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댐이 전성기를 이루던 시절이 있었지요.
넓고 깊은 물만큼이나 많았던 물고기들. 길고 상상 못할 대어들...
이 이야기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의 경험을 옮겨 본 글입니다.
이십여년전….
자칭타칭 민물조사로서는 웬만한 경지에 올랐다고 자청하는 P군.
당시 그는 대물 잉어낚시에 흠뻑 빠져있었다.
그 해 여름에도…그는 직장에서 받은 여름휴가를 온통 파로호에서
보내기로 작심. 비장의 무기들과 부식을 챙겨 홀로이 길을 나섰다.
파로호….. 저 드넓은 푸른 물과 그 굽이를 알 수 없는 계곡.
이번에야말로 주먹만한 눈망울의 미터급 대형잉어를
품에 안으리라라는 생각밖에 없던 P군은 그가 목적한 골에 당도했을무렵
크게 실망을 하고 말았다.
기껏해야 한둘 있을까말까하리라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그가 도착한 골에는 릴을 던질 자리가 없을 만큼 이미 병풍처럼 릴들이
포인트에 포진되어 있었던 것.
이런 젠장……
줄잡아 70개정도의 릴들이 약 1.5미터의 간격을 두고 세워져 있는 걸 본
P군은 엄청난 갈등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주변을 보니 텐트에 비닐천막에…
심지어 장박을 위한 체력안배용으로 닭장까지 설치된 간이막사까지.
하지만 오히려 그 많은 릴들에도 불구하고 조과는 미미한 수준을 보니
오히려 P군은 가슴 깊은 곳에서 투지가 끓어오름을 느꼈다.
결국….그가 자리잡은 곳은 그 릴들과 한참 떨어져 골짜기 제일 안쪽.
10대의 릴에 정성껏 준비한 깻묵과 잡곡을 사료, 어분과 버무려 섞어서는
한발….한발….목표지점에 정확히 던져 넣고는 이제 놈을 기다린다.
달이 밝아서인가….아니면 놈들의 회유가 아직 미치지 못했나…
기대와는 다르게 첫날…..그리고 이튿날은 그렇게 별 소득없이
산새소리와 함께 지나가고 있었다.
3일째 밤.
기다리다 지친 장박꾼들이 모두 텐트에 들어가 잠에 빠진 새벽.
P군은 잠자리에 들려다 출출하여 라면 하나만 끓여먹고 자기로 하고는
조용한 밤의 정취를 즐기며 버너에 붙여진 푸른빛 불빛에 도취되어 있었다.
“딸랑…….”
처음엔 잠시 잘 못 들었다고 생각한 P군.
그러나…그것이 평생 두번은 볼 수 없는 장관의 서곡일 줄이야………….
“딸랑, 딸랑……”
틀림 없다. 저 소리는 이 적막한 밤의 정적을 조용히 가르며
저 멀리 골 입구에서 릴 끝에 매달린 방울의 주인을 깨우는 소리임에……..
나의 릴은 아니지만….P군은 간만에 들어보는 방울 소리인지라 호기심에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발 길을 옮겼다.
후레쉬를 키고 그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가던 P군은….
멈칫 하며 발걸음을 멈추고서는...자신의 눈이 커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은 지금, 평생 한번 볼까말까한 광경을 보고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마침내 보고야 말았다. 그 장관을....
그것은...
흡사 받들어 총의 자세로 가지런히 사열되어 있던 릴들이...
그 릴들이 흡사 총에 맞고 고꾸라지듯이 차례대로 도미노게임처럼
저 검은 강물을 향해 쓰러지는...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아마도 이 골에 대형 잉어떼가 송두리째 들어온 모양.
“딸랑….딸랑….딸랑……퍽!”
“딸랑….딸랑….딸랑……퍽!”
“딸랑….딸랑….딸랑……퍽!”
“딸랑….딸랑….딸랑……퍽!”
저 멀리 서 있던 릴대부터 무려 수십대의 릴들이 일정한 시간차를 두고
먼 순서대로 차례로 앞으로 힘없이 수면쪽으로 고꾸라지며 일부는 물에 끌려가고 있는
도미노현상이 점점 P군쪽으로 악마의 발톱처럼 다가오는...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잠시…..생전 처음보는 대 장관에 넋이 나가 있던 P군은
불현듯 사태를 파악하고는 있는 힘껏 제일 구석에 있는 자신의 릴쪽으로
달려가며 큰소리로 외쳤다.
“잉어다~~~! 잉어떼가 들어왔다~~~!”
“잉어다~~~! 잉어떼가 들어왔다~~~!”
P군은 목이 터져라,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주변의 장박꾼들을 깨우며 달렸다.
"뭐여? 무슨 소리야?"
"뭐? 잉어?"
급히 텐트에서 부시럭 소리가 나며 뛰쳐 나오는 장박꾼들.
어처구니없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가는 자신의 릴들을 향해 달려가며
도대체 어떤 릴대를 먼저 잡아야할 지 몰라 우왕좌왕…..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P군은 달려가며 잽싸게 조끼상의에 있는 칼을 꺼내들었다.
릴들의 쓰러지는 속도가 거의 자신이 달리는 속도와 비슷하게 뒤통수를 따라오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저 멀리 다른 이들이 세워 논 마지막 릴대가 도미노의 끝처럼 앞으로
고꾸라지는 것을 보고 간신히 자신의 자리에 도착해서는...
골바깥 쪽부터 차례대로 자신의 릴 10대중 가차없이 9대의 줄을 끊었다.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9번째의 줄을 끊었을 무렵, 마침내 단 하나 남아있던
마지막 10번째의 릴이 방울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왔다!’
힘찬 챔질과 동시에….P군은 이제껏 느끼지 못한 강한 힘을 느끼며 온 몸으로
놈과의 전투에 임한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이 조용했던 골이 난리가 났다. 사방에서 외쳐오는 릴꾼들의 외침과
방울소리… 하지만 P군은 오직 녀석과의 힘겨루기 때문에 그 소리가
아득해져 옴을 느끼며 릴링과 드랙조절을 한지 수십분…..
마침내 마지막 힘까지 소진한 녀석을 뭍에 끌고 왔을 때즈음엔
이미 P군의 몸도 지칠대로 지치고….근처의 한 조사의 도움으로
간신히 놈을 뭍으로 끌어낼 수 있었다.
헐떡이는 놈을 잠시 바라보다 체장을 확인하여보니….
아쉽게도 미터에서 2센티가 모자라는 녀석이었다.
하지만………….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저 멀리부터 차례대로 도미노처럼 쓰러지던 수십대의 릴……
그 중에 잉어를 건져 올린 건 오직 P군뿐이었던 것이다.
알고보니 잠자다 타이밍을 놓친 나머지 릴꾼들은 이미
수십대의 릴줄들이 엉킬대로 엉킨 상태에서 릴링을 시작하였고….
자기들끼리 어느 줄이 엉킨지를 몰라
채비가 뜯겨나가고 릴이 수장되는 것을 멀거니 바라봐야만 했던 것.
결국…그 많던 잉어떼중에서 유일한 조과는 P군의 한마리뿐이었던 것이다.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지 않고 나머지 9대의 줄을 끊지않았더라면,
잉어들이 P군의 줄 끊는 속도보다 먼저 입질을 했더라면,
아마 P군도 마찬가지였으리라…..
결국 정신이 멍하니 빠져 있는 조사들사이에서
P군은 자신이 단 한마리 건진 대형잉어를 바라보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가운데에도 잔잔한 승리감을 맛볼 수 있었다고 한다.
한 여름….파로호의 적막한 밤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수십대의 릴들을 차례대로 쓰러뜨리며 여러 조사를 비웃던 잉어들의 습격.
지금도 P군은 가끔 술한잔할 때면 조용히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하곤 한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그 도미노게임을....그 장관을...
******* 이것은 제가 아닌...제 사부중 한 분의 잊지 못할 경험담입니다.
솔직히 전, 그 선배말을 100%는 믿지 못했는데...전에 쓴 이글에 리플을 단 분 중에서
이와 같은 경험을 하신 분이 두분이나 계시다더군요. 놀라웠습니다.*******
도미노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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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해가 안되네요.
왜 다른 줄들을 끊어야 하는지...
아무튼, 신기합니다.
미터급 잉어 실제보면 겁나더군요. 고기가 아니라 무슨 괴물을 보는듯...
파로호엔 보트낚싯꾼들이 휴일날
엄청나게 왔죠...
별장까지가 민통선한계였고요...
근데,
잉어들은 전부다 그 상류쪽인
쌍무용리 윗쪽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많았지요.....벌써, 아득한 기억의
저쪽이네요....ㅡ,.ㅡ;;
잉어 잡아냈더니 저수지 물이 반으로 줄더라는 그분?
나도 보고싶은 분인데.....ㅎㅎ
얼음얼거든 보세!~~~~~~~~
무슨 공포영화에 한장면 같은데요?
재미잇게 봤습니다`~~
출발하기 전날에 짜개에 노란 고무줄을 끼운다고 손에 물집이 잡히고
지금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네요
얼마나 릴꾼들이 많으셨으면...
잉어 릴낚의 즐거움은 초릿대에서 시작되는 예신에서 긴장감이 시작되어
활처럼 휘어지며 물 속으로 꼽힐 듯한 초릿대를 보며 최고조에 달하죠.
덕분에 옛 추억에 잠시 빠져봅니다.
한편의 영화네요
9개의 줄을 자르고 . . 멋있네요
미터급 10여마리가 물가 수면에서 쉬는걸 본적도 있고요
대낚이지만 항상 미터급 잉어를 노리고 출조하는데
한달에 한번 만나기 힘든 대물을 하룻밤에 몇번 만나는 경우도 있지요
올해 가장 난리를 친날 하룻밤에.. 6호원줄 4개 터지고... 8호 묶은 대는 감4호, 5호 바늘 부러지고, 목줄 터지고
와이어 묶어둔게 대 끌리면서 와이어 뒷꽂이에 걸리면서 뒷꽃이 부러지고
결국 다 터지고... 새벽녁에 몇마리 올린게 70다마 잉어 한마리하고 60후반급 향어하나, 60초반금 향어하나
작은넘만 올리고, 큰넘은 다 터져버렸네요
큰넘 잡건 못잡건 이런 스릴때문에 대물잉어 낚시합니다 ㅋㅋㅋ
실감나는 조행기 잘보았습니다^^
제가 잉어릴꾼이었는데...
잉어가 떼로 몰려다니기는 해도
그러한 입질 형태는...
그리고 낚시대가 넘어지고 낚시줄을 끊고의 얘기가 나오는데...
늘어진 원줄 감고 개별 받침대나 받침틀에 낚시대를 거치한 다음
낚시줄을 손으로 당겼을 때 비교적 쉽게 주르륵 나올 만큼 드렉을 풀어놓습니다.
낚시줄 끊어짐을 방지하고자하는 것이지요.
일산 지누5호바늘이 약 9.5~11.5Kg정도 버티고, 모노8호가 11kg 정도되고, 잉어 90cm 10~13kg정도지요.
하여간 그 곳에 계셨던 분들은 전부다 드렉을 잠구고 낚시를 했다는 것 같은데
그리고 낚시대 보호 낚시줄 엉킴 때문에 낚시줄을 잘랐었다는데
생각보다 잉어의 습성으로 엉키지 않으며 낚시줄이 교차될 때도 있지만 낚시대 위치를 바꾸어주면 풀리지 않게됩니다.
한밤에 많이 잡으신 분이 14마리안가 잡으셨다는데
낚시줄이 엉키거나 낚시대가 쓰러진다면 어떻게 잘을 수 있었을까?합니다.
글재주 좋으시네요
저는 사실이라고 믿습니다.
파로호 잉어도 유명하지만 안동댐 잉어도 유명합니다.
안동 예안에서 잉어떼가 몰아쳐 릴 2개를 2명이서 감당못하고 릴 한개만으로 약 1시간 정도에
60여마리 잡아 가는 것 보았습니다(이분은 포인트 떡밥 비법 이런 것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또 대낚을 차고가 뒷꽂이 까지 마구 끌고 가는 넘도 보았습니다.
아무리 좋은 소재가 있어도 글을 잘 써야 재미가 있습니다.
정말 글 잘쓰십니다.
저도 그조사님 흉네를 그다음에 칭구한테 얻은릴하고 몇대 사고 해서 쭉 그자리서 무작정 힘닺는대로
무지하게 2년던지고 저에게도 드디어그해 장마비가 250미리 온걸로 기억납니다 이때다 하고 칭구한녀석하고 대청호로가서 자리잡고 밤세 물리 올라와 낚시 포기하고 그담날 아침에 다시정비해서 8대 던지고 한시간쯤인가 딸랑 하고 울리더라고요 세대입질에 70~1미터급 한대는 거짓말 안이고요 호사기를 물밖으로 들지도 못하고 터진기억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