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중학교에 다닐 때의 이야기입니다.
아마 1976~77년경일 것입니다.
앞의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전 중학교때 이미 동네 낚시점 출조를 혼자서 따라 다녔었습니다.
낚시를 오랫동안 하면서 기억에 남는 낚시 추억이 많지만
특히 중고등학교 시절에 했던 낚시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 이 시절 이야기만 주로 올리게 되네요.
오늘은 토요일!!!
낚시가는 날!!!
수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마음은 온통 물가에 가 있습니다.
게다가 밤낚시...
보통 당구를 처음 배울 때 집에 와서 누우면 천장에 당구대가 보이고 상상으로 당구를 친다고 합니다.
당구를 즐기시는 분들 누구나 그런 추억이 있으시겠지만,
전 당구를 즐겨치고, 당구수도 300 정도 되니까 당구에 미칠 법도 했지만,
학창시절 집에 와서 누웠을 때 천장에 당구대가 그려지는 경험은 전혀 없었습니다. ^^
다른 것으로 그 비슷한 경험을 했습죠...ㅋㅋㅋ
중고등학생 시절, 집에서 잠자리에 들기 위해 눈을 감으면 눈앞에 기막힌 저수지 하나가 펼쳐집니다.
수초가 듬성듬성...
새벽녘 피어오르는 물안개...
그 사이로 꼬물꼬물 올라오는 찌...
챔질!!!
내힘으로 감당이 안 되는 대물을 걸어내고...
중학생 녀석이 수업 중에 아래와 같은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지난번에 새로 산 간데라도 테스트해야 하고...(이것 때문에 문제가 생깁니다만...)”
“큰 마음먹고 산 발사찌의 찌 맞춤을 하지 않았으니 빨리 낚시방 가서 해야 할텐데...”
“대바구니 속 비닐에 구멍이 뚫려 고기 가져오다가 죽으면 집의 연못에 넣지 못하는데...”
수업 내용은 한쪽 귀로 들어왔다 다른 귀로 자연스레 나갑니다.
드디어 종례가 끝나고 집에 가서 밥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짐 챙겨 낚시점으로 날라갑니다.
오늘의 출조지는 증평에 있는 소류지.
오래전일이지만 저수지 이름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밤티저수지!
지금도 그 소류지가 있는 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낚시점의 하계 대회이므로 상품도 그득하고...
긴장해서 낚시해야 합니다.
1등 상품의 크기로 보아 대단히 비싼 물건임에 틀림없습니다.
전 사람들이 거의 없는 한적한 곳에 무기를 장착하고 전투 태세에 들어갑니다.
신문지에 싼 100원짜리 지렁이를 두 봉이나 샀습니다.
제가 지렁이를 두 봉 사는 일은 그 당시에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떡밥도 평소보다 더 사고...
분위기는 죽입니다.
이 저수지의 대물이 모두 제 낚시 자리에 올 것 같은 환상을 하며...
“자, 이제 밤낚시에 돌입해야쥐...”
그런데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간데라에 카바이드 넣고 물 넣고 불을 붙이려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삐삐선으로 쑤셔보고 물 구멍 확인하고 별 짓을 다해 봐도 불이 붙지 않습니다.
옆에 떨어진 아저씨에게 가져가서 SOS를 칩니다.
아저씨가 한참 해보시더니 애초부터 불구멍이 작은 불량이랍니다.
그러면서 간데라 터진다고 뚜껑 열고 안의 카바이드와 물을 다 쏟아 붓습니다.
망했습니다. ㅜ.ㅜ
할 수 없이 간데라 없이 그냥 낚시를 합니다.
마침 주위가 칠흑같이 어두운 그믐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간데라 없이 해보려니 잘 뵈지 않습니다.
긴 대는 어림도 없고 1.5대 정도는 주위의 불빛 영향으로 아주 어렴풋이 야광테이프가 보입니다.
한참을 헤메다가 그만 자리에 앉아 잠이 들었습니다.
눈을 떠보니 아침입니다.
어린 마음에 속이 탑니다.
전의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전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낚시회에서 출조하면
상 타려고 독한 낚시를 했었죠...ㅋㅋㅋ
시집가는 날 등창난다고 하필 왜 대회하는 날 간데라가 말썽나서 밤낚시도 못 하고...
“지금이라도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낚시를 시작했는데 입질은 없고...
철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아침을 먹으라는 총무님 메가폰 소리에
“그려 일단 먹고 보자” 하는 마음으로 본부석에 갔습니다.
식사하며 주위 분들 얘기를 들어 보니 어제 밤 조황이 꽤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한 마리도 못 잡은 저로서는 마음을 비우고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낚시 한 곳은 그 저수지 하류의 제방 근처였습니다.
돌아오면서 보니 제방아래 조그마한 연못이 있고 거기서 낚시하는 분이 계시네요.
크기는 한 20평 쯤 되는 것 같았습니다.
소위 말하는 목간통이죠.
그 당시는 그게 목간통인줄 몰랐고 왜 필요한지도 몰랐습니다.
물론 낚시가 된다는, 붕어가 있다는 생각은 해본적도 없구요...
내려가 보니 낚시회 버스 기사 아저씨네요.
워낙 잦은 출조로 제가 기사 아저씨 얼굴을 알고 있었거든요.
아저씨도 낚시를 무척 좋아하셨는데 회원들이 모두 낚시하러 간 후 혼자서 몇 시간씩 대를 담그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저씨 여기도 고기가 있어요?”
하고 제가 묻자
손가락을 입 가운데 대고 “쉿”하시며 "너두 짧은 낚시대 하나만 가져와“
하십니다.
어차피 포기한 것 여기서 해볼까하고 제자리로 가서
받침대도 없이 짧은 대 하나와 살림망만 가지고
목간통으로 가서 아저씨 옆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찌를 넣고 얼마 안 돼서 6-7치 붕어가 올라 옵니다.
사이즈도 다 고만고만 합니다.
하여간 철수 직전까지 여러 수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새로운 희망이 생겼습니다.
“음~ 하늘이 나를 버리시지는 않는구나”
10마리 가깝게 잡은 후 아저씨 얼굴을 보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잡은 것도 쳐 줄까?’
‘아냐, 안 쳐주겠지...’
‘하지만 아저씨외에는 아무도 모르잖아?’
갈등이 됩니다.
저는 조용히 잡은 붕어를 가지고 본부석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약간은 찔리는 심정으로 총무님께 붕어를 보여줬습니다.
“야, 꽤 큰데...”
하시며 계측을 했습니다.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6-7등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 편에서는 개운치 않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돕니다.
아저씨도 멀찌감치서 내가 상타는 모습을 보신 것 같고...
돌아오는 버스에서도 마음이 좀 불편하지만 상 탔다는 마음으로 애써 즐거워하려고 생각합니다.
버스에서 내릴 때 아저씨의 웃으시면서 하신 한마디가 지금도 기억납니다.
“야! 담에도 안 잡히면 목간통에서 해...”
목간통낚시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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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텅구리바늘에 지렁이 달면 두마리씩 걸려나왔죠ㅋㅋ
잘읽고갑니다
어린 시절 대나무 낚시로 메기 팔길이 만한것 많이 잡았는데........
나두 중학교때 용산낚시(남영동)근처 따라 장안지(조암), 화성농장, 안골지 등등 다녔던 기억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