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에 열이나고 머리가 멍 하다는 느낌에 눈을 떳을때 서릿발 같은 추위가 몸을 덮쳐왔다.
잠시 나는 왜 내가 이런곳에 누워 있는지 생각했다.
실타래처럼 얽힌 기억의 실마리를 찾는데 나는 오랜시간을 허비했다.
성주산, 약수터, 부스스 일어나던 그림자, 상길이와의 대결, 그리고 내 얼굴을 적셔오던 소주냄새...
희미하게 들려오던 지정이의 비명소리....
고통에 눌려있던 모든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갔다,
순간 나는 비명을 내지르며 벌떡 일어섰다.
지정이는 어디 있을까?
무슨일이 생긴건 아닐까?
팔목의 시계는 자정을 넘어섬을 알려주고 있었다,
- 지정아...! 지정아...! -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실성한듯이 주변을 수색했다,
우리가 내려오던 길 옆 도랑넘어 풀숲도 헤멨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약수터 쪽으로 뛰어 올라갔다.
두리번 거리다 내눈이 멈춰선 그곳....희미한 조명등 아래의 벤치.... 가녀린 그림자....
그림자는 지정이였다.
위태롭게 앉아있는 그녀는 금방이라도 옆으로 넘어질듯 하였다.
- 지정아..!-
그곳으로 달려갔다.
힘없이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던 그녀가 나를 발견하였다.
그녀가 스르르 넘어지려 하였을때 얼른 달려가서 부축하였다.
헝클어진 머릿카락, 찢어진 티셔츠, 피가 묻어있는 스노우진.......
- 지정아...... -
충격에 휩싸인 나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그녀를 살폈다
두려움에 떨고있던 그녀의 눈에서 굵은 물줄기가 흘러 내렸다.
- 처,,,철아...-
- 응..그래...그래...이젠 괜찮아..-
- 왜...왜...이제왔어....그렇게 불렀는데...-
나를 원망하는 듯한 그녀의 말투....
- 미안해..미안해...-
차가운 그녀의 몸은 이슬에 젖어 있었고 몹시 떨고 있었으며 설움에 복받친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나는 할말이 없었다.
내 눈에서도 뜨거운 눈물이 주체할수 없이 흘러내렷다.
티셔츠를 물에 적셔 그녀의 얼굴과 몸을 닦아 주었다,
하얗고 고운 얼굴에 군데군데 긁힌 상처가 있었고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지정이를 조심스레 부축하여 일어났지만 그녀는 채 몇발자국 걷지도 못하고 비틀거린다.
- 않되겠어..업어야 겠어..-
힘이없는 그녀를 업은채 마을까지 내려왔다.
내등에 힘없이 얼굴을 묻은채 그녀는 아무말이 없었다.
나의 목줄기로 뜨거운것이 흘러 내려왔다...
그녀의 눈물,,,
- 이건 악몽이야...금방 깰거야...-
이렇게 되뇌이며 그녀를 위로하려 하였지만 위로가 되지는 않을것이다..
자꾸만 눈앞이 부옇게 흐려졌다.
내 여자인데....내가 사랑하는 사람인데.....
고개를 가로저으며 현실을 부정하려 하였지만 변치않는 사실이었다....
- 악마를 보았어..그들...-
지정이의 흐느낌에 나는 피가 거꾸로 솓는것을 느꼈다.
주체할수 없는 분노를 느꼇고, 몸이 떨리고 있었다.
- 개*끼들...죽여버리겠어..쒸발..-
지정이를 그녀의집에 데려다 주곤 골목길를 달리기 시작했다,
저들은 집에 돌아가지 않았을것이다.
밤새 술을 퍼마신 그들이 갈수 있는곳은 한두군데 뿐이었다.
소사극장옆 홍식이네집 쪽방....
상길이와 홍식이 일행들은 곧잘 그 쪽방에 모였다.
주말이면 공장에 다니는 그들의 친구들과 그 쪽방에 모여 술판을 벌이기도하고 화투패를 돌리곤
했다는 걸 나는 알고있다.
아마 그들은 그곳에 모여 있을 것이다.
나는 단박에 동사무소를 지나 그 쪽방이 있는 극장옆 시장거리로 향했다.
쪽방 주변의 분위기는 스산하기까지 했다.
쪽방집 에서 나는 심호흡을 했다.
이젠 어떻게 해야할까...
대문에 달린 조그만 문은 열려있었다.
나는 마당 한가운데 놓인 수돗가를 지나 방문앞에 서서 섬돌에 놓인 신발을 세었다.
몇몇은 이미 집으로 돌아간듯, 섬돌위에는 두짝의 신발이 놓여있었다.
끝이 뾰족하고 목이 긴 구두는 상길이의 것이 분명했다.
문고리를 잡다가 나는 멈칫 고개를 세웠다.
두명을 상대할수 있을까? 몸상태도 성치 않은데...
뭔가 무기가 있어야 될것 같았다,
뒤를 돌아보니 수돗가에 놓인 양동이 하나가 눈에 띄었다.
열무가 담긴 양동이 속에 꽂혀있는 부엌칼,,,,
나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부엌칼을 품속에 감추었다.
서서히 문고리를 잡아당겻다.
두놈은 이부자리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반쯤남은 찌개냄비와 여러개의 술병들이 구석에 치워진채 신문지로 덮혀있었다.
나는 신발도 벗지 않은채 성큼 방으로 들어섰다.
놈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상길이와 홍식이....
나는 발로 홍식이를 툭툭차며 흔들어 깨웠다
- 일어나..! -
몇번을 흔들었지만 그는 좀체 눈을뜰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는 반쯤 빈 술병을 들어올려 그에게 부었다.
그가 몹시 술에 취한채 얼굴을 흔들었다.
눈을 멀겋게 뜨고도 그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 누..누구야? -
홍식이의 멱살을 잡고 끌어앉혔다.
- 나와..! -
낮고 위협적인 소리로 내가 말했다.
그런데도 그는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 조용히 나와. -
그제야 그는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분위기를 파악 한듯했다.
그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누워있는 상길이를 바라본뒤 일어섰다.
- 지금 복수하러 온거냐? 몇대 맞은게 분해서? -
그말이 끝남과 동시에 잔뜩 힘을실어 그의 안면에 주먹을 날렸다.
- 퍽..! -
제대로 안면을 강타당한 홍식이가 우당탕 소리를 내며 뒤로 꼬꾸라 졌다.
그에게 달려가서 마구잡이로 발길질을 했다.
방바닥 구석에 쓰러져있는 그의 얼굴을 운동화를 신은발로 마구잡이로 내려찍었다.
- 색끼...죽어..죽어...-
내 눈은 뒤집어 졌고 이성을 잃고 있었다.
- 으아......으....-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무차별적인 나의 발길질에 그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코피가 터졋고 이마가 찢어졋고 온 안면에 피범벅이 된채로.....
이미 저항불가 상태인 그였지만 한동안 나의 무자비한 발길질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분을 참지못하고 거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는 의식을 잃은듯 햇다.
시끄러운 소리에 옆에 누워있던 상길이가 꿈틀거리는걸 느꼈다.
- 너도 일어나 색끼야..-
누워있는 상길이의 얼굴에 발길질을 했다.
- 퍽...! -
- 으악...-
상길이는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한바퀴 굴러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가 일어서기 전에 그의 얼굴과 가슴팍에 나의 발길질이 연속으로 이어졌다.
발등에 묵직한 느낌이 두어차례 이어졌고, 제대로된 충격을 주었다.
옆으로 데구르 구르던 상길이는 후다닥 일어나 문을 박차고 밖으로 뛰쳐 도망 나갔다.
- 너,,,이쇄끼... -
그는 이제서야 나를 알아보고는 분위기 파악을 한것 같았다.
수돗가의 바가지에서 담겨져 있던 물을 얼굴에 끼얹으며 정신을 차리려 하였다.
그리고 그는 밖으로 조용히 나갔다,
나와 그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채 대치하였다.
장사꾼들과 상인이 떠난 상점과 거리는 텅 비어있었다.
철물점 앞에 이르렀을때 상길이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입가에 짧고 예리한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으며 헝클어진 긴 머릿칼을 세우며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잇었다.
- 지정일...어떻게 했지? -
이글거리는 분노를 억누른채 내가 물었다.
- 쪽팔리게 내가 그런것 까지 너같은 놈한테 말해야되냐? -
- 무슨짖을 한거야...새캬..-
- 쇄끼...애들은 그런 얘기 들으면 못써...-
- 말해...! -
- 난 그런년들은 딱 질색이야..물고뜯고 난리를 치드만...너도 따먹어...킬킬....-
말이 통하지 않는 놈이었다.
나는 힘껏 주먹을 말아쥐었다..
모든걸 이곳에서 끝낼 생각이었다,
이곳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놈의 차가운 눈빛이 단단히 말려가는 내 주먹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준비가 끝났을때 놈이 먼저 달려 들었다.
그의 주먹에는 힘이 실려 있었지만 그의 목표는 부정확 했다.
술이 덜깨서 였을것이다.
그의 몸놀림은 둔했고, 발걸음은 민첩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싸움판에서 단련된 놈이었다.
나의 주먹이 정타로 몇차례 들어갔지만 아랑곳 하지않고 본능적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그가 던진 주먹이 두어번 나의 얼굴과 복부에 질러졌고, 그럴때마다 무겁고 단단한 곡괭이 날에
찍힌듯한 통증이 스며왔다.
여전한 그의 날카로운 미소는 나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고 내 주먹의 한계를 경험했다,
상길이는 철물점 옆에 세워져 있던 대걸래를 발견하곤 그걸 집어 들었다
그리곤 그것을 천천히 앞에 휘두르며 내게로 다가왔다.
나는 뒷걸음질을 치며 공격할 기회를 엿보았다.
내 생각이 정리될 겨를도 없이 대걸래 자루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팔뚝을 들어 막았으며, 대걸래 자루는 부러졌다.
그러나 나의 한쪽 팔뚝에 심한 통증을 주었다.
놈에게 달려들며 정확한 주먹을 날렷지만 내 주먹에는 너무 힘이 없었다.
팔뚝에 점점 힘이 없어지는듯 했다.
다시한번 주먹을 휘둘러 그의 얼굴을 찍엇지만 그 뒤에도 놈은 음산한 미소만 베어 물었다.
더 이상 놈을 쓰렀트릴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때, 나는 품속에서 부엌칼을 꺼내 들었다.
무딘 칼날을 들어보였을때, 놈은 비로소 멈칫 뒤로 물러섰다.
- 너...이자식...-
그는 당황햇고 많이 놀란것 같기도햇다.
내가 노릴수 있는 기회는 이때뿐 이었다.
나는 덮치듯 놈의 다리를 붙들고 땅바닥에 넘어뜨렸다.
그리고 그의 장단지에 부엌칼을 내리 찍었다.
- 으악...아...-
놈의 발을 잡고 위로 올라가며 다시한번 부엌칼을 내려쳤다.
그가 팔을들어 막으려 했고 그의 팔뚝에도 깊고 날카로운 상처를 박어 넣었다,
- 으악...안돼...살려줘...-
공포에 질린 상길이의 얼굴이 보엿다.
처음이었다 그런 그의 표정은....
- 죽여 버리겠어..-
나의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뿜어 나가고 있었고, 이성을 잃었다.
그의 몸에 올라탔다.
- 아...살려줘..살려줘.. -
나는 분노의 칼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때 사이렌 소리가 들리며 경찰차의 경광등이 번쩍였고, 강렬한 불빛이 내 얼굴을 비추었다.
누군가에 의해서 나는 뒤로 끌려갔고 비로소 나는 현재의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며칠뒤 나는 아버지와 함께 교무실에 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내내 담배만 피워댔다.
- 교감 선생님...어떻게 선처좀 않되겠습니까?..한번만...-
아버지는 교감선생님에게 사정을 하고 있었다.
퇴학처분이 내려진 학교의 방침에 선처를 호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건이 있던 그날밤...
지정이 아버지의 신고로 상길이와 홍식이 일행들이 체포되었고, 나 역시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탓에 경찰서로 연행 되었었다.
지정이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간곡한 읍소와, 아버지의 빠른 조치로 인해 어느정도 정상은 참작이
되어 하루만에 경찰서에서는 나올수 있었지만, 며칠만에 등교한 학교에서는 용서되질 않았다.
며칠만에 온동네에 나에관한 소문이 다 퍼져 있었다.
지정이와의 관계며 ,상길이,홍식이와의 그날 그 사건들...
흉기를 휘두른 나의 행동은 학교측에서 보면 도저히 용서할수가 없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 저희로서는 최대한 관용을 베풀어 보려고 애를 썼습니다만...-
-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철이의 친구가 심하게 폭행과 험한짖을 당햇으니 그런걸 보고 잠시 이성을....-
- 충분히 상황은 이해가 갑니다만 어린 학생이 칼부림을 했다는 자체가 워낙 중차대한 범죄 행위이고....
육성회와 교장선생님이 워낙에 완강하셔서.....-
교감 선생님의 말에 아버지의 어깨는 한없이 내려가기만 했다.
그토록 강인하고, 태산처럼 한없이 높아만 보이던 아버지의 어깨였는데....
자식의 궁지앞에 이렇게 초라하게 무너져 버린 그 어깨라니...
그런 아버지에게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었고, 너무 큰 불효를 저질럿다는 생각에 어찌할 바를 몰랏다,
저녁때가 되어서야 나는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나를 붙잡고 울기만 햇다.
- 이녀석아....왜...그런짓을 해서...아이고,...-
나의 옷자락을 붙잡고 서러운듯이 우셨다,
망가져가는 아들의 앞날을 걱정하며 억장이 무너지는 어머니의 마음이리라...
아버지는 아무말 없이 술을 드셨고,나는 방구석에 처박혀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았다.
천장에서 지정이가 보였고 그녀의 안위가 궁금하여 견딜수가 없었다.
그 다음날도 지정이가 너무나 보고 싶었지만 참아내려 모진 노력을 하엿다.
그러나 당장 만나지 않고는 미쳐버릴 것만같았다.
태환이 녀석에게 부탁하여 영주를 불러냈다.
그녀의 집에 가봐야도 만날수 없다는걸 잘 알기 때문이었고 영주를 통하면 무슨 방법이 있을것 같다는
생각 때문 이었다.
- 철아...너 괜찮아..? 다쳤다던데...-
오랜만에 만나는 영주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 지정이는 어딨어..-
영주가 묻는 나의 안부는 귀에 들어오질 않았고,오로지 지정이의 안위가 걱정이 되었다.
약간은 어이가 없다는듯이 영주의 미간이 찡그러졌다.
- 오전에 퇴원햇는데...지금은 자고있어...-
- 다친데는 어때? 몸상태는? -
지정이는 며칠을 입원햇다가 오늘 오전에 퇴원을 했다고 했다.
이제막 잠이 들어서 충분한 안정이 필요할것 같다고도 했다.
너무나 그녀가 보고 싶었지만, 안달이 날것 같았지만 그녀의 안정을 위해 나는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내 속은 점점 말라갔고,자꾸 어둠속으로 숨어들었다.
어떤 외로움이, 널따란 들판 한가운데 홀로 버려져 있나는 두려움이 나를 사로잡았다.
표지판 하나 없는 텅 빈 들판을 걷다가 마침표가 찍힌 외길 위에 혼자 서있는느낌....
그러나 나는 불안하지 않았다.
나는 반드시 길찾는데 성공하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마침내 다아야 할 어떤 곳에서 지정이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것이며, 그곳에서 오래전에 잃어버린
나를 그녀에게 돌려받을 수 있을것만 같았다.
머리털을 쥐어 뜯으며 보낸 그해 가을, 나는 잎사귀처럼 말라가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날 저녁즈음 영주가 나를 찾아왔다.
- 왠일이야..우리집엔..? -
- 나는 너 만나러 오면 않돼?...-
- 그..그런건 아니지만...-
- 지정이 소식 전해주려 왔는데...그냥 가야겠네...치..-
나는 화들짝 놀라며 돌아서는 영주의 어깨를 잡아챘다..
- 지정이...지금 교회에 있어...가봐...-
- 뭐? 정말?...-
나는 용수철처럼 교회를 향해 뛰었다
그녀를 볼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였으며 한달음에 달려 교회로 들어섰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서 건물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지정이가 교회 입구에 서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모두 건물밖으로 나갈 때까지 문앞에 서 있었다.
지정이는 어색한 표정으로 서 있는 나를 바라보다가 피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전히 예쁜 그녀...
교회로 달려오는 내내 나는 불안했었다.
그녀가 울고 있을까..? 슬퍼하고 있을까..?
어떤말로 어떻게 위로를 해야 좋을까?
그러나 그녀는 의외로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
그 미소에 오히려 내가 위로가 되는듯 햇다.
- 학교에 가볼래....-
사람들이 거의 다 빠져나가고 인적이 뜸해질 즈음...
그녀는 나의 손을 잡아챘고 우리가 다니던 국민학교 쪽으로 끌고 있었다.
이미 어두워진 학교 운동장에는 아무도 없었고 쓸쓸하기까지 했다.
쌀쌀한 겨울바람이 우리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고 잔뜩 웅크려 걷던 그녀가 나에게 팔짱을 꼇다.
- 왜 내어깰 감싸주지 않아? 예전에 우리 이렇게 걸었잖아...^^-
- ,,,,,,,,,,,, -
그랬었지...
그녀의 따스한 체온이 느껴졌다
- 네 팔짱을 끼니까 너무 좋아..따듯하고..-
- ,,,,,,,, -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일부러 아무일 없었다는 듯한 말투와 행동을 하는 그녀가 가엾기도 했다.
무언가 이야기 하고 싶은게 있는데,그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녀가 잊어야할 일들이기에 그녀에게
상처가 될수도 있고, 악몽같은 그날의 기억이 튀어 나올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그렇게 하염없이...운동장을 걸었다
- 아까..교회에서 기도하는데..자꾸 눈물이 났어..눈물도 전염되나봐 옆에있던 아주머니도 울기 시작햇고,
교회는 금세 울음바다가 되어버렸지....-
나는 그녀의 표정을 보면 안다...그녀는 슬퍼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 그 슬픔을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는것이다..
- 내가 울때...목사님이 말씀 하셨어, 슬픈건 털어 버려야 한다고, 털어 버리고 나면 이 세상에 슬픔 같은건
남아있지 않게 될거라고...-
나는 아무말도 할수 없엇지만 마음속으로 기도를 했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칼처럼 지정이의 슬픔도 저 바람에 날아가 버리게 해달라고.....
지정이는 발걸음을 멈추고 눈을 들어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어둠속에서 반짝이는 그녀의 눈은 깊고 검었으며 너무나 슬퍼 보였다.
그녀의 눈을 바라보자 참을수 없는 복받침에 코끝이 찡해지며 눈이 시려왔다.
억지로 참으려 애를 써 봤지만 눈앞이 자꾸 아른거리면 흐려졌다.
- 슬퍼 하지마...-
내눈에 눈물이 고이는걸 바라보던 그녀가 살며시 내 목을 잡아당기며 내게 말했다..
겨우겨우 참고 있었던 내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 넘쳤다.
와락, 강하게 그녀를 끌어 안았다..
- 미안해...미안해...지켜주지 못해서...-
- ,,,,,,,, -
그녀의 목에 얼굴을 묻고 그렇게 그렇게 한없이 울었다.
오히려 그녀가 내 등을 쓰다듬고 있었으며 토닥이며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그녀에게 의지하며 큰소리로 울었다....
그날이후 나는 아주 오랫동안 그녀를 볼수 없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혹독했던 1985년 그해 겨울은 그렇게 나에게 힘든 상처를 남기며 지나갔다
그녀가 없는 그녀의 집 파란 대문앞을 서성이면서 나는 후회로 가득 채워진 가슴을 달랬다.
나에게 지정이의 소식통이 되어주던 영주도 어디론가 가버렷다.
지난가을 지정이가 이야기 했듯이 아마도 서울 어딘가에 있을 이모집으로 간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추위가 물러가고 한낮에 비춰지는 볕이 포근하게 느껴질 즈음...
나는 태환이와 형구와 함께 버스를 탔다.
옛날에 ..아주 옛날에 그녀석들과 함게 가보았던 그곳에서 낚시를 하기 위함이었다.
포리....
작은 어촌마을 이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이곳은 변함이 없다.
변한것이 있다면 상점 주변에 길쭉하게 서있던 500원짜리 대나무낚시대가 사라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카본 낚시대가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다는 것이었다.
태환이와 형구녀석은 새로산 세칸짜리 원다 낚시대를 자랑하며 휘두르고 있엇다.
내가 꺼낸 낚시대는 대나무낚시대....
지정이가 나에게 선물해준 그 낚시대이다..
나에게 남아있는 지정이의 유일한 흔적.....
낚시를 하며, 대나무낚시대를 만지작 거리며 오늘 또다시 그녀를 그리워햇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지워지지 않을 그이름 지정이......
사랑해...널 사랑해...영원히....
네몸에 찍힌 시린 상처까지도 난 사랑할수 있어...
기억해줘...내가 어느곳을 방황하고 있든, 어느길 위에서 네 이름을 부르든, 내가 걸어가고 있는
모든길은 너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그길의 끝에 그녀가 있다는 것을 믿으며........
대나무 낚시대 마지막회...
-
- Hit : 9789
- 본문+댓글추천 : 0
- 댓글 52
창작의 고통 고생 하셧습니다
다음에도
좋은글 올려 주세요
쓩~~~~~
인사는 처음드리네요..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동안 연재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왜 이렇게 슬프게 끝을 내는겁니까....
아씨.....,...
이런법이 어딧어요.......
둘이 재회해서 알콩달콩 우째 했다고 한야죠........우이쒸.......
조금 서운하기도 하네요...^^
10회 동안 즐거운 맘 설레는 맘 기다리는 맘으로
행복했읍니다
셔니아빠님- 반갑습니다..종종 놀러오세요..^^
참붕어대물님-조금 아쉬우신가 봅니다...좋은기회가 다시 오겠죠..^^
많이 아주 많이 기다렸습니다
조금은 서운 하네요!!!!!
감사하구요~~
인자 무슨 재미로 사노~~
다현아빠님-저도 서운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습니다..감사합니다..
미끼머쓰꼬님 - 많이 기다리신거 잘 압니다...조금 아쉽고 서운하더라도 지정이와 철이..잘 보내주세요..^^
너무도 감명 깊게 읽어
감사의 답글 올립니다
한주가 더디게 느껴지고
이토록 기다려 지는지~~
시즌2 눈빠지게 기다리겠습니다
건필 하시길~~
그동안 잠시의 추억으로 빠져 들었습니다
시즌2가 있다면 기다려 집니다
감명깊게 잘 읽고 갑니다
좋은글 정말 감사 드리고
항상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길 바라겠습니다^^
"사나이의 첫사랑"은 잊을래야 잊을수가
없죠
수고하셨고요 잘읽었습니다
...오리지날...
예전생각이 자꾸납니다
첫사랑 집근처에 살고있지만
그사람은 떠나고 없지만...
마지막글을 읽고 유난히 떠오르네요
내맘에 너가 자리한구석을 차지하는구나
한잔 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랜시간 글로써 즐거운 시간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결국은 결혼을하여 부인으로 만들지 못했단 얘기인가요,,
결국은 실화가 아닌 흉내낸 소설인가요,,ㅎㅎ
그 동안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괜히 산에 가서...
손맛이다!!! 써먹어야지ㅋ
이제것 잘봤습니다!
그 동안 재미있게 읽고 가슴설레이게 기다렸던 시간들 이었습니다
다음 시즌2를 기다려 봅니다
감사합니다
마음이 아프네요.
무더운 날씨에 마다이님 덕분에 조금은 시원 했습니다.
그동안 감사드리고
넘 재미있었습니다.
후속편도 기대 할께요.
무더운 날씨에 건강유의 하시고 늘 행복하세요......
한번 읽으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필력
대단하십니다.
책을 내어 보십이 좋을 듯 하네요.
좋은 글, 재미난 글 잘 읽었습니다.
10부작까지 쓰신 님의 열정에 우선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
글을 너무 잘쓰시네요. 혹 소설 쪽에 업을 두신건 아닌지...
시간이 날 때 처음부터 재미있게 읽도록 하겠습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그동안 잘 읽었습니다.
수고많이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지정이도 평생을 가슴아픈 추억으로 살겠지요.
기다림이 하나 없어졌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그동안 글 쓰신다고 정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
정말 재미 있게 보았으며 항상 사건에 제가 서 있는것 처럼 잘 묘사 해주셨네요 ^^
결말이 너무 아쉽습니다.
그러나 아쉬운만큼 그 여운은 더 오래 갈꺼 같습니다
이루어지지 않은사랑은 저희들에게 결말을 상상하라고 나래를 펴주신것 같습니다
그동안 너무 고마웠습니다 ^^
시즌2 기다려 볼게요 히히~~
잘읽어읍니다
항상 건강하시고...염치없지만 다음에도 좋은글 부탁드립니다..다시한번 고생하셨습니다 ^^
항상 건강하시고...염치없지만 다음에도 좋은글 부탁드립니다..다시한번 고생하셨습니다 ^^
그동안 너무 즐감해왔고 다음편을 기다리며 추억의조행기 문을 두드려 왔기에 좀 허탈감이 느껴집니다.
마지막의 여운은 이제껏 가슴한켠에 담아두었더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네요.
지금 남아있는 아쉬움은 다른 좋은글로 채워주시길 바래봅니다.
'마다이'님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건강하십시요. 꾸벅!
수고하셨어요.
수고 하셨어요
기회 되시면 다음 작품도 기다릴께요 ^^.
많은 분들이 댓글을 주셨네요...감사합니다..^^
뷰티엔님 - 잘보셨다 하시니 다행이라 생각합니다..시즌2..고민 해보겠습니다...^^
번개머리님 -관심주셔서 감사합니다...
신기루님 - 늘 힘주셔서 고맙습니다..
땡글동자 - 저도 감사드립니다..^^
불꽃구름 - 힘든여름 잘 보내시고 기회된다면 조만간....ㅎ
오리지날님 -찾아주셔서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율포리님 - 개근상 드리고 싶습니다..^^
사립옹님 - 저도 기다려 주시는 님들이 있어..내내 행복했습니다..^^
월척서열1위님 - 지정이가 심난했던 모양입니다...산으로 바람쐬러 갔다가 그만...ㅠㅠ
사짜팀님 - 늘 힘을 주셔서 정말로 힘이 났드랬습니다..ㅋㅋ
오름붕어님- 과찬이십니다..부끄럽게 왜이카십니까...ㅎ
아부지와함께님-쭈욱 써놓고 수시로 들여다보며 수정해왔습니다..부끄럽습니다..^^
조해천님- 좀 아쉬우십니까? ㅎㅎ 감사했습니다..^^
추풍량어님 - 한달내내 고민하고... 기억을 더듬고...지금 생각해보니 행복했었네요...^^
장핑퐁님 -그동안 관심주심에 감사의 인사를 글로 대신합니다..^^
품으로날아오르는붕님 - 모든일은 생각처럼 다 이루어지진 않죠..그래서 미련이 남고,추억이 남는거겠죠...감사합니다..^^
한알님 -저도 관심주시는 분들의 성원에 너무나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붕어우리님 - 힘을주시는 댓글 하나하나에 글쓴이는 힘을 얻고 있습니다...님의글도 잘보고 있습니다..^^
성인되서 시즌2부탁드려요 ㅎ
도루왕 달팽이님-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마지막부도 잘읽고 눈물 찡해 갑니다.
옛 첫사랑이 생각나는 글이네요.
감동주셔 감사합니다.
해피앤딩은 어떨까 했는데..ㅎㅎ
그동안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다음작품 기대할게요~
2부 1편 기다립니다 ^^&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네요....ㅎㅎ
후속편 기대 합니다...ㅎㅎ
또 지각했네요ㅡ
한동안 감동과 기대감으로 더운여름을 보네고 있네요ㅡ
2탄을 기대하며 그 동안 잘 읽었읍니다ㅡ수고 많이 하셨고요ㅡ
세심한 필체, 고심한 내용전개. 수고하셨습니다
장미한송이님- 저도 해피엔딩이길 바라고 있습니다..아직 남아있는 이야기는...^^
풍류님- 헐...2부 1편...^^ 긍정적으로 고민 하겠습니다..^^
곽대장님- 늘 감사했습니다...조만간 다시 만나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지천님-조금 아쉬울때가 가장 아름다울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너무 슬퍼하지 마시길....^^
물나그네님-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담에 뵙겠습니다..^^
가슴아린 추억이지요.
한 번에 다 읽고 푹 빠졌다 갑니다.
고맙습니다.
효천님 -잘 읽으셨다니 다행이고요 시즌2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