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깊은 수면의 늪에 빠져 있다가 의식이 들었다.
책상위에 놓여 진 휴대폰이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음을 주기적으로 울리고 있었다.
그 소리를 감지하면서도 잠자리에 누워 버티고 있었다.
어제 밤늦게 대구에 도착해서 사우나에 들렀다가 귀가를 했다.
몸살과 감기 기운을 느끼면서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쉬는 날 아침은 항상 잠자리에 누워 미적거리는 버릇이 있다.
작은 아이 등교 때문에 아침식사 준비를 하는 아내는 무조건 밥상을 차려, 식구가 한꺼번에 같이 먹기를 강조한다.
방학 중이라 늦잠을 자는 큰애를 부르고, 작은 아이를 부르더니 이젠 큰방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ㅇㅇ이 학교 갈 시간 바빠요. 일어나서 식사 같이 합시다.”
“응. 알았어.”
“휴대폰에 문자 들어오는 것 같네.”
아내가 휴대폰을 건네주고는 나갔다.
누워서 버튼을 누르고 액정을 보았다.
“뭐 하노? 낚시 가자.”
친구였다.
일어나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간격을 두고 이어지고 있었다.
전화를 하는 사람이 나 라는 걸 인식을 하면, 처음 받는 소리는 늘 정해져 있다.
“입질 온다. 뭐 하노?”
“입질 오면 땡겨라. 식사는 했나?”
수인사를 끝내자 두 친구가 같이 지금 집까지 모시러 온단다.
잽싸게 일어나 세수를 했다.
25대1대와 받침대, 뒤꽂이만 챙겼다.
신천동로를 타고 북상을 했다.
어제처럼 많은 비가 내리지는 않았다.
장마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나 보다.
날씨는 흐려있고 간간히 차창에 빗방울을 뿌렸다.
한 시간을 달려 칠곡군 기산면에 도착을 했다.
캐치탕으로 운영하는 유료 낚시터 이었다.
오는 동안 차안에서 친구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 전반적인 내용은 인지하고 있었다.
하우스 낚시터였기 때문에 우중에도 손맛을 볼 수 있고, 노지 낚시터 보다 먹고 쉴 수 있는 편의시설과 보장된 손맛 때문에 유료 마니아는 이곳을 선호하는 것 같았다.
찌맞춤을 하는데 사장님이 종이 커피 잔을 들고 왔다.
친구는 이곳을 가끔 이용해서 인지 수인사를 나누었다.
처음 간 우리 두 사람을 인사시키며,
“오늘 완전 초보 둘을 데리고 왔는데, 한 마리 걸 수 있을는지 걱정이 됩니다.”
젊은 사장의 웃음에 같이 따라 웃었다.
들어올 때 입구 쪽에 앉아 있던 두 사람 중 한명이 한 마리를 걸어 파이팅을 하고 있었다.
낚싯대가 바늘처럼 휘어지는 휨새에 보는 사람이 더 짜릿한 스릴을 느꼈다.
팽팽한 낚싯줄은 고기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움직인다.
“저기 봐라. 입구 쪽에 선수가 잉어를 걸었나 보다. 완전 대한독립 만세 부르는 자세가 나온다. 여기서 잉어 걸면 완전 노가다 해야 한다.”
친구가 말을 받았다.
“아이구야! 완전 손맛 죽이겠구나. 나는 노가다라도 좋다. 잉어 한 마리 물려 다오.”
아래 바늘에는 지렁이를 달고 윗 바늘은 어분을 달았다.
낚시터 사장의 눈에는 처음 온 두 초보가 신경이 많이 쓰이는 모양이다.
“사장님! 처음에는 집어를 위해 양 바늘에 모두 어분을 굵게 달아 던지세요.”
우리나라는 모든 사람이 타인을 부르는 보통의 존칭이 사장님이다.
집어를 위해 어분을 달아 던졌다.
찌가 환상적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찌 오름을 보고 있다가 챔질의 타이밍을 놓쳤다.
“조사! 뭐 하노? 찌가 춤을 추는데....... 지금 딴 생각하고 있제?”
“아, 아니! 찌오름에 굶다가 예술을 감상한다.”
“좋아. 챔질은 하지 말고 올라오는 찌 예술만 많이 감상해라.”
찌가 수면위에서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찌가 부상하는 눈 맛과 손맛을 동시에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둠 속에서 찌가 서서히 솟아오르고 있었다.
시각적인 느낌과 동시에 오른손의 동작이 바로 연결되었다.
정확한 챔질이었다.
낚싯대의 초릿대가 잔뜩 휘어져 왔다.
정말 모처럼 손맛을 느끼며 당겼다.
이 맛에 낚시꾼은 매료되는 것이다.
집어가 된 모양인지 입질은 계속 이어진다.
이번에는 찌가 깜박거리더니 훅 빨아 당기는 입질이 들어온다.
대를 세우기 위해 두 손을 들고 의자에서 일어나 뒤로 물러났다.
바로 주위에는 친구만 있고 다른 손님이 없어 다행이었다.
“잉어다. 명찰에 ‘잉’자라고 쓰여 있제?”
“몰라. ‘붕’자라고 쓰여 있는지 얼굴을 봐야 알 것 같다.”
“좋다. 오늘 초보조사 손맛 실컷 한번 봐라.”
“정말 손맛은 죽이는데……얼굴을 좀 보자.”
붕어인지 잉어인지 얼굴을 보여 주지 않는다.
아까 붕어 보다 파워가 대단한걸 보니 틀림없는 잉어인 모양이다.
이놈이 수면에서 물장구를 한번 치더니, 다시 친구가 펴 놓은 낚싯대 아래로 파고 들어간다.
옆에 친구가 줄이 엉킬까 잽싸게 낚싯대를 들었다.
“어이! 조사 낚싯대 부러질라. 살살 달래서 데리고 나오너라.”
“아이구! 초보가 잉어 걸어 혼자 노가다 하는 건 좋은데, 남의 점방(가게)다 부신다.”
그때 옆에 친구가 웃으며 한마디를 건넸다.
“저 친구는 아직 아가씨 안 꼬셔 봤나? 마구잡이로 당기는 건 과부나 아줌씨 스타일이고 부드럽게.......”
겨우 당겨 내는데 뜰채를 들고 담아준다.
뜰채의 망으로 잉어를 잡고 타월을 감아 겨우 바늘을 분리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하면 좋으리?
겨우 네댓 마리 손맛을 보았는데, 낚싯대의 2번대가 분질러져 뚝 떨어져 버린다.
망연자실하고 앉아 담배를 꺼내 물었다.
“야! 선수, 담배만 빨지 말고 내 가방 속에 한 대 찾아서 채비해라.”
“여기서 수리하기는 어렵겠지?”
그때 입구 쪽에서 젊은 사장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친구 왈
“사장님! 이집에 고래를 넣어 놓아, 초보가 고래 잡으려다가 낚싯대 분질러 버렸어요.”
사장은 내 낚싯대를 받아 이리저리 살피더니 밖으로 나가 유리 테이프를 가지고 왔다.
부러진 2번 대에 테이프를 감고 채비 손질을 해 주었다.
젊은 낚시터 주인장은 낚시를 하는 동안 자주 살피며, 손님의 불편함을 해소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개인의 장사나 사업을 떠나 젊은 사람의 부지런함과 배려하는 마음에 호감을 느낄 수 있었다.
친구 셋이서 어린 아이처럼 농담을 하며,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게 작은 행복이었다.
세 남자는 입질에 정신이 팔려 늦은 저녁을 먹었다.
저녁식사 후 커피 한잔씩을 마시고 또 손맛에 빠져들었다.
올해 들어 손맛에 잔뜩 굶주려 있다가 하우스 낚시에서 손맛을 실컷 보았다.
올 때는 장마가 소강상태를 보이더니, 하우스 바깥은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고 있었다.
내일 대전에 조카 결혼식에 참석해야 한다는 한 친구의 일정 때문에 낚싯대를 접었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동성로 연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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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뵙습니다.
그간도 편안하셨지요.
간만에 하우스에서 재미가 좋으셨나 봅니다....ㅎㅎ
늘 즐낚하십시요.
낚선님!
더운 여름에 건강 하신지요?
언젠가 왜관 모 낚시터에서 처음뵙고, 인사를 나눈 기억이 납니다.
사업 번창하시고,편안하신 나날이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