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하늘도 아는 것일까!
맑았던 아침 하늘은 대덕단지 위로 먹장구름을
몰고 왔고 굵은 빗방울은 대지를 적셨다.
산자와 죽은자를 가르는 것은 맥박과 체온,
뜨겁지 않으면 살아 있어도 산 것이 아니라고 했다.
두사람이 포박을 당한채 끌려간 곳은 연구소가 아니었다.
비밀 아지트나 참호 속이라고도 할 수 없는
공간은 은닉된 지하감옥 혹은 사상범을 심문하는 장소로 보였고 낡은 욕조와 덩그러니 놓인 책상 하나와 의자, 갓을 씌운 백열등이
암실의 적막함을 잠깐씩 비추어 광기와 공포의
산실처럼 느껴졌다.
무대 뒤편에서 연극을 준비하는 배우들처럼
어둠의 장막이 걷히고 클로즈업이 된 조명 안에
고통스러운 신음을 뱉으며 총무 동석과 소모임
선배들이 쓰러져 있었고 그들은 울부짖고
있었다. 고문과 취조가 개인의 삶을 뭉게고 잘라 결백한 영혼일지라도 죄는 덧씌워지고
억울함을 주장할수록 고통을 가하는 자들의
소름끼치는 얼굴과 웃음소리는 종국에는
없는 죄조차 만들어 내고 기획물의 주연이 되어
비극을 연출하는 것이다.
그들이 이곳에 있어야 할 이유라고는 없었지만
이미 사로잡은 포획물을 적당히 가지고 노는
것은 함정을 파 놓고 죽창을 세워 그 덫에 걸린
짐승의 비명을 즐기고자 하는 사냥꾼에겐 희열을 주는 소시오패스적이고 새디즘적인 관능이기도 했다.
얼마전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국립공원에 살던
숫사자 세실이 미국인 의사 팔머와 사냥꾼에 의해 무자비하게 도륙당한 사건과 그것을 유희의 하나로 자랑처럼 페이스북에 올려 전 세계의 비난과 공분을 산 것처럼 놀이감을 취하려는 자에겐 생명조차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가학과 학대를 일삼고 싫증이나면
금방이라도 숨을 끊을 수 있는 생명에 대한
참혹한 멸시를 우리는 똑똑히 눈으로 보았다.
사냥이 흥분과 쾌락을 채우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되었듯이 인권 사각지대에서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전 세계의 무자비한 테러행위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참수되거나 암매장되고 권력의 비호아래 범죄단체가 국가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는 멕시코의 카르텔처럼, 상식과 정의가 사라진 세상에서는 무법이 곧 법인 것이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총무 동석과 모임 선배들이 이곳까지 끌려와 협박과 고문을 당했음을 그들은 내게 보여 주는 것으로 '니가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달아날 곳은 없다'는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기도 했다.
이를 부득부득 갈아도 그들의 고통을 처음으로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나의 가장 여린 부분을 잠식하고 꺼내어 흔들어 대는 자들에게 나는 분노와 치를 떨고만 있었다. 그들이 내게 다음으로 꺼낼 카드는
아내와 딸 슬기가 분명했기에......,
나와는 달리 수석연구원 지석은 두 손이 양쪽
벽면에 매달리고 그들의 주먹과 발로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피를 뿜고 정신을 잃으면
잠시 멈추고 물을 끼얹어 다시 매질과 폭행은
실신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이가 제 분에 못이겨
결국엔 발로 짓밟아 망가뜨리고 난 후에야
심술을 멈추는 것처럼 폭행과 수건을 얼굴에
덮고 주전자로 물을 끝없이 코로 흘려 보내며
호흡을 마비시키는 물고문,
"그만, 그만해, 그정도하면 됐어......"
어둠의 뒷편에서 걸어나온 사내가 그들을
막았다.
" 묶인 줄을 풀어주고 대충 찟어진 상처에
약도 발라줘!! 옷을 갈아 입힌후 내 방으로
데려와".
수석연구원 지석은 몽롱한 의식을 잡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안간힘으로 버텼다.
얼굴엔 피멍이 들었고 입술은 찟겨 부풀었고
몸은 매질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는 낯선 자의 방에 던져지듯이 의자에 양손을
뒤로 묶인채 결박되어 고개를 숙이고 웅크리고 있었다.
의식의 초점은 퉁퉁 부은 눈 앞의 사물조차 분간하지 못할만큼 희미해졌다.
'' 자!!! 고개 좀 들지......"
희뿌연 눈 앞에 서 있는 사내가 수석연구원
지석의 턱을 잡고 자신을 향하도록 머리를 젖혔다. 수석연구원 지석의 코에서는 아직도 코피가 흘러 내렸다.
"생각보다 대단하더군,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내가 던진 미끼와 과제를 완수해 내려는
너의 노력이 가상해서 매우 감동했어,
쉽지 않은 난제였는데 실마리를 풀고
변수마저 계산해낸 영민한 머리, 역시 자랑스러워 해도 좋아".
그렇게 사내는 수석연구원 지석의 쥔 턱을 놓고
뒤돌아 서서 말을 이었다.
"정해진 게임의 룰은 애초에 없었는데 말이야,
손쉽게 정복하는 것은 재미가 없잖아!! 안 그래....경주는 시작되었고 이긴 자는 전부를 갖게 되는 올인싸움에서 나는 스릴로 미치도록 흥분했지, 이러다가 지는게 아닌가 하고...널 과소평가했던 거야, 권박사는 이미 노쇠한 머저리일 뿐, 너는 조금 더 주의깊게 살폈지. 아주 대단했어! 인정해!!"
뒤돌아 벽면을 향해 서 있던 사내가 세 번 박수를 치며 비열한 웃음을지었다.
"자자!! 놀리는 것은 그만두지!! 내 얼굴을
똑바로 본다!!! 실시!"
수석연구원 지석은 그들에게 맞아 엉망으로 퉁퉁 부은 눈꺼풀의 흐린 시야에 머리를 흔들며 사내를 천천히 바라 보았다. 음성변조 리모컨을 목에서 뗀 그는 민철이었다. 차민철!!!!
수석연구원 지석의 동공은 흡사 귀신을 마주한 것처럼 파르르 떨리며 커졌고 감정은 전율을 담아 이 기막힌 상황을 어찌 이해해야 하는지 눈앞이 캄캄해져 왔다.
"너......너가.......어떻게.....친구인 내게.....
아.....니! 아니야!! 절대로 아니지.....
아니라고 말해....이 개자석아....아니라고....."
민철은 부들거리며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덜덜 떨며 숨조차 제대로 못쉬는 수석연구원 지석의 입술에 검지 손가락을 대며 재미 있어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쉿... 이거 왜 이러실까!!! 너 지금 널 내가
배신했다고 생각하지? 유치찬란한 우정 뭐!!
짜식아!!! 세상을 아직도 모르겠어!! 순수한
열정 같은 것은 개나 줘 버려.... 나의 세계는
너랑 처음부터 레벨과 신분이 달랐지!! ㅎㅎ
설명하자면 길다 길어... 그럼 찬찬히 되돌아
복습하는 시간을 갖는거야!!! 이제 ㅋㅋㅋ".
수석연구원 지석은 그렇게 비웃고 조롱하는
민철의 얼굴에 침을 뱉았고 양 옆에 서 있던
그의 부하들이 무지막지하게 머리를 짓눌러
책상에 쳐박았다.
"전무님 여기 손수건으로 닦으세요".
황급히 부하 하나가 손수건을 내밀자 민철은
욕설을 뱉으며 그의 손을 뿌리쳤다.
"놔둬!! 누가 내 친구를 이리 다루라고 했어...엉
내가 니들에게 우습게 보여!!! 내가 지시를 내리기 전엔
옆에서 물러 서 있는다.
알아들어!!! 이 새끼들아!!!
빰에 묻은 침을 쓰윽 문질러 닦고 민철은
이제 배꼽을 쥐고 깔깔 웃었다. 눈동자를
히번덕거리며 수석 연구원 지석의 코 앞에
바짝 다가와 치껴뜬 날카로운 눈빛에 담긴
냉소적인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참 우습지....연구소를
탈출하기 위해 방법을 제공한 내가 널 위협하고
잡으려 안달 난 적이라니...넌 아직도 내가
그들 무리로부터 매수되었다 생각하겠지.....
미래를 보장 받았거나 어마어마한 돈다발에
유혹되어 그들과 손을 잡았다고...보자!! 누구
상황실 이사!!... 넌 상상도 아마 못할거다.....
내가 네게 많은 힌트를 준 것으로 아는데
아직 감이 안 잡히지..... 응
"왜!!!! 왜!!!!! 무엇때문에 이래야 해.... 민철아
니가 왜......친구인 나를 .......궁지로
몰아야 했던거야.....그들의 사주와 매수가 아니라면 넌 내게 이렇게 할 친구가 아니잖아!!! 민철아 아니라고 해...... 하란 말이다!!!!!
수석연구원 지석은 자신이 묶여 있는 의자로
책상을 치받으며 발버둥치며 분노했다.
"어허, 릴렉스하라고 릴렉스....흥분은 해로워...
이성적으로 냉철해야 연구원이지...안 그래!!!
민철아!!! 세상에는 두 부류가 있다!!!
지배자와 피지배자...사람들이 말하는 금숟가락 물고 태어나는 존재!!! 니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존재....각설하고 그래도 이 형님이 아이고 잘 했다 박수를 쳐 주잖아!!! 심심하게 돌아가고
진행되는 일에 가한 충격요법에 아우가
미끼를 제대로 문 것이지!! 넌 내가 던진 미끼에
가장 완벽한 실천과 행동으로 환상적인
입질로 표현했지 그래서 박수를 받을 만해ㅎ
좀더 짝짝 쳐 줄까 337박수라도 ㅎㅎㅎ".
수석연구원 지석은 혼미해졌다. 진실과 가식과
거짓과 우정과 현재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모멸적인 이것은 모두 분열되고 혼수상태에
이른 꿈, 악몽일 뿐이라고......
"대단했어 진짜로!!! 내가 엄지를 치켜세우잖아
흐뜨려놓은 허술한 난관을 넘어 너는 식판을
가려 권박사와 조우했고 화학약품실의 화재와 슈프레인 마취제를 통해 계획된 루트에 변수를 적용했지. 그건 기막혔고 그것조차도 재미를 위한 허용범위에 속해 있었지!! 내가 네게 준 탐지기와 해킹추적 프로그램?? 의도적인 노출이었을 뿐!! 우리의 두뇌게임에 보안병들과 보안책임자 준, 상황실의 이사, 권박사까지 보조를 맞춰 덩달아 춤을 춘거야!! 이토록 재미난 게임이 어딨어?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너의 동선은 연구실 밖을 나가면서 절정에 이르렀지!!! 내가 질수도 있었거든!!
하지만 결국 넌 네게 통화하는 실수를 하고
말았지!! 기억해 봐 네 핸드폰에 내가 무엇을
남겼는지!!! 악성코드 백신 대신에 니가 어디있더라도 탐지가 되는 위치추적코드를 심었던 거지!!! 넌 내 앞으로 잡혀 올 수 밖에 없는 다람쥐!!! 쳇바퀴가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우리 안에 갇힌 다람쥐일뿐!!! 나를 앞서가려 하지마라!!! 어리석은 머저리, 넌 루저일뿐이야 !!!
민철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양옆에
늘어선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 녀석을 독방에 쳐 넣고 상황실 이사로
부터 감금된 권박사를 인수인계 한다. 권박사의
연구소를 깡그리 비우고 모든 자료를 파기처분한다..
다음으로 권박사는 신분을 잃고 추방될 것이다. 사회적 체면에 대한 마지막 호의를 베푸는 것으로 일단락짓고 언론에는 시중에 떠도는 사건의 주범으로 권박사를 전면에 내세워 다시는 그가 재기할 수 없도록 만든다. 그리고 표본R은 별장으로 호송한다.
생체실험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다.
별장 안내자에 의해 이곳의 모든 것은 흔적도 없이 없애고 더는 봐주지 말라는 엄명이다. 알겠나 제군들!!!!
"네 전무님 차질없도록 바로 실행토록 하겠습니다".
민철에게 거수경례를 깎득하게 붙이고 즉각적으로 부하들은 행동을 게시했다.
독방으로 끌려가고 있는 수석 연구원 지석을
향해 차민철, 차전무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국가를 이기는 국민은 없다. 네게 주어진
공은 굴리라 있을 뿐 너의 차지가 아니지!!
누가 네게 장난감을 쥐어 줬는지
독방에서 두고두고 반성하고 자학하길 빈다!!!
너 따위가 감히 국가에 해를 끼칠 수 있을 것 같에!!!
기어오르지 말고 현실을 받아들인다!!! 언더스탠드!"
민철의 말이 끝나기 전에 양쪽에서 자신의
겨드랑이를 포박한 민철의 부하들을 거친 몸부림으로 떼내고 득달같이 달려가 수석연구원 지석은 민철을 향해 이마를 드리밀었지만 양손이 뒷쪽으로 결박된 몸으로는 민철의 털 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하고 다시 잡혀 그렇게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두고보자!!! 이 개자석!!! 니 놈 눈에서 피 눈물을 흘리도록 내가 지금 죽어도 만들어
놓고 말테니까!! 비열한 놈!!!! 저주받을 놈!!
캬아악 퉤이....."
수석연구원 지석은 끌려 가면서도 민철을
끝까지 노려보며 가래침을 뱉었다.
"와우!! 나이스 콜!!! 니 꼬락서니가 내 머리 천장을 뚫고 아드레날린을 무지막지하게 분비시키는 군!!! 좋아 좋아!!! 아주 좋았어!!!
기대만땅하고 기다리지 으하하핫".
차민철, 차전무는 냉소적인 비웃음을 끌려 나가는 수석연구원 지석의 뒷통수에 마지막까지 남기고 다시 실내의 어둠 속으로 그렇게 모습을 감추었다.
미끼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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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으로 '누명'을 타계해야할 시점입니다.
그들의 존재가 전면에 드러나고 63빌딩과 석촌호수,
꼴데월드까지, KTX를 휘감은 이무기까지.....
너무 많은 것을 푸는 것은 흥미를 반감시키죠^^
어떻게 반격할지는 제 머리 속에 아직은 구체적은 틀
이 없네요
추방당한 권박사 어떤 루트를 통해 누명을 벗을지...
이무기가 된 내가 어떻게 전생의 업보를 모두 지우고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지
그리고 정체불명의 단체를 푸는 실마리
D프로젝트가 뭔지 ㅎㅎ
아직까진 제 머리 속엔 희미한 줄기뿐입니다^^
즐감하신 님들 감사드립니다^^
갠적으로 손아래 동서가 젊은 시절 소설가로 등단을 꿈꾸며
학창시절 몇 차례 수상 (스포츠서울 신춘문예 SF분야 대상과 MBC 청소년 문학상)을 했고
또 그 소설이 단편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었지만, 결국 창작의 고통과 스트레스로
지금은 평범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지켜봐왔기에
꾼들의 낙원님이 올려주시는 것이 무수한 고뇌와 산고를 거친 후
탄생한 결과물임을 익히 가늠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응원하고 박수 보내드립니다!!
비록 단 한명뿐일지라도 응원하고 사랑해주는 독자가 있다면
그 한명을 위해 기꺼이 가시밭길 같은 험난한 여정을 함께 해 주시길~~~
잽히가가 눈탱이 밤탱이 데뿔고 머나게 뚜둘기 맞아뿔고~~**
아~고**
불쌍타~~^^
근디 바로 옆에서 웃고 떠들며 동료로 믿어온 놈이............뒷통수를........??
나한테 걸리믄 .............******
아직 흥미롭습니다
다음편 기다립니다
거창하게 시작한 것은 맞지만 고뇌와 산고라는 말씀엔 ㅠㅠ
윗글도 여타 글도 세 시간이면 족했다면 믿어지세요?
글이 글을 낳는 것 같아요
사실 그런 고통이라면 아마 시작도 못했겠죠
그저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릴 뿐입니다^^
저도 싫어 합니다^^
근데 자꾸 오지랖 느는 것은 나이탓일까요
언제부터인가 저는 아이가 되어 있습니다
물론 글을 통해 욕구불만을 완전 해결하구요
일상에서는 욕설과 욕설을 뱉는 사람을 정말 싫어하는데
제 이중성은 글에서 표현되어 카타르시스를 느끼나 봐요
ㅋㅋ
예상범위는 민철이라는 인물의 등장시부터 염두에 뒀는데
거기에 맞추려다 보니 머리가 쥐가 날 지경이더군요
다행히 어찌 어찌 결론을 내어 대만족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