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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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탑리 소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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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장거리 출조엔 너무 늦은 시간이다.^^
사실 이번주는 출조 안 하기로 한 날인데 뜻밖에도 안사람의 허가가 떨어졌다.
자고로 어복은 지지리도 없지만 마누라 복은 겁나게 많은 모양이다.ㅎㅎ

허가가 떨어진 이상, 일단은 떠나고 봐야 하는디 마땅히 갈 데가 생각나질 않는다.
예천으로 갈까 아님 의성으로 갈까?
예천쪽이라면 지금 출발하더라도 어둡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 법도 하지만 아무래도 새우 씨알이 걱정이다. 모기만한 넘으로는 도무지 승산이 없을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의성으로 가자니 너무 멀어 해가 떨어질 게 뻔한데 출조지 선정도 그렇거니와 대 편성에도 문제가 있을 것 같고 하여간 골치 아프다.ㅋㅋ
일단은 어디든 가보는거다.

휴가철 피서차량들로 인해 영동고속도로 여주-문막 구간의 정체가 꽤 심하다.
덕분에 이 구간에서만 약 40분 정도 더 시간을 허비했다.
이젠 예천으로 간다고 한들 해 떨어지기 전에 도착하긴 틀려부렀다.
에라~~~
이렇게 된 거 좀 멀더라도 의성으로 가서 왕새우 구해다가 옛날에 자주 갔던 나만의 비밀지로 함 가보자.
여긴 밤늦게 도착하더라도 아무도 없을테니 개꾼 소리는 듣지 않을거다.
개꾼!!
요거요거 호랑이 보다도 무서운 거다.
만약, 거기에 먼저 온 꾼이 있다면 차를 돌려 도로가에 위치한 허접한 못에다 대를 펼 최후의 수단까지 강구하고 의성**낚시방에 들어섰다.
이미 날은 어두워진 지 오래다.

가게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캬~~~~
한 사장님 아주 떼돈 버시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이 늦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으니 또 여기저기 못에서 한숨소리 들을 일은
시간문제겠거니 하는 생각이 뇌리를 쌔린다.

잠시 준비물을 챙기는 동안 가게내부 모습이랑 새우 사진을 찍으려고 디카를 가져왔더니 오늘 따라 새우 씨알이 영 잘다고 아쉬워하신다.
하긴 내가 봐도 오늘 새우는 평소의 그것과는 딴판이다.ㅋㅋㅋ

평소 같으면 못에 도착해 대를 편 후 라면을 끓여 먹겠지만 오늘은 늦어서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대신 초코렛을 몇 개 사서 호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배 고프면 하나씩 까먹어야쥐.....

혹시나 빠진게 있나 싶어 다시 한번 준비물을 단디 챙긴 후 나만의 비밀지로 향해 달렸다.
달빛이 없어서 온사방이 무지 컴컴해 보인다.
야밤에 아무도 없는 산 속 둠벙엘 들어가자니 괜시리 어깨가 움츠려든다.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딴 생각을 해보지만 웬지 머리칼이 쭈뼛쭈뼛 서는 것 같다.
휴~~~~
오래지 않아 "탑리 8km" 란 이정표가 보인다.
이제 좌회전만 하면 이내 못에 닿는다.
어라?
마을 진입로가 아스팔트로 말끔하게 포장되어 있네?
전에 한참 공사를 하는 것 같더니 언제 이렇게 말끔하게 포장됐지?

드디어 못 입구에 도착했다.
차에 시동을 끄고 라이트를 끄니 주변이 너무나 컴컴하다.
웬지 모를 공포감이 일순간 몰려온다.
얼른 다시 미등을 켜고 트렁크를 열었다.
빛이 있으니 조금 낫다.
휴~~~
전에는 안 그랬는데 오늘은 왜 이러지???

 

날이 너무 더워서 몸이 허해져서 그런가?

한동안 찾지 않았던 곳이라 그동안 어떻게 변했는 지, 혹시라도 다른 꾼이 먼저 와 있지는 않은 지
사뭇 궁금해진다.
탐색차 후레쉬만 들고 올라가볼까 생각도 했지만 다시 또 내려왔다 올라갈 일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일단 낚시가방과 삐꾸통만 들고 제방쪽 진입로로 들어섰다.

그동안 다른 꾼들의 발길이 없었던 지 제방쪽 진입로는 무성한 수풀로 뒤덮혀 진입로가 어딘 지 잘 구분이
안 간다.

다음날 아침에 찍은 진입로의 모습(위에 넝쿨에 걸려 식겁했다)
 


어휴~~~
오늘 이거 분위기가 왜 이렇게 으시시한겨? 겁나게시리.....
그나마 열댓 번은 더 와본 못이기 때문에 무성한 수풀 속에서 진입로를 찾는게 그리 어렵진 않다.
기억을 더듬어 이리저리 수풀을 헤집고 한발두발 걸음을 옮기는데 발 밑에서 뭔가가 튀어나오지 않올까 싶어
잔뜩 겁이 난다.
길을 찾아 나오느라 이리저리 나뭇가지에 걸리고 억새풀에 종아리가 긁혀도 시시각각 엄습해 오는 공포감에
쓰라린 줄도 모르겠다.
등에 메고 있던 낚시가방이 넝쿨에 걸려 옴싹달싹 못하게 되어도 뒤돌아서서 빼낼 엄두가 안 난다.
행여나 뒤돌아봤다간 경끼할 것 같아 넝쿨이 끊어지도록 사력을 다해 밀치고 나갔다.
휴~~~
진짜 오늘 식겁하겠다.

드디어 수풀 사이로 넓다란 공터가 나타난다.
조금은 안심이 된다. 그러나 이 공터 뒤에는 묘가 하나 있어서 은근히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든다.
털썩 가방을 내려놓고 못에 후레쉬를 비춰보니 앞쪽은 온통 마름으로 가득하다.
왼쪽 갈대밭과 오른쪽 뗏장밭 쪽으로 구멍을 만들어 대를 바짝 붙여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작업불가다.
다행히 빼곡한 마름 사이로 군데군데 자연구멍이 형성돼 있어 대 펴는 건 좀 수월할 것 같다.
일단 2.6칸을 꺼내 수심을 확인해보려는데 아차차!!
케미가 든 비닐봉지를 안 들고 왔다.
어차피 대 펴고난 후 나머지 짐을 가져오려던 참이었는데 다시 수풀을 헤치고 내려와 모든 짐을 챙겨왔다.

이제 본격적으로 대를 펴야 하는데 후레쉬를 비추지 않고는 도저히 구멍을 찾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무릎팍에 후레쉬를 끼고 비추어 하나둘 대를 펴나갔다.
후레쉬 불빛에 비친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이렇게 말이다(스멀스멀 올라오는 물안개가 으시시하다) 
 topri1.gif

안 그래도 겁이나 죽겠는데 이놈의 물안개 까정 사람 놀라게 한다.
식은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그러나 욕심은 많아 말풀이 듬성한 곳을 찾아 2.6칸부터 1.7까지 8대를 펼쳤다.
일단 모든 대에 새우를 달아 두었다.
여차하면 메주콩이나 옥수수로 바꿔 달 생각이다.
이제 대편성은 모두 끝났다.

그러나 뒷쪽의 묘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한두번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기 시작하면 그날 밤 낚시는 다 한거다.
해서 가벼운 파라솔을 두고 무거운 낚시용 텐트를 기어이 짊어지고 온거다.
텐트를 치고 있으면 뒤가 보이질 않으니 바로 뒤에 무덤이 있건 처녀귀신이 있건 상관할 바 없다.
죽어라 찌불만 쳐다보고 있으면 두려움이 많이 가시기 때문이다.
텐트 속에 가지런히 짐을 정리해 놓고 나니 갈증에 목이 마르다.
작은 생수병 하나를 순식간에 다 마셔버렸다.
캔커피도 하나 꺼내 마시고 이제사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크아~~~~
조쿠로!!
바로 이맛에 내가 낚시를 하나 보다.

이제 저 찌불이 하나둘 빛을 밝히며 들고 일어서겠지.
으랏차차차!
피융 핑~~ 철퍼덕~~ 쿠당탕 쿵탕~~ 와장창~~~ 깨갱!!
ㅋㅋㅋ
상상만 해도 신난다.
달빛 하나 없는 컴컴한 산속에 8개의 케미가 2줄로 나란히 늘어서 영롱한 불빛을 발하고 있다.
그 불빛을 물끄러미 응시하는 꾼은 어느덧 상상의 나래를 편다.

순간 2.6칸 대에서 꼼지락거리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아!
드디어 온건가?
몇 모금 피지도 못한 장초를 바닥에 비벼 끄고 찌불이 더 올라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잠시 후 한두 마디를 올리는가 싶더니 다시 쑥 내려가더니 잠잠해진다.
잔챙이가 건든 모양이다.
그럼 그렇지, 아직 입질할 시간이 아닌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수많은 별들이 밤하늘에 가득하다.
서울의 밤하늘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 의성 산골짜기에서는 이렇듯 다르게 나타난다.
그 많은 별들 사이로 한 줄기 빛이 긴 꼬리를 남긴 채 순식간에 사라져간다.
오늘 따라 유난히도 많은 별똥별이 떨어진다.
무슨 일이 있는건가?

이따금 찌불이 깜빡거리긴 하지만 기다리던 환상적 입질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시간이 얼마나 됐나 궁금해 핸드폰을 켜보니 벌써 새벽 1시가 넘었다.
이제는 입질할 시간인데.....
어느새 뒤쪽 나무가지 사이로 달님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저 달이 빨리 넘어가야 하는데 상황은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
이제껏 입질이 없는 걸로 봐서 오늘도 틀린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서서히 졸음이 몰려 오고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잠시 눈을 붙이고 새벽장을 보는게 나으려나?
의자를 젖히고 길게 누워 꾸벅꾸벅 졸다가 문득 잠을 깨보니 2시 반이다.
혹시나 잠든 사이에 입질이 왔었나 대를 살피니 아직까지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따꼼따꼼한 눈을 부비며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정신을 차린 뒤 하나둘 대를 걷어 미끼를 확인하니
대부분 빈바늘이다.
뭐여 이것이!
징거미의 소행인가?
이런 고얀넘들!!
다시금 미끼를 메주콩으로 교체하였다.
그렇게 이제나저제나 하며 찌불의 움직임을 살폈지만 새벽 4시가 다 되도록 찌불의 움직임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날이 밝을텐데 아 오늘도 틀린건가?
그 잘난 찌올림 한번 보려고 이 먼길을 달려왔건만 또 내일을 기약해야 한단 말인가?
아!
이놈의 대물낚시....
눈을 감았다.
더 이상 가망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눈을 뜨니 다섯 시 반, 날은 벌써 훤하게 밝았고 저 건너편 제방 가까이로 할머니 한분이 다가오시는게
보인다.
못에 물을 빼러 오셨는 지 말뚝을 붙잡고 힘겹게 좌우로 움직이는데 잘 안 빠지는 모양이다.
물끄러미 지켜만 보다 있다가 연로하신 노인네가 고생하신다 싶어 도와드리려고 제방쪽으로 다가가니
이게 곧 빠질 것 같은데 잘 안 빠진다고 푸념하신다.
제가 한번 해볼께요 라며 말뚝을 잡고 빼려고 하니 도무지 미끄러워서 힘을 쓸 수가 없다.
빠질 듯 빠질 듯 안 빠지는게 말뚝에 물기가 묻어 아주 지ㄹㅏㄹ이다.
낑낑대며 힘을 써보지만 도저히 안돼보였는 지 그만두라고 하신다.
이따가 동네 젊은이한테 얘기해서 빼겠다고 하신다.

그래도 대물꾼이 오기가 있지 하는 생각으로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해보겠다는 심산으로 힘껏 잡아당기니
이번엔 쑥 빠진다.
휴~~~
힘들다.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모습을 뒤로 하고 다시 대를 걷으러 자리로 돌아오는데 어째 기분이 이상타.
대물꾼이 낚시하러 왔다가 도리어 물만 빼고 가다니.....

주섬주섬 대를 걷고 일어서려는데 이넘의 가방이 왜 이렇게 무거운 지 모르겠다.
맨날 꽝만 치고 가는 거 짐을 좀 줄여야지....
에혀~~~~


제방 우안 중상류의 모습
 


내가 앉은 공터 앞쪽의 뗏장밭 모습
 


수풀이 무성한 제방의 모습
 


내가 앉은 곳에서 제방을 바라보고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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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ri1.gif

추억의조행기 더보기

소설 같은 조행기 잘 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멋진 조행기 감사합니다.

글로 읽어도 멋진 소류지의 풍경이 생생하네요..

건강하십시요~!
마음맞는 조우랑 같이 다니시는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혼자는 넘 위험합니다(공포분위기, 짐승, 뱜등등등)

경끼 잘못하면 한방에 갑니다.

조행기 잼나게 보고갑니다. 안출하십시요.
고생하셨네요.

다음에는 틀림없이 월이하실겁니다.

나도 가끔 탑리로가는데 말입니다.

항상건강하세요.

.....사나이텅빈가슴.....
육사정님, 바다4랑님, 즐낚유수님, 사나이텅빈가슴님!
고기도 안 나오는 조행기를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로 이 조행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4~5년 정도 전에 쓴 글입니다. 그래서 추억의 조행기 코너에 올렸습져...

아 참...
요즘은 혼자서는 잘 안 다니는 편이고요 한두 분의 조우와 함께 합니다.
아무래도 혼자는 좀 위험하죠?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어복이 함께 하시길...
물안개 그림이 장난 아니네요

한편의소설 잘읽고 갑니다
스릴, 써스펜스, 쥐깁니다.

찌만 쓰---윽 올라와 준다면야 금상첨화인데....

좋은 그림 조행기 잘감상 했습니다.

어복충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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