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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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大物)붕어, 괴물(怪物)친구

048_essay08515633.jpg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요~ 만은~♪" 조용하던 저수지에 걸쭉한 친구의 노랫소리가 슬슬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자칭 '룸 싸롱 노래방 전전하면서 수많은 여자들 오줌 지리게 만들었다'는 저 구성진 노랫소리가 뜻하는 것은 그의 인내가 이미 한계에 달했다는 얘기다. 조금 후면 친구는 소주병과 오징어 땅콩을 들고 슬슬 내게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그의 거칠 것 없는 입담은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이 조그마한 저수지를 가득 채울 것이고, '지금 오면 안 되는데! 조금 전 엉뚱한 생각하다가 찌가 발랑 드러눕도록 손도 써보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그놈의 입질을 다시 받아야 하는데. 더구나 참붕어 미끼에 온 입질이 아니던가!' 모처럼 큰 거 한번 걸어보자고 의기 투합해서 안 하던 짓 해가며 낮엔 물 속에 들어가 수초 걷어내고 황토에 밑 밥까지 뿌려두었건만 세시간이 지나도록 꼼짝도 않던 찌가 잠깐 헛 눈 파는 사이에 몸통까지 드러내다 못해 발랑 들어 누어 버린 것을... '에이ㅡ씨' 육두문자(肉頭文字)까지 섞어가며 혀를 차보지만 후회는 항상 뒤차로 오는 법이다. 어떻게든 입질을 다시 받아야 한다! 참붕어 미끼 바꿔 달고 허망한 마음 달래가며 두 눈 부릅뜨고 찌를 응시 할 즈음, 친구의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눈물을 머금고 자리에서 일어서 친구에게로 갔다. 손전등도 켜지 않고 발소리도 죽인 체, 금방 '나보시오' 하며 떠오를 것 같은 찌를 몇 번이나 돌아보면서... '입질이 붙었어' 벌써 술 냄새 풍기는 친구와 남은 소주 한 병을 비우고 다시 자리로 돌아올 때, 술 끼 가득한 친구의 눈빛에도 긴장감이 섞이며 낚시대 앞에 바로 앉는다. 그러나 그 몇 잔의 술 때문에 나는 두 번 째 입질도 놓치고 말았다.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찌는 다시 수초사이에 걸쳐 있었던 것이다. '그래 무엇인가 있다'! 저 큰 참붕어를 보고 덤비는 놈이라면 예사 놈은 아닐 것이다. 산란기 때 어떤 친구가 자랑하던 누런 놈이 떠올랐다. 엄청 큰놈이었다. 실제 체장 38cm보다도 훨씬 커 보이는 청도 소싸움에 나오는 누런 황소를 연상시키는 그런 놈이었다. 우리가 그날 공략했던 기동지는 이곳에 사는 꾼 들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찾아 본적이 있을 만큼 유명한 소류지다. 시내에서 2키로 남짓한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도 수질의 오염원이 거의 없고 수초가 잘 발달 되 있어 붕어자원이 많을 뿐 아니라 십 여 년 전 준설 한 뒤로 바닥을 보인 적이 없어 대형어의 서식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다만 너무 빽빽한 수초의 밀생(密生)으로 낚시를 바닥에 가라앉힐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는 것이 단점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물질을 막고 어자원이 보호되는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해마다 우리에게 몇 수씩의 월척 손맛을 보여준 곳 이기도하며 특히 금년 산란기 때는 저수지 부근에 사는 친구가 그 4짜에 육박하는 대형 붕어를 잡아 우리 마음을 들쑤셔 놓은 곳 이기도하다. 그 붕어에 대한 욕망이, 낚시경력 수 십 년이 지나도록 항시 출조(出釣)때면 잡은 붕어 숫자보다 비운 술병수가 많고, 아직 턱걸이 월척조차도 못한, (본인은 잡은 적 있다고 우김 그러나 아무도 본 적이 없으니...) 만년 준조사(準釣士) 내 친구에게 수초제거를 위해 차가운 물 속에 뛰어들 용기를 준 것도 사실이지만, 흐린 눈 비벼 가며 숨죽인 긴장감이 얼마나 흘렀을까. 예의 두 칸 반대의 찌가 미세한 반응을 보인다. 반사적으로 내 손은 손잡이에 얹히고 한마디, 또 한마디, 게으르게 솟던 찌는 거짓말처럼 멈춘다. 조그만 더! 조그만 더! 마른침을 삼키고 챔 질 준비에 들어간 손바닥엔 땀이 베인다. 한참을 미동도 않던 찌가 다시 솟아오른다. 느리게, 마치 옥중 춘향이 하소연하듯 진양조 느린 가락으로, 가슴은 어사출두(御史出頭)의 휘모리 급한 가락으로 쿵쾅대고 있는데... 그래도 찌는 떠올랐다. 정점을 향해, 오르다 다시 멈칫거리는 순간, 초릿대의 파공음(破空音)이 허공을 갈랐다. 강렬한 저항이 수초틈새로 파고들고. 삼 호 줄이 연주하는 긴박한 가락은 조금전의 기대와 설레임을 초조와 불안으로 바꾸어 버리고 오로지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만이 나를 사로잡는다. 손맛이고 쥐뿔이고 느낄 겨를이 없다. 대어의 손맛은 잡은 후에 생각으로 느낄 뿐! 그 동안 닦아둔 온갖 묘수를 다 동원해 붕어의 제압에 나선다. 그리고 한동안 치열했던 그 싸움은 뭍으로 끌려나와 가쁜 숨 몰아쉬는 붕어 바라보며 득의의 미소를 짓는 나의 한판 승으로 끝났다. 지난 초봄, 친구가 자랑하던 누렇고 엄청 빵큰붕어가 내 발아래 누여진 것이다. 너무 심한 힘 겨루기로 물 속을 온통 휘저어 놓았기 때문인가 그 날밤 더 이상의 입질은 받지 못했다. 큰 거 잡았다는 설레임은 떡밥낚시로 전환해 잔챙이 낚을 생각도 없애 버렸고, 친구의 노랫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아침햇살이 저수지에 퍼질 즈음, 차마 낚시 사부인 나를 혼자 두고 마누라 곁으로 돌아갈 수 없어 밤새 차 속 잠자고 덜 떨어진 눈으로 살림망 살펴보다 경악한 친구는 누가 볼세라 자기 방수망에 번개같은 동작으로 붕어를 주워 담는다. '오늘 저녁 내가 한잔 산다'는 말과 함께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리며, 핑계야 그 좋은 보신제를 내가 방생해 버릴까 염려되어서 그런 다지만 얼마후면 친구의 조행담(釣行談)이 온 시내 낚시꾼들의 입에서 회자(膾炙) 될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날 밤 그놈 손맛 사람 죽이더라고,' 진실은 저와나 둘 이서만 알고, 우리는 니것 내 것 안 따지는 부랄친구(竹馬故友)니까! 단오(端午) 즈음 어유당(魚有堂) 올림

술한잔에 손맛과조행담이 친구분것이 되네요 ㅎㅎㅎㅎㅎ
내친구 중에도 그런친구가 하나있어요 ^^

근데 그런친구가 밉지는 안아요
인생에 즐거움을주는친구 ㅎㅎ
안녕하세요~^^

변함 없는 수필 같은 조행 일기를 살짝,조심스레 엿보고 갑니다..

허물없이 지낼수 있는 죽마고우님이 계셔서 행복하겠읍니다..

기쁠때 기쁨을 배가 시키고 슬플때 슬픔을 반감시키는 그런 친구가 있다는것은

인생에서 성공했다는 생각입니다.

항상 안출하셔서 어복 충만 하시옵고,

낚시로 행복만 낚으시길 기원합니다..(_._)
친구와 함께한 조행길에 친구가 원하는것이라면
그정도는 양보하고도 남지요...
고기는 또 언젠가 잡을것이고 친구는 영원히 내곁에 머물것이니
양보랄것도 없지요...

어유당님 글 올라오는날을 기다리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낚시꾼에게 낚시 이상의것을 기대하는것은 이상한것이지만
그래도 낚시말고 또다른것을 얻을수있는 출조길이라면 더 좋겠지요
친구와함께한 정감어린 출조길이 너무 보기좋습니다.
다음글이 언제쯤 올라올까 기다려집니다.

항상안전한 출조길되시고 지금보다 더 나은 조과와 추억을....
감사합니다.
참 잼나게 읽었습니다.
넘 생생하네요. 친구분도 엄청 재밌으시고요.
님의 글이 많이 기다려질것같은 불길한 느낌을 받으며 물러갑니다.
앞으로도 자~~알 부탁드립니다.
좋은글 재밋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계속 부탁드립니다
건강하세여
언제봐두 재미있읍니다
다음 글이 기다려집니다
너무 재미 있습니다...팬이 되었어요.....^^
물가에서....보시면 싸인해주세요^^
또 한권에 책을읽고 갑니다

다음편기대 하겠읍니다 ~~
손맛이고 쥐뿔이고 느낄 겨를이 없다. !! 정답 !!

어유당님!
한편의 무협소설을 읽어 내려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저두 싸인해 주세요....
저도대리만족하고 갑니다
우째 제가 잡은 느낌입니다 ^^
그려유 맞어유 손맛이고 쥐뿔이고 느낄 겨를이 없다 이마씀에 한표^^

지두유 사짜도 월척도 잡어는 봤는데 사실 덩어리가 걸릴때는 이것 저것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어유

행여 떨어지진 않을까 끌어네는데 우선이 잖아유 근데

남들은 손맛이 기가막혔겠다는둥 피아노소리가 훌륭했겠다는둥

저는 그런걸 못느꼈걸랑요 그래서 저는 아직도 초보라는 고정개념을 못버렸었어유

근디 그것도 아니구먼유 어선배님도 그럴땐 그러구먼유^^

으라차차 지도 이젠 스스로 초보라는 딱지를 떼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ㅎㅎ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두분 우정도 영원하시길 빌겠습니다...꾸뻑...
낚시 조행기를 책으로 출판해보세요. 대박나실 것 같아요. 세계 어느 문학가가 쓴 글보다 더 현장감있고 찐한 감동을 주는 글인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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