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좀 조용한것 같아 제가 옛날에 어느 사이트에 올렸던 글을 찾아 게시합니다.
드림대 나온 직후니....아마 10여년 가까이 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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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기간 착실한 가장 역할을 통해 마눌에게 갖은 교태를 부린 후
오랫만에 올나이트를 허락받고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대구리 욕심이 생겨 의성으로 날랐다.
의성IC 출구에 있는 의성IC 낚시점에 들러 주변 조황을 물어보고
메주콩과 옥수수 한통씩 들고 써비스로 얼린 생수 한통 받아들고
상신지에 도착했다.
아...씨... 물이 많이 빠졌다. 수위가 낮아진데다 평소 포인트인 제방 좌안과 상류쪽엔
뗏장, 마름, 갈대가 빼곡하니 대를 필 엄두가 안난다.
그렇다고 건너편 산밑으로 가자니 오늘 따라 너무 멀어 보인다.
조짔다. 새우채비도 아니고 평소 사용하던 순수 떡밥채비 뿐인데....
오늘 채비 다 뜯어 먹는거 아잉가?...
일단 최상류쪽으로 탐색하러 들어간다.
허걱...꽁지머리를 질끈 동여맨 정체불명의 흰머리 할배가 상류 입구에
싼타페를 저수지가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놓고 빤쓰 바람으로 앉아있다.
그것도 예전 군대시절에 입던 디자인의 흰 빤쓰... 망측해라....
두가지 중 하나다.
꼬빡꼬빡 자불고 앉았다가 대차는 소리에 놀라 급히 낚시대 든다는게
받침대를 잡아 당기면 대가리부터 물에 빠지는 수가 있다.
비슷한 이유로 물에 빠져 옷 말리는 중이던가...
아니면 주변의 잡조사 제거를 위해 상당히 험한 꼴을 보여 줌으로써
다른 낚시꾼들에게 혐오감을 유발시켜 혼자 포인트를 독식하겠다는 심산일 수도 있고....
그러나 우리같은 번개출조에 길들여진 주말꾼들은 왠만한 험한 꼴에는 단련이 되어 있다.
최상류 끝자락엔 역시 장박꾼으로 보이는 또다른 할배가 뗏장 사이사이에
찌를 잘 세워놓고 파라솔밑에서 코를 드렁드렁 골고 있다.... 다행히 바지는 입었다...
그 옆 자리에 마름과 뗏장 갈대 사이사이에 몇대는 펼칠 수 있어 보인다.
다시 짐을 챙겨와서 자리를 잡았다.
바닥도 지저분하고 수초와 한참을 씨름한 끝에 4.0/3.6/3.2/3.2/3.3/3.0
긴대 위주로 6대를 겨우 깔았다. 물론 그사이에 찌를 두개나 해먹었다.
크흑... 그 아까운 갈대6합 찌를....
원줄은 2호 밖엔 안되지만, 올초에 새로 매놨고 게다가 큰 맘 먹고 장만한 카본사다.
기존 채비에 바늘만 지누(감성돔 바늘)3호로 바꾸고 좁쌀봉돌을 하나씩 물려서
콩과 옥수수를 고루고루 달아 던져 놓은 뒤 주변정리를 하고나니 온몸이 흠뻑 젖었다.
준비해 온 김밥으로 대충 사람 입질을 끝내고 쪼우기 시작한다.
어둡기 직전 옆에 어떤 아저씨가 오더니 자리를 핀다. 오우... 언뜻봐도 기다란 수초제거기를
꺼내들고 뗏장밭에 구멍을 잘 정리하고는 대를 쫙 까는데 보통 솜씨가 아니다.
자리로 가서 채비를 살피니 아예 30Cm 남짓한 수초관통찌로 모조리 세팅이 되어있다.
그 비싸다는 자수정 드림대로다가.... 아...씨.... 부럽다....
게다가 부인인지 애인인지 분냄새 날리며 맵시 있게 차려입고 살짝 콧소리 섞인 여자와 같이 와서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상을 차려 놓고 파라솔 밑에 나란히 앉아 오손도손 식사한다. 마눌이랑 저렇게 낚시댕기문 얼매나 좋을까?
언놈은 이렇게 하루 밤낚시 나올라고 얼매나 아양을 떨어가며 겨우 허락 받고 나왔는데... 언놈은....
사뭇 다른 처지가 너무 크게 비교되어 집에서 자고 있을 마눌의 포악한 얼굴이 떠오르며
아까 먹은 김밥의 밥알 하나하나가 곤두서서 위장을 콕콕 찌르는것 같다....
초저녁 옥수수 달아논 3.2칸에 찌를 끝까지 밀어 올리고는 그것도 모자라 찌를 자빠뜨리는
경박한 입질에 챔질.... 일곱치 ... 구여분 놈..
다시 잠잠하다.... 예비군이(가물치) 달려들까 무서바서 동물성 미끼는 안쓰려고 했는데...
뜰채를 들고 발밑을 몇번 긁었더니 하룻밤 쓸 새우가 그냥 나온다.
메주콩과 새우를 각 3대씩 콩/새/콩/새/콩/새 이렇게 나눠 끼우고 다시 찌를 째려 본다.
달은 초생달, 바람도 없어 수면이 장판 깔아논 듯 고요하다. 근데 입질이 엄따.... 물을 빼나?...이생각 저생각...
왼쪽 할배 자리에서 뭐가 우당탕한다. 아까부터 좀전까지 계속 주무시더니 복도 많지... 쫓아가봤다.
가물치 50Cm... 이럴때 느끼는 꾼들의 공통적인 심리 ....다행이다....
왼쪽 럭셔리 아저씨는 입질 한번 못받고 있다가 12시 넘어 철수한다.
안봐도 뻔하다... 같이 온 그여자가 고기도 안잡히는데 집에나 가자고 졸랐을게 분명하다. ...무식한...
거봐라... 갑자기 내 처지도 사뭇 괜찮게 느껴지며 집에서 자고 있을 마눌의 포근한 표정이 떠오른다.
두시가 좀 지났을까... 졸다 보다 졸다 보다 하는데 새우를 꽂아 논 3.6칸의 찌가
숨막히도록 아름답게 밤하늘로 느릿느릿 솟아 오른다. 바로 이맛이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중후한 대물 입질에 자꾸만 채고픈 욕망을 진정시키며 그 짧은 순간에
속으로 "쫌만더", 쫌만더", "쫌만더"를 수십번 외친 끝에 두손으로 힘껏 저수지를 갈라 놓을 어마어마한 챔질을 했다.
쐑~소리에 초릿대 끝에 강한 저항이 느껴지나 싶더니 ... 순간 허전하다.. 오잉?...
찰라 , 설걸린 바늘에 어둠속에서 뽕똘이 마빡을 향해 날아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허리를 살짝 틀어 위빙을 하는 순간 ....퍽!...
서너치 붕애가 날라와서 내명치를 가격하고는 발밑에 툭 떨어진다.
너무 허탈하니까 한숨도 안나온다.... 씨...요게 새우를... 그것도 찌를 그렇게 멋지게... 좀만한 새끼....
전의를 상실하고 비상식량으로 꼬불쳐 둔 참이슬 몇 모금하고 나니 눈까풀이 마구 내려 오지만,
곧 피어날 새벽 물안개를 놓치긴 싫어 커피를 끓여 마시고 줄담배로 버텨 본다.
그렇게 아무일 없이 아쉬운 밤은 지나가고 푸른 새벽안개를 한껏 마시고는
아침일찍 대를 접고 물가를 나선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멀리서 첨벙거리는 넘들한테 한마디 해준다.
너거는 오늘 운 좋은줄 알아라 담엔 다 주거써...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머리속은 한결 깨끗해져 아침 바람이 참으로 상쾌하다.
또 옛날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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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칠맛나는 글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새우미끼의 환상적인 입질은 모든 낚시인들의 로망입니다
아! 멋진 찌올림보고싶다
낚시를 하다 보면 여러장면들을 만나게 되죠
그래도 조사님들은 목표가 하나 낚시질 입니다
오늘도 꽝이지만 그래도 내일은 월척입니다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