 저나이가 되어서도 저렇게 가능할까?
어느날 타잔의 형되는 오학년 녀석이 티비를 보고나와서는 대성 통곡을 하고 있다
"야! 너 왜울어?
당시 티비에서는 수사반장과 3840유격대를 방송하고 있었는데
유격대 주인공 하나가 수사반장 에 출연해서 피살되는 장면이 있었다
그걸 보고는 .거기서 죽었으니까, 3840유격대는 못나올거라고.....
그녀석을 꼭 끌어 안았다......에구...순진한 녀석들..
담날 그녀석에게 그걸 설명하기까지는 하루 온종일이 걸렸다
전역을 두어달 앞둔 어느날 그동안 외진섬에서 고생했다고 좋은섬으로 가랜다..
xx눔덜" 난 여그가 존디.....개기다가 또" 영창을 갔다왔다
타잔의 닭똥같은 눈물을 뒤로한채 그섬을 떠나왔고...
우여곡절끝에 동기들 보낸 한참후 서장에게 작별 인사를 하였고.
그무렵 강노인댁의 임신소식을 또 들을수 있었다......
나는..떠나고 싶다..이름모를머나먼곳에~~~
아무런 약속없이 떠나고픈 마음따라~~~(남화용의 홀로가는길)
자주 부르고 즐겨듣는 노래다....언제나 노래를 듣고 반추하노라면
계속 그려지는 모습이 있었으니,
늘 배만 오면 어디론가 떠나려 하는 강노인이 생각난다.
그리고 내가 그를 이해하기까지는 무려 이십여년이 흘러버린것이었다
영원한 자유인.....강노인과 타잔을....
노인과 타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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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4
추억같읍니다...
되돌아보면 가슴 아픈....
잘 보고갑니다 ...^^;;
새롭내요 감사 합니다
하 세월이로고,,
시골섬의 순박함을 엿볼수있었습니다,
좋은추억 간직하고 계셨네요
감사합니다,,,
요즘 형님의 심정이 어렴풋이 묻어나는 글이네요...
예전에 볼 때와 다른 감성으로 읽게 됩니다.
천수만장박, 잘 다녀오시고 시간되면 한번 들르겠습니다.
먼저 추천 팍---팍
감동적인 글이군요
재미있게 읽었읍니다
물가에서 만나뵈면 술한잔 올리겠읍니다
잘 읽었습니다.
짠허기도 허고 재밌기도 하네요
"심심헝게~"
흐~으~
여운이 남네요....
이봄에 큰손맛 보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참 잼있게 읽었습니다^^
서랍속에 고히 묻어두었던 빛바랜 흑백의 사진한장처럼...
추억은 인간의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될거라...
잘 읽고 물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