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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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룡지 조담(釣談)

백룡지 조담釣談 (커뮤니티 - 추억의조행기)
어쩌면 전생에 천사나 선녀였지 않았을까(?) 가끔씩 의심이 드는 유순한 아내도 때론 말속에 낚시바늘을 감추고 있을 때가 있다. 낚시하는 사람들은 "속이 텅 빈 낚싯대만 맨 날 휘두르다 보니, 모두 속없는 사람되어 버렸고 그 양반들 속 들기 기다리는 것은 낚싯대 속 차기만큼이나 난망한 일이라는 등..." 하긴, 아내의 말이 틀리다고 마땅히 반박할만한 근거를 댈 수도 없는 게 지금의 내 입장이다. 어제 일만 해도 그랬다. 조기축구야 수십 년을 해온 짓이니 그렇다손 치더라도 "형님 없으면 게임 조율이 안 된다"고 "한 게임만 뛰어달라"는 후배녀석의 감언이설(甘言利說)에 넘어가 나이도 생각 않고 시합에 나갔다가 젊은 친구 태클에 걸려 팔 까지고 무릎 깨져 끙끙대고 온종일 누어 있던 참에, 낚시 가자는 친구 전화 받고 마치, 벌쐰 암소 마냥 벌떡 일어나 짐 싸 짊어지고 밖으로 내 달으니, 아내 입장에서야 어이없기도 하고 나이 값 못 하는 내가 한심스럽게도 보여 한마디쯤 하는 것이 어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찌 솟음의 환희가, 손맛의 짜릿한 전율이, 첫날밤 마누라 보듬는 것만큼이나 좋아 팔 까지고 무릎 터진 고통쯤은 상쇄(相碎)하고도 남는다는 불가사의(不可思議) 한 사실을 정직한 아내가 알리 없으니까! 그렇게 쓸개 빠진 낚시꾼 둘을 싣고서 차는 잘도 달렸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인데도 친구의 발끝은 감각을 잃어버린 것처럼 엑세레이터를 유린하고 있었다. 머플러를 통해 들리는 차의 엔진소리는 더 이상은 안 된다고 사정하는 것 같았지만.... 평소엔 더할 나위 없이 점잖은 성품인데도 낚시 복만 입혀 놓으면 개차반 채널로 바뀌어 버리는 친구와 히히덕 거리며 목적지에 도착한 오후 여섯 시 반. 백룡지는 초록의 산아래 맑은 물빛으로 길게 누워 있었다. 언제 보아도 참 잘생긴 저수지란 생각이 드는 곳이다. 터가 센 것이 흠 이 라지만, 미터 급 잉어가 전설처럼 숨어 있는 곳, 십여 년 전 아들과 함께 출조해 솥뚜껑만큼 한 자라 잡아 여러 사람 눈길 받고 으시대며 최고의 낚시꾼 아빠라는 추억 심어 주던 곳, 그리고 또 언젠가 운수좋은 날 씨알 좋은 놈으로 살림 망 목까지 붕어 채워 잡은 고기 부담스러워 했던 곳. 많은 추억들이 담겨있는 곳인데... 지척에 두고서도 오랜 동안 찾지 못했던 미안함에 봉투 꺼내들고 얼른 쓰레기 몇 장 줍는다. 소주 한잔에 매기 매운탕이 생각나는지 물 골 새물 유입구 쪽을 둘러보는 친구를 채근해 산아래 언덕 배기 포인트에 자리한 시각은 오후 일곱 시. 넓은 저수지엔 우리 둘 뿐이고 물은 가득 산자락까지 출렁이고 있었다. "그래 오늘은 콩알낚시다." 새우 망도 펴지 않고 지렁이도 없이 오직 콩알만으로 오늘밤은 즐기리라! 유연한 찌 솟음에서 환각처럼 다가오는 희열을 느끼리라! 그리고 발 밑까지 끌려나오도록 요동치는 당찬 붕어의 버팀에서 팔이 저리도록 저항의 기운을 만끽하리라! 예쁘게 차려놓은 낚싯대 세대, 물 속에 비친 산이 만든 실루엣을 따라 고운 찌 또 세 개, 부끄럽게 담궈 놓고, 그렇게 시(詩)처럼 그날 밤낚시는 시작되었다. 참붕어가 생각났다. 새우도 생각났다. 낚시가 안되니까 팔다리도 다시 쑤셨다. 환희를 꿈꾸던 초저녁의 떡밥낚시는 세시간도 지나기 전에 살치 때들의 무차별 공격에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되 버렸고 방정맞은 찌 놀림은 같은 어류인데도 이토록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 마치 입싼 아낙의 수다 마냥 신경을 거슬렀다. 친구는 이미 그의 성격대로 새물 유입구 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난 후였고. 반갑지 않은 살치만 나를 희롱하고 있었다. "고추장 된장" 잘못 담그면 "젠장" 된다더니 "낚시" 잘못하면 "에~이시" 되는 건가! 낚시를 포기하고 소롯이 잠이 들었을까? 잡았다! .하는 첫 외침이 메아리처럼 번지더니 그후로도 몇 번인가 낄낄대는 친구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난 아침을 맞았다. 동이 틀 때까지 내가 건진 건 달랑 일곱 치 붕어 한 마리. 낚싯대 접어 가방에 넣을 무렵, 용케도 밤을 지새운 친구가 그물 망을 든 체로 내게로 다가온다. 아주 씩씩하게, "그래 친구! 이런 고기 본적이 있는가?" 장난스럽게 걸어오는 그의 말에 눈을 돌렸을 때, 아~! 그의 망에는 놀랍게도 팔뚝만한 메기 두 마리와 아홉 치는 족히 됨직한 빵빵한 붕어 다섯 마리가 그들막 하게 들어 있었다. 물론 술안주에는 메기탕이 최고라는 메기탕 예찬론자인 친구가 지칭하는 고기는 메기를 말 함 이었지만, 내 눈에 쏙 들어오는 참한 붕어 다섯 마리는 내가 아는 친구의 낚시 실력으로는 쉽게 잡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물 속에 술이라도 뿌렸나....??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운칠기삼(運七技三)도 유분수지.....! 느긋한 친구의 농담이 다시 귓전을 때린다. "친구! 청출어람(靑出於藍) 이란 말이 뭔 뜻인지 아는가?" (그는 내게서 처음 낚시를 배웠다.) ...그날 밤 백룡지 붕어는 지렁이와 눈이 맞았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물 속의 온갖 생물은 모두 술안주 감으로 생각하고 걸쭉한 웃음소리 온 사방에 퍼뜨리며 아침까지도 술기운이 다 가시지 않은 개차반 같은 내 친구! 그러나 그가 몇 년 전, 외국에 나가 사는 친구가 모친상을 당했을 때, 친구의 부모도 내 부모와 같은 거라며 친구대신 상복입고 사흘동안 빈소를 지킨 사려 깊은 사람이라는 것을, 저 백룡지 고기들은 알았을까...? 아침 햇살이 백룡지 수면위로 남도의 구성진 육자배기 가락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 마누라 눈치 보여 열 번도 넘게 낚시 가방만 훔쳐보던 십여년 전 어느날의 조행일기, 어유당(魚有堂) 올림

어쩌면 이렇게 감칠맛나게 글을 쓰시는지...
필력에 그저 감탄만 할 뿐입니다.
언제나 님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다음 조행기를 기다리며....
건강 하세요.
습작에서 한번웃고
추억속에서 한번웃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고,안출하십시요
친구는 아무리 멀리 있어도 항상
가까이 에서 마음을 나누지요.
맛깔스런 글 고맙게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해유~~^^*
무탈 하시온지요..

항상 조행 일기에 제 자신을 뒤돌아 보게 하는 그 무엇이 내재 된것 같읍니다..

바쁜 일상 생활속에서도 내내 어유당님의 글 올리시기만 기다리게 되는군요..

감사합니다..(_._)
그 어떤 작품조행기보다도 정감넘치는 글 항상 잘읽고 있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아마도 글을 쓰시는분이 아니가하는 생각이듭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월척에 들어올때마 꼭 들르는곳이 "추억의 조행기"입니다
기다리는 글을 오늘은 볼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 그리고 아쉬움..

그런데 오늘 드디어 기다리던 글이..
아니나 다를까 너무 좋다는 말밖에 달리 할말이 없네요..^^^

어유당님의 글을 학수고대하는 고정팬들이 많을것같습니다. 저처럼..
항상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낚시로인해 더욱더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진한감동이 가슴저편에서 물결처럼 밀려오네요.

좋은친구란 이런친구를 말하지요.

친구를 자랑하지만 또한본인이 좋은벗입니다.

세월이 묻어나는 글잘보고갑니다. 항상행복하십시요.
저작권침해가 아니라면 제블로그에 스크랩해가야겠습니다. 두고두고 감상하고싶습니다.

이리 좋은글은 많이 알려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많은이들에게 용기와 꿈을 줄수있는것 같습니다 .

어느 휜님의 글이 생각나는군요 "어부 낚수갔나???"ㅎㅎㅎㅎ

좋은글 좋은사진 감사합니다 ^^
좋은 글 잼있게 잘 봤습니다. 감사감사`~~
ㅎㅎㅎ 항상 바도 넘 재미잇게 감성있게 올려 주셧네여
재미있게 잃고 갑니다
좋은 조우들 많이 두셧네요`~^^
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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