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흥미를 위해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더운 여름 밤낚시에 도움이 되고자 올리는 글입니다.
안전한 낚시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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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1997년의 어느 초여름..
요즘처럼 무척이나 무더운 날씨였는데 그날은 비 예보가 되어있는지라
오후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 주어 낚시의 즐검움은 더욱 배가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친구와 저는 여느때와 다름 없이 고향에 있는 어느 계속지에 대를 펴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크게 보급되지 않은 상황이라 그 소류지는 사람 손을 거의 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물반 고기반 이었으니까요.
지금은 어느 소류지를 가든 사람 손을 타고 너무 많은 개체들이 잡혀가는 바람에 잔챙이나 겨우 볼까말까하지만요..
여하튼, 그 시절에는 어느 저수지를 가든 낚시는 잘 됐습니다.
우선, 소류지의 형상을 보자면 동네를 지나 저수지를 오르면 저수지 좌안으로 길이 이어지는데
이 못둑을 넘어서면 좌측에 주차 공간이 조그만하게 하나 있었고
저수지 상류에는 논이 있고 그 밑으로 큰 떡갈나무가 한 그루 있어서 한여름에는 그 곳이 포인트가 될 정도로 아주 운치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상류에는 부들이 발달되어 있고 좌안에는 뗏장이 분포되어 있어 그림으로 보자면 이와 같은 저수지가 또 있을까 할 정도로
감탄이 절로 나는 그런곳이었습니다.
이 후, 월척TV에도 한 번 나온적이 있었고요.
아무튼, 그날 저는 저수지 좌안의 뗏장을 정면으로 못뚝을 향해 앉아있었고 친구는 못뚝을 등지고 떡갈나무를 바라보며
부들을 향해 대편성을 해 두었습니다. 그러니까 서로 각도만 어긋난 서로 등을 지고 앉은 형태입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낮은 길고 조금 늦게 도착한 우리는 낚시대의 바늘을 이용해서 느긋하게 대를 넣을 수 있는 곳의 마름을
걷어내며 낚시 준비를 했습니다.
평소 같아서는 땀을 무척이나 많이 흘려야 했겠지만은 그 날은 선선한 바람으로 인해 긴 시간에도 지치는 기색 없이 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대충 식사를 떼운 우리는 파이팅을 하고 각자 자리에 앉아 캐미를 꺾고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뭐.. 걱정할 것 없이 고기들은 준비해간 지렁이에 입질을 곧 잘 해주었고 나중에는 너무 잔 고기들이 많이 잡힌지라
지렁이 미끼를 치우고 낮에 채집한 참붕어로 큰 씨알을 맞을 준비를 해 두었습니다.
그 시간이 대략 9시30쯤 됐을 것입니다.
그 잦았던 입질은 온데간데 없고 약간의 미동만 느껴지는 찌를 바라보는데.. 그래도 조과에 만족이 됐는지
'역시 낚시의 묘미는 이런데 있는거야..' 하는 배부른 생각이 절로 납니다.
초저녁의 번개 입질을 받은 이후로 약 11시 까지 간간히 낚여 올라오는 고기는 5치에서 8치까지..
마릿수로 잡아내고.. 처음에는 자랑삼아 큰거라도 잡히면 서로 보여주기로 자랑질 하면서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낚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어슴프레 정신을 차리고 보니 희미하게 변해버긴 찌불이 눈에 들어오고... 내가 잠시 잠이 들었나봅니다.
한 쪽으로 기울어진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캐미를 바라보니 총 5대의 낚시대 중 3대는 그대로 있는듯 하고
한 대는 찌가 세 마디쯤 올라와 그 옆의 찌쪽에 가 붙어있고 나머지 제일 짧은 대는 수초에 박혀있는지
찌가 보이지 않습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기울어진 의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평형을 바로잡고 앞을 보니 조금 전에도 보이지 않던
제일 짧은 우측대의 찌가 솟아와 있는게 아닙니까....
순간 입질이 들어왔나 싶어 찌를 응시하는데 찌는 요지부동... 아무일 없다는 듯이 그대로 서 있는 것입니다.
찌불을 보고는 턱~ 하니 막혔던 숨은 한숨으로 새어나오고.. 이상하다 싶은 생각에 낚시대를 들어보는데..
순간 뭔가 휙~ 잡아끄는 듯한 느낌이 나서 당겨보는데 이 놈이 수초에 머리를 처박았는지 꿈적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대를 잡고 고기를 제압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고기가 나를 물가로 당기는 것인지 모를 힘이 느껴지는 순간 뒤에서 친구가
무슨일인가 싶어 다가오는 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아니.. 느낌이라고 할까...
아무튼...
정신을 가다듬을 수 없는 긴박한 상황...
무조건 대물을 낚는 이 상황을 친구에게 생생하게 보여주리라는 일념 하에 제차 대를 세우는데
이 번에는 친구가 내 우측으로 오는 모습이 곁눈질로 보입니다.
'와~ X발... 대단하다! 대단해!' 라며 속삭이듯이 내뱉는 가운데...
여름 한 낮에 산소 근처에 가면 맡을 수 있는 그 특유의 마른 풀냄새가 코 끝을 스치더니...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
분명 옆에 와 있는 친구가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반응이 없는것입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낚시대를 움켜잡은 두 팔을 머릿위로 당겼다가 약간 내려놓는
동작에서... 곁눈질로 본 모습은...
친구가... 아닌것 같습니다... 아니.. 친구가 아닙니다.
그 짧은 순간에.. 그러니까 두 팔을 머리 위로 당겼다가 약간 내려놓는 순간.. 팔 사이로 보여지는 형체는..
마치 남자의 형상이었는데 그 형체는 까만 형상만 있고 눈은 퀭하게 파여 또다른 검은 색을 하고 있었으며 다리는 없이 하늘에 붕 떠있는 체로
찌를 같이 응사하고 있습니다.
그 순간 머리속은 멍해지고 어찌할바 모르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두 손을 머리위로 다시 올려 곁눈질로라도 옆이 보이지 않도록 가리는 것이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생각대로 눈을 가리고 있는 그 시간...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나마 굳었던 몸이 슬슬 풀어지는지 다리는 후들거리고 몸은 이리저리 기울기 시작합니다.
최대한 시선을 왼쪽으로 회피하듯 의자에 덥썩 주져앉는데 위태하게 받쳐놓은 돌이 빠지면서 의자와 함께 고꾸러지는 나...
이 소리를 듣고 후뢰쉬를 들고 뛰어오는 친구...
동공이 풀어진 체로 하늘만 쳐다보는 나를 향해 친구가 할 수 있는 일은 나를 부축여 그 곳을 뜨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후에 들은 얘기지만...
한참을 낚시를 하다가 잠이 들라는 찬라에 어렴풋이 찌를 응시하는데 계절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물안개가
친구 쪽으로 서서히 몰려오더랍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친구는 그 것을 주시하는데...
건너편에서 미끄러져 오던 물안개는 찌를 감싸고 이윽고는 몸을 감싸는데, 마치 온 몸을 찬 물을 끼얹는 느낌과 함께
몸에 마비가 오더랍니다.
잠시 후, 내 자리에서는 챔질소리가 나고 비로소 몸을 감싸고 있던 기운과 물안개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칠흙같은
어둠이 오더랍니다. 그때는 찌불이고 뭐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런 상황...
이대로 있다가는 큰일난다 싶은 생각이 들때쯤 의자에 앉다가 고꾸라지는 소리를 듣고는 그 소리를 용기삼아
후레쉬를 들고 저 한테 달려온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오로지 바닥만 처다보면서 나를 이끌고 차로 향했다고 합니다.
둘 다 한 마디 말도 없이 다음날 새벽이되어 경운기 소리가 들릴때 쯤에서야 서로를 쳐다 보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낚시대를 접고 그 곳을 빠져나왔습니다.
덩그러니 나자빠져 있는 의자만이 그 날 있었던 긴박한 상황을 대변해 주고 있었습니다.
무서운 이야기(에피소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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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21
낚시는 많은 추억을 남기지요
아무일 없어서 다행이구요
대물하십시요.
이젠 밤낚 다했네.
감사합니다
저수지가 땡겨유~
무서버서 갈수가있나 어쩔껴! 책임져! ㅎㅎ
금주는 독조할라켔는데
다 틀렷습니다
혼자는 ㅋ
잘봤습니다^^
한번식 그런경험 겪고나면, 온뭄에 진이빠지고 한 1년은 생명단축되지 싶슴다.
모든 조사님들 안출하십시요.
독조도 좋치만 안전을 위해서 동출하입시더.
안출 하세요.
이제 앞으로 도고다이는 글렀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